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95)
마법은 괜히 배워서-296화(296/502)
# 296
불행을 밟은 남자 2
포르세 후작은 너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그대로 굳어 축제라는 것을 지켜봤다.
“이, 이게 마…… 을의 축제란 말이오?”
포르세 후작이 조나스에게 물었다.
“네, 왜요? 이런 거 처음 보세요?”
조나단이 태연하게 되물었다.
당연히 처음 본다. 이런 광경을 어떻게 두 번이나 볼 수 있겠는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이 포르세 후작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오거가 동시에 뛰어오르자, 땅이 한 번 들썩였다.
옆에서 춤을 추던 고블린들이 그 박자에 맞춰 더 높게 뛰어올랐다.
아, 어지럽다.
“왜요?”
조나스는 휘청거리는 포르세 후작의 남은 오른팔을 잡았다.
“괘, 괜찮소.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어떤 경험?”
“이런 경험 말이오. 매우 특이해서 그렇소. 이건…… 무슨…… 가면무도회 같은 것인 모양이요.”
“가면무도회?”
“하하! 고블린, 오크로 분장을 하고 있는 거 아니오? 저 오거들은…… 하하, 그렇군. 광대들이 서로 매달려 있는 거였어. 그런데…… 저 와이번은…….”
설명할 길이 없었다.
무슨 마법 같은 걸 사용한 걸까? 저런 실체감이라니 정말 놀라운 실력이군!
“엥? 다 생얼인데?”
“생얼?”
“생얼도 몰라요?”
“모르겠소. 싱싱한 얼굴이란 뜻이오?”
“와, 이 아저씨 20년 전 세상에서 오셨나, 어쩜 요즘 유행하는 말도 몰라요?”
“미, 미안하오. 모르겠소.”
포르세 후작은 자신이 너무 영지민들과 거리를 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이 저렇게 일반적으로 쓰는 단어도 모르다니, 내심 반성이 된다.
“그냥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천연의 얼굴이란 뜻이에요.”
“아아아. 그렇구려.”
그제야 포르세 후작은 조나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
“자, 잠깐만…….”
포르세 후작이 그 말의 진의를 깨닫고 눈을 주먹만 하게 떴다.
“그럼 저기서 춤을 추고 있는 자들이 모두 아인종이란 말이오? 아니, 오크나 고블린 몰라도…… 아니, 이것도 모르긴 어렵지만, 아니 그렇더라도…… 와이번과 오거는…… 지성이 거의 없는 포식자……. 저들이 어찌, 어울려 춤을 추면서 술을 마신단 말이오? 저, 저들은 박멸…….”
“우와, 이 아저씨…… 정말 돌 맞을 소리만 하시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인종 차별을 하고 그래요.”
“인종 차별? 그, 그게 무슨 말이오. 저들은 몬스터…….”
포르세 후작은 자신이 사실은 300년쯤 자다 일어났고, 그래서 세상에 바뀐 건 아닌가 심각하게 생각했다.
아니면 이곳이 혹시 자신이 살던 세계와 다른 세계일까?
이를테면 자신이 기절한 사이에 평행우주를 따라…… 시간과 공간을 거스르게 된 건 아닐까?
그가 살던 세상에선 고블린, 오크, 오거, 와이번은 적대적인 몬스터로 척결의 대상이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함께 술을 마신 관계는 아니었다.
“여, 여긴…… 대체 어디요? 인간이…… 몬스터와 어울린다니…… 이게 도대체.”
“아저씨.”
“…….”
“아저씨…….”
조나스가 포르세 후작을 불렀다.
“나 말이오?”
그제야 포르세는 조나스가 자신을 부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껏 누군가가 자신을 ‘아저씨’라고 부른 적이 없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눈치를 채지 못했다.
“나이도 많아 보이는구만. 아저씨라고 부르지 뭐라 불러요. 오빠라고 부를까요?”
오빠, 어감이 훨씬 좋다.
“어라? 좋아하네. 그런데 오빠라고 부르기에는 좀 나이가 많지 않아요? 딱 봐도 중년인데.”
중년의 남자.
포르세 후작은 가슴속을 도려내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중년의 남자였다.
사실 한 번 갔다 왔다.
돌싱이다.
하지만 아직 자식은 없었다. 총각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물어봐도 돌싱이라고 대답 안 해야지.
그러나 대놓고 하는 아저씨와 중년이란 말은, 나름 동안이라고 자부하던 포르세 후작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메이드들이 만날 하는 말이 10년은 젊어 보인다였다.
그래서 정말 10년은 젊어 보이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그년들이 나를 속였다.
“내가 몇 살로 보이오?”
“마흔세 살.”
젠장.
정답이다.
스승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높은 경지에 마력을 쌓으면 너는 더 이상 늙지 않는다. 죽는 날까지 계속해서 너는 강해질 수가 있다. 그만큼 마력이란 힘은 오묘한 것이다.”
사실 그때도 포르세 후작은 그때 스승에게 묻고 싶었던 게 있었다.
“마력을 그렇게 높은 경지까지 쌓으신 스승님은, 왜 백 살도 넘는 노인으로 보입니까? 아직 60대인데?”
묻지 못했다.
스승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늦었지만 이제 깨달았다.
스승님의 말은 개구라였구나. 마력과 외모는 아무 상관도 없었구나.
왜 귀부인들이 외모에 그리 신경을 쓰는지 이제 알겠다. 젊게 보이는 비결은 마력이 아니라 돈이었다. 꾸준한 피부 관리와 미용만이 그나마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었다.
이런 사소한 일을 이제야 깨닫다니. 세상 헛살았다.
포르세 후작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같이 추실래요?”
“나 말이오?
“그래요. 아저씨. 아저씨 말고 또 누가 있나요?”
“그 아저씨란 말은 좀 어떻게 안 되겠소. 내가 너무 나이 든 느낌이라.”
“오빠라는 칭호는 안 맞는 것 같아요. 딱 봐도 저랑 스무 살은 차이 나 보이는데. 뭐 다르게 부를 호칭이 있을까요? 음, 삼촌?”
“……그건 더…….”
포르세 후작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나는 포르세 후작이라고 하오. 폭스바겐 가문의 17대손으로 본 왕국의 여덟 후작 가운데 하나요. 차라리 포르세 후작이라고 부르는 건 어떻겠소?”
“후작? 인간들의 귀족 호칭은 여기서 안 통해요. 우리가 인정하는 인간은 오직 레기온 한 명뿐이니까. 아참, 레기온 아시죠? 이번에 백작인가 뭔가로 승급을 했다던데. 축하 인사도 못했네.”
“레기온? 인간들의 귀족 호칭?”
뭔가 이상하다.
레기온이란 단어가 여기서 나온 것도 이상하지만, 이 아름다운 여성은 인간을 다른 종족처럼 얘기를 하고 있었다.
설마 다크 엘프인가?
귀를 봤다. 아니다. 평범한 인간의 귀다.
“왜요?”
조나스는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포르세 후작에게 얼굴을 붉혔다. 아이참, 내가 아무리 예뻐도 그렇지, 너무 노골적으로 쳐다보네.
“혹시…….”
“혹시 뭐요?”
“이런 말이 실례되는 것은 알지만…….”
“괜찮아요. 궁금하신 것이 있으면 마음껏 물어보세요.”
마음껏 물어보라고 하지만 선뜻 묻기는 어려웠다.
당신은 인간이 아닌 거요?
이렇게 예쁜 여성에게 어떻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너무 궁금하다. 아아, 일단 싸대기 한 대 맞을 각오하고 묻자.
“혹시……. 인간이 아니오?”
조나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하죠. 제가 어딜 봐서 인간으로 보여요.”
포르세는 주저앉을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진짜로 나 꿈속에 있는 것 아냐? 그는 볼을 세게 꼬집었다. 아얏! 너무 세게 꼬집어서 뺨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확실히 알았다. 이건 꿈이 아니다.
“딱 봐도 오크잖아요.”
엥? 오크?!?!?!
이 여자가 돼지 머리에 오크라고? 어딜 봐서?
이렇게 아름답고 고귀한 여자가 오크라고? 솔직히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 아, 생얼이라던가? 그걸로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는 태어나 처음 본다.
그런데 오크라고?
포르세 후작은 자신이 알고 있던 상식이 무너지고 있었다.
“가요. 아저씨. 그렇게 넋 놓지 말고.”
조나스는 포르세 후작의 손을 잡고 춤판이 벌어진 광장으로 이끌었다.
마침 레기온 영지에서 대히트를 치고 있는 ‘오크 스타일’이란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빤, 오크 스타일. 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
포르세 후작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포르세 후작을 조나스는 힐끗 바라봤다.
그녀가 조나스 후작을 굳이 이런 정신없는 곳으로 끌고 나온 이유는, 혹시라도 우울함에 빠져 자살이라도 하지 않을까 해서였다.
이 남자는 왼팔을 잃었다.
손가락이 잘린 정도가 아니라 어깻죽지까지 몽땅 사라졌다. 단단하게 단련이 된 몸으로 봐서 기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했다.
후작이란 걸 보니, 인간 세계에선 꽤나 높은 위치에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어쨌든 외지인.
위험이 될 만한 요소는 미리 제거를 해야 한다. 인간들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레기온이 뒤셀르프의 경계를 막아 주는 덕분에 이곳이 안전지대가 되었지만, 그전엔 시시때때로 인간들이 자신들을 토벌하겠다고 찾아오곤 했다.
이 인간 또한 다른 인간들과 별다를 것 없으리라.
깨어나면 밖으로 내보내야지.
조나단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포르세 후작의 존재를 ‘레기온’에게 알리지 않는 것은 그가 불쌍해 보여서였다.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하면 생긴 게 조금 내 스타일이다.
나이 차이가 좀 나지만 뭐.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그게 가능하다고 하니까 넘기기로 했다.
왼팔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그래도 레기온에게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포르세 후작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조나스가 레기온에게 보고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부터 생길 일도 없었을 텐데…….
포르세 후작이 파티의 중심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그의 어깨로 한참 춤을 추던 저주의 정령왕이 내려앉았다. 요즘 레기온이란 인간으로 인해 정령계에서 그의 입지는 나날이 커져만 가고 있었다.
지금까진 좀 무시를 당하는 입장이었는데…….
인기가 좀 많은 불의 정령왕도, 바람의 정령왕도, 물의 정령왕도, 요즘 자신에게 친한 척을 한다. 이런 경험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기분이 좋은 것은-
행운의 정령왕이 매일 죽상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새끼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아주 고소해 죽겠다.
그래서 오랜만에 인간계로 나와 신나게 놀고 있었던 참인데…… 재미있는 놈을 만났다.
-오, 마력이 엄청난 인간이네. 아직 어떤 정령과도 계약을 하지 않았잖아! 이놈은 다른 녀석에게 뺏기기 싫은데……. 아주 싱싱해! 남자여! 나와 계약을 맺지 않겠나? 다른 저주의 정령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불행의 끝판왕을 보여 주지.
천만다행으로 포르세 후작은 저주의 정령왕의 말을 보지도 못하고 하는 말을 듣지도 못했다.
-이럴 수가! 너무 아쉽군. 아무래도…… 레기온을 만나서 부탁을 해야겠어.
그런 사실도 모른 채 포르세 후작은 조나스의 손을 잡고 광장으로 나와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의 옆에서 오거가 발 밟지 말라고 그를 째려봤다.
“…….”
포르세 후작은 할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