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32)
마법은 괜히 배워서-233화(233/502)
# 233
와이번도 인권 아니 와권이 있다 2
전속하인들은 하인이지만 교관이기도 하다.
그들은 매일같이 사병들을 가르쳤다. 빡세게 가르치라는 세피아 선생의 지엄한 명령 때문이었다.
덕분에 사병들은 죽어난다.
새벽에는 체력 훈련, 오전에는 기술 훈련, 오후에는 마법 훈련을 한다.
까놓고 말하면 결코 어디 가서 배우지 못하는 최고급 기술들이었다.
하지만 전속하인들의 무지막지한 훈련방법 때문에 사병들은 결코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들은 이렇게 느꼈다.
그냥 영지나 지키면 되지, 왜 우리가 마나 블레이드를 사용해? 안 그래?
그냥 월급 받은 만큼 일하면 되잖아.
왜 우리가 파이어 윌을 시전해야 하냐고.
이것까지 배우면서 일을 해야 돼? 이거 너무 힘들다고. 우리 월급 더 받아야 하는 것 아냐?
라는 미친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자신들이 배우는 과목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는 자들도 몇몇이 있었다.
바로 용병대의 단장과 부단장을 맡았던 인물들이었다.
특히 라이스와 비프, 압둘 자바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용병 시절에는 어디 가서 실력이 꿀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은 이곳에 오고 나서 완전히 깨졌다.
하나같이 초강자들뿐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뭐, 이런 곳이 다 있냐?”
하다못해 전직 약초꾼이지만 지금은 선생을 하고 있는 라우젤만 해도 그렇다.
일주일에 한 번 사병들은 그에게 군사학, 전략학을 배운다.
미친…….
전직 약초꾼이지만 지금은 선생이 된 라우젤이 가르치는 과목이 군사학에 전략학이라니. 도대체 이 영지는 어떻게 된 곳일까.
이 정도의 전력이라면 이곳에서 요양 중이라는 페르시몬 백작의 세력보다 강한 것 같았다.
레기온 사장님.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혹시 왕국을 손에 넣기라도 할 생각일까?
그래, 그럴 거야. 그렇지 않으면 이런 외진 곳에서 이토록 무시무시한 세력을 키우지 않을 테니까.
해서 그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의견을 나눴다.
“어떡할 거야? 이대로 있다가는 반역에 휩쓸린다고.”
라이스가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페르시몬 백작도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입니다.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어느새 페르시몬 백작은 레기온 사장님에게 붙잡힌 인질이 되어 있었다.
비프는 몇 번이나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이곳은 초강자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자신들의 이해력을 아득하게 뛰어넘는 자들도 득실득실 거린다. 잘못해서 자신들의 말이 밖으로 흘러 나가면 목숨을 장담할 수가 없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압둘 자바가 물음을 던졌다.
“뭘 말이냐?”
라이스가 되물었다.
“우리가 반역을 꼭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냐고?”
“당연하지 않나. 우리는 왕국의 녹을 먹은 몸이야. 비록 비천한 용병이지만 마음속에 불타는 충성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가능할 듯싶냐? 이 괴물들 무리에서?”
“레기온 사장님을 인질로 잡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헐! 레기온 사장님을 잡겠다고? 드래곤이 와도 불가능할걸.”
“아!”
라이스와 비프가 동시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도저히 자신들이 감당할 만한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하아, 그러게 어쩌지? 무슨 방법이 없을까?”
라이스가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꼭 우리가 레기온 사장님의 반역을 막을 필요가 있을까?”
“자꾸 무엄한 소리를 할래!”
“잘 생각해 봐. 만약 레기온 사장님의 반역이 성공을 한다면?”
“성공을 한다면?”
“응, 역대 왕조는 모두 반란으로 생겨났다는 것을 감안해 봐. 만약 레기온 사장님의 반란이 성공했다고 치자. 그럼 우리는 뭐가 되겠냐?”
“개, 개국공신!”
“맞아. 그게 되는 거야. 우리는 귀족이 된다고. 그것도 성을 하사받은 시조.”
“서, 성을 하사 받은 시조.”
압둘 자바에 말에 라이스와 비데는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말이다.
그래도 그들은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어렸을 적부터 왕국에 충성을 해야 한다는 세뇌적인 교육은 쉽사리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다.
그때였다.
쿠오오오오!
어마어마한 살기가 그들의 머리 위에서 나타났다.
아득한 거리에서 느껴지던 살기는 순식간에 그들에게 내리꽂히고 있었다.
세피아 선생이 내뿜는 수준의 살기였다.
하마터면 그들은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너무 놀랐다. 설마 우리들의 대화가 들킨 것은 아니겠지. 어쩌면 살인멸구를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급하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 저, 저게 뭐야?”
“와, 와이번이야. 최악의 마수! 와이번이 이곳에 나타났다!”
“전투준비! 비상 타종을 울려야 해!”
놀란 라이스와 비프, 압둘 자바가 동시에 외쳤다.
펄럭펄럭-
하지만 그들은 멀리 도망치지 못했다.
자그마치 열 마리나 되는 거대한 와이번들이 날개를 펄럭거리면서 주위를 포위했다.
“젠장…… 도움을 청해야 하는데.”
그들은 무기를 꺼내 들었다. 뼈를 깎는 강제적인 수련 덕분에 그들은 어설프지만 마나 블레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상황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걸로 보였다. 열 마리나 되는 와이번이라니!
“와이번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군.”
라이스가 중얼거렸다.
“그러게. 과연 명불허전. 살기가 무시무시해. 하지만 놈들이 왜 여기까지 온 거지…….”
“우리가 재수가 없는 거지. 비프. 너라도 살아라. 살아서 교관들에게 이 사실을 전해.”
라이스는 어금니를 깨물면서 낮게 말했다.
“그런 소리 마쇼. 단장님 아니 형님. 죽어도 같이 죽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때고.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 도움을 청하면…… 네가 올 때쯤 한 명쯤은 살아남을 수가 있을지도 몰라.”
“와이번 열 마리를 상대로?”
“…….”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왜 포위만 하고 공격을 안 하는 거지?
그들은 고개를 들어서 와이번을 훑어봤다.
“에에엥?”
“허걱!”
“레, 레기온 사장님?”
정말로 깜짝 놀랐다.
와이번이 나타났을 때보다 열 배는 더 놀랐다.
살다 살다 와이번을 타고 있는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오, 씨. 이 새끼 왜 이리 힘이 없어.”
추락하던 오구오구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가까스로 착륙에 성공했다. 뒷목이 뻣뻣했다. 아무래도 뒷목의 다섯 번째 뼈가 탈골이 된 듯했다.
와이번은 목이 길기 때문에 목뼈 디스크라는 치명적인 병을 안고 산다. 나이가 중반을 넘어서면 다섯 마리 중에서 두 마리는 걸린다는 병이다. 이것에 한 번 걸리면 매일같이 목뼈 찜질을 해 줘야 한다.
오구오구는 아직 젊다.
하지만 오늘 만난 저 괴물과 같은 인간 때문에 목뼈에 이상이 생긴 듯했다.
그러든 말든.
레기온은 라이스와 비프, 압둘 자바를 보면서 손을 흔들었다.
“어이.”
단순한 어이가 아니다.
레기온에게는 ‘파괴’라는 권능이 붙어 있다. 더군다나 다크 로드.
암흑 마력이 혼재된 그의 부름은, 가히 절대적이었다.
라이스와 비프, 압둘 자바는 레기온에게서 뿜어지는 기묘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하마터면 오줌을 쌀 뻔했다.
도저히 레기온 사장님과 얼굴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예전에도 무섭더니, 지금은 아예 말도 못할 지경이다.
“위대하신 레기온 사장님을 뵈옵니다.”
압둘 자바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위대하신 레기온 사장님을 뵈옵니다.”
“위대하신 레기온 사장님을 뵈옵니다.”
질세라 비프와 라이스도 외쳤다. 지금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레기온 사장님이 반역을 일으킨다는 생각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그저 전신에서 폭포수처럼 식은땀이 생겨나고 있었다.
“아, 얼굴은 낯이 익은데. 누구더라?”
레기온이 물었다.
“저는 전직 미찌꼬 런던 용병단의 단장이었던 압둘 자바라고 하옵니다. 위대하신 주인님 덕분에 과거를 청산하고 사병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백인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 저는 먼데이 치킨 용병단의 단장이었던 라이스라고 합니다. 위대하신 주인님 덕분에 과거를 청산하고 사병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백인장을 맡고 있습니다.”
라이스도 덜덜 떨면서 똑같이 말했다.
“음, 그렇군. 그래, 다들 오랜만이야.”
“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런데 나 어때?”
“네?”
이해가 가지 않는 질문이었다.
“와이번 타는 모습이 어떠냐고?”
레기온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다시 물었다.
그가 굳이 이곳까지 날아오면서 시간을 허비한 이유. 그냥 자랑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와이번을 타고 다른 곳에는 가지 못한다.
난리가 날 테니까.
어쩌면 마왕으로 대륙의 역적으로 찍힐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가장 만만한 곳은 자신의 영지밖에 없었다. 어차피 이곳에서는 오크와 고블린, 오거들이 같이 살아간다.
곧 뱀파이어 왕국과도 교역이 시작된다.
여기에 와이번 몇 마리 온다고, 해서 크게 놀랄 사람들은 없을 듯했다.
해서 자랑을 하고 싶어서 이곳까지 온 것이다.
레기온은 일부러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오구오구는 죽을 맛이었다.
정말 인간이 맞나. 몸무게가 오거만큼은 나갈 것 같은데?
“멋지십니다. 서, 설마 와이번을 길들이신 겁니까?”
압둘 자바가 간신히 힘을 내서 물었다.
“아니야. 친해졌어. 뭐 길들이기까지 해. 그래도 정확한 게 좋으니까 계약은 해야겠지?”
-계약? 무슨 계약? 그런 소리 없었잖아?
오구오구는 깜짝 놀랐다.
이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 무슨 소리를 내뱉는 것일까.
“계약이요?”
“응, 우리도 글로벌하게 나가자고. 언제까지 마차를 이용해서 느릿느릿하게 걸어 다녀야 돼? 안 그래?”
역시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백인대장들이었다. 인간이 마차를 이용하지. 그럼 뭘 이용해?
설마 와이번을 타자고?
그들은 몸서리를 쳤다.
와이번에 타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하늘을 나는 것 꽤 기분이 좋다고. 걔들도 좋아할 거야.”
걔들이란 전속하인들을 뜻한다.
자신들에게는 무시무시한 교관이지만, 레기온 사장님에게는 한낱 걔들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자, 가자.”
레기온은 발등으로 오구오구의 목을 딱! 딱! 두 번 쳤다.
오구오구는 꽥 소리를 내면서 또 기절했다.
와이번들은 편대장 오구오구를 불쌍한 눈으로 쳐다봤다.
언제나 강인했던 오구오구가 저렇게 개처럼 맞고 몇 번이나 기절하는 것은 처음 봤다. 그렇다고 개길 수 있는 상대도 아니다. 덤볐다가는 과거에 전생까지 반성하게 만드는 철검을 맞게 된다.
두 번 다시 저 철검에는 맞고 싶지 않았다.
“이 허약한 자식.”
레기온은 오구오구의 목을 몇 번 더 찼다. 오구오구가 고통 때문에 깨어났다.
-여, 여긴 어디지? 분명 돌아가신 부모님과 같이 있었는데.
오구오구는 흐릿한 눈으로 주위를 훑었다.
자신을 부하 와이번들이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오는 오구오구였다.
“가자고.”
레기온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그가 다시 발을 들어서 목을 치려고 한다. 그의 허벅지에서 근육이 꿈틀되는 것이 느껴졌다.
오구오구는 힘차게 날갯짓을 했다.
그는 살기 위해서 레기온의 근육 움직임만으로 알아서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