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62)
마법은 괜히 배워서-263화(263/502)
# 263
I’ll be back 2
트레비아 공작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베리모어와 코네리를 바라봤다.
베리모어의 얼굴은 말끔하다.
지나치게.
평상시와 다르게 무척이나 부자연스러웠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눈썰미가 좋은 트레비아 공작은 베리모어의 달라진 점을 대번에 눈치챘다.
“무슨 일이 있었지?”
트레비아 공작이 물었다.
“큼큼, 그것이.”
코네리가 헛기침을 터트렸다.
옆에서 베리모어가 옆구리를 꼬집으면서 말하기만 해 봐, 라고 눈을 부라렸다.
“말하라.”
“아무것도 아니에요.”
“말하라.”
“진짜 아무것도 아닌데.”
베리모어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진짜 말을 하기 싫은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버릇없이 오냐오냐 해 줄 수는 없었다. 엄연히 파티도 규율이 존재한다.
평소에야 얼마든지 봐줄 수 있지만, 지금처럼 중요한 순간까지 베리모어의 천방지축 행동을 놔둘 수는 없었다.
“철갑을 입은 사내에게 당했습니다.”
코네리가 베리모어 대신 대답을 했다.
“당했다?”
“네.”
“베리모어가?”
“그렇습니다.”
“방심을 하고 있었나?”
“…….”
코네리와 베리모어는 대답하지 않았다. 특히 베리모어는 양손으로 머리를 받친 채 먼 산을 바라봤다.
물어보지 말라니까.
“아닌가?”
“……그게 참.”
“그럼 정말 베리모어가 당했단 말이냐?”
트레비아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저 베리모어가…… 당했다?
성녀라지만…… 베리모어는 단순히 보조 파티원으로서 역할을 전담하는 인물이 아니다. 물론 무지막지한 버프 스킬과 축복, 회복 등등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그 이상으로 무투가로서의 능력도 매우 뛰어난 인물이다.
즉, 전장에서도 그 자신에 대한 버프 없이 6성 무투가의 능력을 내며, 스스로 모든 버프를 이용하면 7성의 힘을 내는 강력한 딜러이기도 하다.
거기다 그 막대한 성력으로 쏟아 내는 회복 마법!
그런 그녀가 당했다고?
“어떻게?”
“어떻긴 뭘. 그냥 깨졌어요.”
베리모어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강해?”
“강해요.”
“얼마나?”
“그냥…… 뭐, 조금. 사람 꽤 죽여 본 솜씨였어요.”
“재미있군. 만약 다시 싸운다면?”
“상대를 얕보지 않는다면 6대 4. 4는 저. 상대가 6.”
“정말 강한 상대였나 보군.”
트레비아는 재삼 놀랐다. 저 건방지고 자존심 강한 베리모어가 상대를 자신보다 높게 평가하다니.
“하지만 팀 전이면 어림없어요. 암만 그래도 전 성녀니까. 육체적 능력은 조금 떨어지죠. 아, 짜증 나. 다시 만나면 곤죽을 만들어야지.”
광오하지만 맞는 말이다.
신성력만 있으면 불사에 가까운 생명력을 얻는 베리모어였다. 그런 그녀가 함께 있으면 동료들은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드래곤 킬이 가능하다.
“좋아. 그럼 그것은 나중에 생각하고…… 일을 시작해도 되겠나.”
“얼마든지요.”
“본래 이곳은 우리 땅이다. 다시 되찾는 첫 번째 발걸음이야.”
“아무렴.”
트레비아 공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방을 나서자 파티원들도 그의 뒤를 따랐다.
최고급 여관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피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거꾸로 매달린 채 죽어 있었다.
적어도 100명 이상.
그들의 피가 천장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트레비아 공작의 파티원들이 가지고 온 마차 위로 떨어졌다.
마차는 기이한 문형의 마법진 위에 놓여 있었다.
마차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마차가 아니라 마차 위에 놓인 뭔가가 꿈틀거렸다.
그건 마치 풍선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마력 또한 상상을 초월한 정도로 빠르게 늘어났다.
코네리도 베리모어도, 스미스와 리브스도 그 압도적인 마력에 견디지 못하고 한 발씩 뒤로 물러났다.
“저희가 저것을 제어할 수 있을까요?”
스미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어? 어차피 제어도 불가능한 괴물인데다, 우리가 왜 제어를 해야 하지?”
“그럼?”
“놈은 이곳을 초토화시킬 거야. 생명체 하나 남기지 않고 몽땅 죽여 버리겠지. 에너지가 다할 때까지.”
“저건…… 죽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언데드는 언데드지만, 불완전하지. 일시적으로 되살려 낸 것뿐이야. 우리 실력으로 어떻게 저걸 완전히 되살릴 수 있겠나? 8서클의 리치나, 네크로맨서는 되어야 저걸 다룰 수 있지 않을까?”
-크르르르르.
커다란 천에 덮인 그것이 서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흘러내리던 인간의 피가 모두 그 부풀어 오른 육신으로 빨려 들어갔다.
인간이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초월적인 마력.
“자, 시작하자. 영혼이 없는 자여. 성도 포만에 죽음의 빛을 뿌려라!”
* * *
라이덴이 사라 코너의 단검을 낚아챘다.
그리고 레기온을 향해서 오러를 담은 단검을 던졌다. 전력을 다한 오러 ‘빙결’이 담긴 단검이었다.
레기온은 코웃음을 치면서 단검을 쳐 냈다.
느리고 위력도 형편없는 단검이다. 이런 단검으로 자신에게 어떤 데미지도 입히지 못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단검에 닿은 레기온의 팔뚝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얼음은 순식간에 퍼지더니, 기어이 레기온의 전신을 얼려 버렸다.
쩌쩌저저적!
레기온은 얼음동상이 되어 버렸다.
“주, 죽었나요?”
“그랬으면 좋겠지만…….”
냉 속성에 약하다면 상대는 죽을 것이다.
뼈와 뇌, 근육, 장기, 손톱, 발톱까지 모조리 얼어붙을 테니까. 그러나 저 괴물이 냉기에 약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뒤에서 천천히 들어서던 드레이져가 말했다.
“도망치는 것이 좋을 거야.”
많이 듣던 목소리였다.
라이덴은 드레이져에게 고개를 돌렸다.
지금껏 드레이져는 나서지 않았다. 어쩐지 옛 친구를 둘이 공격하는 게 내키지 않았다. 물론 주인이 위험에 처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드레이져?”
“맞아.”
“그 꼴사나운 복면은 뭐지?”
“아아,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지.”
“도대체 자네 정체는 뭔가? 그 유명한 잭 니처가 자네인가?”
드레이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닐 텐데. 중요한 건 자네들 목숨 아닌가.”
“그래서 우리를 놓아 주려고?”
“놓아 줄게. 대신…….”
“대신 뭐?”
“스킨 파우더를 놓고 가.”
“흥, 어림도 없는 소리를 하는군. 자네도 이것을 노리고 있었나.”
“딱히 노리는 건 아니지만, 필요해서 말이야. 그게 생명보다 귀하진 않잖아?”
당연히 그렇진 않다. 하지만 이게 목숨줄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만약 스킨 파우더를 드레이져에게 넘긴다면, 오래지 않아 포르세 후작의 추격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분명 죽을 확률이 9할 이상이다.
“너희 것이 아니잖아. 원래 그건 내 주인…… 아니, 이 사람 거라고.”
“무슨 말을 해도 어쩔 수 없어. 이걸 넘기면 우린 죽게 될 테니까.”
“그거 없으면 이 사람도 죽어.”
죽는 것과 마찬가지다. 갑옷을 벗지 못하고 살아야 할 테니까.
“미안하지만…… 저도 그렇게 할 순 없어요.”
사라 코너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 역시 사정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돈이 필요하다. 그녀만 믿고 있는 고아원의 아이들이 수십 명이 넘는다.
대도둑이라는 명성을 얻었으면서도 가난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녀가 돈을 벌어다 주지 않으면 수많은 아이들이 굶어서 죽는다.
무조건 이번 임무를 완수하고 포르세 후작에게 돈을 받아야 한다.
“도둑년은 빠져. 남의 물건 도둑질 하고서, 주인이 찾으러 왔는데, 뭐? 그렇게 할 순 없어?”
드레이져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그, 그건…….”
“어쨌든!”
드레이져가 뒤로 물러나면서 말을 이었다.
“이 남자가 진짜 화를 내기 전에 물건을 내놓는 것이 좋을 거야.”
“저희도 이걸 드릴 순 없는 상황이에요.”
“큭큭…… 그럼 마음대로 하라고.”
드레이져는 사라 코너와 라이덴을 위해서 기도를 올렸다. 처참하게 죽지 않기를 바란다. 옛 친구여.
뚜두두둑-
레기온의 눈동자가 움직인다.
충혈 되어 있던 눈빛에서 점점 살기가 뻗어 나왔다.
-감히…….
콰콰콰콰콰콰쾅!
레기온을 감싸고 있던 얼음덩어리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터져 나갔다.
“썬더 볼트!”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사라 코너는 스크롤을 찢었다. 5서클의 전격 마법이 레기온의 머리 위로 내리찍혔다.
“파이어 윔!”
“스타 파이크!”
…….
연이어 가지고 있던 공격 스크롤을 모두 찢었다.
열 가지가 넘는 공격마법이 레기온을 연속으로 강타했다. 인간이라면 도저히 버틸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마법 공격들이었다.
콰콰콰콰콰쾅!
충격을 견디지 못한 그 층이 완전히 박살 났다.
천장이 무너지고 벽면이 뚫려서 지상으로 추락했다. 바닥도 무너지기 직전이다.
“간다! 꽉 잡아!”
라이덴은 사라 코너를 잡고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건물을 뛰어내렸다. 그리고 가장 가깝게 있던 말을 잡고서 미친 듯이 도망쳤다.
“괜찮으슈?”
드레이져가 레기온에게 물었다. 엄청난 공격을 몸으로 버텨 냈다.
보면서 드레이져는 혀를 내둘렀다.
그 와중에 몸을 비틀고, 어깨로 튕겨 내고, 손으로 쳐 내면서 모든 마법을 받아 내다니!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빨리 강해질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 공격을 마법사가-!
몸빵으로 버텨 낸 것이다. 정말 기가 찰 노릇이었다.
철컹철컹.
전신에서 연기를 내뿜는 레기온이 무너진 창문을 향해서 다가갔다.
그의 눈동자는 도주하고 있는 사라 코너와 라이덴의 등에 꽂혔다.
“어쩔 거유?”
“오늘 끝장을 봐야지. 더 이상 도망치는 놈 쫓는 것도 지겨워.”
레기온은 천천히 등을 돌렸다.
드레이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오늘 옛 친구의 송장을 치워야 할 듯싶었다.
* * *
국왕 진영의 대표로 바세라바밥과 시진피 공작이 나섰다.
공왕 측 대표는 트럼프 공작과 포르세 후작이었다.
그들이 장미의 궁전에서 만나 회담을 벌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병약한 왕을 대신하여 다음 대를 이을 왕세자가 누구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아직 라우젤 왕세자의 생존이 확인되지 않았소. 섣불리 다음 왕세자를 정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오!”
시진피 공작이 말했다.
국왕파는 죽으나 사나 적통인 라우젤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워낙 총명한 인물이기에 그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몇몇 왕자들이 있었지만 라우젤이 실종된 시기에 비슷할 때에 의문의 사고사를 당했다.
그렇다면 왕위계승 서열 1위는 공왕의 아들인 아베가 된다.
공왕의 아들은 매우 호전적이다.
공왕보다 한 수 위라는 소문이 나 있을 정도였다. 그 소년이 왕이 된다면 왕국은 숙청과 전쟁으로 피바람에 휩싸일 것이다.
반대하는 국왕파의 척결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었다.
“라우젤 왕세자께서 실종이 된 지 꽤 시간이 지났소. 언제까지 왕세자 자리를 비워 둘 수는 없소. 이러다가 덜컥 국왕께서 서거라도 하시면 어쩌려고 하시오.”
트럼프 공작이 시진피 공작을 몰아세웠다.
벌써 3차 회담이다.
그때마다 결론을 나지 않았다. 아마도 라우젤 왕세자가 극적으로 생환하지 않는 한, 같은 얘기가 끝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어느 한쪽의 세력이 기우는 순간-
끝장이 난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일단 저희 아베 님을 왕세자로 옹립합시다. 만약 라우젤 왕세자가 나타나면 그때 다시 자리를 내어주면 되는 것 아니오.”
역시 안 될 말이다. 저들이 순순히 왕세자 자리를 내놓을 리가 없었다.
무조건 버터야 한다.
그때까지 라우젤 왕자를 찾는 것만이 국왕파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때였다.
포르세 후작의 부하인 사카 백작이 문을 급하게 열고 들어섰다.
모두가 눈을 찌푸렸다.
아무리 급하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문을 여는 것은 매우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무슨 일이냐!”
포르세 후작의 언성을 높여서 사카 백작을 나무랐다.
“크, 큰일 났습니다.”
“무슨 큰일이기에 이리도 소란을 피운다는 말이냐!”
“돈, 돈데크만이!”
“돈데크만이 뭐?”
“국왕파…… 아니, 폐하와 손을 잡은 것 같습니다.”
사카 백작이 급하게 말하다가 당황하며 호칭을 바꿨다.
“후작 각하의 저택을 돈데크만이 습격했습니다. 저택이 초토화되었고, 사상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도 집계를 못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사카 백작의 말에 바세라바밥과 시진피 공작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리고 말았다.
놀란 것은 트럼프 공작과 포르세 후작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이런 식으로 전격전을 치룰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