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27)
마법은 괜히 배워서-228화(228/502)
# 228
수동적 강자 1
대주교는 물끄러미 레기온을 바라봤다.
점점 그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이놈 뭐지? 저 힘…….
낯설지가 않다.
분명 흑룡의 힘이 상대방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니, 아닌가? 이상하군. 흑룡의 힘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대주교가 헷갈리는 것은 당연했다.
레기온은 심장 전부를 해체시킨 것이 아니다. 오직 반만, 좌심실만 해체시켰다. 덕분에 본래 가지고 있던 힘과 흑룡의 마력이 뒤섞였고, 무엇보다 완전한 소멸을 통해 조금 묘하게 변질됐다.
만약 레기온이 흑룡의 심장 전체를 해체시켰더라면 대주교는 단박에 알아봤을 것이다.
“물었잖아. 너는 왜 피부색이 변하지 않냐고.”
레기온이 다시 물었다.
대주교는 레기온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왜 피부색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흑룡의 힘을 흡수하면 피부색이 변한다면서?”
“누가 그러지?”
“누가 그러던데. 그러니까 말해. 너는 어떻게 피부색이 그대로지.”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군. 흑룡의 힘을 흡수한다고 해서 왜 피부색이 변한다는 거지? 내가 묻고 싶군. 그런 멍청한 발상은 어디서 나왔는지.”
어라? 이게 뭐지?
레기온은 당황했다.
그럼 나는 왜 피부색이 변한 거야?
-어쩌면…….
어쩌면 뭐?
마크는 뭔가를 아는 눈치였다. 레기온의 마음은 다급해졌다.
-흑룡의 혈액 때문이 아니라…… 다크 로드 때문인지도 모르겠음.
…….
레기온은 잠시 멍해졌다.
그러니까…… 힘을 흡수하는 건 문제가 아닌데, 나는 해체했기 때문에 다크 로드가 됐고, 다크 로드가 됐기 때문에 검어졌다, 이거냐?
-비슷함.
…….
이거 정말 좋은 정보구나. 얼쑥! 춤이라도 춰야 되냐?
-여하튼 분명한 건…… 피부색이 변한 게 그런 문제라면, 고칠 가능성도 있긴 함.
그게 무슨 말이야?
-미래에는 알비뇨 현상이라는 게 있음. 너님은 말해도 모를 테니,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어쨌든 그건 피부가 하얘지는 건데, 그걸 이용해 너님의 피부색을 돌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음.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위대한 의술인이 필요함.
자, 잠깐만. 그럼 피부색을 고칠 수 있단 말이야?
-확신하니 어려움. 하지만 가능성은 높음.
그렇단 말이지.
레기온의 표정이 밝아졌다.
급속도로 추락했던 그의 인생에서 다시 한 번 밝은 빛이 떠올랐다.
다크 로드면 어떻고 노바 로드면 어떠랴.
인간답게 돌아가면 된다.
그것이면 족하다.
“좋아. 알았어.”
레기온은 망설이지 않고 등을 돌렸다. 그는 쓰러져서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있는 드레이져를 보면서 말했다.
“깨졌냐?”
“안 깨졌수.”
“그럼 가자.”
“어딜 가자는 거유?”
“철수하는 게 좋지 않겠냐?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는 없잖아.”
“말로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슈. 당한 만큼 돌려줘야지!”
“이길 수는 있고?”
“…….”
드레이져는 잠시 멈칫거렸다. 그는 자신의 역량과 대사형의 역량을 생각해 보았다.
승률은 1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만약 암흑 대장군의 힘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면 충분히 상대 가능하리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지금은 안 된다.
아무리 주관적으로 봐도 그렇다.
그만큼 대사형의 능력은 못 보는 사이 까마득한 별나라로 날아가 있었다.
‘젠장! 7성 마스터 했다고 너무 자만했어.’
이 정도 왔으니 대사형과 겨뤄도 최소 패하진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자만이고 멍청한 생각이었다.
그는 쓰러져서 의식을 잃고 있는 올킬을 보았다.
올킬은 자신이 당하는 것을 보고 싸움에 끼어들었다. 그가 피를 통하면서 쓰러질 때 드레이져는 격렬한 분노를 느꼈다.
만나서 얘기를 나눈 시간은 극히 짧았지만, 그는 올킬에게 동지애를 느끼고 있었다.
해서!
올킬을 저렇게 만든 놈을 내버려 두고 갈 수는 없다.
최소한 대사형의 팔 하나쯤은 가져가야 속이 시원할 듯했다.
“붙을 거야?”
레기온이 물었다.
끄덕끄덕.
드레이져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기온은 고개를 돌려서 대주교를 바라봤다. 차갑던 그의 눈빛은 어느새 경멸로 변해 있었다.
도망치려면 어서 가. 잡지 않을 테니까.
울컥하는 레기온이었다.
그는 철검을 바닥에 꽂았다.
마력을 서서히 끌어 올린다. 냉기가 몰아치는 곳이지만 컨디션은 매우 좋다.
전직을 하면서 전체적으로 스탯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했다.
장담하건만 지금은 6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가 있다. 가득 찬 단전의 마나 덕분에 마력은 풀파워다.
누구와 붙어도 지지 않을 것 같았다.
문제는 상대 역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자라는 것.
“좋아. 한 번 해 보자.”
레기온은 주문을 외웠다. 단전에서 넘쳐 나는 마력을 단숨에 배출할 생각이다.
“콜 더 다크 라이트!”
고대 마법이 터졌다.
오로지 달빛이 있는 밤에만 실현 가능한 공격마법.
밤이라는 제약이 있는 만큼, 달이 뜨는 밤에 그 공격력은 어마어마하다.
허공에 맺힌 수십 발의 섬광!
섬광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쿠쿠쿠쿠쿠쿵!
수십 발의 섬광이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했다. 한 발, 한 발이 어지간한 건물쯤은 가볍게 무너트릴 수 있는 폭발력이다.
콰콰콰콰콰쾅!
대주교가 있는 일대를 완전히 초토화시켰다.
그를 지키던 네 명의 흑기사와 다섯 명의 흑마법사들조차 조금 당황할 정도였다.
하지만 먼지가 사라지고 레기온은 끌끌 혀를 찼다.
강력한 상위마법는 대주교의 마력 디펜스를 뚫지 못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드레이져, 정말 할 거냐?”
드레이져가 패황이 이빨에 마력을 주입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그럼 가자.”
레기온도 조금의 동요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철검을 뽑아서 오러를 주입하며 대주교를 향해서 빠르게 달려들었다.
* * *
대주교는 다크 슬라임으로 변했던 모든 ‘흑룡의 혈액’을 무사히 흡수했다.
그것에 흡수되었던 시체들이 우수수 바닥에 떨어졌다. 생명력이 완전히 사라진 뱀파이어는 재가 되어서 흩어졌다.
“경축 드리옵니다.”
“경축 드리옵니다.”
대주교의 호위 신도들이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극도의 경의를 취했다.
대주교의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흑룡의 의식을 가지고 있다. 어찌 된 일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태어났다. 어렸을 적부터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부와의 대련 중에 불현듯 전생의 의식이 깨어났다. 의식이 깨어나자 그는 그가 아닌 자가 되었다.
인간 위에 존재.
인간 이상의 존재.
인간의 껍질은 언제든지 벗어 던질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물론 완전한 흑룡은 아니다. 아주 미미한 힘과 기억만이 남아 있었다. 그러니 남은 흑룡의 조각을 모아야 한다.
특히 흑룡의 심장은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흑룡의 핵심.
심장이 없다면 다른 조각들을 모두 모아도 본래의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흑룡의 혈액을 흡수했음에도 만족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 녀석-
대주교는 손바닥을 보았다.
아직도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재생이 되지 않는다.
그는 조금 전 상황을 떠올렸다.
드레이져의 공격과 연이은 철갑의 사내의 일격. 두 공격은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걱정할 수준도 아니다.
그는 왼손을 휘저어 사제의 이빨을 막고, 오른손을 내밀어 철갑 사내의 검을 움켜쥐었다.
철갑째로 녹아라!
오른손에 마력을 끌어 올렸건만…… 놀랍게도 철검은 녹지 않았다. 그의 붉게 충혈 된 눈! 동시에 이글거리던 기운을 똑똑히 기억한다.
놀랍게도 그는 마전사였다.
그는 오러와 마법을 동시에 철검에 불어넣었다.
그것을 풀스윙!
대주교는 다시 한 번 그의 공격을 막았다. 놀랍게도…… 그의 공격에 드레이져에게도 뚫리지 않던 마력 디펜스가 찢어졌다.
그 공격을 막기 위해 다시 손을 내밀었는데-!
콰직!
공격은 막았지만 손바닥에 큰 상처가 났다. 찢어진 손바닥에서 상당한 양의 피가 떨어졌다.
흑룡의 의식으로 각성을 하고 나서 피는 처음으로 흘려 본다.
신기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해서 놈의 심장에 오러 다발을 내질렀다.
음속을 돌파한 수십 발의 오러가 놈의 심장으로 날아갔다. 상대는 느린 움직임 때문인지 오러를 피하지 못했다.
그의 앞을 드레이져가 가로막았다. 오러는 전신을 동시에 꿰뚫었다.
웃기는 놈들이다.
자기 한 목숨 건사하지도 못할 놈이, 남을 도우려 하다니!
드레이져와 철갑 사내는 동시에 가슴이 뚫리며 그대로 쓰러졌다.
“처리해라.”
그는 돌아서며 나직하게 말했다.
흑마법사들이 앞으로 나서는데, 그 순간 검은 게이트가 열리며 놀랍게도 리치가 튀어나왔다.
“다크 스톰!”
흑마법사들이 마법에 휘말리기 전, 뒤로 물러났다.
“어찌 이곳에 리치가!”
리치는 대주교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둘을 어깨에 둘러멨다. 그 앞을 수많은 뱀파이어들과 라이컨슬로프가 가로막았다.
“절대 이 둘을 건드릴 수 없다!”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표정이었다.
걱정이 되진 않지만, 자그마치 수만이 넘는 강자들이다.
“흐음.”
이것들을 몽땅 쳐 죽이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하루? 이틀? 한 일주일쯤은 걸리지 않을까.
흑룡의 혈액 덕분에 무한에 가까운 권능을 얻었지만, 이곳의 상대들도 만만히 보긴 어렵다.
어찌 됐던 자신도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그의 신경이 닿은 곳은, 자신의 손에 큰 상처를 남긴 철갑을 입은 사내였다.
하지만 그래 봐야 인간.
자신은 이미 몇 년 전에 그랜드 마스터를 넘어섰다.
더해서 흑룡의 손톱과 혈액을 흡수하며 막강한 권능을 손에 넣었다.
손바닥이 찢어진 것은…….
그래, 우연이다.
“복귀하자.”
대주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명령을 받은 흑마법사가 포탈석을 이용해 포탈을 열었다.
대주교는 쓰러져서 모든 생명력을 빨리고 죽은 윈즈데이를 힐끗 본 다음, 감정 없는 얼굴로 포탈로 들어갔다.
호위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포탈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누구도 그들을 막지 못했다.
* * *
리치 마몬은 심장이 꿰뚫린 레기온과 드레이져를 바닥에 눕혔다.
그의 옆에는 가까스로 살아남은 올킬도 있었다.
레기온을 영웅으로 여기는 수많은 뱀파이어들과 올킬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라이컨슬로프들이 알아서 수십 겹의 경계를 섰다.
제아무리 강력한 적들이 다시금 공격을 해 온다고 하더라도 이곳까지 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쩝니까. 선배님? 이러다가 형님이 죽겠습니다.”
“절대 죽지 않는다!”
주인이 죽으면 자신도 죽는다.
인간과 같은 짧은 수명을 살게 됐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런 개죽음은 싫었다.
무엇보다…….
위대한 정복자가 될, 이 즐겁고 유쾌한 주인을 이대로 보내는 것이 싫다.
“절대 죽이지 않겠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살려 내야 한다.
마몬은 아공간을 열었다. 사이클롭스 던전에서 받은 두 개의 광물이 더 있다. 이것 중 하나가 주인에게 새로운 힘을 부여했었다.
보석이야말로 주인 생명의 근원!
마몬은 두 개의 검은 광물을 꺼냈다.
이것 두 개면, 주인에게 새 생명이 부여될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마몬은 검은 광물 두 개의 압도적인 힘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부탁한다…… 주인님을 살려 줘.”
마몬은 경건하게 광물을 들고 천천히 레기온의 입으로 가져갔다. 레기온의 기운을 느낀 듯, 양손의 광물들에게서 격렬한 파동이 느껴졌다.
부디, 내 주인을 살려 주길…….
레기온의 입에 들어가기 직전, 뒤에서 샤론즈가 뱀파이어와 라이컨슬로프들의 벽을 헤치고 나타났다.
“레기온! 레기온!”
그녀는 성벽 높은 곳에서 전체를 파악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레기온이 쓰러지는 것을 보았고, 그녀는 당장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너진 궁전의 비밀 창고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블러드 오리하르콘을 찾은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이곳까지 달려왔다.
그가 죽더라도…… 그가 죽기 전에 자신과 뱀파이어들을 구원한 것에 대한 보답은 꼭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레기온! 가져왔어! 내가 가져왔다고!”
너무 급하기 달렸기 때문일까.
그녀는 드레이져의 얼굴을 밟고 발목을 접질렸고, 들고 있던 블러드 오리하르콘은 허공을 빙그르르 돌아 레기온의 입으로 들어갔다.
그건…… 마몬이 검은 광물 두 개를 입에 넣은 직후였다.
“헐-!”
마몬이 황당해서 뒤를 돌아보고 꺼풀도 없는 눈을 끔뻑거렸다.
“이제 어떻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