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37)
마법은 괜히 배워서-238화(238/502)
# 238
정의의 레기온 1
으흐흐흐.
식사를 하면서도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음메, 좋은 것.
백작이라니…… 백작이라니…….
그러잖아도 페르시몬 백작에게 결정 몇 개 던져 주고 자작으로의 승급을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백작이라니!
영지의 한계 범위 설정과 이후 소속될 영주들에 대한 생각, 그리고 페르시몬과 겹치게 될 영지로 인한 문제들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아무러면 어떤가? 백작인데!
거기다 요즘 영지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만큼 성장하고 있다. 자신이 떠나 있는 몇 개월 사이에 열 배 이상 영지민이 늘었고, 규모 또한 몇 배나 커졌다.
마을은 온통 공사 중이었다.
새로운 건물과 집들이 쉴 새 없이 지어졌고, 편의를 위한 공공시설도 저택 중심으로 네 채나 만들어졌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병력의 숫자도 어느새 500명에 육박한다.
엄청난 훈련으로 전원이 엘리트화 되고 있었다. 특히 상당수가 제법 쓸 만한 마전사로 재탄생했고, 몇몇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자들은, 성향에 맞게끔 레인저, 마법사 등이 되기도 했다.
그러고 나니 어쩐지 손해 보는 느낌이다.
무예를 가르쳐 주고, 마법도 가르쳐 주고, 마나 심법도 가르쳐 주고, 돈까지 준다.
내가 돈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닐까?
레기온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어쨌건 그런 이유들로 남작의 작위로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을 넘기 시작했다. 그래서 최소 자작이 되려고 했는데…….
으흐흐, 백작이라니.
백작은 독립으로 군대를 거느릴 수도 있고, 돈만 있다면 기사단도 몇 개씩이나 운영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그 지역의 왕이라고 보면 된다.
아무리 못난 백작이라고 하더라도, 설사 부모에게 물려받은 이름뿐인 작위라 하더라도 백작이라는 이름이 주는 힘은 누구도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거기다 마음 맞는 놈들을 영지에 편입도 시킬 수 있지 않은가? 실제 페르시몬 백작만 해도 그 아래에 있는 남작과 자작의 숫자가 수십 명이다.
음메! 좋은 것!
“마음에 드나 보군.”
바세라바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흐흐흐-! 티가 나나요?”
레기온이 지옥에서 돌아온 김 상사의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웃음소리를 들은 하녀들이 기겁하며 도망쳤다. 하지만 바세라바밥은 전혀 개의치 않은 듯 인자한 표정이었다.
“자네의 마나가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네.”
“제 마나가요? 그런 것도 보실 수 있습니까?”
“아아, 눈으로 보는 게 아니네. 내 나이쯤 될 때까지 마법을 공부하면, 상대의 내면이 보인다네. 자네처럼 선하고 착한 기운을 가진 사람은 특히 잘 보이지.”
드레이져가 순간 먹던 걸 토할 뻔했다.
누가 선하고 착해? 저 늙은이가 치매라도 걸린 모양이군.
“지금 자네 기운이 매우 들떠 있군.”
“하하! 그렇군요. 도저히 대마법사님은 속일 수 없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레기온은 식사 자리에서 일어나 바세라바밥에게 다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런 레기온을 바라보는 주변 마법사들의 눈초리는 곱지 못했다.
그들은 대부분은 어떻게든 바세라바밥의 후계자가 되고 싶어, 이미 10년 가까이 줄을 대고 있는 자들이다.
수호 마법 3인방과는 다르다.
바세라바밥은 그들에게 상당히 냉정했다.
말 한마디도 살갑게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런데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자를 손자처럼 싸고도는 모습에 영 마음이 껄쩍지근했다.
우리 레기온, 우리 레기온.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 레기온인가.
대현자, 대마법사. 아무리 생각해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판단력이 흐려진 듯했다.
그들은 레기온 남작에 대해서 자료를 모았다.
뚱뚱한 레기온, 잘생긴 레기온, 졸라 강한 레기온, 졸라 얍삽한 레기온.
모은 정보는 이상했다.
레기온에 대해서 명확하게 표현된 자료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어떤 인물인지 궁금했는데…… 빌어먹을! 오늘 그 실체를 보았다.
이건 악마 그 자체이지 않은가?
최강의 마수 와이번을 타고 온 지옥의 마물!
2미터에 달하는 거구, 엄청난 살기의 눈빛, 수천 명의 피를 머금은 듯 탁한 철갑.
목소리는 또 어떠한가?
정말이지…… 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고 영혼까지 덜덜 떨릴 악마의 음성 그 자체 아닌가?
즉!
바세라바밥 님과 수호마법 3인방은 그에게 홀렸다고 봐야 한다. 환각 마법과 세뇌가 분명하다.
해서 바세라바밥의 제자를 자청하는 열두 명의 마법사들은, 서로에게 눈짓을 했다.
레기온 남작의 본색을 여기서 까발리세.
바세라바밥 님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으셔야 하네.
그들의 눈초리가 따갑다는 것을 레기온과 드레이져는 진작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별로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이미 레기온은 자신의 위치가 어떻게 변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다크 로드와 암흑 대장군.
최상의 조합이다. 중간계의 입장에서 보면 재앙이지만.
레기온의 눈높이는 이미 까마득히 위에 올라가 있었다. 고작해야 4서클, 5서클 수준의 마법사들. 예전이라면 긴장 좀 해야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뒷머리를 쓰담쓰담 해 주고 싶다.
에구, 어린놈들. 좀 더 열심히 노력해야지! 그 실력으로 잠이 오냐? 우쭈쭈!
“미안하지만, 아직 완전한 확정은 아닐세.”
바세라바밥은 재롱떠는 손자를 보는 미소로 대답했다.
“그게 뭐 중요하겠습니까, 건의를 해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드립니다.”
바세라바밥이 더욱 만족스러운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탁월한 인재로다!
바세라바밥은 국왕을 직접 알현하며, 레기온 남작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위대한 무공과, 놀라운 충성심. 그리고 사람을 위하는 겸손함까지…….
국왕은 매우 놀라면서 말했다.
“우리 왕국의 홍복이구려. 그런 인재가 초야에 묻혀 있었다니.”
“저도 좀 놀랐습니다. 그래서 알아보니 과거에 소드 마스터를 몇 명이나 배출했던, 알렉산더 가문의 후계자였더군요.”
“알렉산더 가문이라…… 알렉산더 가문.”
귀에 익은 이름이다.
국왕은 잠시 알렉산더 가문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뒤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몇몇 선대 국왕께서 알렉산더 가문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떠올랐다.
아주 은밀한 고서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알렉산더 가문의 남자들을 멀리하라. 특히 여자는 그들의 옆에 두지 마라. 모든 여자를 다 가지려고 하는 포식자들이다.
차마 왕비가 알렉산더 가문의 어떤 남자와 바람이 났다는 것까지는 적지 못한 모양이다.
어쨌든 선대의 글에는 ‘알렉산더 가문’에 대한 적의가 가득했다. 그럼에도 알렉산더 가문을 멸족시키지는 않았다.
도대체 왜?
소드 마스터를 몇 명이나 배출해서? 단순하게 그런 이유는 아닌 듯하다. 도대체 왜 일까?
“그는 전하의 큰 힘이 될 것이옵니다. 그 강력한 무력을 변방의 영지에서 썩히긴 아깝습니다.”
“그럼 내가 어찌해야겠소?”
“일단 작위를 승급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작위를?”
“그렇사옵니다. 백작으로 승급시켜 그를 수도로 불러들이십시오. 전하의 곁에 두시고 중용하십시오. 그의 힘이 강해지면 그게 바로 전하의 힘이 될 것이옵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뛰어난 능력이면 저들의 암수 또한 어렵지 않게 막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알았소. 내 생각을 해보겠소.”
국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선뜻 레기온 남작의 작위를 올려 준다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선대가 말한 유언이 남아 있었다.
짐승과 같은 알렉산더 가문의 남자들을 조심해라.
하지만 바세라바밥은 국왕이 레기온의 작위를 승급시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공왕파에 비해서 훨씬 열세인 자신들은 한 명이라도 더 인재가 필요했으니까.
“그럼 부탁을 하나 더 드려도 될까요?”
레기온이 물었다.
“무엇이라도 하게나.”
‘무엇이라도 하게나!’라는 말을 듣는 순간 열두 마법사들은 질투에 휩싸였다.
평상시의 바세라바밥이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 불벼락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나긋나긋하게 무엇이라도라니. 열두 마법사들은 질투에 휩싸인 눈빛으로 레기온을 쏘아봤다.
그러든가 말든가.
“항구 도시 씨엠의 영주가 바뀐 것을 알고 계십니까?”
“알다마다. 시민들이 직접 뽑은 임시 영주가 아닌가. 이름이 프리자라고 했던가? 작위도 없는 그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지. 그런데 그는 왜?”
“그에게도 작위를 하나 내렸으면 합니다.”
“호오! 왜 그런 생각을 하는가? 사실 씨엠은 자네도 알다시피 공왕 쪽에 가깝다네. 그에게 작위를 내리면, 공왕 쪽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이런 방법은 어떻겠습니까? 제가 백작이 되면, 제가 그에게 작위를 하나 수여하는 것이지요.”
“오오오! 그건 괜찮겠군. 자네 정말 머리도 좋구만!”
“과찬이십니다.”
“아닐세, 아니야. 내 국왕 폐하를 또 한 번 뵈러 가야겠군.”
바세라바밥이 나이에 안 어울리게 호탕한 웃음을 흩날렸다. 레기온의 결정을 먹은 이후 점점 더 젊어지는 느낌이다.
이렇게 상쾌하다니!
레기온도 바세라바밥 못지않게 만족스러운 회의였다.
레기온이 즉흥적으로 떠올린 숙원 사업! 항구 도시 씨엠과 와이번 월드를 연계시킨 월드 파크를 만들자!
그것만 완성된다면 왕국을 비롯하여 대륙의 돈을 쓸어 모으리라 장담한다.
다크 로드해서 뭘 할 것인가.
전쟁은 해서 뭘 해.
차라리 월드 파크 만들어서 돈을 버는 편이 백배는 낫지.
그러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휴양의 도시 씨엠이 자신의 밑으로 들어와야 한다.
천만다행으로 프리자는 자신의 손안에 있다.
잘만 구슬려서 말 들으면 좋고, 안 들으면 패고, 일단 계약서에 도장부터 찍게 해야겠다.
“또 바라는 것이 있는가?”
바세라바밥은 시원하게 웃으면서 물었다.
“한 열 가지 정도?”
“열 가지나? 좋아. 기분일세. 다 들어주지.”
바세라바밥의 말이 나올수록 열두 마법사의 눈초리는 점점 험악해져만 갔다.
* * *
펄럭펄럭-
누벼누벼와 비벼비벼가 거대한 날개를 펄럭거리면서 레기온의 저택에 내려앉았다.
대단히 웅장한 저택의 규모지만 누벼누벼와 비벼비벼가 저택의 지붕에 내려앉자 꽉 찬 느낌이 들었다.
최상위 포식자의 갑작스러운 습격에 마을은 난리가 났다.
“와, 와이번이다! 와이번이 영지에 나타났어!”
“뭐? 이런 쓰벌! 요즘 들어서 몬스터의 습격이 없다고 했더니. 갑작스럽게 와이번이 나타날 줄이야.”
“모두 무장을 하라! 무장을 해서 각자 맡은 지역을 보호해!”
누벼누벼는 그런 인간들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레기온과 드레이져가 특이한 거였다. 인간들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들은 자신을 보면 저런 반응을 보여야 정상이다.
다짜고짜 철검으로 패지는 않는다.
자신이 약해졌다고 판단해서 요즘 기가 좀 죽었었다. 하지만 인간들의 반응을 보니 급 기분이 좋아진다.
-족장, 어서 그거 넘겨주고 갑시다.
비벼비벼가 말했다.
비벼비벼가 말한 그것이란 레기온이 넘겨준 ‘만드라고라’와 냉동이 된 부하들의 ‘해동법’이었다.
끓는 물에 3분.
절대 3분 전에 뚜껑을 열어서도 안 되고, 3분을 넘겨서도 안 된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레기온이 몇 번이나 당부를 했었다.
그것을 전해 줘야 한다.
-알았다.
고개를 끄덕인 누벼누벼는 인간들을 찾았다. 저번에 레기온과 함께 와서 봤던 인간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있었다면 말은 쉬웠을 텐데.
어라라, 그런데 몇 놈이 무기를 들고 살벌한 눈빛으로 다가온다.
어이 씨, 이것들이. 겁 대가리 없이!
레기온 영지의 인간들만 아니었다면 몽땅 한입에 꿀꺽 삼켰을 텐데.
쿵쿵쿵.
거대한 뭔가가 다가온다. 어마어마한 살기를 가진 존재였다.
뭐야, 저 오거는!
세피아였다.
그는 신경이 꽤 날카로워져 있는 상태였다. 뒤셀프스 산맥에서 이상 변이를 일으킨 몬스터들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었다.
몇 달 동안 죽인 몬스터들만 해도 칠십 마리가 넘는다.
거의 매일 놈들과 사투를 벌인 탓에 세피아의 신경이 꽤 곤두선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와이번 따위가 형아의 집 옥상에 더러운 발을 디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존경하는 형아의 집이다.
세피아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다.
-쿠아아악(뒈졌어! 새대가리들)!
세피아의 광포한 피어와 터졌다.
동시에 그의 손에서 ‘오거의 주먹’이라는 마법 무기인 메이스가 날아갔다.
500킬로그램이 넘는 무게를 가진 메이스다.
그것은 마치 공성병기처럼 와이번들을 향해서 날아갔고-
와이번은 급히 날개를 펄럭거려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쿠쿠쿠쿵!
메이스에 맞은 레기온의 저택 지붕이 완전히 날아갔다.
와이번을 피해서 피신을 하던 실컷과 헤이즐러가, 기겁한 표정을 지으면서 세피아와 누벼누벼를 번갈아 바라봤다.
“망했어. 왜 여기서 싸우고 지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