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73)
마법은 괜히 배워서-274화(274/502)
# 274
각성! 다크 로드 2
“으으윽, 안 아픈 구석이 없네.”
리치 마몬은 아공간으로 돌아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그는 뼈로 된 가슴을 보았다.
뻥 뚫린 구멍.
아아, 마음이 아프구나. 어서 복구를 시켜야겠다. 주문을 외우자. 소원을 빌어 봐. 새로 개발한 주문의 효과가 좋다. 언데드 힐링. 생각보다 빠르게 구멍 난 가슴을 채워 준다.
“트레비아 공작이라…….”
문득 가슴에 구멍을 뚫어 버린 자가 떠올랐다.
그 새끼 정말 엄청나게 강했다.
다시 붙는다면?
마몬은 고개를 흔들었다. 현 상황에서는 다시 싸워도 자신의 패배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걸 어떻게 한다냐…….”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못 참겠다.
다른 놈은 몰라도 트레비아 공작만큼은 자신의 손으로 찢어 죽여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7서클 마법으로는 놈의 상대가 안 된다.
마법사, 기사, 전사, 궁수, 힐러.
모든 클래스를 망라하여 7성, 7서클을 뛰어넘으면 하나의 호칭이 주어진다.
‘위대한’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그랜드 마스터.
놈은 분명 그랜드 마스터였다.
250년을 살아온 리치 마몬도 그랜드 마스터는 본 적이 없었다. 알렉산더 가문의 바람둥이 중년인들이 강하기는 하지만 그랜드 마스터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제껏 그랜드 마스터의 강함이 어느 정도인지 피부로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확실하게 느꼈다.
그랜드 마스터를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자신도 그랜드 마스터가 되는 수밖에 없다
8서클에 도달해야 한다.
6서클과 7서클의 차이보다 7서클과 8서클의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8서클 흑마법사에 누가 있더라?”
리치 마몬은 머릿속을 뒤졌다. 리치가 되고 나서 좋은 점은 머리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짧게 ‘8서클 흑마법사’라고 생각하자, 곧 몇 명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활약을 했으며 언제 죽었는지, 어떤 악행을 저질렀는지.
500년 내외에 8서클 흑마법사는 모두 9명이다.
백 년에 두 명이 채 안 된다. 상당히 적은 숫자다. 그만큼 8서클에 도달하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다.
리치 마몬은 그것에 도전하려고 한다.
“이 사람은 사형을 당해서 안 되고. 이 사람은 백마법사로 개종했네.”
아홉 명 중에서 여섯 명을 치웠다.
나머지 세 명.
이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이들은 던전을 만들어서 평생 연구에 일생을 바쳤을 확률이 높았다. 이들의 던전을 찾으면 리치 마몬은 8서클의 도달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교룡의 태자 고히잠드소서.
-흑염의 전생자 몬먹어도고.
-불사의 신룡 탈락.
이들의 숨겨진 던전을 찾으면 그야말로 노나는 것이다.
“이거 던전을 찾기가 쉽지 않겠지? 그것도 그렇고…….”
마몬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뗐다.
“주인님을 거기까지 어떻게 데리고 간다…….”
* * *
셔틀은 심각하게 고민 중이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나는 어쩌지?”
그는 괜히 계약서를 찢었다가 지옥 경험을 하고 말았다. 놀랍게도 눈앞에 희미한 무엇이 나타나 계약서를 다시 만들었다.
-이런 미친놈. 분명히 계약서 찢지 말라고 적혀 있는데. 이봐, 여기에 다시 지장 찍어. 안 찍으면 너 정말 뒈진다.
저주의 정령이었다.
아쉽게도 셔틀은 정령을 보지 못했다.
그저 눈앞에서 분명 뭔가가 있다, 라고 느낄 뿐이었다. 그런 셔틀의 뒤통수를 저주의 정령이 마구 때렸다.
-이 쉐끼, 이 쉐끼, 정신 못 차리는 못생긴 쉐끼. 다시 한 번 계약서 찢어 봐. 저주의 여왕님이 직접 와서 너와 함께하게 만들 테니까.
빡! 빡! 빡! 빡! 빡!
셔틀은 뒤통수가 혹이 난 것처럼 붓도록 맞았다. 맞았지만 누가 때리는지 모른다.
욕을 하면 할수록 더 맞는다.
-이 쉐끼, 이 쉐끼, 어디서 욕질이야. 누가 너를 그렇게 가르치디. 이 쉐끼, 나도 못 보는 쉐끼. 그냥 죽어! 이 쉐끼야.
저주의 정령은 알게 모르게 셔틀에게 쌓인 것이 꽤나 많았던 모양이다.
저주의 정령은 손바닥이 퉁퉁 붓고 나서야 셔틀 때리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는 복원된 계약서를 들고 셔틀에게 내밀었다.
셔틀은 진심 무서웠다.
그는 네크로맨서다.
일반인들이 접근조차 꺼리는 존재였다. 죽은 자를 부리는 그가 공포에 질렸다. 이젠 다시 레기온 님에게 마음으로도 욕하지 않으리오.
그는 허공에 떠 있는 계약서를 잡고 확인했다.
계약서에는 한 가지 사안이 더 추가되어 있었다.
-저는 맞아도 할 말이 없습니다. 언제라도 때려도 됩니다.
“이게 도대체…….”
-사인해. 이 쉐끼. 내가 썼다. 너 같은 놈은 좀 맞아야 돼.
빡! 빡! 빡! 빡!
저주의 정령이 반대편 손으로 셔틀의 뒤통수를 날렸다.
셔틀은 울면서 계약서에 지장을 찍었다. 이후로 그는 레기온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도 여기 있을 수는 없지. 일단 도망치자.”
셔틀은 마음을 먹었다.
이곳은 드레이져에게 맡기면 된다.
괴물들 싸움에 자신이 끼어들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괜히 구경하다가 튄 돌에 맞으면 어디다 하소연할 곳도 없다.
셔틀은 언데드들을 자극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걸었다.
그의 뒤를 따라서 본 드래곤 꼬리에 맞아 나동그라진 레기온을 어깨에 멘 해골병사들이 따라 걸었다.
쿠쿠쿠쿵! 쿠쿠쿠쿠쿵!
그들의 머리 위에서 천지를 진동시키는 폭발이 연달아 일어났다. 화염 덩어리가 곳곳으로 떨어져 목조주택에 불이 옮겨붙었다.
사방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그것을 끌 정신이 있는 사람들은 없었다.
쿠쿠쿠쿵!
본 드래곤 꼬리에 휩쓸린 거대한 바위와 석조 주택, 석탑들이 가벼운 장난감처럼 수백 미터 상공까지 치솟아 올랐다.
그것은 다시 지상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하필 그것들은 셔틀의 코앞에 떨어지고 말았다.
1초만 빨랐어도 이 돌에 깔려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잠시 하늘을 쳐다봤더니 집채만 한 바위들이 허공에서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었다. 셔틀은 재빨리 마법을 캐스팅해서 바위들을 막기 시작했다.
엄청난 크기의 바위들이 날아올 때마다 셔틀은 짜부가 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바위들이 더 이상 안 날아온다고 생각하는 순간, 검은 그림자가 그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그건 어느새 다가온 레기온을 공격하기 위한 본 드래곤의 거대한 꼬리였다. 본 드래곤의 꼬리는 비록 잘렸지만, 이전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강하고 빨랐다.
아아악! 망했어. 나는 이렇게 죽는다고!
셔틀은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콰콰콰콰콰콰쾅!
마침 레기온이 눈을 떴다.
* * *
눈을 뜨자마자 난리다.
레기온은 급한 대로 마법으로 본 드래곤을 튕겨 낸 뒤, 드레이져를 갈궜다.
“야! 나 바쁘니까, 이런 놈은 네가 좀 맡아라!”
드레이져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정말 본 드래곤을 맡았다.
그렇게 틈이 나자, 레기온은 바닥 한 귀퉁이의 흙탕물에서 뒹굴었다. 갑옷 안으로 흙탕물이 잔뜩 들어간다.
수증기가 잔뜩 피어올랐다.
몸이 엄청나게 뜨거워져 있던 모양이다.
오오오! 됐다, 됐어!
-해체가 진행합니다. 다만 작은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레기온의 머리에 인공지능의 목소리가 직접 울렸다. 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역시 부작용이 없을 수가 없구나.
뭔데! 부작용이?
-갑옷의 해체가 급격히 진행되는 바람에, 당신에게 다한증이 생겼습니다. 또한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옷을 벗은 탓에 더위에 매우 약해졌습니다.
갑옷을 빨리 벗는 것과 더위에 약한 것이 무슨 상관이야?
-체질이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한동안 갑옷을 입지 못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최소 열흘은 옷도 입지 않을 것을 권해 드립니다.
이건 무슨 개소리야? 몽땅 벗고 있으라고?
몽땅 벗어야 돼?
-당신의 체온은 보통사람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혈액이 들끓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체온을 낮추는 방법을 찾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철갑을 해제시킵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자, 잠깐만!
-말씀하십시오.
투구는 안 벗어도 되나?
-영원히 벗지 않으시겠습니까?
아니, 아니. 뭔 소리야!
레기온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당분간만. 내가 지금 얼굴과 몸의 피부색이 다르거든. 피부색이 다 같아질 때까지만이라도.
-가능합니다.
아, 그건 다행이네. 고마워.
-별말씀을. 지금부터 철갑의 해체를 시작합니다.
알았어.
쿵쾅쿵쾅.
심장이 미치도록 뛴다.
겨우 철갑을 벗을 뿐인데 이렇게 가슴이 뛰다니.
철컹!
초강력 본드로 붙여 놓았던 철갑의 이음새가 벌어졌다. 치익 소리를 내면서 상당한 양의 수증기가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밑에 깔려 있던 셔틀이 깜짝 놀라서 ‘뜨거워요. 뜨거워요.’라고 외쳤지만 레기온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철컹, 철컹.
어깨선에서부터 발끝까지 철갑이 완전히 벌어졌다.
드디어!
레기온은 철갑을 전신에서 해제를 시킨 것이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멋짐 폭발’ 패시브 스킬이 발동합니다.
180센티가 넘는 단단한 신체.
터질 듯한 근육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초압축이 되면서 왕국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연극배우 간도원처럼 변해 갔다.
여자 허리통만 했던 허벅지도 마찬가지.
밤이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새까만 피부.
투구 속에서 빛나는 흉악한 눈빛.
레기온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렇지 않아도 무지막지한 마력을 쌓은 레기온이다. 그 마력이 200퍼센트가 불어나고 있었다.
1+1은 2다.
하지만 1,000,000,000+1,000,000,000=2,000,000,0000 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마력을 손에 넣게 된 레기온이었다.
-쿠오아아아아아아앙!
수많은 좀비들이 레기온을 발견했다. 괴성을 지르면서 레기온을 향해 덤벼들었다.
레기온은 그런 그들을 향해서 부채질을 하듯이 손을 휘둘렀다.
꽈지지지지직!
마법이 아니었다.
응축된 마력도 아니었다.
그저 마력만 가지고 손바닥을 휘둘렀을 뿐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행동일 뿐인데-
수십 마리의 좀비들이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바스러졌다.
“아아, 이 상쾌한 공기.”
레기온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아직 투구를 벗지 않았지만 몸이 가벼워진 것만큼 날아갈 것처럼 전신이 깃털 같았다.
-쿠오오오오오오!
본 드래곤이 그런 레기온을 향해서 꼬리를 내리찍었다.
셔틀은 눈을 질끈 감으면서 굉장한 고린내에 의식을 잃어버렸다. 자신의 등을 누르고 있는 갑옷에서 나는 냄새가 분명했다.
콰와아아아아아앙!
놀랍게도-
레기온은 손등으로 꼬리를 튕겨 냈다. 그리고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미칠 것처럼 부풀어 오른 그의 근육이 성난 사자처럼 움직인다.
-쿠오오오오!
팡!
소리와 함께 그의 전신은 본 드래곤의 눈앞에 떠 있었다. 믿기지 않는 속도였다.
250킬로그램의 갑옷과 철검을 벗어 던진 레기온은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속도를 얻은 것이다.
-쿠오오오오오!
본 드래곤의 입이 레기온을 삼켰다.
레기온은 완력으로 본 드래곤의 입을 찢어 버렸다. 와자작 깨지면서 부서진 턱이 사방으로 떨어졌다.
턱이 박살 난 본 드래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레기온은 본 드래곤을 보면서 희죽 웃었다.
“이제 내 차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