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36)
마법은 괜히 배워서-237화(237/502)
# 237
낙원을 찾아서 2
-아, 맛있게 보인다.
누벼누벼는 긴 혀로 매마저의 뺨을 핥았다.
할짝할짝.
누벼누벼의 침이 매마저의 머리통을 적셨다. 마치 샤워를 하는 것처럼 침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렇지만 매마저는 비명도 지를 수가 없었다.
누벼누벼의 입이 매마저의 상체를 꿀꺽 삼켰다.
“으아아악!”
그제야 매마저는 비명을 질렀다.
누벼누벼는 매마저를 목구멍으로 넘기지 않았다.
그냥 맛만 봤다.
예전부터 와이번 족에는 인간고기가 그렇게 맛이 좋다고 소문이 나지 않았던가. 아쉽게도 누벼누벼는 아직까지 인간고기를 먹어 본 적이 없었다.
참 좋은 기회이긴 한데…… 먹어도 될까요?
누벼누벼는 레기온을 보며 눈빛으로 물었다.
“야, 야, 하지 마라. 애 눈 뒤집혔잖아.”
그제야 누벼누벼가 매마저를 뱉었다. 매마저는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다.
“어라?”
그제야 레기온은 매마저가 누군지 알아봤다.
“너 그 새끼구나.”
레기온은 자신에게 해코지를 한 사람은 결코 잊지 않는다. 매마저와 서른 명의 사내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기억을 하고 있었다.
“너희들이 왜 여기 있냐?”
레기온은 지옥에서 돌아온 김 상사의 목소리로 물었다.
마치 철을 긁는 듯한 레기온의 목소리에 서른 명의 노예들은 바들바들 떨었다.
그들은 레기온을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었다.
와이번을 사육하는 지옥의 기사. 그의 칼질 한 번이면 목숨을 잃는다. 아니 영혼까지 소멸될지도 모른다.
미스릴 광산 노예 생활과는 차원이 다르다.
“음, 보아하니 지금 도망치는 중이군?”
레기온이 짐작했다.
그제야 매마저의 정신이 퍼뜩 돌아왔다. 그는 무조건 손을 흔들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럼?”
“저희는 노예입니다. 오크와 레기온 남작의 노예예요.”
매마저는 노예임을 자청했다. 인간의 귀족과 오크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라도 말을 하지 않으면 저 지옥의 기사에게 끌려갈 것만 같았다.
“노예가 이렇게 야심한 밤에 막 돌아다녀도 돼?”
“산책 나와서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정말입니다. 제발 돌아갈 수 있게 해 주세요.”
매마저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다른 노예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매마저를 따라서 무릎을 꿇고 울었다.
진심으로 반성을 했다.
다시는 도망치지 않을게요.
“안 돼.”
와이번 쇼와 기타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섬세한 손이 필요하다. 와이번들과 함께 일을 하려는 자들이 있을까? 사람도 구하기 힘들 것이고, 구하더라도 인건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역시 내가 운이 좋아.
레기온은 속으로 자화자찬을 하며 결정했다. 좋아! 그럼 이 노예를 쓰자.
광산 일이야. 아무나 해도 되니까.
“안 되다니요…….”
매마저와 노예들은 일생에서 가장 불쌍하고 아련한 눈빛으로 레기온을 바라봤다.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다시는 도망치지 않을게요.
“너희들은 이제부터 보직을 바꾸게 될 거야.”
“그, 그게 무슨…..?”
“오늘부터 너희들은 와이번들과 함께 사는 거다. 푸하하하! 열심히 일을 하도록!”
인건비를 절약할 생각에 레기온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차, 너무 재수 없게 웃었다.
레기온의 웃음소리에 노예들은 기절할 것만 같았다.
지옥의 목소리가 바로 저것이구나.
그들은 늑대 소굴에서 뛰쳐나와 그보다 열 배는 무서운 와이번의 소굴로 뛰어 들어갔다는 것을 알고 뒤늦게 후회를 했다.
하지만 후회를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들은 입맛을 다시는 와이번들의 의해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었다.
* * *
“으으음.”
바세라바밥은 꿈을 꾸고 있었다.
거대한 뭔가가 하늘에 나타났다. 창공의 끝과 끝을 모두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무엇이었다. 얼마나 어두운지, 바세라바밥조차도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자세히 보니 그 어둠은 돼지였다.
세상을 가득 뒤엎을 정도의 돼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고 말았다.
그때였다. 하늘 너머로 또 다른 뭔가가 나타났다.
돼지가 나타났으니 이번에는 소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것은 소가 아니라 용이었다.
흑룡.
흑룡과 돼지가 서로를 노려보더니 맞붙었다.
천지개벽!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뒤집혔다. 화산이 폭발하고 해일이 일어난다.
바세라바밥은 두려움에 떨었다.
흑룡과 돼지의 싸움에 세상이 멸망하고 있었다.
둘 중에 누군가 살아남아도 세상은 멸망을 향해서 달려 나갈 것만 같았다.
우르릉! 쾅쾅!
수만 발이 넘는 천둥이 동시에 지상을 강타했다. 모든 생명체가 깡그리 사라진다. 불타오르고 무너진다.
아아! 신이시여!
바세라바밥은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두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렸다.
“바세라바밥 님, 바세라바밥 님.”
오버로크의 목소리가 아득한 먼 곳에서 들렸다.
“바세라바밥 님, 바세라바밥 님.”
다시 한 번 들렸다. 이번에는 훨씬 가까워졌다.
그제야 바세라바밥은 살며시 눈을 떴다. 그의 쪼글쪼글한 피부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신탁을 받으셨습니까?”
깨어난 바세라바밥을 향해서 오버로크가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세라바밥의 전신은 신성력에 휩싸여 있었다. 마법사가 신성력이라니? 아주 간혹 있기는 하지만 흔한 일은 아니었다.
바세라바밥이 8서클의 대마법사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오버로크는 생각했다.
물론 바세라바밥의 신성력을 레기온의 결정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오버로크는 모르고 있었다.
“신탁?”
바세라바밥이 상체를 일으키면서 되물었다.
“네. 어쩐지 신탁을 받으시는 것처럼 경건하게 느껴졌습니다.”
“경건하게?”
“네.”
바세라바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흑룡과 돼지가 싸우는 것을 지켜봤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무서운 광경이었다. 그것이 신탁?
그는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신탁이 아니다.
“개꿈일세.”
“개꿈이요?”
“그렇다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자꾸 개꿈을 꾸게 되는구만.”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무슨 일인가? 이 야심한 시간에.”
“바세라바밥 님께서 그토록 기다리시던 그가 왔습니다.”
“그? 아! 레기온 남작?”
“네, 그가 왔습니다.”
“하하하! 드디어 왔단 말이지!”
바세라바밥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전신을 일으켰다. 약속한 시간이 2달도 넘었지만! 드디어 그가 오다니! 정말이지 기분이 날아갈듯 좋았다.
그는 대륙의 영웅!
세상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바쁘겠는가?
이렇게라도 늙은이를 잊지 않고 찾아 준 것만 해도 고마울 따름이다.
“가세나.”
자리에서 일어난 바세라바밥은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의 뒤를 오버로크가 종종 걸음으로 뒤따랐다.
-거기서! 거기서라고!
쥬신의 명을 받아서 중간계에 내려온 천사 미구엘이 바세라바밥을 향해서 외쳤다. 하지만 바세라바밥은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아니! 대체 왜 다들 이런 건데!
쥬신의 말에 따르면 중간계는 폭풍의 눈이었다. 엄청난 회오리가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곧 중간계는 폭풍에 휩쓸린다.
그것을 경고하기 위해서 중간계 위대한 자에게 경고의 꿈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신탁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믿지 않는다.
아니 도대체 왜!
돼지와 흑룡이 싸우는 것만큼 확실한 신탁이 없건만! 하다못해 신성왕국의 성녀까지도 개꿈으로 취급해 버렸다.
미구엘은 미치고 환장한 노릇이었다.
아무도 믿지 않는 신탁이라니!
쥬신의 허락을 받지 못한 미구엘은 중간계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미구엘은 발을 동동 굴렀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계속해서 검은 돼지를 위대한 자들의 꿈에 재생해서 보여 줄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게 그럴수록-
위대한 자들은 그 꿈을 더욱더 믿지 않았다.
* * *
마탑은 하나의 작은 왕국이다.
하늘을 향해서 끝없이 뻗어 있는 100층 이상의 신의 건축물이었다.
왕국의 마법사들 가운데 절반은 마탑 소속이라고 봐야 한다.
마탑은 그 홀로 세력을 구축했지만, 왕국은 그 세력을 감히 넘보지 못했다. 그랬다가는 정치적으로, 또 마법적으로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마탑은 대부분의 귀족과도 친분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마탑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고, 그 이유로 마을이 생겨났다.
처음 작은 여관과 식당으로 만들어졌던 마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도시 규모로 발전했고, 이젠 아예 2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마탑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조금 전, 믿기지 못할 광경을 목격했다.
“저, 저게 뭐야?”
“와, 와이번 아니야?”
“얘끼, 이 사람아. 와이번이 어떻게 이곳까지 와?”
“맞는데. 저렇게 큰 새가 와이번 말고 또 있나?”
“어? 나 방금 봤어.”
“뭘?”
“저 큰 새 위에 사람이 타고 있다고.”
“정말?”
“정말이라니까.”
“어이씨,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
사람들은 두려움이 가득 섞인 눈으로 멀어져 가는 와이번 편대를 지켜보았다.
백 명 이상의 마법사들이 마탑 주위에 포진해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매우 딱딱했다. 마탑이 생겨나고 이제껏 이곳까지 몬스터를 들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열 마리의 와이번이 그들의 눈앞에서 거대한 날개를 펄럭거리고 있었다.
마법사들과 와이번들이 눈이 마주쳤다.
어느 쪽도 기세 싸움에 밀리지 않는다.
‘이…… 빌어먹을 몬스터들이 왜 이곳까지 온 거지?’
와이번들은 마법사들로서도 상대하기가 무척 까다로운 몬스터다. 강한 힘에 날렵한 움직임. 만약 이놈들이 마탑을 공격하기 시작한다면, 꽤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그 순간 마탑 안에서 바세라바밥과 오버로크가 나타났다.
“오셨습니까.”
“오셨습니까.”
마법사들은 바세라바밥을 향해서 예를 올렸다.
그들이 예를 올리든지 말든지 개의치 않은 바세라바밥은, 거대한 와이번에 타고 있는 레기온을 보면서 활짝 웃었다.
손자를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저건 와이번 아니야? 그사이 와이번도 무릎을 꿇린 겐가. 어이구 대견해.
“레기온 남작!”
바세라바밥의 다정한 목소리에-
펄럭펄럭!
열 마리의 와이번이 하늘을 한 번 돌고는 천천히 하강했다.
와이번들이 마법사들 앞에 내려서자 그 가공할 위압감은 한층 더 강력해진다.
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법사들은 등줄기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입안에서 주문을 외웠다.
누벼누벼와 비벼비벼가 레기온과 드레이져를 내려놨다.
철컹철컹.
레기온은 바세라바밥을 향해서 빠르게 걸어갔다.
빠르게 걸어갔지만 드레이져는 뒷짐을 쥐고 하품을 하면서 뒤따랐다.
“바세라바밥 님.”
레기온은 투구 속에서 활짝 웃었다.
오래간만에 보는 바세라바밥이다. 이상하게 그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전부 받을 게 많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보석도 좀 주면 좋을 텐데…….
둘은 손을 맞잡았다.
“아직도 철갑을 벗지 못했는가?”
“네, 조금 시간이 남았습니다.”
“어서 철갑을 벗은 모습을 보고 싶구만.”
“네? 아, 네.”
레기온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성형마법이 끝나는 날이 와도 철갑을 계속 입고 있어야 할 사태가 벌어졌다. 이놈의 피부색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 철갑을 벗지 않으리라!
“왜? 무슨 일이 있는가?”
“그게…… 참. 들어가서 말씀드리죠.”
레기온은 솔직하게 물어보기로 했다.
‘피부색 고치는 마법을 아십니까?’
왕국에는 3명의 8서클 대마법사가 있지만 공식적인 석상에 선 사람은 바세라바밥 한 명뿐이다.
나머지 두 사람은 아직 살아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즉, 현실적으로 왕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마법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바세라바밥뿐이란 소리다.
그가 피부색을 전환하는 마법을 알지 못한다면?
앞날이 암담해진다.
성형마법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샌까도 피부색 변형 마법은 모르고 있을 듯했다. 이제 레기온의 희망은 바세라바밥뿐이었다.
“식사는 했는가?”
“아직입니다.”
“그럼 식사를 하면서 얘기하지. 레기온 백작.”
“그러시죠.”
바세라바밥의 옆에서 걷던 레기온이 멈칫거렸다.
“아, 저, 지금 뭐라고 하셨죠?”
“뭐라고 하긴.”
“방금 잘못 들은 것 같아서.”
“아닐세. 바로 들은 것이 맞네. 레기온 백작.”
“배, 백작이요?”
“그렇다네. 레기온 백! 작!”
바세라바밥은 레기온을 보면서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