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75)
마법은 괜히 배워서-276화(276/502)
# 276
백작! 레기온 1
드래곤 본-
산더미처럼 쌓인 드래곤 본!
이미 마력은 잃었지만, 그 단단함이야 세상 무엇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단단한 등뼈와 정강이뼈는 암시장에서 초고가에 팔 수 있을 것이다.
대가리는…… 엄청 크지만, 변태적인 성향의 귀족이 자신의 성을 꾸미는 데 구입을 할지도 모른다.
즉! 드래곤 본은 돈더미다!
그렇기에 드레이져는 조금 긴장한 상태였다.
이 돈 귀신 레기온이…… 이 드래곤 본을 그냥 놔둘 것인가?
드레이져는 완전히 박살 난 본 드래곤을 보았다.
주인의 가공할 무력을 보고 턱이 빠질 정도로 놀랐지만, 지금은 그것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다.
남은 것은-
저 탐나는 드래곤의 정강이 뼈다.
그렇지 않아도 패황의 이빨의 자루와 날을 좀 강화시키고 싶었는데…… 도끼 손잡이도 많이 망가졌는데…….
천 년의 세월을 산 세계수의 줄기 중에 하나로 만들어졌다고는 해도, 드래곤 본에 비할 바는 아니다.
영능과 공능, 밸런스와 뽀대까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드래곤 본이다.
드래곤 본으로 손잡이를 만들면 얼마나 느낌이 좋을까. 패는 맛이 쫄깃쫄깃 하겠지.
으으으,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
드레이져가 조심스럽게 본 드래곤의 잔해 사이로 접근했다.
얼른 쌔벼 가야지.
그가 양 갈래로 딴 금발 머리를 휘날리면서, 본 드래곤의 정강이를 주우려고 하던 참이었다.
“거기 스톱!”
레기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드레이져는 흠칫한 표정으로 헤헤 웃으며 레기온을 바라봤다. 역시 눈치 겁나게 빠른 주인이다.
몸매는 완전 예술! 어쩜 저렇게 나올 곳 나오고, 들어갈 곳 들어가고, 군더더기 하나 없는 몸을 만들 수 있을까? 나도 성형마법을 받아야 할까? 그러나 6개월간 철갑을 입는 것은 사절이다.
그런데 참-
보면 볼수록 미치겠다. 검은 피부도 괜찮은데…….
투구는 왜 쓰고 있는 걸까? 마치 단두대에서 사람의 목을 치는 망나니 같은 모습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니…… 갑옷을 입었을 때보다 더 살벌한 것 같다.
자기하고 큰 도끼가 어울린다는 미친 소리를 하진 않겠지? 그러면서 패황의 이빨 뺏어 가려고 하면 무조건 도망쳐야겠다.
“나 불렀수?”
드레이져가 조금 기죽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왜 그러슈.”
드레이져가 레기온의 눈치를 살폈다.
그래도 이 본 드래곤 잡는데, 자신의 지분이 있다고 장담한다. 설마 그 개고생을 했는데, 정강이 뼈 하나 못 가져가게 하려는 건 아니겠지?
“너 지금 뼈 노리는 거 아니지?”
드레이져가 흠칫 놀랐다.
“맞…… 는데? 정강이 하나만 가져가겠수.”
“뼈는 뭐에 쓰려고? 집에서 키우는 개 주려고?”
듣는 개가 뒷골 잡고 쓰러지는 꼴을 보고 싶나. 어디서 그런 무시무시한 소리를!
세상 어떤 개가 드래곤 본의 정강이뼈를 먹어 봤을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유.”
“그럼 그건 왜 가지고 가게.”
“좀 필요해서 그렇수다.”
“안 돼.”
“왜요!”
“나 쓸데가 있어서.”
“다 가지슈. 딱 정강이 뼈 하나만 주슈. 많이 원하는 것도 아니잖수.”
“나도 그러고 싶은데. 정강이 뼈 없는 본 드래곤 본 적 있냐?”
“그게 무슨 소리유?”
“말 그대로야. 정강이 뼈 없는 본 드래곤 본 적 있냐고? 불구잖아. 본 드래곤이 목발하고 다녀 봐. 위압감 하나도 없이 그게 무슨 본 드래곤이냐.”
“서, 설마? 저 괴물을 되살릴 생각이슈?”
“응, 재활용 해야지. 아깝잖아.”
“무슨 수로?”
“쟤 있잖아. 신입 사원.”
“누구? 아!”
그제야 드레이져는 존재감 없이 혼자서 끙끙 앓고 있던 셔틀을 떠올렸다. 그의 직업이 무엇인지도 그제야 생각해 냈다.
멋지게 말해서 다크 메이지.
시체들과 어울리는 공포와 광기의 산물이 바로 네크로맨서였다.
그 네크로맨서 셔틀은 겁에 잔뜩 질려서 두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난 끝났어. 이 거지 같은 인간들한테 걸려서 계약서까지 쓰고! 평생 노예로 살다가 죽을 거야.
“셔틀!”
레기온이 셔틀을 불렀다.
‘셔’라는 음절이 나오자마자 ‘네! 셔틀 갑니다.’ 자동반사가 튀어나왔다.
그는 재빨리 레기온 앞으로 달려와서 부동자세를 취했다. 본 드래곤을 일격에 끝장내는 인간이다. 아니 겉만 인간이고 속은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
괜히 개기지 말자.
알아서 기는 것이 오래 사는 지름길이다. 성격대로 욱 했다가는 생명줄 끊긴다.
“네, 사장님.”
셔틀이 허리를 살짝 굽히고 양손을 비비면서 대답했다. 이런 자세가 되면, 세상에서 가장 비굴한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된다.
“이거 살릴 수 있지?”
“네?”
“네는 무슨. 이거 살릴 수 있냐고.”
“네?”
셔틀이 당황한 듯 레기온과 드래곤 뼈 더미를 번갈아 바라봤다. 살려요? 이걸? 어떻게요?
“너 네크로맨서 아니야?”
“맞는데요.”
“그럼 할 수 있겠네. 너 원래 해골들 살리는 게 특기잖아. 이거 살려 놔라.”
셔틀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거의 분쇄가 되어 있는 본 드래곤을 보았다. 뇌격에 맞아서 완전히 박살이 났다. 뼛조각을 맞출 수도 없어 보였다.
이걸 어떻게 살리라고?
“제가요?”
“그럼 누가 있어. 여기에 다른 네크로맨서 있어?”
사실 그는 6서클의 네크로맨서지만, 해골보다는 시체, 그리고 영적 존재에 관심이 많았다. 해골 따위 가지고 노는 지저분한 다른 네크로맨서와 나름 차별을 두고 싶어서였다.
그렇기에 해골 부활에는 조금 약한 편이다.
기껏해야 최대 4성급 해골 워리어가 한계인데…….
그런 자신에게 언데드 최강급에 속하는 본 드래곤을 부활시키라고? 더군다나 완전체도 아닌 완전히 박살 난 저것을 가지고?
“왜? 못해?”
레기온이 물었다.
저주의 정령이 나타나서 셔틀의 뒤통수를 마구 때렸다.
-이 새끼, 이 새끼, 된다고 해. 이 새꺄. 빠져 가지고. 신입 주제에 까라면 까야지. 처음부터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자빠졌어.
셔틀의 머리통이 앞뒤로 자꾸 흔들렸다.
레기온의 눈에는 저주의 정령이 보인다. 저주의 정령이 레기온을 보면서 거수경례를 한다.
-충성, 근무 중 이상 무!
레기온은 흐뭇하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인정받았다고 생각을 했는지 저주의 정령을 더욱더 열 일을 한다. 인정사정없이 셔틀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안 되겠다고 생각을 했는지 골프채를 가지고 와서 뒤통수를 후려치기에 이르렀다.
참고로 정령들은 주말마다 정기를 흡수하기 좋은 필드에 나가서 골프 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셔틀이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고말고요.”
“그렇지? 할 수 있지?”
“그럼요. 그렇죠. 당연히 해야죠.”
레기온은 뿌듯한 표정으로 셔틀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는 드레이져에게 다시 고개를 돌렸다.
“미안하게 됐다. 나중에 내가 더 좋은 손잡이를 구해다 줄게. 어차피 빠따용이잖아.”
“빠따는 무슨.”
저 위대한 S급 아이템 패황의 이빨을 겨우 빠따와 비교를 하다니. 패황의 이빨에게 귀가 있다면 막아 주고 싶다. 귀 썩을라.
레기온은 셔틀에게 다시 물었다.
“지금 당장 부활시키는 것은 무리지?”
“아무래도.”
“본 드래곤의 뼈는 반드시 있어야 하지?”
“네,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럼 여기다 넣으라고. 비밀번호는 1234. 부활시킬 때까지 연구를 게을리 하지 마. 아, 바세라바밥 님 오신다. 난 인사 좀 하러 갈게.”
레기온의 몸매 하나만큼은 왕국 최강이다.
어떤 사내와도 비교 불허. 그 멋진 몸매를 드러내면서 레기온은 바세라바밥에게 손을 흔들었다.
레기온의 뒷모습을 보면서 셔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본 드래곤의 뼈들을 주워서 레기온이 열어 준 아공간에 넣기 시작했다.
뼈의 분량만 해도 엄청나다.
완벽하게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자잘한 뼈까지 모두 찾아야 한다.
“해골병사! 총동원!”
셔틀의 명령에 따라서 수십 마리의 해골병사들이 흙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들의 손에는 녹슨 칼 대신 녹슨 곡괭이가 들려 있었다.
“서둘러라. 아침 해가 뜨기 전에는 마무리해야 한다.”
셔틀이 해골병사들을 다그쳤다.
-크르륵, 들었냐. 아침 해가 뜨기 전까지 마무리 지으시란다.
십장 해골병사들이 부하들에게 언성을 높였다. 그들은 쉴 새 없이 부서진 본 드래곤의 잔해를 찾아서 아공간 속에 넣었다.
* * *
“어? 뭐야?”
아공간에서 몸을 추스르고 있던 마몬은 깜짝 놀랐다.
웬 뼈들이 무더기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주인의 별 해괴한 수집벽 때문에 온갖 이상한 보석들이 아공간에 가득 들어 있었다.
마몬이 혼자 사용할 때는 꽤 넓은 아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상당히 비좁은 느낌이다.
예전에는 3층짜리 대저택에 살다가 지금은 원룸 전세방으로 이사 간 느낌이랄까.
그것 때문에 불만이 많았는데…….
이제는 되도 않는 뼈들까지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이다.
성질이 난 리치 마몬이 아공간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의 긴 생머리가 해파리처럼 나불거렸다.
고개를 내밀고 보니 주인은 없었다.
웬 떨거지들이 ‘영차, 영차, 오늘도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라는 노래를 부르며 본 드래곤의 뼈들을 나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주인도 아닌 개잡것들이!
“동작 그만.”
마몬이 해골병사들에게 말했다.
해골병사들은 그대로 멈추고 말았다. 상대를 보는 순간 어떤 존재인지 대번에 눈치를 챘다. 자신들은 감히 쳐다보지 못할 언데드의 제왕이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닌가.
솔직히 말하면 자신들을 소환한 셔틀보다 눈앞에 리치가 더 무서웠다.
해골병사들은 드래곤 본을 어깨에 메고서 꿈쩍도 하지 못하고 덜덜 떨었다.
셔틀도 깜짝 놀랐다. 설마 마몬이 아공간에서 튀어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냥 해골병사들처럼 땅이나 뭐, 이런 곳에서 소환이 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리치 마몬을 본 순간 셔틀도 전신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사장님 앞에서는 순한 양이지만, 리치 마몬은 본 드래곤 못지않은 괴물이다. 사장님만 없으면 자신의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 갈지도 모른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그러니 어서 내 탓이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한다. 다 사장님이 시킨 일이라고!
이건 목숨과 관련된 일이다.
“이건!”
“됐고. 일단 뻗쳐!”
“그러니까 이건!”
“더 이상 말하면 강냉이 다 털린다. 뻗어.”
“…….”
눈물을 머금고 셔틀은 엎드려뻗칠 수밖에 없었다. 해골병사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 도망치려고 한다.
개쉐들, 그렇게는 안 되지.
셔틀은 모든 마력을 짜내서 해골병사들을 잡아 뒀다.
충만한 마력 덕분에 해골병사들은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셔틀의 옆에서 머리를 박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보내 주지. 맞으려면 혼자 맞지. 이게 무슨 물귀신 같은 행동이람.
“닥쳐. 이 배은망덕한 놈들아.”
소환자와 소환수가 서로 삿대질을 하면서 욕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 * *
레기온은 바세라바밥과 함께 시진피 공작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바세라바밥과 수호마법 3인방은 레기온을 껴안고 물고 빨면서 ‘자네야말로 구국의 영웅이네’라고 외쳤지만, 시진피 공작과 그의 수하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왜 그런지…… 레기온도 안다.
그는 거울을 보았다.
역시 공작가답게 이 비싼 전신거울이 방마다 놓여 있었다. 레기온은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 보았다.
끝내주는 잘 빠진 근육.
모든 여자들이 이 몸매를 보고 뻑이 갈 것이다. 역시 자타공인 최강의 패시브 스킬 ‘멋짐 폭발’이다.
여기까지는 예술이다.
투구를 썼다.
여기까지도 뭐…… 신비주의의 일환이라고 우기면 될 일이다.
하지만-
체온 때문에 옷을 입지 못해서 짧은 바지만 걸치고 있다. 그냥 사각 팬티 같다. 계속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누가 봐도 변태다.
물론 레기온의 입장에서는 억울했다.
더군다나 일찍 철갑을 해제시키는 바람에 체질이 변했단다. 영하의 날씨에도 반팔을 입으란다.
아니면 몸에 열이 많이 나서 장기에 심각한 훼손을 미친다나 뭐라나!
니미!
혹 떼려다가 혹 붙인 꼴이다.
철갑을 벗게 된 것은 좋다.
그렇다고 옷을 벗고 다니라는 것은 좀 너무하지 않냐!
옷이라도 입을 수 있다면 투구라도 벗을 텐데, 옷을 입지 못하니 투구도 못 벗는다. 이럴 줄 알았다면 미백에게 산 에스티로더를 나중에 바를걸.
레기온은 혹시 몰라서 철갑을 찾았다.
다시 며칠 만 입고 나면 체질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웬걸. 철갑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까 저 빌어먹을 본 드래곤이 지랄발광을 하는 덕분에 철갑이 날아간 모양이다.
그래서 레기온은 결심했다.
본 드래곤 이 쉐끼, 살아나기만 해 봐라. 아주 뒈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