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79)
마법은 괜히 배워서-280화(280/502)
# 280
돈데크만은 불행을 싣고 1
바비큐 파티는 늦은 밤이 되도록 이어졌다. 대현자 바세라바밥도 늦게 합류했다.
대현자 바세라바밥.
그 고결하고 고귀한 이름이여!
프리자는 무릎이라도 꿇은 뒤 그를 맞이하고 싶었지만, 분위기 때문에 그러진 못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옆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있다니!
현실감이 없었다.
가장 현실감이 없는 것은-
대현자 바세라바밥과 리치가 술을 마시면서 마법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가관이다.
적응도 되지 않는다.
가장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은-
-크르륵, 이봐, 큰일이야. 나는 앵겔 지수가 높아. 마누라가 너무 많이 먹는다니까.
누벼누벼가 양념을 바른 소를 통째로 먹으면서 말했다.
앵겔 지수가 뭔데?
-뭐야? 자네, 항구도시의 시장이라면서 그런 것도 몰라?
몰라. 그게 뭔데?
-식료품비가 소비지출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소득이 높아지면 엥겔계수는 반대로 감소하지. 그런데 우리 마누라가 너무 먹어서 나는 꼭 그렇지 않더란 말이야.
“…….”
“……”
프리자와 베지터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자네, 공부 좀 해야겠어. 보통 엥겔 지수가 0.5 이상이면 가난한 집, 0.3~0.5이면 먹고살 만한 집, 0.3 이하이면 잘사는 집이라고 하잖아. 정말 몰라?
정말 모른다.
그런 말이 있다는 것도 처음 들어 봤다. 프리자는 그의 앞에 놓인 접시를 치우던 해골에게 물었다. 해골에게 이런 걸 물어도 되는 건가 싶긴 하지만.
“자네는 앵겔 지수에 대해서 아나?”
-앵겔 지수요?
“그래.”
-물론이죠. 상식이잖아요. 소비지출분에 식료품비 곱하기 100. 제가 아무리 해골이지만 설마 그런 것도 모를까요.
해골병사는 기분이 나쁘다는 투로 말하고는 접시를 가지고 사라졌다.
프리자는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이건 뭐지?
그는 베지터를 바라봤다. 베지터가 억지로 프리자의 눈을 피했다.
“자네도 알았나?”
“네? 아, 뭐. 들어는 봤죠.”
“정말?”
“저, 정말입니다.”
“내 눈을 보고 얘기해.”
베지터는 끝내 프리자의 눈을 바라보지 못했다. 누벼누벼가 술통을 들고서 입안에 부으며 물었다.
-크르륵, 레기온 님께서 자네들과 함께 사업 얘기 좀 하라고 했는데. 와이번 월드 사업에 목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네?”
-사업의 개요, 제품, 상품, 서비스에 대한 설명, 시장현황 및 전망, 사업장계획, 시설투자계획, 조직 및 인원계획, 원자재 조달계획, 생산계획, 판매계획, 마케팅 전략 및 방법, 소요자금 및 조달계획, 차입금의 상환계획, 사업추진 일정, 추정 재무제표의 수립 등에 대해서 자네의 의견을 듣고 싶은데.
“네?”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로 담보가 있다고 해서 돈을 꿔 주는 것은 아니지. 자금을 대출해 주고 난 후에 사업이 성장하여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사업자의 경영능력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 사업계획서를 요구하지 않겠나? 잘 만들어진 사업계획서는 투자가나 금융기관으로부터 원하는 자금을 대출 받는 데 있어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자네 의견은 어떤가?
“네?”
-자네 무슨 생각을 그리하는가?
“네?”
프리자의 정신은 혼미해졌다.
사상 최강의 몬스터.
대륙에서는 공포에 상징.
인간의 육신을 장난감처럼 찢어발기는 괴물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나름 도시 육성에 눈을 뜬 프리자지만, 누벼누벼가 하는 말을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아무래도 자네가 술이 취해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군. 사업 얘기는 내일 일어나서 다시 하세.
“네?”
마치 외계어와 같은 말들이 오고 가는데. 내일이라고 해서 바뀔까.
아무래도-
그냥 도망쳐야겠다.
이 유식한 와이번과 함께 있다가는 몬스터보다 무능한 인간이 되는 것 같아서 자괴감에 빠질 것만 같았다.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마침 네크로맨서 셔틀이 마이크를 잡고 단상에 올라갔다.
마이크란 건 프레이크가 발명한 특이한 마법무구였다. 굳이 일부러 마력을 사용해서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었다. 저 기구에 입만 대면 목소리는 널리 퍼진다.
꽤 재미있는 마법무구이기도 했다.
셔틀이 단상에 올라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멈췄다.
“오늘 밤의 하이라이트!”
셔틀이 손을 쫙 뻗자, 해골병사들이 하늘을 향해서 불꽃을 쐈다.
피이이이잉!
퍼퍼퍼퍼퍼펑!
화려한 불꽃이 셔틀의 머리 위에서 연발로 터졌다. 굉장히 멋진 장면이었다.
사람들이 박수를 치면서 좋아했다.
특히 시중을 들던 시녀들은 자신들이 본분도 잊어버린 채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셔틀을 바라봤다.
“그동안 여러분이 수고했다는 의미로 레기온 사장님께서 결정을 나눠 주시겠다고 합니다!”
셔틀은 크게 외쳤다.
그러자 ‘결정’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은 광분을 하면서 좋아했다.
바세라바밥도 마찬가지였다.
여든이 넘은 노인이 아이처럼 팔짝팔짝 뛰면서 저 노란 결정은 내 것이야, 라는 말로 먼저 찜을 해 놓기도 했다.
“이 구하기 힘든 결정을 무료 분양 해 주시는 레기온 사장님께 힘찬 박수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짝짝짝짝짝짝-
8성급에 올라선 절대강자 드레이져마저 결정이라는 말에 눈을 빛냈다.
레기온의 결정은 단순하게 스탯만 올려 주는 것이 아니다.
특수능력을 올려 주는 결정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자 레기온은 쑥스럽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결정을 낳기 위해서 산고의 고통을 겪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를 악물고 결정을 낳았다. 그는 백작이 되었다. 마치 지금까지의 모든 공을 자신만 독식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개고생 한 건 마찬가지 아닌가?
보너스를 줄까, 급여를 올려 줄까, 포상 휴가를 보내 줄까 하다가, 가장 돈이 안 드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다.
돈은 나가면 끝이지만, 엉덩이 아픈 건 곧 낫는다.
그래서 레기온은 모든 이들에게 결정을 나눠 주기로 결정했다.
-우우우우! 초코우유! 레기온! 초코우유! 레기온!
누벼누벼마저 날개를 펄럭거리면서 광분했다.
“도대체 저게 뭐기에 이 난리입니까?”
프리자가 물었다.
-자네는 몰라?
모른다. 모르니까 묻는 것 아닌가.
-저것은 신의 결정. 아픈 곳을 감싸 주기도 하고, 능력치를 높여 주기도 하지. 저것에 중독이 되면 벗어날 수가 없지.
“먹는 겁니까?”
-먹는다라. 해체시킨다는 말이 정확하지.
“해체요?”
-그렇네. 해체.
프리자는 누벼누벼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결정을 받은 프리자는-
-산토리륨 광석이 해체되었습니다. 당신의 두뇌용량이 늘어납니다. 검색어를 떠올리면 연관된 기억이 함께 떠오릅니다.
이, 이게 뭐꼬?
설마 하는 마음으로 프리자는 어렸을 적에 잊어버렸던 이사 간 첫사랑의 주소를 떠올렸다.
세상에!
완전히 잊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꼭 한 번 만나 보고 싶었는데.
그는 놀란 눈으로 베지터를 보았고 만세를 외쳤다.
“신이시여! 레기온 님께 충성을 맹세하겠나이다!”
오늘도 레기온 교의 광적인 교도들은 늘어만 간다.
* * *
잭 니처는 돈데크만을 보았다.
눈앞에 2미터나 되는 거구가 앉아 있었다. 철갑의 무게는 250킬로그램. 저 강한 돈데크만조차 이 철갑을 걸치니 움직이는 것도 힘겨워 보였다.
돈데크만은 죽어라고 철갑을 벗으려 해 봤는데…… 무슨 수를 써도 벗겨지지 않았다.
마법사에게 맡겨도 실패.
대장장이에게 맡겨도 실패.
모든 마력을 동원해 봐도 실패.
7성급 전사라는 것을 감안하면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게 제가 입지 말라고 했잖습니까.”
“미안하다. 나도 이렇게 될 줄 몰랐지.”
돈데크만은 고개를 푹 숙였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그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크흑,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그리 크게 했다고 이러는 거지? 세상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
“으음.”
돈데크만에게는 미안하지만 너 나쁜 놈은 맞잖아. 잭 니처는 다행히 그 말을 입에서 뱉진 않았다.
하지만 요즘 벌어진 일을 생각하니, 이건 하늘이 내리는 천벌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간 나쁜 짓을 한 것에 대한…… 천벌.
나도 슬슬 떠나야 하나?
잭 니처는 괜히 그 옆에 있다가 튀는 불똥에 맞게 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됐다.
“움직일 수는 있습니까?”
“간신히.”
“불편한 점은?”
“똥 마려.”
잭 니처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너 똥마려운데 나보고 어쩌라고?
“참으세요. 일단 도시부터 빠져나가야 합니다.”
“나가야지.”
돈데크만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도 귀가 있다. 자신이 본 드래곤을 쓰러트렸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그런 터무니없는 헛소문에 당황도 되지 않는다. 한두 번도 아니고…….
자신에 대한 헛소문이 너무 많이 퍼져 있었다.
문제는 그 소문들이 진실인 것처럼 사람들 마음에 안착을 했다는 것이다.
이곳에 더 있을 필요는 없었다.
본 드래곤을 처치하지도 않았는데 처치한 척했다가 걸리면 무슨 개망신인가.
“마르코 폴로도 만나야 하는데.”
“지금 만나서 무슨 말을 하시게요? 당신은 본 드래곤을 쓰러트린 영웅이 됐습니다. 그는 무조건 당신을 붙잡고 평생 계약서를 쓰자고 할걸요. 그냥 모른 척하고 야인처럼 사는 것이 최고입니다. 제아무리 대단한 추격자라고 하더라도 저희가 마음을 먹고 숨으면 찾아내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 그래야지. 좋아. 가자고.”
돈데크만은 천천히 전신을 일으켰다.
단순하게 허리를 편 것뿐인데 허리가 부러질 것 같았다. 젖 먹던 힘을 짜내서 일자로 섰다.
단순하게 섰을 뿐인데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도대체 이것을 입고 다닌 그놈은 어떤 인간인 거지?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마력을 사용하면 가능해. 마력소모가 심해서 그렇지.”
갑옷을 입기 위해서 마력을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허튼 일에 마력을 사용하다가 강한 적이라도 만나면 큰일 아닌가? 비슷한 실력자끼리 만나도 마찬가지다.
상대는 풀 마력, 이쪽은 갑옷을 입고 움직이느라 마력을 소모한 상태.
누가 봐도 상대가 유리했다.
그럼에도 돈데크만은 성을 나서기 위해서 마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으로 사용하세요.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알고 있어.”
철컹철컹.
돈데크만은 간신히 다리를 한 짝 움직였다.
허벅지가 찢어질 것 같았다. 겨우 10미터 움직이는 데 하프 마라톤을 한 것처럼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의 옆을 지나던 개미가 말했다.
-이 새끼, 어째 발전이 없어. 점점 느려지네.
다행이다.
돈데크만은 개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마차를 구할까요?”
“아무래도 그래야겠어. 너무 무거워. 돈이 얼마든지 들어도 좋으니 이걸 벗길 수 있는 연금술사라도 찾아봐야겠어. 이것 입고 돌아다니는 것은 불가능해.”
“하아, 알겠습니다. 알아보죠. 일단은 성도는 빠져나간 뒤예요.”
“그래.”
철컹철컹.
돈데크만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리고 그가 밖으로 나갔을 때- 그는 모르지만 그를 알고 있는 어떤 남자와 딱 부딪쳤다.
포르세 후작.
그는 돈데크만을 보고는 살벌한 흉광을 폭발시켰다.
“돈데크만?”
그렇지 않아도 근래 되는 일이 없어서 심기가 매우 꼬여 있었던 포르세 후작이었다.
더군다나 국왕파와 협상을 하기 위해서 저택을 비운 사이 습격을 당했다.
그의 아름다운 저택은 초토화가 되었다.
차라리 본 드래곤에게 당했으면 그렇게까지 화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10만 골드 이상을 들여서 구했던 ‘스킨 파우더’도 손에 넣지 못했다.
죄를 물어야 할 사라 코너도 사라졌다.
그녀의 호위를 맡았던 라이덴도 어디론가 사라져서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사건을 유발한 돈데크만을…….
드디어 만났다.
돈데크만은 검지로 자신을 가리켰다.
“나를 아슈?”
“당연히 알지.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새끼.”
포르세 후작은 말에서 내려 검을 쥐었다. 그의 검에서 어마어마한 힘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저것은 분명 오러였다.
돈데크만은 당혹스러웠다.
뭐야?
왜 또 저래!
내가 뭘 어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