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81)
마법은 괜히 배워서-282화(282/502)
# 282
기이한 조짐 1
베이컨은 완전무장을 했다.
오래간만의 완전무장이 마음을 조금 들뜨게 했다.
마법 검, 파이어 폭스에 마법 건틀릿, 마법 갑옷, 마법 목걸이, 파이어 시리즈 3중 세트 아이템.
레기온 전속하인을 드러내는 마법 전용 투구.
모두 레기온 영지의 전속 대장장이 비데와 룰루가 만든 놀라운 아이템들이었다.
비데와 룰루는 전속하인들 전부에게 마법 무기와 세트 아이템을 만들어 주었다.
양산형이라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어지간한 명품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은 아이템들이었다.
적어도 개인 무구에 있어서 만큼은 돈을 아끼지 말라는 실컷의 요청 때문이었다.
주인님께서 시킨 것이겠지.
역시 자애로운 우리 주인님!
점점 더 존경심과 충성심이 강해진다.
덕분에 전속하인들은 타 영지의 엘리트 기사들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와 방어구를 입고 있었다.
오늘 베이컨이 완전무장을 한 이유!
꽤 오랜 시간 변방을 떠돌았던 레기온이 영지로 돌아오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최선을 다해 그를 맞이하기 위해서 전속하인들은 며칠 전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전용 투구와 마법 아이템 시리즈, 전용 무기들이 얼마나 닦았는지 반들반들하다.
각자 취향에 맞게 불광 물광을 냈다.
세 줄로 옷에 각도 잡았고, 전투화도 열심히 닦았다.
멀리서 보면 햇빛에 반사되어 마치 하늘의 군대인 것마냥 아름다운 빛을 번뜩였다.
베이컨은 새로운 막사를 나섰다.
구 막사는 누벼누벼와 세피아가 박살을 냈다. 그들은 구 막사뿐만 아니라 영주의 저택도 반쯤 부숴 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술을 마시러 갔었다.
기가 찼지만 어쩌랴.
여기서는 주먹 센 놈이 왕인 것을.
그렇지만 이제 진짜 이곳의 주인이 돌아온다.
“모두 준비됐나?”
베이컨은 전속하인들을 보면서 물었다. 하나같이 자신감이 가득한 눈빛이다.
“당연하죠.”
“좋아. 그럼 우리 금의환향하는 주인님을 맞이하러 가 볼까.”
베이컨이 앞장서서 마을광장으로 향했다. 그의 뒤를 전속하인들이 뒤따랐다.
아직 햇볕이 뜨겁다.
하지만 아침과 저녁이 되면 꽤 쌀쌀하다. 올해는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이다. 공사와 훈련에 더 달궈진 하인들의 육체는, 가을로 접어드는 이 길목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푸른 하늘이 높아지고, 때를 맞춰 그들의 주인도 돌아온다.
전속하인들은 기분 좋게 발을 맞춰서 마을광장으로 향했다.
* * *
마을 광장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얼마나 모였는지 엄청나게 북적북적하다. 대부분 영주인 레기온 백작을 보기 위해서였다.
사실 자신들의 영주를 보는 것도 처음인 사람들이 많다.
근래 유입된 영지민들의 숫자는 원주민에 비해 수십 배는 많다. 그러다 보니 이 훌륭한 영지의 영주가 누구인지, 그들은 너무도 궁금해하고 있었다.
특히 영지 주위로 새롭게 마을들이 생겨났다.
그들의 중심으로 임시 영주, 줄리안 준 남작과 실컷의 개발 계획, 그리고 훌륭한 통치를 통해 몇 개의 거대한 공동체를 설립했다.
마을마다 길이 연결되고, 그 길을 따라 상권이 발전하고, 마을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전체가 하나의 큰 도시로 탈바꿈되는 일은 요즘 알렉산더 영지에선 별게 아닌 사건이 되고 있을 지경이다.
어느덧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성벽 공사도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성벽은 영지의 남부를 방어한다.
희한한 것은 과거 가장 많은 침략이 일어났던 뒤셀르프 산맥 방향으로는 성벽이 지어지지 않은 것이다. 있던 목책도 치우고, 작은 담을 다시 세웠다.
그곳은 마치 이종족들의 화합장 같은 분위기였다.
지난달엔 오크족 두 군데가 싸움이 붙었는데, 그 중제 장소로 알렉산더 영지의 작은 담. 그들의 말로는 판문점이라 이름이 붙은, 평화의 상징인 이곳에서 회담을 개최했고, 원만하게 해결되었다.
그래서 더욱 알렉산더 영지의 위상은 높아져만 갔다.
거기에 오거족, 오크족, 고블린족들과의 동맹을 맺은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몬스터들의 습격이 없었다.
그들의 눈을 피해 가끔 영지까지 내려오는 몬스터들도 있긴 했지만, 그들 역시 판문점 옆에 설치된 무료 급식소에서 밥을 먹고 조용히 돌아가곤 했다.
가끔 몬스터들이 떠돌아다니다가 판문점 근처에 새롭게 정착을 하곤 했는데, 요즘 그곳에는 또 새로운 상권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며칠 전엔 검은 사막의 드워프들이 찾아와 자신들도 이곳에 정착하면 안 되냐는 의견을 냈었다.
자신들의 재능을 이곳에 쓰고, 이곳에선 자신들을 위해 안전과 좋은 작업실을 만들어 달란 내용도 있었다.
그래서 요즘 줄리안 준 남작은 영지 북서쪽에 거대한 포지를 짓기 시작했다.
높이 60미터에 폭이 무려 120미터에 이르는 엄청난 용광로에, 심해 500미터에서 끌어 올려졌다는 한철로 만든 모루도 준비됐다.
지나가던 이상한 붉은 머리 여자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포지에 불을 붙였는데, 그 열기가 사방 1킬로미터는 넘게 퍼져 나갈 정도로 강력했다.
드워프들은 미친 듯이 즐거워하며 이주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그곳에 300명이 넘는 드워프가 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름 붙여진 그레이트 포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곧 인간 세상과 등지고 사는 드워프들도 모여들거라 하니…… 그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 상상도 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만나면 좋은 친구~, 여기는 레기온 ‘백작’ 영지.”
아이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노래를 부른다.
합창단을 가르치는 사람은 레기온 ‘백작’ 공립 아카데미의 교장 라우젤이었다.
선생에 지나지 않았던 라우젤은 지금 교장으로 승급했다.
그의 밑으로는 열 명이나 되는 선생들이 있었다. 워낙 많은 영지민들이 새롭게 영입된 탓에 라우젤은 단순하게 아이들 가르치는 것은 부족하다 판단했다.
그래서 실컷에게 ‘학교 건립’을 제안했고, 실컷은 기꺼이 허락했다.
그 이후로는 일사천리.
드워프들과 전속하인들이 뚝딱거리며 4층에 족히 3,000㎡는 될 건물을 만들어 냈고, 영지와 그 외 마을, 심지어는 주변 영지의 귀족 자재까지 몰려드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라우젤은 거기에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여 곳곳의 경력 있고 능력도 뛰어나나, 교육 환경에 환멸을 느껴 자발적으로 나온 선생. 또는 위에 밉보여 쫓겨난 선생들 위주로 개별 접촉했고, 그들을 가족과 함께 영지로 불러들이는 것에 성공했다.
그래서 레기온 영지 최초로 학교를 세우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전설의 인물인 영주-사실 레기온이 한 건 별로 없지만-를 맞이하기 위해서 노래를 불렀다.
“오셨습니까?”
베이컨을 발견한 라우젤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가 웃자 주변이 환하게 빛났다. 처녀들이 그런 라우젤을 보면서 얕은 신음을 흘렸다.
그에겐 어리지만 범접하지 못하게 하는 알 수 없는 아우라가 있었다.
듣기로는 전직 약초꾼이라고 하던데.
전직 약초꾼이라고 하기엔 기묘한 위압감이 있었다. 그래서 마을의 처녀들은 짝사랑만 할 뿐, 직접적으로 라우젤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 사람은 없었다.
“언제 도착이라고 합니까?”
라우젤이 물었다.
“곧 도착할 거야.”
“걸어서 오겠죠?”
“아마도. 말 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베이컨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쯤 왔을지는 모르지만, 도착한다고 했으니 오늘은 분명 도착할 것이다.
“만나면 좋은 친구~ 여기는 레기온 백작 영지!”
합창단을 노래를 부르고-
“시원한 맥주 팝니다. 맥주를 마시면서 기다리세요.”
“망원경 있습니다. 레기온 백작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가 있습니다.”
상인들은 물건을 팔았다.
그만큼 인파가 북적였다.
개선장군도 아닌데 사람들은 놀랄 정도로 많았다. 알렉산더 가문이 영지를 다스리고 난 후에 최단시간 안에 이만큼 부유하게 키워 낸 입지적인 인물.
세금도 겨우 10퍼센트만 걷는다.
모든 아이들은 공부하고 뛰어놀 권리가 있다.
거기에 공공 교육기관인 레기온 아카데미-물론 라우젤이 다 했지만-를 열어서 무료로 공부할 수 있게 하였다.
도로는 잘 닦였으며 영지민들의 안전은 확실하다.
술을 먹고 밖에서 잠이 들어도 지갑을 훔쳐 가지 않는다. 강도도 없었다. 외지인이 강도짓을 하다가 전속하인에게 걸려서 겨우 숨만 붙이고 추방됐다.
500명이 넘는 레기온 영지군도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력하다.
이곳은 힘이 없는 자들에게는 꿈과 같은 곳이었다.
과거에는 아인 혹은 몬스터라 불리던 자들까지도 함께 모여서 사는 그런 곳이다.
사람들은 한 번 보지도 못한 레기온에 대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혹여 그에 대해서 욕을 하는 자들이 있으면 싸움이 나기도 했다.
이런 꿈의 영지를 만들어 낸 레기온에게 감사한다.
그런 위대한 영주, 레기온이 돌아온다. 사람들은 부품 꿈을 알고 멋진 레기온의 모습을 기대했다.
듣기론 엄청난 전사라고 하던데.
아니야. 엄청난 마법사라고 했어.
되게 잘생겼다고 하던데.
아니야. 거친 야성미가 물씬 풍기는 남자라고 했어.
좋은 쪽으로 별의별 소문이 영지 전체에 퍼져 있었다.
“음, 저건 뭐지?”
사람들이 하늘에 떠 있는 검은 점을 가리켰다. 검은 점 두 개는 점점 커진다.
쐐애애애액-
공간을 가르는 소리.
그것이 무엇인지 영지민들은 깨달았다.
영지민들은 몬스터에 대한 면역력이 있다. 세피아가 데리고 온 오거들 덕분이었다. 오거들의 살기가 워낙 강해 곁에 다가가지는 않지만 예전처럼 기겁을 하면서 도망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와이번이라면 입장이 다르다.
와이번이 한 번 나타나면 한 마을 정도는 쑥대밭이 된다. 하늘에서 고속으로 내리꽂히는 와이번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와, 외이번이야!”
“와이번이다. 이런 젠장! 모두 전투 준비!”
비상종이 울렸다.
전속하인들이 검을 빼내 마력을 불어넣었다.
마을광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수천 명에 달하는 영지민들이 한꺼번에 움직였기에 다치는 사람들도 많았다.
“으애애앵! 으애앵애앵!”
부모의 손을 놓친 아이들이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울었다.
영지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저 와이번이 어떤 와이번인지 알고 있는 정규직 병사들이 있다. 한 번 만났으니 당연히 안다.
비프와 라이스, 압둘 자바들이었다. 하필 그들은 어제 야간 행군을 하고 휴식 중이었다. 해서 와이번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다.
“도대체 이건…….”
전속하인들의 검에서 완전한 형태를 갖춘 오러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놈이 지상으로 내려오면 단숨에 잡는다. 원거리 마법도 준비하라!”
베이컨의 말에 전속하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손에는 오러를 다른 손으로는 마법진이 생겨났다. 곧이어 각자 취향에 맞는 공격마법이 생성됐다.
쐐애애애애액-
엄청나게 거대한 와이번이었다.
와이번이 날개를 펄럭거리면 마을 광장에 내려앉았다. 이미 공포에 질린 영지민들은 모두 도망을 쳤기에 이곳에 남은 사람들은 전속하인들과 조나스, 몇몇 오크 여전사들, 비번인 정규직 전사들이 다였다.
“좋아! 지금이야!”
그들이 와이번에게 공격을 하려던 찰나-
누가 와이번의 등에서 뚝 떨어졌다.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오바이트’를 시작했다.
“우에에에엑!”
셔틀이었다.
5서클 이상의 마법사들은 대체로 플라이 마법을 사용할 줄 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
셔틀은 그런 마법에 마력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유령마 한 마리를 더 불러오겠다는 실용주의자였다. 덕분에 하늘을 날아 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것도 시속 수백 킬로미터 이상 빠른 속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인해서 셔틀은 속이 뒤집어지고 말았다.
그는 내리자마자 모든 것을 쏟아 냈다.
비벼비벼의 등에 타고 있던 라이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미 예전의 능력에서 9할을 회복했다. 그럼에도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뭐, 뭐야?”
전속하인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와이번의 등에서 사람이 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 명은 굉장히 낯익다.
드레이져?
바늘이 가는 곳에 실이 있기 마련이니까.
그럼 바늘은? 저 팬티만 입고 투구를 쓰고 있는 남자? 서, 설마?
투구를 쓴 변태가 전속하인들과 조나스를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하이, 오랜만이야.”
모두가 얼음이 돼서 굳어져 버렸다.
정말로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만 떠올랐다.
-영주의 모습을 감춰야 해. 저런 모습으로 돌아다녔다가는 알렉산더 가문의 명예가 땅에 떨어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