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49)
마법은 괜히 배워서-250화(250/502)
# 250
운수 좋은 날 2
이런 빌어먹을 일이…….
아파서 꼼짝도 못하겠다. 레기온은 바닥에 쓰러진 채 사지가 뻣뻣하게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제아무리 레기온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일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괘, 괜찮아요?”
놀란 나탈리가 다가와서 레기온을 부축했다. 아니 부축하려다가 못했다. 그녀의 힘으로는 도저히 레기온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히, 힐링 마법 사용할 줄 알아?”
레기온은 신음을 하듯이 물었다.
아파서 눈물이 찔끔찔끔 난다. 하체가 굳어져서 정말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알아요.”
“내 허리, 내 허리. 어서.”
“허리가 아파요?”
“그렇대두.”
“알았어요.”
나탈리는 힐링 마법을 펼쳤다.
하지만-
그녀의 힐링 마법은 철갑의 방어막에 걸려서 모두 흩어지고 말았다.
“죄송해요. 제 힐링 마법으로는 당신의 철갑을 뚫을 수가 없어요.”
아아아~!
이런 개 같은 일이.
다크 엘프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의 철갑이자 전신성형마법에 특화가 되어 있었다. 엄청난 무게로 인해서 슬라임처럼 되어 버린 살들을 단단하게 고정시켜 준다.
또한 무게만큼이나 방어력이 원체 뛰어나서 마법조차 튕겨 내는 모양이다.
전투 시에는 아주 좋았는데…….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우에는 그다지 좋다고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철갑을 벗을 수도 없고.
아이고! 허리야. 사람 살려!
뜨거운 물에 수건을 담가서 하는 찜질도 불가능하다.
레기온이 할 수 있는 것은 아프다고 소리를 치는 것밖에 없었다.
먹는 약이라도 있으면 좋았겠는데, 이곳에는 약사도 없다.
아주 더러운 상황이다.
바닥에서 거머리처럼 붙어서 ‘아이고, 아이고, 허리야.’를 외치는 주인을 보는 드레이져는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허리를 다쳤으니 얼마나 아플까.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어찌 저리도 재수가 없을 수 있을까?
그는 웃음을 참기 위해서 혀까지 깨물었다.
어쩔 수 없이 드레이져는 셔틀에게 고개를 돌렸다. 웃음을 참다 보니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의 표정을 본 셔틀은 하얗게 질렸다.
큰일 났다.
나를 죽이려고 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결코 본의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유령마란 굉장한 근력과 체력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맞나?”
“마, 맞습니다.”
유령마는 생명이 없는 언데드의 말이었다.
생명이 없기에 체력은 무한에 가깝다. 지치는 일 따위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무한정 달릴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마력을 한계까지 사용하게 되면 유령마는 소멸한다.
하지만 그 ‘한계’라는 것이 일반 말들과 차원이 달랐다. 적어도 5일 이상은 쉬지도, 먹지도 않고 달릴 수가 있는 것이다.
최고 속도를 유지한 채.
만약 유령마로 된 기사단을 만들 수만 있다면 전투력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물론 유령마로 된 기사단을 만든 사람은 아직까지 한 명도 없었다.
체력만 좋은 것이 아니다.
근력도 상당해서 2필이 끌어야 하는 마차를 혼자서 끌 수가 있었다.
그런 유령마의 허리가 아작 났다.
레기온이 탔던 유령마 역시 혀를 길게 내밀고서 숨을 헐떡거렸다.
눈빛이 이렇다. 개새끼, 졸라 무겁네.
“이 근처에 마을이 있나?”
드레이져가 셔틀에게 물었다.
“마을은 있사옵니다. 마을도 있고 신전도 있으나…… 이분을 고칠 만한 실력자가 있는지는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으음.”
드레이져는 길게 자란 턱수염을 매만졌다.
레기온이 입고 있는 철갑의 방어막을 뚫고 힐링을 넣을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사제가 시골 마을에 있을 확률은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서둘러 수도로 가서 바세라바밥을 만나야 한다.
그라면 충분히 레기온을 고칠 수 있으리라. 혹여 그가 부재중이라고 하더라도 수호마법 3인방이 있지 않은가.
어쩔 수 없이 드레이져가 허리를 다친 주인을 대신해서 이들을 이끌어야 한다.
“주인을 눕힐 수 있는 마차를 준비하라.”
드레이져는 셔틀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건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황당한 명령에 셔틀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제가요?”
“그럼 내가 할까?”
드레이져가 되물었다.
“아, 아뇨. 제, 제가 해야죠.”
“주인의 허리는 중요하다. 아직 장가도 못 간 총각이다. 아직 결혼도 하지 못했다. 애인도 없다. 내가 보기엔 여자랑 키스도 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원초적 본능만이 남은 오리지날 총각이다. 성적 호기심이 왕성할 나이라서 매일 혼자서 야동을 본다. 그러니 허리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
끙끙 앓던 레기온은 할 말을 잃었다.
저 미친 새끼가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주인의 치부를 나탈리와 처음 본 셔틀에게 몽땅 까발리고 있었다.
열이 받아서 오러 블레이드를 펼쳐 놈의 면상을 날려 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철검을 잡고 약간의 힘만 줬을 뿐인데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으아아아악!”
“보이나? 우리 주인은 반드시 대를 이어야 한다. 허리는 중요하니까. 서둘러.”
“아, 알겠습니다.”
멋지게 유령마를 타고 수도에 입성하겠다는 레기온의 계획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는 환자가 되어 짐수레에 실린 채 꾸역꾸역 끌려갈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였다. 마치가 흔들릴 때마다 허리 통증은 심해졌다.
레기온은 눈물을 참으면서 짐짝처럼 수도까지 옮겨질 수밖에 없었다.
* * *
짐수레를 타고 일주일째 이동 중이다.
사실 레기온이 걷는 속도보다 짐수레가 움직이는 편이 훨씬 빨랐다. 이 속도만 유지한다면 일주일 안에 수도에 닿는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굳이 찾자면 끌려온 셔틀의 마음만이 문제였다.
그는 천연덕스럽게 방긋방긋 웃으면서 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었다.
도대체 왜 내가 저 새끼 시다바리를 해야 하는 거지?
길을 걷는 사람을 잡고서 물어보고 싶었다.
저 자식들이 자신의 던전을 느닷없이 찾아와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평생 만들었던 듀라한은 흔적도 찾지 못하고 완전히 증발했다.
듀라한은 단순하게 시간만 들여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싱싱한 기사의 시체를 찾아야 한다. 덩치도 커야 하고, 무엇보다 혈관이 멀쩡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어둠의 혈액을 주입해 살려 내고, 다시 어둠의 마력을 집어넣어 단전도 재생성시켜야 한다. 거기다 육체를 강화시키기 위해 약초를 달여서 심장에 넣어야 한다.
한 마디로 돈 덩어리다.
듀라한 한 놈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3년.
들어간 돈은 오천 골드에 이른다. 놈들을 만들기 위해서 시급이 센 알바는 다 해 봤다.
오로지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 하에!
그런 듀라한 세 마리가 몽땅 사라졌다. 어찌 저들이 밉지 않을까.
겉으로는 웃는 척을 해도 미워서 죽을 지경이다.
더군다나 강제로 끌고 와서 철갑 사내의 시다바리를 시킨다.
이런 쓰벌!
내가 왜 이런 짓을 해야 하는 거야!
해서 그는 독을 제조 중이다. 건장한 드레이져는 죽이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또 겁네 처맞겠지. 그런 결과를 감당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허리를 다쳐서 쓰러진 철갑 사내라면 충분히 골로 보낼 수 있다.
장담한다.
수도에 도착하기 전에 송장을 치우리라.
“어이, 셔틀.”
레기온은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셔틀을 불렀다.
“네, 레기온 님.”
마음과는 다르게 셔틀은 밝고 건강한 목소리로 레기온에게 다가갔다.
“음음. 나. 그거.”
레기온은 창피한 모양이었다. 입을 떼지 못한다.
“아, 오줌이 마려우십니까?”
레기온은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셔틀이 그의 출입구를 열어서 그것을 꺼내 줘야 한다.
그것을 열었을 때-
셔틀은 기절했다.
오징어 1만 마리쯤 썩어서 젓갈이 된 냄새를 처음으로 맡아 봤다.
그것이야말로 지옥의 냄새였다.
도저히 비슷한 냄새를 찾을 수도 없었다. 과연 이자는 인간이 맞는 것일까. 어찌 인간의 몸으로 이런 악취를 가지게 된 것일까.
아하!
그제야 셔틀을 깨달았다. 이자가 갑옷을 입고 다니는 이유. 냄새를 숨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하부 출입구를 열자 어마어마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지는 것이다.
근처에 있던 곤충들이 떼로 실신하는 사태도 목격했다.
“아니.”
레기온은 미미하게 고개를 저었다. 조금은 부끄러운 듯이.
서, 설마?
“큰 겁니까?”
레기온은 다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셔틀은 머릿속에 하얗게 변했다.
내가 왜?
네 똥까지 받아 줘야 하는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 * *
미즈셋은 팔짱을 낀 채 수많은 약초를 달인 끊는 물에 들어가 있는 동료들을 보았다.
3분이다.
만드라고라의 약효가 최고치에 달하는 3분이 되는 순간 저들을 끄집어내야 한다.
그럼 그들이 가지고 있던 독은 사라지고 본래의 건강한 몸으로 되돌아온다.
그녀는 긴장한 눈빛으로 해동이 되고 있는 동료들을 보았다.
그녀는 하루에 한 번씩 꼭 냉동되어 있는 동료들을 찾아왔다.
너희들은 반드시 살아날 것이라고. 그러니 비관하지 말라고.
그녀의 작은 소망을 사장님이 들어주셨다.
드디어!
동료들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베이컨은 긴장을 하고 있는 미즈셋을 보았다. 조금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미즈셋을 처음 봤을 때를 기억한다.
전형적인 도시 여자.
영지에 있는 시골 여자들과는 조금 달랐다.
도도하고 콧대도 높았다. 싸가지도 없었다. 물론 그녀의 싸가지는 주인님 덕분에 싹 고쳐졌지만.
외모도 걸출했다.
그녀의 외모에 반해서 미즈셋이 근무하는 연구실에 힐끗거리는 남자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남자들은 싹 사라졌다.
그녀가 살이 쪘기 때문이다.
미즈셋이 살이 찌기 시작했던 때는 대주교인지 뭔지에게 납치를 당했던 이후로 기억이 난다.
분명 날씬했던 미즈셋이 오동통한 너구리가 되어서 나타났다.
뭐, 그때까지는 봐 줄 만했다.
그냥 스트레스를 받아서 살이 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봄이 되고, 여름이 와서 식욕이 도는 모양이다.
“역시 데카르슨 님의 요리 솜씨는 대륙 최고예요! 스톤 헤드교인이 뭔지. 그쪽에서도 데카르슨 님만큼 멋진 요리 솜씨를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라는 말을 하면서 하루에 네 끼씩을 먹어 치웠다.
처음에는 네 끼. 지금은 여섯 끼. 야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맨날 다이어트를 해야지, 라는 말은 습관처럼 내뱉는다.
가장 큰 문제는 주인님이었다.
주인님의 눈높이가 매우 이상하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모두 안다.
솔직히 말하면 심각하다.
주인님이 영지에 있을 때, 실컷과 헤이즐러는 철저하게 추녀를 주인님의 곁에서 차단했다. 결혼하자고 할까 봐, 두려워서 그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다행히도 추녀(오크)들은 모두 유부녀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크들 중에서 초미녀로 인정받는 조나스에겐 관심이 없다.
“관리 좀 해라. 쯧쯧쯧…….”
조나스가 열 받아서 레기온의 뒤통수를 한 번 날린 적이 있었다.
혹시……?
미즈셋은 주인님의 안주인 자리를 노리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주인님이 미즈셋을 보고 예뻐졌다고 했었다.
정말 그걸 노리는 걸까?
그런 의문이 들자 미즈셋이 좋게 보이지 않는 베이컨이었다.
“오셨어요? 베이컨 씨.”
미즈셋은 베이컨을 보면서 방긋 웃었다.
“그래, 왔다. 돼지야.”
아차!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