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98)
마법은 괜히 배워서-299화(299/502)
# 299
무쇠팔 1
레기온은 포르세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레기온은 포르세 후작의 저택을 습격하기도 했다. 완전히 박살을 내서 포르세 후작의 머리뚜껑을 열리게 만들었다.
그 외에도 하는 일마다 포르세 후작에게 딴지를 걸었다.
따지고 보면 포르세 후작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모두 레기온 때문이었다.
하지만 레기온과 포르세 후작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것은 지금이 처음이다.
당연히 서로가 초면이라고 생각한다.
“흐음-! 당신 이유?”
레기온이 포르세를 보면서 물었다.
포르세는 레기온을 보면서 진심으로 놀랐다.
저 완벽한 몸매라니! 정말 남자인 자신이 봐도 한눈에 반할 정도로 아름다운 몸매였다.
검고 탄력 있고 반짝이는 엄청난 몸매.
하지만 저 투구는 뭔가? 겁네 사악하게 생긴 검은 투구! 몸매와 제법 어울리는 것 같긴 한데…….
몸매와 말투가 너무 달랐다.
매우 거칠고 싸가지가 없는 말투다.
예전이라면 말을 할 것도 없이 목을 날려 버렸을 것이다.
그의 앞에서 저런 말투로 말을 하는 인간은 이제껏 없었다.
그러나 저 사내의 옆에 있는 세피아가 마음에 걸린다.
세피아는 마치 그의 늦둥이 막내 동생이라도 된 듯, 미주알고주알 자신이 당한 일을 고자질하고 있었다.
저 무시무시한 괴물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크크르릉(형아, 형아. 저 새끼가 내 왼 뺨도 때리고, 목도 때리고, 옆구리도 때렸어. 아파 죽겠어. 나쁜 새끼! 지가 잘못하고 폭력으로 일을 해결하려고 하다니, 나 너무 억울해).
포르세는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이 가까스로 쓰러트린 상대가 맞는지 궁금하다.
외모만 비슷하고 다른 오거가 아닐까? 아니 설사 다른 오거라고 하더라도 그렇다.
오거로서 자존심도 없단 말인가?
고자질을 하다니!
오거의 이미지와 세피아의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서 포르세는 심한 감정의 동요를 느꼈다. 아직도 현실 같지 않는 세상에 있는 것 같았다.
“어이. 아저씨, 얘 말이 맞아요?”
“뭘 말인가?”
포르세는 숨을 골랐다.
너무 이치에 맞는 상황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눈앞의 투구 쓴 사내를 경시할 수는 없었다.
저 엄청난 오거가 고자질을 할 정도의 실력자라면…….
아! 검은 피부에 투구! 저 사내 역시 인간이 아닌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조나스도 오크라고는 하지만 거의 인간과 다를 바가 없잖은가?
지금 세피아는 저 투구 쓴 사내를 ‘형’이라고 불렀다.
설마…… 저 사내도 오거?
이게 말이 되는 건가?
말이 안 되지만 이곳에 있다 보니 말이 안 되는 상황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포르세는 관자놀이를 꾸욱 하고 눌렀다.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술기운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뒤섞여서 두통이라는 산물을 만들어 냈다.
“정말 미치겠군.”
“아니, 애를 때렸으면 사과를 해야지. 미치겠다니. 왜 애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요!”
레기온이 살짝 언성을 높였다.
순간 엄청난 기운이 주변 공터와 숲속으로 휩쓸고 지나치는 것 같았다.
포르세는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라서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어마어마한 투기가 그를 뚫고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말도 안 돼!
내가 아직 술이 깨지 않은 건가? 포르세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왜 애를 때렸냐고요!”
“애라고?”
“애죠. 딱 보면 몰라요?”
“누가 앤데?”
“귀가 먹었나. 누가 애긴요. 얘요. 애. 우리 세피아.”
“그 괴물이 몇 살인데?”
“와, 너보고 괴물이란다. 듣는 괴물 서러워서 살겠냐.”
-크르릉(그니깐 내가 뭐랬어. 형아. 저 인간 되게 싸가지 없다고).
누가 누구한테 싸가지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너희들은 도대체 나이가 어떻게 되냐? 나는 마흔셋이다. 너희들이 나보고 싸가지 없다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방년 18세. 아직 사회초년생입니다.”
-크르르릉(아직 사회생활 적응 중이다. 왜 꼽냐)?
저 괴물이 사회초년생이라고? 방년 18세? 술 마시고 싶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냐.
“그만 가라.”
“뭐라고요?”
“더 이상 내 인내를 시험하지 마라.”
“헐! 지금 저 아저씨 뭐라고 하는 거니? 졸라 폼 잡고 내 인내를 시험하지 마라? 그럼 나는 쫄아서 내가 상대를 잘못 건드렸구나, 하면서 가야 돼? 아니면 악당처럼 내 눈에 띤 이상 너는 살아남지 못한다, 이렇게 말을 해야 돼? 어떻게 생각해? 세피아.”
-크르르릉(형아는 악당이 아니다. 천사다. 영지의 영웅이다. 그러니까 악당 행세를 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이렇게 말해라).
“뭐라고?”
-크르릉(가진 돈 다 내놔. 그럼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레기온은 이마를 긁적거렸다.
얘 지능이 좋아진 거야, 나빠진 거야? 정말 기분이 좋은 말이긴 한데, 지금 상황과는 좀 안 어울리지 않나?
“더 악당 같은데?”
-크르르릉(우리 오거들은 싸움이 나면 그렇게 말한다. 이기는 놈이 다 갖는 거다. 가진 것 다 내놔. 지면 얄짤없이 다 털린다).
“그냐. 그건 너희 오거들한테나 써먹어라. 난 그런 말 못하겠으니. 어쨌든 아저씨, 사과하슈.”
“내 인내를 시험하지 말라고 했다.”
“사과하라고 했수.”
“내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 그만하고 돌아가려무나.”
“후우-!”
레기온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잘못은 해 놓고 사과는 안 한다? 이거 말로 하려고 했는데, 영 기분이 안 좋네.”
“말장난 따위는 하고 싶지 않다.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으면 제대로 된 교육을 시켜 주마.”
포르세의 눈빛이 점점 차갑게 변했다.
상대를 죽일 생각은 없다. 은혜를 받은 마을이 아니던가.
이미 죽었어야 할 목숨이 조나스 덕분에 살아 있다. 미안해서라도 마을 사람(?) 아니 아인인가. 아니야. 몬스터인가. 뭔지 모르겠다. 하여간 같이 사는 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막무가내 식으로 나오면 자신도 참을 수가 없다.
죽이지는 않겠지만 버르장머리는 싹 고쳐 놔야겠다.
포르세 후작의 소매가 펄럭거렸다. 강력한 마력이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호.”
레기온의 표정도 살짝 변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이미 레기온의 수준은 보통 기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곳에 도달해 있었다.
그는 눈앞에 상대가 최소 7성급의 무력을 가진 대단한 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정도 실력자는 왕국을 통틀어도 몇 명 되지 않는다. 이런 강자가 왜 이곳에 있을까?
레기온의 머릿속이 맹렬하게 돌아간다.
7성급 기사 혹은 전사.
은둔한 자들까지 몽땅 털어도 10명 안팎이다. 최대로 많이 잡아 봤자 15명 정도일 것이라고 마크는 말했다. 그만큼 7성급의 실력자는 보기 드문 존재였다.
그런 자가 왜 우리 영지에 있을까.
그것도 왼팔이 날아간 채로?
몰골을 봐라. 패잔병 같지 않은가?
패잔병……? 문득 떠오르는 이름이 하나 있다.
“포르세 후작?”
레기온이 단도입적으로 물었다. 매와 같은 눈이 상대를 꿰뚫어 봤다.
포르세 후작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도대체 저 꼬마는 누구지? 말을 몇 마디 나눠 보지도 않고 자신의 정체를 파악했다.
등골이 오싹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는 넌 누구지?”
“난 레기온. 레기온 백작이라고 하지요. 그쪽은…….”
“네가 짐작하는 대로다.”
“아하!”
“복수를 하겠느냐?”
“뭐, 복수할 정도로 잃은 건 없긴 한데…… 내 영지를 노렸던 것이나, 가지고 놀려고 했던 그쪽의 생각이 마음에 들진 않으니까…… 일단 실력 한 번 봅시다.”
레기온은 허리를 쭉 펴면서 앞으로 나섰다.
“감히 내가 누군지 알면서도 그 따위 말을 늘어놓는단 말인가!”
“그러니까 계급장 떼고 한 번 붙읍시다. 전쟁을 나이로 하는 것은 아니니까.”
“좋다. 한 번 감당해 봐라.”
포르세는 입술을 뒤틀면서 마력을 개방했다.
조금 전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강력한 힘이 그의 전신에서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그의 주위에 작은 물건들이 둥둥 떠올랐다.
중력을 거슬러 압력에 휘말린 채 포르세를 중심으로 마구 회전했다.
놀란 오크들이 무기를 들고 막사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마을의 은인이자 영웅인 레기온을 보았다.
“저럴 줄 알았지. 세피아를 건드렸으니 레기온 님이 오시잖아. 아오, 숙취야. 우린 잠이나 더 자자.”
오크들은 금방 흥미를 잃고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오크 여전사들과 결혼을 한 남자들은 아침밥을 짓기 위해서 아궁이에 불을 넣었다.
그다지 레기온과 포르세의 대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마치 결과가 정해진 것처럼 행동한다.
“포르세 씨.”
“포르세 씨?”
“계급장 뗐잖아요. 뭐라고 불러요?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요?”
“호칭 따위야 아무래도 좋다. 마음껏 재롱을 피워보려무나. 여기서 너를 죽이지는 않으마.”
“누가 할 말인지 모르겠네.”
레기온은 피식 웃으면서 마력을 개방했다.
암흑 마력이 사방으로 쫙 퍼졌다. 그의 마력은 끝도 없이 방출되기 시작했다. 만약 포르세 후작이 마크처럼 전투력을 측정할 수 있었더라면 기겁을 했을 것이다.
끝도 없이 올라가는 전투력을 믿을 수 없을 테니까.
그러나 포르세 후작도 최상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지금 눈앞에서 레기온 백작이 내뿜는 힘이 얼마나 가공한지 모를 수가 없었다.
단순하게 마력만 비교를 하자면-
자신을 훌쩍 넘어섰다.
마치 대현자 바세라바밥의 끝도 없는 마나통을 보는 듯했다.
말도 안 돼!
겨우 스무 살 안팎의 젊은 사내가 여든이 넘은 바세라바밥의 마나의 양을 능가한다고?
마나의 양이란 세월과 비교를 한다.
아무리 대단한 단전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마나의 양을 갑자기 늘릴 수는 없었다.
“세피아.”
-크르르릉(응, 형아).
세피아는 신이 났다. 그도 레기온의 결정을 먹은 이후로 마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당연히 레기온이 얼마나 대단한 마력을 내뿜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자신을 때린 저 남자는 쨉도 안 된다.
“뒤를 막아.”
-크르릉(뒤)?
“그래, 도망치지 못하도록.”
-크르르릉(히히, 알았어).
세피아는 거대한 메이스를 뽑아 들고서 포르세 후작의 등 뒤로 돌아갔다.
등 돌리고 이쪽으로 도망쳐 봐. 머리통을 쪼개 버릴 테니까, 라는 협박이었다.
“감히……, 나를 뭘로 보고.”
“뭘로 보긴. 졸로 보지. 오세요. 아저씨.”
“개자식아!”
포르세 후작의 무시무시한 투기가 레기온을 강타했다.
* * *
“우쭈쭈쭈. 우리 애기 배고파요? 일어났어요?”
아마데우스는 칭얼거리는 아기를 안고서 흔들었다.
제논이 막사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에는 이유식이 들려 있었다. 젖은 땠으니 이제는 이유식을 먹일 때였다. 레기온 덕분에 마을이 발전하면서 아이들의 사망률이 현저히 줄었다.
예전에는 아기 둘 중 한 명이 꼭 죽곤 했다.
아기들은 오크들의 더러운 생활환경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마을은 인간들 못지않게 깨끗했다. 정기적으로 신관들이 아이들을 치료하러 오기도 했다. 덕분에 근래 들어서 죽은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제논이 아마데우스에게 아이를 받아 이유식을 먹였다.
“여보, 그런데 이건 무슨 소리예요?”
아마데우스는 자신보다 한참이나 연하인 제논에게 말을 높였다. 자신이 남편을 무시하면 딸과 다른 오크들까지 제논을 무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자신이 먼저 남편을 존경해야 다른 오크들도 그렇게 할 것이다.
“무슨 소리요?”
“밖에서 개잡는 소리가 들리던데.”
“응? 아.”
은은하게 ‘이런 쓰벌, 으으윽, 도대체 넌 뭐야? 아아악! 자, 잠깐만! 이 괴물아! 죽어! 아아악! 제발 그만, 그만. 때려!’ 라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형님이 어제 그 남자와 대련을 펼치고 있어요.”
“대련이요? 아무리 봐도 곡소리 같은데…….”
“음, 뭐랄까. 형님은…….”
“형님은?”
“마음에 들었나 보죠. 원래 애정이 있어야 때린다잖아요.”
“흐음. 그렇군요.”
아마데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개처럼 맞고 있는 자는 분명히 세피아에게 이긴 그 남자일 텐데. 엄청난 실력자인지 알고 조나스와 합방을 시켰는데…….
이거 생각보다 약골 아니야?
어쩐지 후회가 되는 아마데우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