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42)
마법은 괜히 배워서-243화(243/502)
# 243
그 괴수들 2
레기온의 방은 폭발로 인해서 난장판이 됐다. 해서 그는 드레이져의 방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잠잠했던 레기온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왜 그러슈?”
드레이져가 물었다.
“저 새끼들 어떻게 괴롭히지?”
지금 레기온은 이런 느낌이었다.
마차를 타고 모처럼 속도를 즐기고 있는데, 앞좌석에 탄 드레이져가 밖을 향해 가래침을 뱉었다. 그런데 그 가래침이 뒷좌석에 앉은 자신의 얼굴에 정면으로 묻었다.
만약 하품이라도 하고 있다가 입으로 들어왔다면?
딱 이런 기분이었다.
가래를 맞았는데, 그 새끼들이 사과를 안 한다. 가래를 먹었는데, 개자식이 실실 쪼갠다.
레기온은 드레이져의 뒤통수를 빡 때렸다.
“뭐야, 주인놈…… 님.”
“아, 썅! 생각하니 더 기분 더러워졌다.”
화장실을 갔다 왔는데, 똥꼬 깊숙이 뭔가 아직 남은 듯한 이 느낌!
지금이 딱 그런 느낌이다.
안 되겠다. 이대로 있을 순 없다.
마크가 그러잖았는가,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그건 사실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받으라고 스트레스라는 표현이 있는 건 아님.
일단 알았다. 하지만 내가 스트레스 받았다는데 뭐 문제 있어?
-……그런 건 없삼.
레기온은 마몬을 소환했다.
아공간이 열리면서 마몬이 나타났다. 그와 드레이져의 눈이 마주쳤다. 서로가 서로의 머릿결을 의식하며 쳐다봤다.
드레이져는 천적이라 생각되는 얼음의 용자 라이덴 이후, 처음으로 라이벌 의식을 불태웠다.
저 자식의 머릿결보다는 내가 낫겠지.
주인한테 물어볼까? 누구 머릿결이 더 좋은지?
드레이져는 고개를 흔들었다. 물었다가는 욕만 바가지로 먹을 것 같았다.
“너희들 부탁인데…… 내 앞에서 머릿결 관리 얘기 한 마디만 내뱉어 봐. 다시는 씨불이지 못하게 혀를 뽑아 버릴 테니까.”
역시나-
안 묻기를 잘했다.
“위대한 주인이시여…… 저는 혀가 없나이다.”
“…….”
드레이져와 마몬은 공통된 적을 만났다는 듯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미적 감각이라고 쥐똥만큼도 없는 우리 주인.
“무슨 일로 미천한 종을 소환하셨습니까. 위대한 주인이시여.”
가출 이후에 마몬은 더욱 충성심을 불태웠다.
집 나가면 개고생. 어차피 대륙 정복을 할 것도 아닌데, 그럴 바엔 아공간도 참 편하고 좋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없는 사이에 환골탈태도 한 모양이다. 이대로면 주인이 인간이 아니라 훨씬 더 긴 생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드래곤하트라도 구해서 먹여야 할 텐데…….
마몬의 충성심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그 시각-
루카스는 아일랜드 왕국 근처에서 동태가 돼서 쓰러졌다.
가까스로 아일랜드 왕국에 사는 노처녀에게 발각되어 목숨을 건졌다. 너무 추웠기 때문일까, 루카스는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렸다.
노처녀는 루카스의 잘생긴 외모에 반했다.
이후…….
루카스는 잊어버리자. 운 좋으면 또 출연할 수 있겠지.
어쨌든 가출 덕분에 마몬은 한층 더 공고한 충성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아까 그 새끼들 봤지?”
레기온이 물었다. 열한 명의 마법사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봤습니다.”
“봤수다.”
“그 새끼들, 부탁 좀 하자.”
부탁해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 모를 만큼 마몬과 드레이져의 지능은 떨어지지 않았다. 대번에 알아들은 그들은 레기온에게 물었다.
“어느 정도를 바라십니까?”
마몬이 물었다.
“내 얼굴만 봐도 오줌을 쌀 만큼.”
“제 전문입니다.”
마몬의 해골이 달빛을 받아서 음험하게 빛을 낸다. 그의 해골 안광에서 푸른 광기가 넘실거렸다.
마법사들의 입장에서는-
공포의 밤이 시작된다.
* * *
쿠우웅! 쿠우웅!
영지 전체가 울리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 몇몇 잠귀가 밝은 노인네들은 괴수들을 향해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싸우려면 좀 멀리 나가서 싸워!
베이컨과 로또는 며칠째 여관에서 머무는 중이었다.
도대체 집 놔두고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하긴 숙소가 몽땅 무너졌으니.
“아이고, 내 집 놔두고 이게 뭐하는 꼴인지 모르겠다.”
로또가 기지개를 펴면서 투덜거렸다.
“됐어. 이젠 끝났겠지. 가서 확인하고 숙소나 다시 짓자.”
베이컨 역시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지 눈 밑이 시커멓다.
베이컨과 로또는 짐을 챙겨서 여관 밖으로 나왔다.
다른 전속하인들도 이미 대기 중이었다. 그들은 느긋한 걸음으로 저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멀리서부터 은은한 욕이 들린다.
-크르르릉(호로 새끼, 진짜 끈질기네).
-내가 할 소리다. 오거야! 도대체 뭘 먹고 그렇게 끈질긴 거야.
전속 하인들은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져 버렸다.
벌써 5일째다.
5일 동안 먹지도 않고 싸우기만 한다. 먹지는 않는데 싸기는 잘 싼다. 일단 ‘타임’을 걸어 놓고 볼일을 본 후에 싸움을 시작했다.
그 옆에 있던 또 다른 와이번은 지겹다는 듯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졸다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거대한 와이번이 데굴데굴 굴러가다가…….
천 년 저택에 부딪쳤다. 한쪽 귀퉁이가 와르르 무너졌다. 마치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았다.
전속하인들의 얼굴이 아침부터 하얗게 질렸다.
망했다.
망했어.
저 빌어먹을 괴수 새끼들!
* * *
놀라기는 주변에 숨어서 괴수 대전쟁을 지켜보던 기사 촌스러도 마찬가지였다.
기사 촌스러는 포르세 후작의 부하 중 한 명이다.
포르세 후작은 페르시몬 백작의 뒤를 캤다. 분명 페르시몬 백작 영지에서 왕세자가 사라졌다. 늙고 병든 왕을 대신하여 왕국을 이끌어 나갈 차세대 왕세자였다.
기사 촌스러도 왕세자 라우젤을 본 적이 있었다.
어리지만 굉장히 세련되고 영특한 왕세자였다. 귀품이 있어서 선뜻 먼저 접근을 하기도 어려웠다. 저런 왕자가 왕이 된다면 나라는 평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그는 포르세 후작을 섬긴다. 포르세 후작은 공왕을 섬겼다. 공왕의 입장에서 왕이 되기 위한 최대의 걸림돌이 왕세자다.
반드시 사라져야 할 인물이었다.
해서 기사 촌스러에게 내려진 임무는 하나였다.
발견 즉시 사살.
만약 혼자서 무리다 싶으면 즉각 후퇴하여 동료들에게 왕세자의 위치를 알릴 것.
기사 촌스러는 꽤 능력이 있는 인물이다. 눈썰미가 대단하고 추리력이 뛰어나다.
그렇기에 아무런 단서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 여겼던 페르시몬 백작의 영지에서 이곳까지 라우젤의 희미한 흔적을 추적하여 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보게 된 것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렇게 부유한 영지가 뒤셀르프 산맥 구석에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돈이 넘쳐 난다.
아이들이 얼마나 잘 처먹는지 하나같이 얼굴에서 윤기가 잘잘 흘렀다.
부자인 영지도 분명 있다.
그러나 어떤 곳이든 소작농들은 배고픈 삶을 산다. 하지만 이곳은 그렇지가 않았다.
뭐라더라?
실업급여?
청년연금?
다쳐서 일을 하지 못하는 영지민들.
아이가 많아서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부부들.
나이를 먹어서 퇴직하여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야만 하는 노인들.
모두 일정한 돈을 준다.
최소한 굶어 죽을 일은 없었다.
이게 말이 돼?
기사 촌스러는 환상과도 같은 영지를 보면서 부러움보다는 분노를 느꼈다.
이 정도로 많은 돈을 벌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
하지만 이곳의 영주인 레기온 남작이 많은 세금을 낸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이번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면 반드시 이 사실을 상부에 고해서 레기온 남작의 작위를 박탈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곳에 영지로 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몫을 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오거와 와이번이 치고받고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하도 놀라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놈들은 며칠이 지나도 아직까지 싸우고 있었다.
그가 자리를 벗어나지 않은 이유는 오거가 이곳 영지민들과 매우 잘 아는 사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육식 몬스터인 오거가 사이좋게 인간들과 이웃으로 살아간다고?
하지만 진짜였다.
오거는 이곳 주민들과 매우 친하다.
기사 촌스러는 슬금슬금 뒤로 빠졌다. 이제는 이곳에서 벗어날 차례였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베이컨과 마주쳤다.
“못 보던 사람인데?”
베이컨이 물었다.
기사 촌스러는 헛기침을 하면서 대답했다.
“이번에 이주했소이다.”
“언제?”
“일주일 됐소이다.”
“일주일? 방랑기사가 왔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방랑기사란 말에 기사 촌스러는 깜짝 놀랐다. 최대한 농노로 보이려고 위장을 했건만, 상대는 마력을 사용하는 자신의 본질을 순식간에 꿰뚫어 봤다.
촌스러는 베이컨을 훑어봤다.
덩치는 매우 크다. 입고 있는 복장으로 보아선 그 역시 기사 혹은 전사일 것이다. 하지만 어디 이런 촌구석의 나부랭이가 자신에게 말을 건단 말인가?
“혼자시오?”
“왜?”
베이컨이 되물었다. 그는 혼자다. 나머지 전속하인들은 괴수 대전쟁을 보면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대부분이 기사 촌스러의 존재를 며칠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숨어서 지켜보고 있기에 가만히 놔두었다.
하지만 지금은 벗어나려고 한다.
이제 나서서 촌스러의 정체를 밝혀내야 할 때였다.
“내가 혼자면…… 한 번 해 보려고?”
베이컨이 환하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촌스러는 마력을 사용하여 주위를 스캔했다. 적어도 수십 미터 반경 안에는 자신과 눈앞에 놈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긴장을 풀었다.
만에 하나 상대의 실력이 예상보다 좋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몸 하나쯤은 충분히 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셋을 세겠소. 비키면…… 목숨을 살려 주지.”
말투가 반존대에서 반말로 바뀌었다.
기사 특유의 거만함이 눌어붙어 있는 말투였다. 눈빛 역시 점점 가라앉는다.
베이컨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나도 셋을 세지. 무릎 꿇고 나불나불 다 불어 봐. 어디서 왔는지. 누구의 수하인지. 그럼 팔다리만 자르고 목숨은 살려 줄게.”
“역시 이런 시골의 무지렁이 전사라 눈에 뵈는 게 없구만.”
기사 촌스러는 숨겨 두었던 검을 뽑았다. 허리띠가 검으로 변한다. 마법 검이었다. 부드럽던 날이 딱딱하게 변하면서 빳빳하게 곧추섰다.
그는 손잡이에 마력을 부여했다. 마력은 검신을 따라서 흐른다. 이내 짙은 아지랑이가 흘러나왔다.
“촌놈, 이런 것 본 적 있나?”
기사 촌스러는 검을 들어 올렸다. 마나 블레이드가 뚜렷하게 형상화되기 시작했다.
이것만 봐도 기사 촌스러가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베이컨이었다.
베이컨도 검을 들었다.
놀랍게도 그의 검에서는 불길이 치솟았다.
마나 블레이드와 마법을 합친 혁신적인 기술!
엄청난 노력에 타고난 재능, 그리고 뛰어난 균형 감각이 없으면 애초에 시도조차 불가능한 기술이다.
실제로 전속하인들 거의 대부분이 마전사지만 베이컨처럼 마법과 오러를 합쳐서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은 한 명도 없었다.
오로지-
베이컨만 오러 매직 블레이드를 사용할 수가 있다.
그 위력은 평범한 오러 블레이드보다 훨씬 압도적인 힘을 보인다.
베이컨은 기사 촌스러를 보면서 말했다.
“나는 시골에 살아서 이런 것밖에 못해. 어디 한 번 막아 봐. 도시의 기사.”
촌스러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빠져나가 새하얗게 변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