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59)
마법은 괜히 배워서-260화(260/502)
# 260
악당답게 1
레기온은 자그마치 5천 골드나 되는 무기를 공짜로 손에 넣었다.
“아아, 내가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이 정도면 양보해 주지.”
코네리는 빠득빠득 이를 갈며 베리모어의 안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값을 치렀다.
“그리고 저기 부서진 부분 있잖아. 그것도 걔가 그런 거잖아. 그러니까 잘 부탁해.”
코네리는 무너진 벽을 보며 한숨을 내뱉곤, 다시 베리모어의 안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수리비를 지불했다.
“그럼 기회가 있을 때 또 뵙겠습니다, 고객님.”
레기온은 허리까지 꺾으며 인사하곤 돌아섰다. 그리고 그들이 안 보일 즈음에야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싸!”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모양의 철검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손잡이. 새롭게 구입한 철검은 손잡이 보호대가 있었다.
더군다나 뉴 철검은 마법검이다.
전투 개시 시 10분에 한 번씩 체력을 회복시키는 마법이 걸려 있다. 그러잖아도 철갑 때문에 체력 소비가 엄청난데, 가뭄에 단비처럼 고마운 마법이 아닐 수 없다.
“이거 빨리 사용을 해 보고 싶다.”
레기온은 길거리에 있는 건달들에게 괜히 시비를 걸면서 더블 철검을 휘둘렀다. 건달 패거리는 그들의 아지트와 함께 쑥대밭이 되었다.
레기온은 ‘오오오! 이거 엄청 좋다!’를 연발했다.
그런 레기온은 바라보는 셔틀은 경악은 금치 못했다.
자신은 왕따였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그다지 밝은 삶을 살아오진 못한 편이었다. 사실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스스로 꽤 나쁜놈이라고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당당하게 지냈던 이유!
그건 전부 사회 탓이니까! 사회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아아, 그 와중이 이만큼 성장한 내가 대단하지! 그렇게 꿋꿋하게 지낼 수 있었다.
당당하니까.
그러나 이제 알았다.
나는 나쁜 놈 축에 끼지도 않는다는 것을. 나는 그냥 평범했던 것이다.
진짜 나쁜 놈은 저 자식이다.
아니, 나쁜 놈 수준이 아니라, 세상 모든 악의 근원이 아닌가 싶다.
레기온!
“인류를 위해서 너를 말살시키겠다!”
“뭐?”
레기온은 셔틀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를 말살시켜?”
“제, 제가요?”
“방금 그랬잖아. 인류를 위해서 너를 말살시키겠다고.”
“사, 사장님이 아니고요. 왕국을 어지럽히는 놈들을 말살하겠다고요.”
“흐음-! 그래? 분명히 나한테 말하는 것 같았는데.”
“진짜입니다요.”
셔틀의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갑자기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바람에 골로 갈 뻔했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상대는 괴물이다.
놈을 암살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몸을 낮춰 놈이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때였다.
“죽어라!”
사라 코너를 호위하던 조장이 간신히 살아남아서 레기온을 습격했다.
셔틀은 급히 몸을 뒤틀었다.
정말 번개와 같은 기습 공격이었다. 이것이라면 레기온에게 큰 타격을 입힐지도 모른다.
그래서 슬쩍 자리를 비켜줬다.
그러나 호위 기사는 힘을 다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날린 마나 블레이드를 끝까지 뻗어 내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의 생명이 담긴 최후의 마나 블레이드는 목표를 잃고 비켜섰던 셔틀을 강타했다.
콰콰콰콰쾅!
이런 개 같은…….
“크아아악!”
아무런 방비도 없이 마나 블레이드에 강타를 당한 셔틀이 비명을 질렀다.
젠장! 방어막도 전개하지 않았는데!
셔틀은 쓰러진 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 셔틀을 레기온이 살포시 안았다. 충혈 된 그의 붉은 눈동자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새끼, 감동했다. 너야말로 진정한 충신이다.”
“네?”
“다음에도 부탁한다.”
“네?”
“나 대신 죽는다면 연금도 챙겨 주마.”
“네?”
“백작으로 승급되면 국립묘지에 안장시켜 줄게.”
“네?”
셔틀의 미래는 결정됐다.
국립묘지.
* * *
사라 코너와 라이덴은 포르세 후작의 저택 내부에 있었다.
후작의 저택답게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건물은 한 채였지만 저택의 규모는 궁전에 비유될 정도로 컸다.
지키는 기사들도 잘 단련이 되어 있었다.
그 미친 철갑 전사도 이곳까지는 오지 못하리라.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감시가 너무 심했다.
그들을 안내한 집사는 뱀보다 차가운 눈을 가진 사내였다. 그는 라이덴과 사라 코너에게 말했다.
“각하께서는 출타 중이십니다.”
“저희와 약조가 되어 있습니다만.”
“오늘이 아니지요. 내일 돌아오실 겁니다.”
“어딜 가셨기에.”
“공무상 비밀입니다.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집사는 전혀 죄송하지 않은 어투로 말했다.
“죄송할 것까지는 없죠.”
“그럼 저를 따라오시지요. 하루 동안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방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집사는 그들의 방을 따로따로 안내했다.
방은 화려했지만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창살이 있는 창문 밖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왜 자신들이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감금까지 할 필요는 없을 텐데…….
설마 ‘스킨 파우더’ 때문인가?
라이덴의 머릿속에 스킨 파우더가 떠올랐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스킨 파우더는 저희가 보관하겠습니다.”
집사가 나직하게 요청했다.
사라 코너는 직접 건네주고 돈을 받겠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하시죠.”
집사는 강제하지 않았다. 대신 알게 모르게 지금처럼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잘 있을까.”
라이덴은 연무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견습 기사들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이제 끝났다.
더 이상 사라 코너를 노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곳은 포르세 후작가니까.
자신도 돈만 받으면 끝이 난다. 이제 사라 코너와는 다시 만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그 생생했던 꿈이 지워지지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데.
어쩐지 그녀가 그 꿈의 중심에 놓인 것만 같았다.
* * *
레기온과 드레이져, 셔틀은 포르세 후작가의 저택 앞에 와 있었다.
“얘는 왜 이렇수?”
드레이져가 셔틀을 가리켰다. 입을 벌리고 반쯤 정신이 나가 보였다.
“기뻐서 그래.”
“기뻐서? 내가 보기엔 정신이 나간 것 같은데.”
“정말이야. 아까 낮에 나를 위해서 목숨을 던졌다고. 물론 정직원이 되기 위해서 눈에 띠려고 하는 행동이었겠지만…… 조금 놀랐어. 꽤 용기가 있어.”
“정말이유?”
“정말이라니까.”
드레이져는 의뭉스러운 눈으로 셔틀을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셔틀은 인생을 반쯤 포기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드레이져는 이내 생각을 포기했다.
주인과 엮여서 멀쩡했던 사람이 있던가.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자. 괜히 머리 쓰면 수명만 짧아진다.
“그러는 넌 어디 갔다 왔냐?”
“볼일이 있었수.”
“여자 만났구만.”
“여자 아니유.”
“여자도 아닌데 밤을 새?”
“정말 아니유.”
“흐응-! 수상한데. 아무래도 이상해…….”
“여자 아니라니까 자꾸 그러네!”
“알았다. 알았다고. 성질머리 하고는.”
레기온은 입을 삐죽거렸다. 주인을 저리 막 대하는 하인은 드레이져 하나뿐일 것이다. 살벌한 새끼. 더 물어보면 주먹을 뻗을 것 같아서 입을 다물기로 했다.
“근데 여기까지 와서 어쩔 생각이슈? 여기가 어딘 줄은 알고 있는 거유?”
“포르세 후작의 저택이잖아.”
“흐음, 알고 있네.”
드레이져가 의외라는 듯 말을 이었다.
“포르세 그 인간, 꽤 쓰레기라는 거 알고 있수? 겉으론 신사인 척하지만 인성이 아주 엿 같아. 엮여서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수? 혹시 정치라도 할 생각이유?”
“아닌데.”
“그럼 가능하면 안 보는 게 좋을 것 같수. 그냥 갑시다.”
드레이져가 흔치 않게 거슬리는 표정이었다.
“쫄았냐?”
“헐! 쫄긴 누가 쫄아! 주인이 모르는 것 같아서 그런 거지.”
“쫄았네. 쫄보 새끼. 머리 모양이 아깝다.”
“아니라니까! 내가 포르세 따위에게 왜 쫄아! 쫄긴!”
“아아, 알았어. 쫄보 새끼야. 네가 겁먹은 건 알겠는데, 미안하게도 돌아갈 순 없어. ‘스킨 파우더’가 여기에서 잡히거든.”
“여기서?”
“그래, 사라 코너인지 뭔지 여기에 숨었나 봐. 이것으로 확실해졌지? ‘스킨 파우더’를 노리는 사람은 포르세 후작이야. 어쩐지 그놈과 자주 마주치게 되네. 네가 쫄 정도면 나도 긴장을 좀 해야 하나?”
드레이져는 콧방귀를 끼었다.
주인은 뭔가 착각을 하고 있다. 그 난리를 치니 사방이 적이지. 이대로 가다만 10년 후엔 왕국 전체와 한판 뜨게 될지도 모른다고 드레이져는 생각했다.
왕국 전체와 한판이라.
나야 좋지 뭐, 라고 생각하는 드레이져였다.
“그래서 어쩔 생각이유? 정중하게 들어가서 사라 코너를 내놓으라고 요청이라도 할 생각이유?”
“내가 미쳤냐? 내 것을 훔쳐 간 도둑놈한테.”
“그럼?”
“일단 복면부터 써.”
“복면?”
“그래, 내 물건 찾으러 간다.”
“서, 설마?”
“설마는 무슨. 우리 스타일이 원래 이런 것 아니냐.”
레기온은 끌려온 세 필의 유령마를 보았다. 레기온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허리가 부러졌던 유령마는 원상복구가 되었다.
허리에 단단한 버팀목을 대서 더 이상 부러지는 것을 방지했다.
-푸르르륵!
세 마리의 유령마는 앞발로 땅을 파면서 투레질을 했다.
전투력이 급상승한다. 주인들의 투기를 느끼고 반응을 하는 것이다.
“어이, 셔틀. 너도 어서 복면 쓰는 게 좋을걸. 그렇게 멍 때리지 말고.”
레기온은 셔틀에게 말했다.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에 말투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렇다고 바로 정규직으로 전환하지는 않았다.
달에 3골드 줄 수 있는 3개월은 다 채울 생각이다.
“네? 보, 복면요? 여, 여기…… 후작간데요? 수도에서 설마 후작가를 공격하실 생각은 아니시죠?”
셔틀의 나갔던 정신이 돌아왔다.
그는 대번에 상황을 눈치채고 벌벌 떨었다. 6서클의 마법사고 나발이고 이곳을 공격했다가는 살아 나오지 못한다.
포르세 후작가.
왕국에서의 권세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가문이다. 당연히 무시무시한 강자들이 득실거린다.
아마…… 자신들 셋 정도는 정문도 통과하지 못하고 사로잡힐 가능성이 높다고 셔틀은 생각했다.
“닥치고 어서 마차 몰아. 나머지는 나 하고 드레이져가 알아서 할 테니까.”
셔틀은 울상을 지으면서 마부석에 앉았다.
그는 레기온이 미리 준비해 온 복면을 깊게 눌러썼다. 어디서 복면도 이런 것을 구했는지.
셋 모두 해골이 그려진 복면이었다.
딱 봐도 테러리스트다. 점점 악당에 걸맞은 행동을 하는 레기온이었다.
물론 그는 아직까지도 자신이 악당이 아닌 선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셔틀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해골 복면을 쓴 레기온이 공격마법을 발현시켰다.
“콜 더 패트리어트!”
수백 발이 넘는 화염구슬이 허공에 둥둥 떠올랐다.
그것은 포르세 후작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있는 정문을 향해서 빠르게 날아갔다.
콰콰콰콰콰쾅!
높이 5미터, 넓이 20미터.
흰색으로 된 담벼락은 성도 포만에서도 꽤 유명했다.
그런 아름다운 정문이 레기온의 고대 마법에 맞아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예술가들이 봤다면 혀를 빼 물고 자살을 할 일이었다.
특히 1천 년 전에 조각이 됐다고 알려진 독수리 조각상은 완전히 박살 났다.
아아, 이 얼마나 애석한 일인가!
그것들이 몽땅 폭발에 휘말려서 날아가 버린 것이다.
“달려라! 견습!”
레기온은 외쳤고-
셔틀은 눈물은 머금고 고삐를 당겼다.
도망쳐야 돼! 도망쳐야 된다고. 이대로 후작가에 돌입했다가는 죽는다고!
마음은 그렇게 외쳤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두두두두두두-
세 마리의 유령마가 이끄는 마차는 굉장한 속도로 무너진 정문을 넘었다.
정문을 지키던 병사들도 아연실색을 하고 말았다.
“어떤 미친놈이…… 성도에서 이런 짓을…….”
“여긴 후작가야. 후작가를 공격한다는 건 공왕에게 선전포고를 한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맞는 말이다.
포르세 수작은 공왕의 최측근이다.
그를 노린다는 것은 공왕을 노린다는 것과도 같다.
이것은 내전도 불사하겠다는 국왕파의 의지로 병사들은 받아들였다.
“돈데크만이 너희를 짓밟아 주마!”
“우하하하! 잭 니처가 여기 있다!”
레기온과 드레이져 둘은 신나게 그 뒤를 따라오며 소리쳤다.
“헐! 돈데크만이 국왕과 손을 잡았단다! 국왕이 내전을 선포했어! 이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라!”
“이 돈데크만 님에게 덤비는 네놈들을 모두 죽여 주마! 살고 싶으면 엎드려서 빌어라!”
아무도 원하지 않고.
뜻하지 않는 거대한 불꽃이 레기온에 의해서 갑자기 타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