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35)
마법은 괜히 배워서-236화(236/502)
# 236
낙원을 찾아서 1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서른 명의 사내들이 어깨에 곡괭이와 삽을 들고서 지친 몸을 이끌고 막사로 복귀 중이었다.
얼굴에는 피곤한 빛이 역력했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노예로서의 삶.
급식도 나쁘지 않았고, 간식도 많이 나왔으며, 쾌적한 주거환경도 보장되는데다가, 일주일 중에서 하루는 쉬게 해 준다.
그래도 결국은 노예.
한때 줄리안 준남작의 사병이었으며, 레기온 남작의 재산을 털어서 크게 한탕을 하려다가 잡혀서 광산 노동형에 처해진 자들이기도 했다.
노래를 부르던 사병들의 대장 매마저가 슬쩍 눈치를 보았다.
처음에는 오크들의 감시가 심했다.
몇 놈이 도망치다가 잡혀 오고, 또 덤비다가 깨지고, 죽어라고 맞고…… 반성을 하는 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뒤, 드디어 주제를 파악하게 됐다.
그러기를 벌써 반년.
서서히 오크들의 감시가 느슨해지기 시작했고, 요즘은 아예 감시 자체가 없었다.
워낙 깊은 산골이다 보니 안심을 하는 모양이다.
아마 탈출을 하더라도 뒤셀르프 산맥을 벗어나지 못할 거란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저 숲을 뚫고 도망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노예들은 군대에 있을 때의 경험을 살려, 지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매마저를 중심으로 할 일을 나눠, 협곡의 지도를 만들고, 탈출로를 확보했으며, 인근 지역까지의 도주 루트까지 완벽하게 준비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노예 생활도 끝이다.
“그럼 오늘도 모두 수고했다. 씻고, 저녁 먹고, 푹 쉬도록.”
오늘 노예 당번은 샤론이었다.
그녀는 제논의 절친한 전직 기사인 사이콥의 아내다. 쌍둥이 엄마이기도 하다.
육아는 아빠가 전담, 돈은 샤론이 번다.
남편은 전직 기사라 그런지 할 줄 아는 게 칼질밖에 없다. 그렇다고 아내인 샤론보다 강한 것도 아니고, 영 어중간한 실력이다.
사냥이라도 내보냈다간 그냥 죽어 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냥 전업 주부로 돌렸다. 요즘 주부 습진에 걸려서 고생을 하곤 있지만, 그래도 나름 만족을 한 모양이다.
노예들이 막사로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그들이 막사로 들어가는 것을 본 샤론과 오크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철수를 준비했다.
사실 완전한 철수는 아니다.
시간마다 경계를 서고, 외부 침입을 감시하며, 가끔씩은 노예들의 천막도 살핀다.
하지만 그간 너무 풀어졌던 모양이다.
노예들이 손을 쓰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 노예들은 먼저 수면을 유도하는 약초를 으깨 우물에 풀었다. 그 물을 마신 샤론과 오크들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잠이 들었다.
“됐어. 가자.”
매마저와 부하들은 잠든 오크들을 확인했다.
그들을 칼로 찔러서 죽이지 않는 이유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를 하기 위함이었다. 만에 하나 뒤셀르프 산맥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다른 오크 년들과 맞닥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었다.
그때 오크년들이 ‘너희가 우리 동료를 죽였지!’라고 죽자 살자 덤벼들면 자신들은 시체가 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인간이 알고 있는 상식을 벗어 던진 잔혹한 방법으로 고문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잠든 오크들은 건들지 않았다.
매마저 부하들이 손짓을 하자 남은 노예들은 막사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광산을 탈출했다.
“헉헉헉.”
정신없이 달렸다.
숲을 가로지르고, 절벽을 건넜으며, 계곡도 두 번이나 넘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누구 하나 멈추는 이가 없었다.
선두에서 달리던 매마저가 멈춘 것은 첫 번째 능선을 넘은 직후였다.
“우리 얼마나 달렸지?”
가지고 있던 수통으로 목을 축였다.
온몸이 땀투성이였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지쳤는지, 바위에 대충 널브러져 물을 마셨다.
적어도 3시간 이상은 쉬지도 않고 달렸다. 몇 번이나 모의 도주를 했기에 눈을 감고도 이곳까지는 올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벗어나지 않았을까요?”
부하 중에 한 명이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폈다. 그 역시 꽤 지쳤다. 거친 숨을 몰아쉰다. 정말 젖 먹던 힘을 다해서 도주했다.
찌리르륵, 찌르르륵.
여름이 다가오는 모양이다. 수많은 곤충 소리들이 그들의 귀를 간지럽혔다.
“이제 어느 쪽으로 갈까요?”
매마저의 오른팔인 부하가 물었다.
“일단 숲을 벗어나자. 그 뒤에 씨엠으로 가는 게 어때? 아름다운 해변가에 정착하고 싶어.”
“그거 정말 좋군요.”
부하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어딘들 안 좋겠는가? 이곳만 벗어날 수 있다면!
더군다나 그들은 품에 미스릴 한두 덩어리씩 훔쳐 나왔다. 더 가져오고 싶었지만, 무게나 여러 문제로 인하여 그러진 못했다. 하지만 이것만 팔아도 최소 1,000골드 이상이다.
충분히 도망치고, 자립을 할 자금이 되고도 남을 터였다.
“좋아. 가자.”
잠깐의 꿀맛과 같은 휴식을 보낸 매마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다시 움직일 때였다.
두어 시간 뒤면 오크들이 깨어날 것이고, 그러면 곧장 추격대가 편성될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거리를 벌려 둬야 한다.
‘젠장 벗어나기만 하면 이쪽을 향해선 오줌도 안 싸겠어!’
매마저가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려 할 때였다.
“잠깐…….”
매마저가 멈칫했다.
그의 딱딱해진 표정에 부하들도 걸음을 멈췄다. 숨 막히는 고요함이 찾아왔다.
…….
그토록 시끄럽게 울던 곤충소리가 싹 사라졌다. 멀리서 들리던 새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완전한 적막.
“꿀꺽.”
누군가 마른침을 삼켰다.
침 넘어가는 소리가 엄청 크게 들릴 정도였다.
“이, 이거…… 좀 이상하죠?”
부하가 낮게 속삭이듯 말했다.
이런 경우는 하나뿐이다. 범접할 수 없는 강대한 살기를 내뿜는 생명체가 나타났을 때 벌어지는 현상이다.
노예들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세피아인지 뭔지 하는 오거가 나타났을 때. 죽다 살아났다는 말은 그때 쓰는 단어였다. 어중간한 칼을 하다가 몇 대 맞고, 옆구리에 상처를 입고서 ‘으윽, 김 상병, 나는 틀렸어. 먼저 가게.’라는 말을 할 정도면 죽다 살아난 것이 아니다.
그냥 넋이 빠져서 제정신을 잃어버려야 죽다 살아난 것이다.
놈의 아가리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아, 내가 삶과 죽음의 경계의 서 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게 진짜 죽다 살아나는 것이다.
설마……?
노예들은 무기가 될 만한 뭔가를 다급하게 찾았다.
하지만 기껏해야 썩은 나무 몽둥이와 돌멩이뿐이었다. 몬스터의 습격에서 자신들을 보호할 만한 무기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두근두근.
그들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뭔가가 있긴 있는데, 도저히 뭔지 알 수가 없다.
“도대체…… 뭐야…….”
“쉿!”
매마저가 짜증스럽게 손가락을 입에 가져져 댔다. 그는 신경을 극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부하들의 말소리는 집중된 신경을 분산시킨다.
어쩌면 자신들은 몬스터들에게 포위를 당했을지 모른다. 어느 방향으로 도망쳐야 할까? 잘못하면 이곳에서 줄초상을 치를지도 모른다.
그 순간-
쐐애애애애애액!
하늘이 찢어지며 거대한 압력이 노예들을 향해서 내리꽂혔다.
펑!
엄청난 소음에 귀가 찢어지는 줄 알았다.
노예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바라봤다. 어마어마한 풍압이 그들의 안면을 짓눌렀다. 몇몇 부하들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와, 와이번…….”
열 마리의 와이번이 녹색 안광을 뿜어 대면서 그들의 머리위에 떠 있었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 노예들은 고양이를 만난 쥐처럼 굳어져 버렸다.
-크르르르르.
꾸준히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누벼누벼가 살포시 안착했다.
누벼누벼는 보통 와이번보다 배는 크다.
적어도 2층 건물과 비견이 될 정도로 크다. 어지간한 실력자들도 그와 정면으로 눈을 마주치기 힘들 정도다. 하물며 보통의 인간들이야…….
-허리 괜찮아졌는데요?
몇 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늘을 난 누벼누벼의 표정이 매우 밝았다.
그는 허리가 아파서 하루의 반 이상을 둥지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몸에 좋은 약초는 모두 먹었지만 차도는 없었다.
그런 그를 도와준 고마운 사람이 레기온이다.
레기온은 마크의 의학지식을 전수받아 엇나간 허리뼈를 맞춰 주었다. 워낙 디스크가 심해서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곧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누벼누벼는 레기온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그의 인생을 바로 잡아 준 남자였다.
그는 와이번 족에 선포를 했다.
-앞으로 우린 레기온 님을 따른다! 레기온 님이야말로 우리와 형제이며, 부모이며, 사랑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부족의 장로들이 울컥했다.
-족장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일을 이렇게 처리해도 되는 줄 아느냐! 안 된다! 인간과 교류를 하다니? 인간은 가축이다! 어찌 가축과 동등하게 평화협정을 맺을 수가 있단 말이냐!
누벼누벼는 장로들을 설득하려고 했다.
레기온이 그런 누벼누벼를 잡고서 고개를 흔들었다.
“말보다 빠른 설득 방법이 있지.”
-그게 뭡니까?
누벼누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기온은 뒤편에서 도끼의 날을 갈고 있는 드레이져를 보았다.
양 갈래의 머리를 딴 전사.
그가 천천히 일어서면서 살벌한 얼굴로 웃자 금이빨 하나가 반짝반짝 거렸다. 다크 슬라임과의 전투에서 빠진 이빨을 금으로 해 넣었다. 레기온이 더 무섭게 보이니까 그냥 다른 색으로 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돈 많아 보여서 그냥 금이빨로 할라우.”라고 드레이져는 대답했다.
신의 한 수였다.
인상이 더 더러워졌다.
한 번 보면 다신 잊을 수 없는 악마의 면상을 자처한 드레이져였다.
종족을 떠나서 이제는 그의 면상을 보고 공포에 질리지 않는 자들은 없을 것이다.
레기온은 그런 드레이져를 보면서 엄지를 내밀었다. 네 면상 최고!
그가 웃자-
부족의 장로들은 등골이 빳빳하게 굳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누벼누벼를 바라봤다. 뭔가 잘못됐다. 이보게, 종족, 저자는 누구인가? 악마라도 되는 것인가?
누벼누벼는 그들의 눈빛을 외면했다.
“어이 덩치 큰 파리 같은 자식들. 따라와.”
드레이져는 와이번 장로들을 데리고 으슥한 골목길로 데리고 갔다.
이후-
그들은 레기온의 말이라면 들어 보지도 않고 찬성표를 던졌다.
계약서도 완성이 됐다.
레기온은 사인을 누벼누벼는 손도장을 찍었다. 서로가 최대한 양보를 한 내용이었다.
특히 신경을 쓴 것이 바로 ‘와이번 월드’였다. ‘와이번 공원’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가 월드로 변경했다.
와이번 월드!
장담하건만 ‘와이번 월드’가 개장함과 동시에 대박을 칠 것이라고 확신한다.
레기온은 생각만 해도 흐뭇했다.
‘와이번 월드’.
레기온은 가진 돈을 모두 쏟아붓기로 마음을 먹었다. 절대 망할 수가 없는 아이템. 레기온은 대륙 최고의 부자가 될 것이라는 부푼 꿈에 휩싸였다.
계약서를 바탕으로 와이번들과 레기온 영지의 교류가 시작될 것이다.
“그래도 반년은 무거운 것 들지 마.”
레기온은 빙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암요. 누구 말씀인데요. 그런데 이것들은 뭐죠?
누벼누벼는 매마저에게 다가가 뺨을 툭툭 쳤다.
매마저는 선 채로 오줌을 질질 싸고 있었다. 정말이지…… 졸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