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82)
마법은 괜히 배워서-283화(283/502)
# 283
기이한 조짐 2
레기온이 돌아오고 난 후 영지는 들끓었다.
영지민들은 더욱더 레기온을 찬양하기에 이르렀다.
“와이번을 길들이셨대.”
“아니야. 와이번들과 동맹을 맺으신 거래.”
“우와! 그럼 이제부터 우리 영지에서 와이번을 볼 수 있는 거야?”
“내가 놀라운 정보를 알아냈어. 뭔지 알아?”
“뭔데? 와이번 월드를 만드신데.”
“그게 뭐야?”
“나도 몰래. 근데 와이번 월드래.”
“우와! 되게 좋을 것 같다.”
“더군다나 와이번 항공 센터도 만든다고 하더군.”
“그건 또 뭐야?”
“대형 와이번이 멘 마차를 타고 항구도시 씨엠까지 왕복할 수가 있다고 하더군. 항공비는 비싸지만.”
“대박! 그럼 몇 시간 만에 항구도시 씨엠까지 날아갈 수가 있는 거네?”
“그런데…… 그냥 텔레포트 마법진 낫지 않을까?”
“…….”
“하하하! 그래도 위대한 사건인 건 분명해!”
“아아아아아! 그래, 그렇지!”
실제로 건축물에 조예가 높은 갈리레오가 인부들을 거느리고 와이번 항공 센터 착공에 시작했다.
와이번들이 등에 멜 수 있는 마차들 역시 착착 개발 중이었다.
이코노미 석은 50석.
비즈니스 석은 10석.
퍼스트 클래스는 5석.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프리스티지는 최소 100골드 이상 지불해야만 탈 수가 있다.
훗날-
레기온도 돈 아까워서 프리스티지는 타지 않았다고 한다.
모두가 레기온을 칭송한다.
입에 침이 튀도록.
하지만 정작 레기온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영지민들은 점점 레기온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만 간다.
* * *
“그러니까…… 몸에 열이 나는 체질 때문에 옷을 걸치지 못하신다고요?”
관자놀이가 욱신거리는 표정을 짓는 실컷이 레기온에게 물었다.
“응.”
“투구는요?”
“되게 이상해.”
“답답하지 않으세요?”
“답답해.”
“그럼 속 시원하게 벗으시죠.”
“이상한데.”
레기온은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투구를 벗었다. 투구를 벗자 이곳저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특히 헤이즐러를 비롯한 시녀들은 치마를 꼭 쥘 정도로 신음을 흘렸다.
그들이 알던 레기온은 키 작은 뚱땡이었다.
그전에는 미소년.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정도로 작고 예쁘장했다.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였는데…….
어느 날부터 돼지가 됐다.
보통은 점점 살이 찌지만 영주는 그냥 자고 일어나니 돼지가 됐다. 지금 생각해도 미스터리한 일이었다.
그런 영주가-
상상초월의 미남자가 되었다.
태양이 있으면 어쩔 것인가.
영주보다 밝게 빛나지 못하는데.
달빛이 있으면 어쩔 것인가.
영주처럼 영감을 불어넣지도 못하는데.
그야말로 퍼펙트!
얼굴만.
얼굴과 몸의 피부색의 괴리가 기묘한 생명체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제야 하인과 하녀들은 왜 레기온이 투구를 쓰고 다녀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차라리 투구를 쓰고 다니는 편이 나을 듯 싶다.
저런 잘생긴 얼굴로 팬티만 입고 다니면 더 똘아이 취급을 받을 테니까.
“고칠 수 없는 겁니까?”
실컷이 물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있을 듯해.”
“어떤 방법인지 물어봐도 됩니까?”
“두 가지 방법이 있어.
“첫 번째는?”
“성형수술을 다시 받는 것.”
“엄청나게 고생스럽다면서요.”
“그러니까.”
레기온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시 한 번 철갑을 입고 6개월간 버티라고 한다면…….
그 새끼 죽여 버릴지도 모른다.
그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재성형수술의 난이도가 낮다면 해 볼 만하다.
언제까지고 이러고 지낼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일단은 다크 엘프 마을 촌장인 샌까한테 초청장을 보냈어. 좀 와 달라고.”
“다크 엘프 마을 촌장 샌까요?”
“그래, 샌까한테.”
다크 엘프 마을.
생명이 긴 다크 엘프들도 좀처럼 볼 수 없는 희귀한 광경을 목격했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처음 보는 광경이다.
웬 해골 한 마리가 편지봉투를 들고 마을로 들어선 것이다.
하도 신기해서 아무도 해골을 저지하지 않았다.
해골은 길을 가던 르네에게 물었다.
-소년, 이곳이 검은 엘프로 45번 길 3이 맞는가?
“네? 아, 네. 뭐.”
르네는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말은 하는 언데드는 있긴 한데…… 좀비보다 낮은 수준으로 알려진 해골병사가 이렇게 자유자재로 언어를 구사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혹시 샌까 님의 댁은 아는가? 내가 이곳은 초행길이라.
“저쪽 골목 끝에 집입니다.”
-고맙네. 소년.
해골은 흉악하게 웃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르네는 샌까가 잠시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도 까먹을 만큼 충격을 받았다. 편지를 배달하는 해골이라니.
놀라기는 샌까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이야말로 막내를!
이라면서 화려한 불꽃을 피우려던 샌까는 누군가 갑자기 부서질 듯이 두드리는 현관문 소리에 짜증이 났다.
이번에는 문을 강철로 바꿨다.
레기온 이 자식이 두 번이나 무너트렸기에 아예 작정하고 문을 바꾼 것이다.
이번에는 부수지 말고 들어오라고.
“누구야!”
샌까는 가운을 입고 현관문을 열었다. 그 앞에는 해골이 방긋 웃으면서 서 있었다.
-저는 우편배달부입니다. 샌까 님 맞으시죠?
우편배달부?
그런 직업이 있다는 것을 처음 들어 봤다. 그런 직업이 있다는 것도 처음 들었고 그것을 하는 자가 해골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마, 맞는데.”
-자, 여기 레기온 님한테 온 편지가 있습니다. 여기 사인하시고요. 네네, 거기요.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해골은 그 말을 남겨 두고 떠났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샌까는 편지를 받은 채 멀어지는 해골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해골이 편지를 가지고 떠났다는 얘기를 들은 실컷과 부하들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그런 직업을 만들어 낼 수도 있구나.
“두 번째 방법은 돈이 들어.”
“돈이요?”
“응, 세상은 넓더라고. 피부색을 하얗게 만드는 화장품을 만들 줄 아는 마법사가 있었어.”
“그런 마법사가 있어요?”
“응, 아마 마탑에서 가장 부자일 거야. 미백이라고 알아?”
“모릅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그런 마법 화장품을 만들 줄 알아. 근데 너무 비싸. 그래서 먼저 샌까한테 부탁해 보고 그때 안 되면 미백한테 화장품을 구입하려고.”
“신기하네요. 피부색을 변화시키는 마법 화장품이라니.”
“기미와 잡티도 모두 없애 줘.”
“정말입니까?”
“정말이지. 턱에 바르면 V라인도 만들어 준다고 하더군.”
V라인이라는 말에 하녀들의 두 눈을 반짝였다.
자신들의 월급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물건일 것이다. 그래도 영주라면 연말 선물로 하나씩 주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제부터 우리 잘생겨진 영주를 구박하지 말고 잘 대해 주자.
* * *
왕국 남쪽 지역의 혈의 사막.
레기온의 충실한 신자가 된 대전자포 트레져 헌터의 미녀들은 오늘도 열 일을 하는 중이다.
그녀들은 이번만큼은 반드시 귀한 보석을 얻어서 레기온 님께 바치자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레기온은 못생긴 그녀들에 대해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
레기온이 기억하는 여자는 무조건 예쁜 여자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진 이미 사촌동생의 아내가 된 아마데우스의 미모를 능가하는 여자를 보지 못했다.
쿠쿠쿠쿠쿠쿵!
레기온의 결정 덕분에 기본 능력치가 대폭 상승한 그녀들의 전투력은 이미 남다르다. 어중간한 던전 따위는 그다지 위험을 느끼지 못하게 할 정도로 그녀들의 성취도는 높았다.
하지만 이번 던전은 꽤 고생스럽다.
고대 던전.
하여간 ‘고대’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던전 치고는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전갈왕의 무덤이라고 알려진 고대 던전을 클리어하는데 거의 보름 이상이 걸렸다. 그 와중에 전갈들에게 물려서 탄도와 하푼은 큰 내상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누구인가.
S급 트레져 헌터가 아니던가.
부활하는 전갈왕을 잡고서 뭔가를 손에 넣을 수가 있었다.
“도대체 이게 뭐지?”
검은색으로 반짝이는 보석이다.
어떤 마력도 흘러나오지 않지만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다.
네이팜을 비롯하여 트레져 헌터들은 감각을 무척 중요시한다.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완벽한 계획보다 그때그때 변하는 감각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들의 본능은 ‘저것을 모른 척하고 그냥 돌아가’였다.
“느낌이 안 좋은데.”
감각이라면 파티원들 중에서 가장 떨어지는 토마호크였다. 그런 그도 한 마디를 할 정도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오라버니. 그런데…… 전갈왕의 끝까지 숨기고 있던 보석이야. 이것에 대해서는 어떤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고. 아주아주 중요한 물건이라는 거지.”
“맞아요. 아주 중요한 물건 같아요. 하지만 저희가 감당을 할 수 있을까요?”
하푼이 물었다.
“글쎄다.”
네이팜은 장갑을 낀 채로 검은 보석을 들었다. 검은 보석 안에는 뭔가가 들어 있었다.
“뭐가 들어 있어?”
“뭐가요?”
“라이트 마법무구 있어?”
“있어요.”
“켜 봐.”
람이 품에서 던전 탐험에 필수도구인 라이트 마법무구를 꺼내서 켰다. 그러자 조금은 어둡던 던전 안에 꽤 밟아졌다. 그제야 검은 보석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확실히 보였다.
그것은 아주 작은 팔이었다.
손톱보다도 작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이 불길한 기운은 그 팔에서 나오고 있음이 분명했다.
“뭔지 대단한 물건 같은데?”
“그러게요.”
“사장님께 가져다드리자.”
“아무래도 그게 낫겠어요. 저희가 가지고 있을 물건이 아닌 것 같네요.”
파티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원동의를 받은 네이팜은 검은 보석을 마력을 봉인할 수 있는 손바닥 만한 상자 속에 넣었다. 그것을 가방에 넣었지만 한 번 시작된 불길한 마음은 멈출 수가 없었다.
* * *
레기온 저택에서 조금 떨어진 연구실.
레기온이 본 드래곤을 반드시 부활시키라면서 내준 연구실이었다. 연구실 내부는 아공간에서 빼낸 본 드래곤의 뼈들로 가득했다.
레기온은 셔틀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부담은 가져야지. 부담에게 지면 나한테 뒈진다? 여하튼 뭐 본 드래곤 따위 한 번 살아났던 놈인데, 뭐 어렵기야 하겠어? 해골 살리는 거,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쉽다메.”
미친! 해골 병사 말했지, 해골 드래곤 말했냐?
셔틀은 40도쯤 고개를 숙이고 양손을 열심히 비볐다.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연구해. 한 달이면 되겠지? 한 달이면 해골 병사 100명도 만든다며? 해골 병사 100명보단 본 드래곤이 저 적을걸? 그치?”
“에헤헤-! 네, 뭐.”
“그래, 힘내. 내가 마음이 바다처럼 넓고, 우주처럼 관대하지만, 그래도 약속 못 지키면 뒈진다.”
“에헤헤헤헤헤-! 꼭 하겠습니다.”
셔틀이 비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내 생명은 한 달 남았구나.
“여하튼 별로 힘든 일도 아니라니까, 대신 내가 원하는 것 좀 꼭 넣어 줬으면 좋겠어.”
이 새끼, 또 무슨 소릴 하려고.
“어떤…… 거죠?”
“일단 내 말을 잘 들어야 돼.”
“본 드래곤이…… 사장님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요?”
“당연하지. 말 안 듣는 본 드래곤 부활시켜서 뭐해. 그 자식이 영지에 브레스라도 발사해 봐. 다 끝장이야. 기껏 백작으로 승급했는데 몽땅 날아간다고.”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지만 그럴 바에는 본 드래곤을 부활시키라고 하지 말든가. 이미 불가능한 임무를 맡겨 놓고…… 거기에 이건 뭔 개소리를 더 붙이는 거야?
“왜 그런 표정을 짓냐. 안다, 알아.”
레기온이 셔틀의 절망적인 표정을 보며 어깨를 두르려 줬다.
“한 달로는 어렵다는 말이지?”
“……그, 그게…… 네, 좀…….”
“새끼, 내가 왜 그런 걸 모르겠냐. 참아 줄게.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에 본 드래곤이 부활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본 드래곤이 산타 모자를 쓰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 주는 거야? 얼마나 환상적이야.”
“크리스마스라면…… 몇 달 안 남았는데 말입니다.”
“응, 몇 달 안 남았지. 그러니까 부담 가지지 마. 그런데 이번 크리스마스. 정말 즐겁겠지?”
레기온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다.
더럽게 할 일이 없는 모양이다. 와서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 남았네. 하루 지났어, 라는 말로 셔틀은 압박했다.
정말 사장이지만 나쁜 새끼다.
언제부터인가 문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연구하는 척을 했다.
며칠 전에는 코피도 흘렸다.
대학입시 준비할 때도 안 흘렸던 코피인데…….
혹시 나 죽을병이 걸린 것이 아닌가, 무서워진다.
위가 하도 아파서 신전을 찾았더니 급성 스트레스란다.
젠장!
이러다가 내가 먼저 죽겠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내가 죽기 전에, 원래 계획을 실행해야겠다.
레기온 암살 계획.
내가 살기 위해서니, 나는 정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