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60)
마법은 괜히 배워서-261화(261/502)
# 261
악당답게 2
댕댕댕댕-
저녁 먹을 시간이다.
3성급 기사 데오르트는 길게 기지개를 펴면서 막사를 나섰다.
오늘 근무는 야간이다.
보통 경비근무는 일주일에 2번 정도 야근을 한다.
저녁 여섯 시부터 오전 8시. 수도 치안 담당 부서의 경비병들에게는 최악의 근무라 할 수 있다.
워낙 큰 대도시이기도 하고, 불이 꺼지지 않는 환락의 도시이기도 하다.
당연히 술을 먹고 깽판을 치는 놈들도 부지기수다.
술 먹고 여자 패는 놈, 술 먹다가 홧김에 살인하는 놈, 친구 출장 나갔을 때 친구 마누라 집적대는 놈, 아빠 술 먹는 동안 몰래 지갑에서 돈을 훔쳐 도박하는 놈. 별의별 인간 말종들이 다 있다.
그래도 오늘은 그중에 좀 나은 구역이 배정됐다.
후작가 인근 지역. 이곳은 시내 중심가에 비하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매우 조용하고, 매우 청정하다.
후작가에서 주변 치안을 관리하는 덕분이다.
데오르트는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바라봤다.
“여름이라 그런지 해가 참 길구만.”
확실히 여름이라 해가 길어졌다. 오후 여덟 시는 되어야 해가 질 것이다.
더워서 그런지 입맛도 없다.
오늘도 근무만 아니었으면 그냥 대충 잠이나 잤을 텐데, 밤새 근무를 해야 하니 간신히 저녁밥을 한 술 먹었다.
그는 평소 하던 대로 후작가를 한 바퀴 돌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첫 걸음을 떼려는 그 순간!
쿠쿠쿠쿠쿵!
정문 쪽에서 거대한 폭음이 터졌다. 그리고 곧이어…….
쿠쿠쿠쿠쿠쿠쿠쿠쿠쿵!
연쇄폭발이 일어났다.
연이은 충격이 수백 번 이상 반복됐다. 기겁을 한 데오르트가 커다란 나무 위로 뛰어올랐다. 저 멀리 후작가의 정문 방향에서 커다란 버섯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애애애애앵!
동시에 알람 마법이 울렸다.
-습격이다!
하지만 아직도 후작가 내부는 허둥지둥이었다. 습격이나 암살자에 대한 훈련은 되어 있었지만, 이리 들어오는 정면으로의 공격은 아직 대처법을 만들지 않았었다.
그들이 잠시 멍하니 있는 사이-
두두두두두두!
유령마가 끄는 마차가 맹렬한 속도로 후작가 내부로 진입했다. 해골 복면을 쓴 세 명의 사내들이었다.
철갑을 입고 해골 복면을 쓴 남자.
양 갈래로 머리를 따고 해골 복면을 쓴 남자.
왜소한 체구에 해골 복면을 쓴…… 마부인가?
“도대체 저놈들이 누구이기에…… 저런 짓을?”
데오르트가 검을 빼 들면서 외쳤다.
“모르겠습니다. 해골복면을 써서 얼굴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복귀하려던 경비병들이 말했다.
“얼굴은 확인하긴 어렵지만 왠지 낯설지가 않아. 어디서 많이 듣던 모습인데?”
“그, 그러고 보니!”
“왜 생각이 났는가?”
“저 거구! 엄청난 위압감의 검은 철갑! 저런 사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게 누군가?”
“돈데크만!”
“도, 돈데크만!”
그제야 데오르트도 떠올릴 수 있었다.
요사이 7대 강자 중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 세상 모든 것을 파괴라도 할듯이 이곳저곳에서 사고를 치고 다니는 인물. 어떻게 돈데크만을 모를 수가 있겠는가?
더더군다나 요즘 전설적인 이름을 써 가고 있는 인물이 아닌가? 마치 세상을 향해 다 덤벼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허! 저자가 드디어 미쳤군. 감히 포르세 후작가를! 그런데 대체 왜 저런 짓을 하는 걸까?”
아하!
데오르트는 저 미친 돈데크만이 왜 후작가를 습격했는지 알 것 같았다.
포르세 후작은 왕국 7대 강자 중에 한 명.
조용한 강자로 알려져 있다. 절대 나서는 일이 없지만 한번 손을 쓰면 결코 손에 사정을 두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러니 아마 돈데크만이 포르세 후작에게 결투를 신청했을 것이다. 하지만 포르세 후작은 돈데크만과 같은 자유무사가 아니다.
그는 공무에 바쁜 몸이다.
당연히 거절을 했을 테고-
저 미친 돈데크만은 앙심을 품고 후작가를 습격한 것이 틀림없었다.
“미친 돈데크만…… 전원 서둘러라! 상대는 왕국 7대 강자다! 목숨을 걸고 놈을 막아라!”
데오르트의 우렁찬 외침에 병사들의 사기가 높아졌다.
쿠쿠쿠쿠쿠쿠!
하지만 아무리 사기를 높였다고 하더라도 다크 로드의 권능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유령마를 막을 수는 없었다.
콰콰콰콰쾅!
유령마는 데오르트와 병사들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와지지직직!
수십 명의 병사들이 한꺼번에 튕겨졌다.
막고 자시고 할 틈도 없었다. 앞을 막았던 몇몇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검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팔과 다리가 꺾였다.
강렬한 충돌로 인해서 유령마들의 목이 이상한 모양으로 꺾였다.
“복구!”
셔틀이 주문을 외우자 유령마들의 꺾였던 뼈가 정상을 되찾는다.
-이히히히히힝!
더욱 강력한 사기를 내뿜는 유령마들이 엄청난 속도로 저택을 향해서 달려갔다.
“막아! 막아라!”
사방에서 수십 명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튀어나와서 마차 앞을 가로막았다.
“비켜! 우리는 사라 코너만 만나면 된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레기온은 사방으로 마법을 난사했다.
쿠쿠쿠쿠쿠쿠쿵!
또 한 번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엄청난 거금을 들여 아름답게 꾸몄던 정원이 불길에 휩싸였다.
쿠쿠쿠쿠쿵! 꽈지지직!
유명한 조각가에게 몇 번씩 부탁하여 만든 동상들이 유령마에 치어서 박살이 났다.
포르세 후작이 목숨보다 아낀다는 동상들이, 수도의 아름다운 기물로 남겨질 거라 알려진 동상들이 본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부서지고 갈렸다.
“아하하하하! 내 앞을 가로막지 마라!”
레기온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마부 역할을 하던 셔틀이 슬쩍 레기온을 바라봤다. 제정신이 아니다.
아아, 이건 정말 보통 미친놈이 아니구나.
내 운도 끝났나벼. 어쩌다가 저런 똘아이한테 잡혀서 지옥으로 가는 급행마차를 타고 만 거지?
“나와!”
레기온이 마부석으로 옮겨 탔다.
“왜, 왜 이러세요.”
“사라 코너가 빠져나가기 전에 쳐야 한다. 마차를 세울 시간 따위는 없어.”
“서, 설마!”
“꽉 잡아!”
“오케바리!”
드레이져의 신이 나서 외쳤다.
셔틀은 기겁을 했다. 저 자식은 그래도 왕국 7대 강자 아닌가? 그럼 사리분별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왜 이런 미친 짓에 동참을 하는 건데. 문제는 저 자식이 더 신나 보인다는 거다.
두두두두두두두-
“이럇 이럇!”
레기온은 더욱 빠르게 유령마를 몰았다.
유령마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저택을 향해서 달려갔다. 저택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기겁을 하고 흩어졌다. 탈출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쾅!
정원 중간에 있던 분수대도 부서졌다. 마차가 잠시 휘청거리더니 그냥 달린다.
두두두두두두두두-
유령마들의 속도가 최고점에 달했다. 이제는 말고삐를 당겨도 서지 못한다.
“으아아아아악!”
인간의 몸으로 결코 버틸 수 없다. 이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죽으려면 혼자 죽지! 왜 나까지! 레기온 개자식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유령마와 마차가 저택의 정문을 들이받았다.
속도를 이기지 못한 유령마는 정문을 완전히 박살 낸 다음 내부까지 데굴데굴 굴러갔다.
지진이 난 것처럼 저택 전체가 흔들렸다.
1층은 초토화가 되었다. 마치 5서클 이상의 폭발 마법이 연쇄적으로 터진 것 같은 참혹함이었다.
* * *
루카스는 천신만고 끝에 아일랜드에 도착했다.
무려 일곱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고, 무려 서른두 번이나 포기할까? 생각했었다.
단기 기억 상실에 걸려서 힘 좀 쓰는 거구의 노처녀에게 장가 갈 뻔했다. 강제로 신랑복을 입고, 강제로 입맞춤을 당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지 않았다면 그대로 결혼까지 직행해서 열두 자식을 낳고 오순도순 살 뻔했다.
간신히 살아났다.
그나저나 대체 상인들은 여기까지 뭔 수로 오는 걸까?
거기다 빌어먹게 위스키 양조장들의 휴가 기간이란다. 결국 위스키는 도착해서도 나흘이나 뒤에 구입할 수 있었다.
그나마도 한 사람에 한 병이 전부란다.
양조장을 다 돌아다닌 끝에, 간신히 구한 게 일곱 병이다.
“젠장! 비싸도 그냥 사 먹고 말지.”
루카스는 다시 극해를 뚫고 남하했다.
사실 그가 모르는 게 있었는데, 오래 거래를 한 상인들을 위한 포탈이 아일랜드에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물론 루카스는 사용할 자격이 되지 못하지만.
그렇게 다시 닷새를 남하한 뒤에야, 루카스는 이곳에 자신의 친구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 친구에게 가면 포탈을 열어 줄 거야.”
루카스는 절친, 화이트 드래곤 글루미 아이즈의 레어로 향했다.
형님으로 모시기로 한 레기온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선배님으로 모시기로 한 개자식 마몬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정말 이런 식으로 버려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
영원한 우정이라고 생각했건만.
이제 술 한잔 마실 수 있는 친구는 화이트 드래곤 글루미 아이즈뿐이었다.
왜 벌써 왔냐고 할 테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일단 뻥을 좀 쳐야겠다. 자네를 몇 달 못 봤더니, 너무 보고 싶어서 말이야.
“어우, 추워.”
루카스는 글루미 아이즈의 레어 앞에 도착했다. 그는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딩동.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글루미 아이즈가 레어를 벗어나는 일은 좀처럼 없는 일이다. 인간 세상도 나가고, 유희도 즐기라고 했더니 무섭단다.
기가 차서 다시 물었다.
“유희가 무섭다고요?”
“공황장애가 있네. 사람이 많은 곳이나, 소음이 많은 곳에 가면 머리가 핑핑 돌아. 그래서 그냥 이곳에 있으려고.”
공황장애?
살다 살다 별 희한한 병명을 다 들어 본다. 어쨌든 글루미 아이즈는 레어 밖을 잘 벗어나지 않았다.
딩동딩동-
그런데 몇 번이나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이 없었다.
“이상하네.”
최소한 가디언들이라도 마중을 나와야 정상이다. 이렇게 아무런 인기척이 없을 수는 없었다.
루카스는 레어의 문에 손을 댔다.
“어라?”
문에서 어떤 마력의 힘도 느껴지지 않는다. 불길함을 느낀 루카스는 문을 안쪽으로 밀었다. 그러자 문이 스르륵 열렸다.
루카스는 캣걸을 소환해 안으로 들어섰다.
안쪽에서 피냄새가 훅 밀려 나왔다.
눈살을 찌푸린 루카스는 걸음을 옮겼다. 천장에서 깜박깜박 불빛이 번쩍였다. 불빛 사이사이로 드러난 벽면에서 날카로운 마력이 느껴졌다.
전투가 있었다.
그것도 심각할 정도로 심한.
폭발 흔적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벽면은 무너지고 가디언들은 몰살을 당했다.
생존자는 보이지 않았다.
“글루미 아이즈 님! 글루미 아이즈 님!”
루카스는 화이트 드래곤을 불렀다. 화이트 드래곤의 대답은 없었다. 루카스의 목소리는 거대한 공동에 힘없이 메아리를 칠 뿐이었다.
그는 글루미 아이즈가 기거하는 곳에 도착했다. 엄청난 양의 피가 바닥에 흥건하고 흐른 채 굳어져 있었다.
생명력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서, 설마…….”
루카스의 심장이 매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주위를 모두 뒤졌다. 어떤 증거가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누군지 모르지만 매우 치밀한 자들이다.
하지만-
루카스는 CCTV 마력석을 찾았다. 대부분이 파괴되어 있었다.
그러나 천장에 매달린 초소형 CCTV 마력석은 놈들도 찾지 못한 모양이다.
덕분에 레어 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점점 루카스의 눈이 커져갔다. 참을 수가 없는지 그는 CCTV를 확인하다고 속을 게워 내고 말았다.
“이, 이, 천인공노할 새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