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21)
마법은 괜히 배워서-222화(222/502)
# 222
새벽은 오지 않는가 2
뱀파이어 귀족들의 공격에서 하푼은 가까스로 벗어났다.
만약 윈즈데이가 작정하고 자신을 잡으려고 했다면 이렇게 쉽게 벗어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벽에 등을 기대고 숨을 몰아쉬었다.
하푼은 마력을 모두 소모한 블링크 아이템을 보았다. 또다시 5만 골드가 날아갔다.
물론 이것이 없었다면 벌써 뱀파이어의 한 끼 식사로 전락하고 말았을 테지만 아까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미 의미는 별로 없지만, 자칫하다간 이번 임무는 최초의 적자를 기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그녀는 슬쩍 궁전 밖을 보았다.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뱀파이어 군단과 라이컨슬로프 군단이 정면으로 맞닥트렸다. 초반에는 정신없이 뒤로 밀리던 뱀파이어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곳은 뱀파이어들의 성지인 블러드 시티.
전열이 정비되자 일방적인 살육이 끝나고 치열한 접전이 전개되었다.
이 상황에서 마력석에 녹음된 내용을 틀어 준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냥 확 던져 버려?
아니다. 일단은 가지고 있자. 이 증거를 찾기 위해서 목숨을 걸었으니까.
턱-
누군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깜짝 놀란 하푼은 단검을 휘둘렀다.
“야, 야, 사람 잡겠다.”
네이팜이 그녀의 단검을 피하면서 말했다. 그녀 역시 깜짝 놀란 모양이다.
“언니?”
“응. 나야.”
“어디 있었어?”
“여기 위에? 네가 투명망토를 푸는 것을 보고 내려왔지.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아주 안 좋아.”
“그래?”
하푼은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짤막하게 얘기했다. 그녀의 얘기를 들은 네이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째 점점 더 안 좋아진다.
마치-
누군가가 거대한 함정을 파고 몽땅 그 속에 쓸어 담아서 죽이려고 하는 악의가 느껴졌다.
“녹음은 됐어?”
“응.”
“윈즈데이가 스필버그를 데리고 지하로 내리고 갔다고? 귀족들과 함께?”
“맞아. 나는 발각이 돼서 무조건 도망쳤어. 이후로는 어떤 일이 생겼는지 몰라.”
“흐흠.”
“어쩔 거야. 언니?”
“가자.”
“어딜?”
“윈즈데이와 스필버그가 갔다는 지하로.”
“그곳을 침입을 하자고?”
“모르겠어. 하지만 이 느낌, 너무 불길하지 않아? 의식을 막을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무슨 일이 있는지 정도는 확인을 해야 할 것 같다.”
“우리 힘으로 가능할 거라 생각해?”
“가능하고 아니고가 문제가 아니야. 해야 할 일이지. 우리의 교주님을 위해.”
“교주님이 올 수 있을까?”
“온다. 반드시.”
네이팜의 믿음은 확고했다.
“그래, 그럼 가자. 나도 언니와 교주님 믿고 목숨을 걸게.”
하푼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지하에 도착한 그녀들은 자신들이 어쩌면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들이 지하에서 본 것은-
참을 수 없을 만큼 욕지기가 나오는 지옥이었다.
* * *
네이팜과 하푼이 지하에서 본 것은 가히 지옥의 모습이었다.
윈즈데이가 흑룡의 혈액을 재단에 올렸고, 그 아래로 스필버그를 비롯한 뱀파이어 모두가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
윈즈데이는 ‘흑룡의 혈액’을 감싸고 있던 30개의 보호막을 하나씩 해제시켰다.
점차 흑룡의 기운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세상을 멸망시키고도 남을 힘이야.”
윈드데이에게 세상이나 멸망은 아무 관심도 없는 것이었다. 자신은 이대로 죽을 것이고, 세상도 곧 멸망할 것이다.
곧 모든 보호막을 해제되었다.
쿠쿠쿠쿠쿵!
작은 병에 있던 흑룡의 혈액이 천장으로 솟구쳤다.
흑룡의 혈액은 천장을 가득 메웠다. 거꾸로 붙어서 출렁출렁 거렸다.
뚝뚝뚝뚝-
검붉은 피가 스필버그와 귀족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혈액에서 풍기는 마력이 너무 사악하여 스필버그와 귀족들은 말도 하지 못하고 벌벌 떨었다.
스필버그가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윈즈데이를 바라봤다.
“정말로 나는 신이 되는 것이냐?”
“신이 될 것이옵니다.”
“언제?”
“지금.”
“너무도 무섭구나.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마력이야.”
“받아들이세요.”
“무엇을?”
“저 마력을.”
“안 돼. 나는 저것을 조종할 수 없어.”
“누가 조종하라고 했습니까.”
“신의 힘을 준다고 하지 않았더냐.”
“신의 힘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주체가 폐하라고는 말한 적이 없지요.”
“그게 무슨 소리냐!”
“신의 일부로 영원을 사십시오.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한 채.”
갑자기 바뀐 말투에 스필버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 뭐가 잘못됐는지 깨닫지 못했다. 그저 앙칼지게 소리를 지르는 동생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었다.
“무릎을 꿇어라!”
스필버그가 외쳤다.
“무릎? 아직도 당신이 왕이라 생각하나요?”
윈즈데이는 콧방귀를 끼었다. 스필버그를 ‘오빠’ ‘폐하’라고 칭하지 않았다. 마치 지나가는 돌을 보는 것처럼 눈빛이 매우 건조했다.
“뭐냐? 대체 무슨 속셈이냐?”
“내 아이들이 보고 싶어요.”
“무슨 아이들? 아, 빌어먹을 씨를 받은 아이들? 그 아이들은 잊었다고 하지 않았느냐!”
“당신은 부모가 될 자격이 없어. 자식을 낳은 적이 없으니 부모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지. 국가와! 명예와! 자신까지도 초월한 것이 바로 부모라는 존재야! 너는! 너는! 내 모든 것을 앗아 갔어!”
“미친년! 라이컨슬로프의 씨다! 아직도 그것을 마음에 담아 두었단 말이냐!”
“내 자식이다!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내 자식이었다. 그 불쌍한 아이들을…… 네가 불태워 죽였지.”
“어쩔 수 없었다. 분노한 군중들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그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너도 그것을 알지 않느냐!”
“뭘 알아! 이 개새끼야! 네 앞에서 똑같이 네 자식을 죽이고 싶었다. 네 앞에서 네 자식들의 목을 물어뜯고 싶었다. 하지만 자식이 없으니 그것은 관두기로 하지. 대신 네 평생의 꿈을 코앞에서 박살 내 주지.”
“뭐?”
“영원히 구천이나 헤매라. 너희 모두!”
윈즈데이는 대주교에게 받은 알약을 삼켰다.
그녀의 눈이 번쩍였다. 그러자 천장에서 넘실거리던 흑룡의 혈액이 그녀의 칠공으로 빨려 들어갔다.
“카아아아아악!”
상상을 초월한 사악한 마력이 윈즈데이의 전신을 순식간에 삼켰다. 피부가 찢어지면서 검은 젤리처럼 변했다.
검은 젤리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쐐애애애애액!
검은 젤리에서 수백 발의 검은 줄기가 뻗어나갔다. 그것은 스필버그와 귀족들을 덮쳤다. 검은 줄기는 그들을 휘감고서 본체로 잡아당겼다.
“이, 이게 뭐야?”
“다크 스톰!”
“다크 파이어!”
귀족들은 단순하게 놀고먹는 자들이 아니었다.
뱀파이어 왕국 엘사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강한 자들이다. 그렇지만 그런 그들이라고 하더라도 검은 줄기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끊어졌던 검은 줄기는 곧바로 재생하여 뱀파이어들의 육신을 파고들었다.
“으으아아악!”
거대한 지하 공동은 비명으로 가득 찼다.
끌려간 귀족 뱀파이어들이 검은 젤리에게 흡수가 당한다. 검은 젤리의 옆으로 그들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불쑥불쑥. 고통스럽다는 듯이 검은 젤리에 갇힌 귀족 뱀파이어들은 끊임없이 비명을 질렀다.
그중에서 스필버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의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를 때마다 검은 젤리의 사악한 마력이 강해졌다.
-쿠오오오오오!
어디선가 튀어나온 검은 젤리의 피어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것은 사방으로 쭉쭉 뻗어 나갔다.
왕국은 알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였다.
* * *
덜덜덜덜.
천장에서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을 목격한 네이팜과 하푼은 침도 제대로 삼키지 못했다.
이게 실화냐?
이런 일이 가능하기는 한 거냐?
“도, 도망치자.”
네이팜은 하푼을 손을 잡고 말했다.
쿠쿠쿠쿠쿠쿠쿵!
검은 줄기가 그녀들이 있는 천장을 뚫고 지상으로 나가려고 했다. 적어도 수백, 아니 수천 개 이상이 될 듯했다.
“도망쳐!”
네이팜과 하푼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몸을 날렸고-
그들의 뒤를 검은 줄기가 바짝 쫓았다.
쿠쿠쿠쿠쿠-
네이팜과 하푼은 숨이 턱밑까지 찼다. 복잡한 미로와 같은 복도를 전력을 다해서 뛰었다. 너무 빨리 달려서 복도를 꺾다가 장식으로 세워 놓은 갑옷과 정면으로 부딪치기도 했다.
“으아아악! 언니!”
놀린 하푼이 네이팜을 불렀다. 조금 앞서 달려가던 네이팜은 곧바로 등을 돌려서 검을 휘둘렀다.
검은 줄기가 댕겅하고 잘렸다.
방어력은 형편없다.
그러나…….
저 믿을 수 없는 재생력이 문제였다.
잘린 부위에서 이빨이 달린 촉수가 쑥 하고 튀어나왔다. 질퍽질퍽한 점액질이 뚝뚝 흘러내린다.
하푼은 품에서 ‘익스플로젼’ 마법이 담긴 스크롤을 꺼내서 찢었다.
콰쾅!
소리와 함께 그녀들을 향해 다가오던 검은 줄기들이 폭발했다. 수십 개가 넘는 검은 줄기들이 오징어 다리를 굶는 것처럼 차가운 돌바닥 위에서 몸을 뒤틀더니 이내 다시 재생을 시작했다.
겨우 몇 초간의 시간만 벌었을 뿐이다.
“밖으로 뛰어!”
그녀들은 지하계단을 간신히 빠져나왔다.
달빛이 궁전 내부를 비친다. 시끄러운 비명소리가 끝도 없이 들리고 있었다.
차라리 침묵보다 낫긴 한데…….
쿠쿠쿠쿠쿵!
검은 줄기는 지독할 정도로 끈질겼다. 그것은 바닥을 뚫고 튀어나왔다. 건물이 박살 나고, 벽에 금이 가고, 바닥이 무너졌지만…… 그것들은 오로지 네이팜과 하푼만을 집요하게 노렸다.
숨도 돌리지 못한 채 네이팜과 하푼은 달릴 수밖에 없었다.
치리릭, 치리릭, 치릭치릭.
검은 줄기는 기괴한 소리를 내면서 바로 등 뒤까지 따라붙었다.
하푼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네이팜을 바라봤다.
“여기까진가 봐요.”
“포기하지 마!”
네이팜이 외쳤다.
“이거.”
하푼은 품에서 녹음된 마력석을 꺼냈다.
“이거 가지고 계세요.”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네가 가지고 있어.”
“가지고 계세요. 어서요.”
“헛소리 하지 말라고 했지.”
“저 많이 지친 것 같아요. 뛰는 속도도 점점 느려지고 있다고요.”
“그래? 그럼 네가 대신 달아나. 내가 시간을 벌어 주지.”
네이팜은 뛰던 걸음을 멈췄다. 속도가 줄어들자 검은 줄기가 그녀를 공격했다.
“적어도 쉽게 죽진 않아!”
네이팜이 빠르게 검을 휘두르자, 마나 블레이드가 연속으로 뻗어 나갔다. 마나 블레이드를 맞은 검은 줄기가 마구 잘렸다.
하지만 또다시 재생된다.
“언니!”
놀란 하푼이 네이팜을 불렀다.
“멈추지 마! 멈추지 말고 뛰어! 네가 멈춰서 놈에게 잡혀 버리면 진짜 내가 개죽음을 당하는 거니까.”
하푼은 네이팜의 말대로 뛰던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울면서 달렸다.
그의 옆으로 검은 그림자가 휙 하고 지나쳤다.
“어?”
검은 그림자는 순식간에 검은 줄기에 발목과 팔목을 잡혀서 전투능력을 상실한 네이팜의 곁에 도착했다.
“뭐하냐? 여기서?”
드레이져였다.
그는 멀뚱멀뚱한 눈으로 네이팜을 바라봤다. 딱 봐도 위기일발의 상황. 눈 한 번 깜빡할 시간이면 귀족 뱀파이어들과 같은 꼴이 되고 만다.
그러나 드레이져의 눈빛은 이러했다.
‘뭐 이런 이상하게 생긴 것들 하고 노냐?’
기가 찼다.
“제가 지금 노는 걸로 보여요? 죽기 직전이라고요!”
“그래?”
“그래가 아니라…… 허걱!”
네이팜은 놀라서 자빠질 뻔했다.
눈앞을 가득 메우고 있던 검은 줄기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고 있던 것이다. 그녀를 붙잡고 있던 검은 줄기들도 힘을 풀고 물러났다.
이내 전열을 재정비한다.
드레이져를 강적으로 인식한 모양이다.
“먹물 오징어처럼 생긴 것들이…….”
드레이져는 피식 웃었다.
“보통 마수가 아니에요. 정말 이런 건 처음 봤어요. 죽여도 죽여도 죽지 않는……. 인간이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빨리 도망가죠.”
네이팜이 외쳤다.
“그래?”
드레이져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너는 물러나 있어.”
“못 들었어요? 최소한 1개 규모의 마법 전단이 필요하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저 괴물을 막을 수가 없어요.”
“알았으니까 물러나라고.”
네이팜은 드레이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그 마법 전단 정도는 강할걸.”
“네?”
“아니 실수했군. 내가 그놈들보다 강하다.”
드레이져는 패황의 이빨을 어깨에 걸치고 검은 줄기들을 향해서 걸어갔다.
그가 마력을 개방하자 폭발적으로 암흑 마력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패황의 이빨과, 패황의 심장이 동시에 발동했다.
드레이져의 전신에서 붉은빛이 흘러나왔다.
드레이져가 이빨을 드러내면서 웃었다.
“어디 얼마나 강한지, 한 번 놀아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