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77)
마법은 괜히 배워서-278화(278/502)
# 278
달이 차는 밤 1
프리자가 마른침을 삼키면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말은 무슨 말. 내가 아주 좋은 사업 계획이 있거든.”
“사업 계획이요?”
“응. 여기서 할 말은 아니고. 일단 즉위식부터 끝내고 조용히 앉아서 얘기하자고. 내가 장담하지만 우리는 엄청난 부자가 될 거야.”
또 ‘우리’는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도대체 나한테 얼마나 뜯어내려고 저러는 걸까?
그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베지터를 보았다. 아, 젠장. 베지터는 드레이져에게 잡혀서 고양이 앞에 쥐처럼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최강의 무사집단이라는 12용사들은 어디로 갔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보나마나 뻔하다.
레기온, 드레이져와 얽히기 싫어서 어디론가 튄 모양이다.
개놈들…….
목숨이라도 내놓을 듯 난리치더니 막상 그런 상황이 되니, 이렇게 대놓고 튈 줄은 몰랐다.
하긴…… 레기온과 드레이져가 옆에 있는데 그들이 나설 만한 상황이야 없겠지만. 암살자가 어딘가에서 자신을 노리고 있다면, 명복이나 빌어 줘야 할 참이다.
레기온과 드레이져에게 잡히면 어떤 꼴을 당할지,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불쌍하니까.
“두 분 들어오시랍니다.”
연극배우 뺨치도록 아름다운 하녀들이, 레기온과 프리자를 향해서 예의 바르게 말했다.
레기온이 한숨을 쉬면서 일어섰다.
여자들을 따라 국왕이 기다리는 그랜드 홀로 향하면서 레기온이 프리자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성도라고 해도 별 것 없지? 순~ 추녀들뿐이야. 세상에 이렇게 예쁜 여자가 없나.”
그의 말을 들은 프리자는 귀를 의심했다.
‘추녀? 누구? 어떤 추녀? 설마 아까 그 아름다운 여성분들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겠지? 완전 예술적으로 예쁘던데.’
“아, 그, 그렇지요. 성도라고 해서 별 것 없네요. 여자들도 별로고.”
“글치? 정말 내가 미치겠다. 왕궁이면 좀 예쁜 여자를 뽑아야지. 내가 정말 성도에 와서 한 번도 예쁜 여자를 못 봤다니까!”
프리자의 입이 떡 벌어졌다.
역시 보통 남자가 아니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사방에 예쁜 여자들 투성인데…….
저 여자들을 보고 추녀라고 하다니.
도대체 레기온 남작의 아니 레기온 백작의 눈은 얼마나 높은 것일까.
무한한 존경심이 피어오른다.
레기온 백작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얼마나 예쁜 여자를 데리고 와야 하는 걸까?
아무래도 레기온 백작의 술시중을 들기 위해서는 보통 예쁜 여자로는 안 되겠다.
아차! 미투 운동 때문에 술시중은 여자로 해서는 안 되겠군. 아, 이래저래 머리가 아프다.
“표정이 왜 그래?”
“네? 아뇨. 괜찮습니다.”
“자, 표정을 쫙 피라고. 오늘은 좋은 날이잖아.”
“그런데…… 투구를 쓰고 들어가도 됩니까?”
“이거?”
“네.”
“국왕 앞에서 벗으면 된데.”
“옷은요? 그렇게 벗고 계서도 되는 겁니까?”
“응? 왕궁에서 옷 벗지 말라는 규칙은 없는 것 같던데?”
“하, 하지만……. 왠지 좀 무엄하게…….”
“아아, 예법? 입구에서 겉옷을 살짝 걸치기로 했어. 폐하도 허락을 하셨고.”
역시 구국의 영웅이다.
이런 행색으로도 국왕의 알현이 가능하다니.
그들은 그랜드 홀 입구에 도착했다. 조금 전의 시녀들보다 훨씬 압도적인 미모를 가진 시녀들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정말 눈알이 빠질 정도로 예쁘다.
저런 여자가 유혹을 한다면 마누라고, 새끼고 잊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면 예쁘죠? 라는 표정으로 레기온을 바라보는 프리자였다.
어라? 표정이 왜 저래.
마치 떪은 감을 씹은 것 같은 얼굴의 레기온이었다.
“정말 나를 무시하네.”
“네?”
“왜 갈수록 저 모양일까.”
“뭐, 뭐가요?”
“아무것도 아니야. 후-! 내 마음을 누가 알 리요.”
놀랍다.
저 정도의 여자들로도 레기온 백작의 눈높이에는 차지 않는 모양이다.
도대체 레기온 백작과 결혼하는 여성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이것을 입으셔요.”
시녀들이 레기온의 멋진 몸매에 얼굴을 붉히면서 얇은 비단 옷을 상의에 입혀 주었다.
동시에 레기온은 투구를 벗었다.
드디어!
완벽에 가까운 외모를 가진 레기온의 얼굴이 모두에게 드러났다.
모공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완벽함.
날카롭고 아름다운 턱의 라인.
숨을 빨아들일 것 같은 붉은 입술.
영혼을 갈구하는 우수에 젖은 눈빛.
무엇보다 하얗고 투명하고 후광이 비치는 듯한 피부.
프리자와 시녀들은 소금기둥처럼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레기온이 보기 흉한 흉터 때문에 투구를 썼을 거라 생각한 시녀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큰 착각을 했는지 단박에 깨달았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남자가 있을 줄이야.
몽환적인 환상이 그녀들의 정신을 송두리째 앗아 갔다.
이 정도로 잘생기니…… 저 이상한 단발머리까지 엄청 아름다워 보인다.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
어라?
시녀들이 조금 당황했다.
몸은 새까만데 왜 얼굴은 하얀 거지?
하지만 곧 시녀들은 의구심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실크로 된 얇은 옷을 걸친 그에게는 더 이상 검은색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정도로 레기온의 외모는 강렬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자, 들어가지.”
레기온은 투구를 옆구리에 끼고 그랜드 홀에 입장했다.
* * *
넥 하우스 왕국과 바로크 왕국의 국경지대.
넥 하우스 왕국의 10만 병력이 국경선을 향해 천천히 남하를 하는 중이었다.
10만이나 되는 대규모 병력이지만 아직 바로크 왕국은 그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못했을 것이다.
성도 포만은 본 드래곤에 의해서 쑥대밭이 되었다.
운이 좋으면 왕도 죽었을지도 모른다. 더 운이 좋으면 공왕과 귀족들도 싹 다 뒈졌을 수도 있고. 만약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바로크 왕국은 공황 상태에 빠졌을 것이다.
국경만 뚫으면 막을 수 있는 자들은 없었다.
군대가 있으면 무엇을 하겠는가. 그들을 지휘할 지휘관이 몽땅 저승으로 갔는데.
“시간이 됐습니다. 각하.”
10만 별동대를 지휘하던 니콜 후작이 트레비아 공작에게 와서 고개를 숙였다.
이번 작전의 성공으로 트레비아 공작은 왕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귀족이 될 것이다.
왕국의 단 한 명뿐인 그랜드 마스터조차 그에게는 하대를 하지 못하겠지.
그랜드 마스터는 늙었다.
생명력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아무리 그랜드 마스터라고 하더라도 시간을 역행할 수는 없다.
그가 죽으면 트레비아 공작은 전권을 쥐고 왕국을 흔들 것이 확실했다. 그렇기에 니콜 후작은 그의 줄을 잡기로 마음을 먹었다. 몇몇 대단한 귀족들이 있기는 하지만 트레비아 공작의 능력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그것이 니콜 후작의 판단이었다.
“그런가.”
트레비아 공작은 마차에서 내려 국경선을 바라봤다. 수십 킬로미터로 이어져 있는 거대한 성벽이 보인다. 저곳은 통곡의 벽이라 불리는 바로크 왕국의 성벽이다. 저것에 막혀서 넥 하우스 왕국은 몇 번이나 실패를 경험했다.
저것만 넘으면 전쟁은 쉽게 종결될 것이라 트레비아 공작은 생각했다.
“밤이 되면…… 공격을 시작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트레비아 공작의 말에 니콜 후작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때였다.
“잠시만요! 각하! 각하!”
7서클 대마법사 코네리가 트레비아 공작에게 급히 달려왔다.
“조,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
코네리는 진중한 성격이다. 그렇기에 천방지축인 베리모어를 맡겨 놓을 수가 있었다.
파티원들 중에서 자신을 빼고는 유일하게 베리모어를 제어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 코네리가 저렇게 헐레벌떡 뛰어다니는 일은 거의 본 적이 없었다.
“무슨 일인가?”
불길한 느낌을 받은 트레비아 공작이 코네리에게 물었다.
“본 드래곤의 생명력이 사라졌습니다.”
“본 드래곤의 생명력이 사라져?”
“네, 갑자기 본 드래곤과 연결된 수정에서 생명력이 일시에 끊어졌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아무래도 소멸…… 당한 것…… 같습니다.”
“그게 말이 되나!”
트레비아 공작은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 * *
본 드래곤의 소멸 소식을 들은 트레비아 공작의 두 눈에서 뜨거운 열기가 활활 타올랐다.
시간상 본 드래곤이 지금 쓰러져서는 안 된다.
한창 성도 포만을 박살 내고 있어야 한다. 그 사실 모든 군대에 급하게 보고가 되어 지원군을 빼내야 한다. 아니면 사령관이라도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부대를 비워야 한다.
그런데-
벌써 본 드래곤이 쓰러져?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번 일로 들인 공과 돈이 얼마나 되는데…… 여기에서 멈추게 된단 말인가?
10만 별동대를 완전 무장시켜서 이곳까지 소리 소문 없이 진군시키는 데만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강군으로 유지시키기 위해서 병력 모두를 잘 입히고 잘 먹였다.
일주일에 두 번씩은 꼬박꼬박 고기도 배급이 됐다.
그 아까운 드래곤 본을 모두 사용해야 했으며, 무엇보다 드래곤을 일으키기 위해 엄청난 마법사들과 어마어마한 마력이 소비되었다.
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단 말인가?
갑자기 머리가 아파 온 트레비아 공작은 휘청거리면서 자리에 앉았다.
“가, 각하!”
놀란 니콜 후작과 코네리가 동시에 트레비아 공작을 불렀다.
“괜찮네. 괜찮아.”
트레비아 공작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내 정신을 다잡았는지 다시 눈을 뜨고 코네리를 바라봤다.
“확실한가?”
“확실합니다.”
“증거는?”
“여기.”
코레니는 먼저 검게 꺼진 마력 수정을 꺼내 보여 주었다.
그리고 잠시 뒤 첨탑과 연결한 CCTV 마력석을 꺼내 트레비아 공작에게 보여 주었다. 첨탑 위에서 찍은 영상이기에 자세한 화면은 나오지 않았지만…….
와이번을 탄 자와 옷을 벗고 있는 한 명의 사내가 본 드래곤을 쓰러트렸다는 것은 확인할 수가 있었다.
특히 옷을 벗고 싸운 자는 트레비아 공작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했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지?”
“아직 확실한 정보는 아닙니다만, 그곳에 심어 놓은 첩보원들에 말에 의하면…….”
코레니 역시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마른침을 몇 번이나 삼켰다.
“왕국 7대 강자 중 하나인 돈데크만과 잭 니처라고 합니다.”
“돈데크만과 잭 니처?”
“네.”
“과연…….”
명불허전이다.
왕국 7대 강자에 대해서 폄훼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트레비아 공작은 그들의 수준을 7성급, 7서클로 잡았다.
드래곤 하트를 삼키기 전에 자신과 비슷한 수준이다.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었다.
인간의 한계를 돌파한 자들.
초인 혹은 마스터라 불리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니까.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특히 그 유명한 돈데크만의 실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어떡할까요?”
니콜 후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본 드래곤이 쓰러졌다는 말은 바로크 왕국이 이미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뜻한다.
그다지 이쪽이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철수한다.”
트레비아 공작의 말에 니콜 후작과 코네리는 신음을 삼켰다.
이번 일로 트레비아 공작의 입지가 줄어들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10만 대군을 진격시켰다가 패전이라도 하면, 제아무리 트레비아 공작이라고 하더라도 죄를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욕을 먹고 약간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으로 마무리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래도-
1년이 넘게 걸친 계획이 이토록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이 계획을 일거에 망쳐 버린 그들을 향한 분노가 무섭게 솟구쳤다.
“돈데크만과 잭 니처. 이대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되겠지.”
“물론입니다. 저희에게 피해를 입힌 만큼 열 배, 천 배로 받아 내겠습니다.”
니콜 후작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아니.”
“그럼?”
“만 배로 갚아라. 놈들과 연관된 모든 것을 대륙에서 없애 버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돈데크만과 잭 니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척살 대상에 오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