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65)
마법은 괜히 배워서-266화(266/502)
# 266
본 드래곤의 강림 1
발 없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그동안 숨을 죽이고 있던 국왕파와 공왕파의 귀족들이 병력을 끌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성도 규칙에 따라 포만에서는 누구도 병력을 규정 이상으로 거느릴 수 없다.
그 기본이 백작 위로는 백 명, 그 아래로는 오십 명.
물론 곧이곧대로 이 말을 지키는 귀족들은 없었다. 하급귀족들은 눈치를 보느라 정도를 지키고는 있었으나, 상급귀족들은 대부분 2배 이상의 병력을 이끌고 진입했다.
혹시 말이 나오면 하인들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또 그런 귀족들의 말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사람도 없었다.
내전이 터졌다!
모든 귀족들이 자신들의 병력을 끌고 뛰쳐나왔다.
처음에는 수백 명에서 지금은 수천 명이 넘는 귀족과 사병들이 중앙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무기를 꺼내서 대치했다.
굉장히 험악한 상황이지만 누구도 섣불리 공격은 하지 않았다.
먼저 칼을 휘두르는 사람이 개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샬롬 백작? 반란이라도 일으키겠다는 것인가!”
덩치는 작지만 날카로운 눈매의, 어디 가서 맞고 다닐 것 같지 않은 테르 백작이 중무장한 서른 명의 기사들을 데리고 공왕파 귀족들에게 소리쳤다.
“닥쳐라! 테르 백작. 네놈이 우리 조만간 우리 공왕파를 모조리 잡아서 죽이겠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닌 것을 모를 줄 아느냐! 잘 됐다! 이참에 너의 목을 베고 왕국의 기틀을 바로 세우리라!”
샬롬 백작도 검을 빼 들었다.
차차차창!
마흔 명쯤 되는 중무장한 기사들도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런 일이 장미의 궁전의 코앞 중앙광장에서 벌어졌다. 이번 일에는 중도파란 거의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공왕파건, 국왕파건 한편에 서야 했다.
잘못하면 미운 털이 박혀서 박쥐가 될 수도 있었다.
눈치를 보는 중도파 중에서 박쥐같은 자들도 있었으나, 아예 싸움판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막판까지 몰린 상태에서 가문의 안전을 위해 언제까지고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다.
덕분에 전투병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그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앙경비대도 급파가 되었다. 그들은 국왕파도, 공왕파도 아니다. 귀족과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우선인 자들이었다. 그들은 최대한 싸움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해 주변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에게 신경 쓰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시민들도 모여들었다.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끼어들진 못하고 있었지만, 누군가 불씨 하나만 당겨도 폭동이 나기에는 충분한 상황이었다.
시민들까지 끼어들자 판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고 중앙 광장은 졸지에 수만 명의 인파로 가득 채워졌다.
일촉즉발!
지금 상황은 한 마디로 정리한 단어다.
그 날카로움 때문에 다행히 싸움은 멈춰 있었다.
그때였다.
쿠쿠쿠쿠쿵!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중앙 광장 전체가 들썩 울렸다.
“이런 젠장! 이게 모두 샬롬 백작 네놈 때문이야! 왕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네놈과 같은 국왕파 때문에 신께서 노하신 게다!”
“개소리 집어치워! 테르 백작! 이것이야말로 신의 분노다. 너희들의 썩음으로 인해 하늘이 노하신 게다! 어서 무릎을 꿇고 빌어라!”
잠시 놀랐던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목의 핏대를 세웠다.
쿠쿠쿠쿠쿠쿠쿠쿵!
또다시 거대한 울림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땅이 들썩거렸다.
쿠쿵!
쿠쿠쿠쿵!
쿠쿠쿠쿠쿠쿠쿵!
규모는 더 세지고 강력해졌다.
그제야 사람들의 표정이 싹 변했다. 뭔가 이상한 현상 이라는 것을 그제야 느낀 것이다.
지진인가?
사람들이 서서히 진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만약 대규모 지진이라도 일어난다면, 사상자가 얼마나 될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쿠쿠쿠쿠쿵!
울림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래도 사람들의 표정에서 불안감이 사라지진 않았다. 어수선함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지만, 모든 이들이 서서히 공포감을 느끼고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들이 생각은 맞았다.
푸화화화화화!
일순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살기가 광장 전체를 강타했다.
얼마나 강한 살기였는지, 가장 앞줄에 있던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마치 수증기가 피어오르듯 사람의 존재 자체가 붉은 수증기가 되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이, 이거 뭐야…….”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기겁을 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기이한 상황이었다.
바로 옆에서 친구가 사라지는 것을 본 시민A가 조금 전 친구가 있던 곳으로 손을 뻗었다.
그의 옷과 손과 피부에 붉은빛이 맺혔다.
“뭐야? 누구야! 대체 누가 이런 사이한 마법을…….”
“마녀인가? 아니면 흑마법?”
“이건 흑마법사의 짓이다!”
“젠장, 이럴 줄 알았어. 이래서 흑마법사들은 성도 출입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내가 말했잖아.”
이곳저곳에서 두려움이 섞인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윽고-
푸하하하하하학!
살기가 넘쳐나는가 싶더니 이내 성도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최고급 여관의 지붕을 뚫고 강력한 빛줄기가 튀어 올랐다.
그 빛줄기는 끝도 없이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어둠이 찢어지고 공간이 비명을 지른다.
그 기묘한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공포와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덜덜 떨었다.
“저, 저것이 뭐시여?”
빛줄기는 하늘 끝에서 폭발했다. 아주 멀리서 들리는 천둥소리 같았다.
보이지도 않을 것 같은 하늘이 연쇄폭발을 일으키더니 점점 세상은 어둠으로 물들었다.
투툭- 투투투투투툭-!
쿠쿠쿠쿵! 쿠쿠쿠쿠쿠쿠쿵-!
이내 천둥을 동반한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
바닥은 금방 질퍽질퍽한 진흙이 되었다. 세찬 빗줄기는 수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체온을 금방 뺏어 갔다. 그럼에도 그들은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쿠오오오오오!
근원을 알 수 없는 살기는 아직 없어지지 않았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최고급 여관이 폭발했다. 웅크리고 있던 거대한 존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도대체 저렇게 거대한 덩치가 어떻게 건물에 몸을 숨기고 있었는지 신기할 정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보는 광경!
아니, 앞으로도 다시는 보지 못할 장면일 것이다.
그것은 몬스터 도감에조차 올라온 적이 없는 무시무시한 괴물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는 존재!
-본 드래곤.
트레비아 공작에게 사냥을 당해서 죽은 글루미 아이즈가 본 드래곤이 되어서 현실에 강림한 것이다.
“저, 저, 저게 뭐야?”
사람들도 귀족들도 늘어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런 지옥과 같은 광경을 보게 될 경우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본 드래곤!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괴물이 아니다. 죽었기에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드래곤은, 살아 있음으로 강한 드래곤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였다.
저것은 순수한 재앙, 그 자체가 아닌가!
-쿠오오오오오!
이지를 완전히 상실하고 영혼까지 송두리째 뺏긴 글루미 아이즈 본 드래곤의 피어가 사방으로 퍼졌다.
강력한 음파의 향연!
본 드래곤 피어는 성도 포만 전체를 휘어 감았다.
“크어어어억!”
본 드래곤과 가까이 있던 사람들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칠공에서 피를 뿜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내장이 진탕되었으며, 입과 코에서 뇌수가 줄줄 흘러내렸다.
“이, 이럴 수가…….”
모든 자들이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거대한 본 드래곤을 보면서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절대적인 절망감만이 그들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쿠오오오오오오오!
다시 한 번 본 드래곤의 피어가 울려 퍼졌고-
학살이 시작됐다.
* * *
레기온과 드레이져, 셔틀은 사라 코너와 라이덴을 뒤쫓고 있었다.
“젠장, 저 자식들 왜 이리 빨라!”
레기온은 투덜거렸다.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고 있었다.
당연하다. 사라 코너와 라이덴을 태운 말은 목숨을 걸고 달아나는 중이었다. 잡히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들은 알고 있었다.
반면에 레기온을 태운 유령마는 허리가 부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유령마는 계약이고 뭐고 괜히 했네, 라고 후회를 하는 중이었다.
무거운 것도 무거운 것이지만 옆구리 좀 그만 찼으면 좋겠다. 레기온이 옆구리를 칠 때마다 뼈들이 모조리 부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저 인간이 언제 옆구리를 찰까 걱정이 돼서 뛰지를 못하겠다.
드레이져와 셔틀의 유령마는 레기온이 타고 있는 대장 유령마의 눈치가 보여서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했다.
먼저 튀어 나갔다가는 언제 어떤 해코지를 할지 모르는 놈인 탓이다.
-푸르르르르.
아쉽게도 레기온을 태운 유령마의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어라? 왜 이래?”
유령마는 포기했다.
더 이상 이 인간을 태우고 빨리 달릴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던 무릎 연골이 모두 나간 느낌이었다.
“뭐하냐?”
레기온은 유령마에게 물었다.
유령마는 바닥에 쓰러졌다. 레기온은 급히 뛰어내려 유령마를 보았다. 유령마를 힐끗 레기온을 보더니 울음을 터트렸다.
-푸드득, 푸프드득.
직역하자면 ‘어머니, 저 허리가 다쳐서 못 움직입니다. 아무래도 일을 하지 못할 것 같아요. 어쩌면 돌아가신 아버지를 먼저 뵙게 될 것 같습니다.’라는 소리였다.
레기온은 기가 막혔다.
“그러니까 계약서대로 안 하겠다고?”
-푸르르륵, 푸르르륵.
다시 직역하면 ‘내 허리를 보시오. 레기온 남작. 척추의 뼈들이 탈골됐소. 무릎도 모두 나갔소. 이 상태로 뛸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였다.
“하아. 미치겠네.”
레기온은 투구의 뒷머리를 긁었다.
‘스킨 파우더’를 놓치면 큰일이 난다. 그렇지만 자신을 태울 수 있는 유일한 탈 것이 저 모양이다. 이럴 때면 누벼누벼가 더 생각난다. 그녀석만 있었어도 사라 코너쯤은 쉽게 잡을 수가 있었을 텐데.
“어쩔 거유?”
말을 세운 드레이져가 물었다.
“어쩌긴 뭘 어째? 얼른 가서 잡아! 그 년놈들을 잡지 못하면 난 끝장이라고!”
“알겠수다. 확실히 잡을 테니까 천천히 오슈.”
드레이져가 말고삐를 당겨서 사라 코너와 라이덴의 뒤를 쫓았다.
“천천히는 무슨.”
이게 뭔 꼴인지.
레기온은 드레이져의 뒤를 따라서 뛰기 시작했다. 예전보다 확실히 빨라지긴 했는데…….
그의 옆으로 개미가 속도를 맞춰서 뛰고 있었다.
“이 새끼, 제법 빠른데?”
개미는 레기온과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며 여섯 개의 발을 열심히 놀렸다. 다행히 아무리 레기온이라고 하더라도 개미의 말까지는 알아듣지 못한다.
레기온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고 있을 때였다.
저 멀리서 강대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그 강대한 힘은 하늘을 향해서 끝도 없이 솟구쳤다. 얼마나 그 위력이 강한지 멀리서 지켜보던 레기온의 전신이 찌릿찌릿하게 울릴 정도였다.
“이건 또 뭐야?”
레기온이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
-브레스 같삼.
“브레스?”
-드래곤의 최종병기, 브레스라는 말임.
“왜 드래곤의 브레스가 저기서 터져?”
-나도 모름. 다만…….
“왜? 무슨 일 있어?”
-아무래도 도망치는 게 나을 것 같삼. 저 에너지의 근원이나 종합전투력을 볼 때, 여기에 남아 있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클 듯함.
“스킨 파우더는?”
-철갑 입고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낫지 않겠음?
“지랄! 나는 철갑 입고는 절대 못 살아. 차라리 죽는 것이 나아!
레기온은 전력을 다해서 뛰며 사라 코너와 라이덴을 뒤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