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43)
마법은 괜히 배워서-244화(244/502)
# 244
그 괴수들 3
쪼로로록-
수석 연구원 곤니찌와는 차를 좋아했다.
그의 방에는 대륙 각지에서 수거해 온 수십 종이 넘는 차가 보관되어 있을 정도였다. 방에 들어가면 향긋한 차향이 먼저 사람을 자극한다.
그는 6서클 워커.
마탑에서도 뛰어난 인재로 소문이 난 인물이다.
당장 마탑에서 나가더라도 일가를 이루고도 남을 실력자.
원한다면 어느 영지에서건 자작의 작위쯤는 바로 받을 테고, 조금 노력한다면 백작까지도 금세 오를 정도의 능력이 된다.
그런 그가 바세라바밥의 밑에서 일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그의 심득이 담긴 마법서 때문이었다.
사실 바세라바밥의 제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괜히 그런 어설픈 상황에서 놓여 평생 노인네의 뒤치다꺼리나 하고 싶진 않았다.
그저 원하는 건 마법서뿐!
그 마법서야말로 모든 마법사들의 꿈이나 다름없다.
8서클.
더군다나 바세라바밥은 마법 그 자체에 대한 능력의 갈망보다, 학문적 탐구를 우선으로 한 인물이다.
대륙 역사상 8서클에 도달한 마법사가 100명이 채 되지 못한다면, 학문적 탐구를 통해 8서클에 이른 마법사는, 공식적으로 그 한 명에 불과하다.
그의 심득을 얻는다면, 역사상 한 명뿐이라던 9서클로의 진입도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
곤니찌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마법서를 손에 넣고 싶었다.
그렇기에 마탑에 머무르고 있었다.
자신의 폭력적인 성향을 갈무리한 채.
하지만 저런 이상한 놈이 중간에 나타나 자신의 꿈을 방해하는 꼴을 볼 수는 없다.
“역시 화를 너무 참는 건 힘들어.”
곤니찌와는 뒤에 드레이져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중얼거렸다. 드레이져가 곤니찌와 모르게 손가락을 귀에 대고 빙글빙글 돌렸다.
미친 놈.
“크레이지 드레이져라…….”
곤니찌와가 그의 이름을 중얼거리자, 드레이져가 잠시 놀랐다.
내가 온 걸 알고 있었나? 제법이군.
“허명뿐인 7대 강자…….”
곤니찌와가 씨부렸다.
“원거리에서는 내 승리가 분명한데…… 근거리로 가면 아무래도 5할? 6할 정도로 보면 될까? 오랜만에 꽤 접전이 되겠어.”
하지만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결코 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네놈을 쓰러뜨리고 내가 만천하에 알려 주지. 왕국 7대 강자는 허명이다. 봐라! ‘크레이지 드레이져’가 얼마나 약한지. 하지만 나는 왕국 7대 강자라는 타이틀을 가지지 않겠다. 왜냐고? 나는 그깟 허울뿐인 이름보다 마법사로서 연구에 정진하겠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칭송하겠지.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
“도대체 아까부터 뭐라고 혼자 지껄이는 거야? 정신병 있나?”
드레이져가 물었다.
흠칫!
곤니찌와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곤 기겁할 듯 의자에서 나동그라졌다.
“네, 네놈이 어떻게 여길…… 무엄하다!”
“무엄은 개뿔. 야, 너.”
드레이져가 곤니찌와를 가리켰다.
곤니찌와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야, 너, 라는 말은 너무 오랜만에 들어 본다. 엄마도 나를 저렇게 안 부르는데.
“이 미천한 놈이, 감히 누구에게…….”
“됐고. 지금부터 때린다. 어금니 꽉 깨물어.”
“뭐? 이런…….”
곤니찌와는 말을 끝마칠 수가 없었다.
눈앞에 번쩍거렸다. 태어나서 그렇게 큰 별은 처음 봤다. 그가 은연중에 시전 했던 마나 디펜스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빠각!
한 방 먹은 곤니찌와가 벽에 처박힌 채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을 떼자 상당한 양의 피가 손바닥에 잔뜩 묻어 있었다. 뺨이 얼얼하다 싶더니 어금니가 툭 하고 빠져서 바닥에 떨어졌다.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어렸을 적부터 천재 마법사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충치 때문에 이가 빠졌을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이빨이 빠진 적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맞아서 이빨이 빠지다니.
곤니찌와는 분노했다.
“이 개새…… 크억!”
곤니찌와는 대차게 맞았다.
그의 모든 것이 통하지 않는다. 캐스팅을 마치기도 전에 박살이 난다. 설마 캐스팅이 끝나고 마법이 실현이 됐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저 괴물한테는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다.
“파이어 블레스트!”
초고열의 마법이 드레이져에게 작렬했다.
“후아압!”
드레이져는 왼손을 휘둘러 ‘파이어 블레스트’를 날려 버렸다.
이게 말이 돼?
기가 막혔다.
7성 기사의 능력이 이 정도였던가? 이 정도나 차이가 났던가?
물론 그의 정보가 잘못된 것도 있었다.
아직 세상에는 드레이져가 7성 워커로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그는 이미 7성 마스터. 암흑 대장군의 힘을 최대치로 끌어내면 일시적으로 8성의 능력까지 사용할 수가 있다.
왕국 내에서 그보다 강한 자는 찾기란 극히 어려웠다.
그런 그를 6서클 워커 따위가 상대하려 하다니!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겪이다.
곤니찌와는 차라리 죽는 게 좋다 싶을 정도로 털리고 있었다. 만약 레기온에게서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면 그의 목숨은 한참 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사, 살려 주세요.”
끝내 곤니찌와는 무릎을 꿇었다.
그는 드레이져의 발목을 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했다.
“안 돼. 좀 더 맞자.”
“제가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엉엉! 시키는 대로 할게요. 그만 때리세요.”
“안 된다니까.”
“왜요?”
“그냥 네 운명이야. 네가 운명을 건드린 거지. 안타깝지만 닥치고 맞아라. 그래도 너무 걱정은 하지 마. 너 말고 사요나라, 아리가토, 고자이마스라는 놈들도 똑같이 당할 테니까.”
“네? 별로 위안이 안 되는데요?”
“아니야. 지금은 안 되겠지. 하지만 네 차례가 끝나고 나면 위안이 될 거야. 어쨌든 내가 미안하다. 우리 주인이 그러는데, 네 이름이 마음에 안 든데. 그러니까 동이 틀 때까지만 맞자.”
같은 시각.
니하오마와 우워스세도 리치 마몬에게 호되게 당하는 중이었다.
그 압도적인 공포스러움과 환상적인 저주는 레기온보다 한 수 위다. 폭력적인 면에 있어서도 결코 드레이져에 밀리지 않는다.
리치 마몬은 흑마법 7서클의 마스터.
그의 실질적 실력은 위대한 마탑에서도 감히 상대할 자가 없을 정도다. 바세라바밥이 8서클의 마스터지만, 마몬과 둘이 싸운다면 감히 승리를 장담하긴 어렵다.
같은 7서클 마스터에 있는 몇몇 장로들도, 마몬에 비한다면 실전 능력에서 조금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그는 죽음이 없는 리치이므로!
이러니 저러니 안 해도, 어차피 그들은 모두 출타 중이다.
현재 리치 마몬이 마음껏 날뛰어도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없다는 말과도 같았다.
“크아아아악! 사, 살려 줘!”
“엄마! 미안해요! 엄마 곗돈 낼 돈, 지갑에서 훔친 것은 저 어였어요. 저 때문에 엄마, 아빠가 이혼하셨죠? 죄송해요. 이제야 진실을 말해요!”
악몽의 저주에 걸린 니하오마와 우워스세는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을 박박 기었다.
그들은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면서 지옥을 맛보았다.
* * *
레기온은 동이 트는 아침 햇살을 보면서 우아하게 차를 마셨다.
80층이란 높은 위치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꽤나 아름다웠다. 물론 오구오구 덕분에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보기는 했지만 그것과는 다른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햇살이 그의 철갑과 투구를 비춘다.
칠흑처럼 어둡게 변한 그의 피부에 햇살이 닿았다.
마나가 저절로 차오른다. 태양의 아들인지 뭔지에 대한 DNA가 섞여 있는 덕분에 햇살을 받으면 광합성이 일어나 마나가 꽉 들어찬다.
덕분에 정신이 말짱하다.
밤새 거의 눈을 붙이지 못했음에도 심한 피로감을 느끼지 않았다.
“으아아아아악!”
아침을 가르는 상쾌한 비명소리다.
레기온은 슬쩍 고개를 빼 들었다. 발목에 밧줄을 감고 발가벗은 채로 번지점프를 했다. 딱 보니 어제 그놈이다. 선두에 서서 자신을 괴롭혔던(?) 그놈.
마음이 영 편치 않다. 비록 날 괴롭혔던 놈이지만, 저렇게 고통 받는 모습은 영 께름칙하다.
내가 얼마나 마음이 약한데.
왜 자꾸 날 괴롭히는지.
연속으로 다른 놈들의 비명도 들렸다. 그들은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지옥에 떨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역시 아침 비명은 상쾌하구나.”
레기온은 찻잔을 들어서 태양을 향해 건배제의를 했다.
푸드드드득-
그들의 비명소리에 놀란 수백 마리의 비둘기들이 한꺼번에 날아올랐다.
새들의 똥이 레기온의 찻잔에 들어갔다.
레기온은 기분 좋게 찻잔을 들이켰다.
“웩!”
* * *
항구도시 씨엠의 영주 프리자.
왕국 역사상 최초로 일반 시민이 임시 영주가 된 케이스다. 비슷한 일이 한 번도 없으니 왕실에서는 그를 어떤 식으로 대우를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어이가 없는 것은 프리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결코 항구도시 씨엠의 영주가 될 생각이 없었다. 새끼발가락에 낀 때만큼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내버려 두지를 않았다.
정확히는 레기온과 엮인 운명이 그를 내버려 두지를 않았다.
어쩌다 보니 그는 시민혁명군 앞에 서 있었고.
어쩌다 보니 그는 시민혁명군의 지도자가 되어 있었고.
어쩌다 보니 시민들은 그를 영웅으로 생각했고.
어쩌다 보니 그는 항구도시 씨엠의 귀족들을 단두대에 처형을 하고 있었고.
어쩌다 보니 그는 수만 명이 넘는 시민들을 대표하고 있었다.
왜?
내가 왜?
살인 격투장을 운영하던 내가 도대체 왜!
근데 내가 항구도시 씨엠이 영주이자 시장이 될 자격이 있나?
그것과 별개로 원하던 원하지 않던 불법을 못 저지르니, 졸지에 수익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그의 불만과는 반대로 밀려드는 상상초월의 일감 때문에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도 없었다.
똑똑똑-
누군가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본래 아우디 백작이 사용하던 사무실을 그의 취향에 맞게 개조를 했다.
그가 머무는 곳은 항구도시 씨엠의 랜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장미의 궁전이었다. 관공서이지만 관광명소이기도 했다. 특히 장미의 궁전 정원에 있는 오줌 싸는 소년의 고추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신비한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기도 했다.
수많은 불임 부부들이 이곳을 찾아서 오줌 싸는 소년의 고추를 만졌다. 지금은 오줌 싸는 소년의 고추를 너무 많이 만져서 닳아서 없어졌다.
“들어와.”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에 사인을 하던 프리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대답했다.
문이 열리고 프리자의 수족인 베지타가 들어왔다. 머리가 번개를 맞은 것처럼 하늘로 솟은 사내였다.
프리자가 가장 믿는 부하이기도 했다.
베지타는 프리자의 책상 위에 놓인 서류만큼 또 다른 서류를 들고 들어와서 놓았다.
서류를 보자 프리자는 기가 질린 듯이 얼굴이 누렇게 들떴다.
“이렇게 많아?”
“아직 멀었어요. 이것보다 세 배나 되는 양이 더 있습니다.”
“나 치질 걸렸어.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저도 걸렸습니다.”
“복부 비만도 심해졌어.”
“운동부족이네요. 지금 나가서 같이 운동 좀 하시렵니까?”
“일은 언제 하고?”
“운동한 다음예요.”
“운동할 시간에 쉬고 싶다.”
“그럼 일을 끝내셔야죠.”
끝없는 도돌이표다. 이렇게 큰 대도시에 결정권자가 자신 하나뿐이라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는 처음으로 이곳에서 쫓겨난 영주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주란 게 놀고먹는 자리가 아니었구나.
몰라봐서 졸라 미안하다. 지금까진 그냥 맛있는 거 먹고, 맨날 술이나 처먹고, 예쁜 여자들과 만나는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빡센 자리였다.
“수도에서 편지 한 통이 왔습니다.”
“수도에서?”
“네.”
“읽어 봤어?”
“네.”
“내 편지인데 네가 아무렇게나 읽어 봐도 되는 거야?”
“이제 직접 읽으시겠어요?”
“아냐 됐어. 읽어 줘. 더 이상 머리 쓰기도 싫어.”
“한 마디로 요약을 하면 영주님께 작위를 내리겠답니다.”
“그거 좋은 거냐?”
“일단은 귀족이 되시는 거니까.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혜택도 상당하고요. 단기도 아니니까, 자식도 귀족이 될 수 있죠.”
“귀족이라.”
“자작이랍니다.”
“자작. 좋네. 가문의 영광이다. 내가 귀족이라니.”
“그러게요. 저도 놀랐습니다.”
“왕실에서 내리는 거지?”
“그게 좀 미묘합니다.”
“왜?”
베지타의 표정이 이상하여 알 수 없는 찜찜함을 느끼는 프리자였다.
“레기온 남작이 내렸다는군요.”
그게 뭔 개소리다냐?
남작이 어떻게 자작의 작위를 내려? 언제부터 남작이 그런 위치가 됐지?
“이상하다고 느끼시겠지만…….”
“느끼시겠지만?”
“당장 튀어 오랍니다. 레기온 남작이.”
“이런 니미. 난 영주라고. 항구도시 씨엠의 영주! 겨우 시골의 남작 따위가 나를 오라 가라 해? 미친 것 아냐?”
“그럼 안 가시겠습니까?”
베지타가 되물었다.
“…….”
안 간다고?
머릿속에서 철검을 휘두르던 철갑괴물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엄청난 숫자의 기사와 병사들을 날려 버리던 압도적이고도 무시무시한 모습이.
더군다나 그의 수족은 그 미친…….
험험!
왕국 7대 강자 중에 한 명인 ‘크레이지 드레이져’가 아니던가.
막말로 그 두 괴물이 자신을 처분하기 위해서 성벽을 넘는다면, 절대 막지 못한다.
단두대로 가기도 전에 한 줌 핏물이 될 것이다.
그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레기온 남작만큼 무서운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후우.”
프리자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 팔자야.
“가야지. 죽고 싶지 않으면.”
자작으로 승급이 된다고 해서 하나도 기쁘지 않는 프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