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99)
마법은 괜히 배워서-300화(300/502)
# 300
무쇠팔 2
리치 마몬은 ‘몬먹어도고’라고 적힌 명패를 힐끗 보더니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딩동-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 눌렀다.
딩동딩동-
그만 좀 해라.
주위 몬스터들 다 깨우겠다.
셔틀은 이곳에 오기 전에 ‘몬먹어도고’라는 흑마법사에 대해서 공부를 했다.
흑룡이 창궐하던 시대의 흑마법사!
그것도 8서클의 위대한 대마법사!
남겨진 자료로 보니 굉장한 미남이었다.
후작가의 셋째 아들, 키는 185센티미터. 집안 좋고, 학벌 좋고, 키 크고, 얼굴도 잘생겼는데, 8서클 대마법사라고?
아, 생각만 해도 짜증 나는 놈이다.
그렇지만 그가 남긴 마법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는 소환계열의 마법에 특히 강했다고 전해지는데, 지금은 거의 없는 최상급의 골램을 소환할 수 있는 흑마법사였다고 한다.
그가 소환한 골램 군단은 소규모 왕국이 지닌 전체 전력과도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자료에는 적혀 있었다.
정말이지 엄청난 실력자였음은 분명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단서는 단 하나.
리치 마몬이 찾은 몬먹어도고의 고대 던전뿐이었다.
딩동딩동-
마몬은 짜증이 나는지 계속해서 초인종을 눌렀다.
“저기 마몬 님.”
참다못한 셔틀이 마몬을 불렀다. 마몬이 해골 속에서 번뜩이는 흉광을 보이면서 셔틀을 바라봤다.
“왜?”
그의 눈을 본 셔틀은 등줄기가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셔틀이 긴장한 채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요.”
여긴 던전이야! 누가 있겠냐, 이 등신아!
라는 말은 죽었다 깨어나도 하지 못하겠다. 저 눈깔은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잠깐 기다려 봐.”
리치 마몬은 계속해서 초인종을 눌렀다. 초인종 소리가 생각보다 커서 주변 몬스터들을 모두 깨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하긴 리치 마몬이 있는데 몬스터 걱정을 하는 것이 우습구나.
끼이이익-
그때였다.
던전의 입구를 굳게 막고 있던 철문이 열렸다.
셔틀은 뭐지? 이건? 이라고 생각했다. 딱 봐도 인간이 아니다. 그렇다고 골램도 아니었다. 셔틀이 알고 있는 골램은 무조건 전차처럼 거대해야 하니까.
인간도 골램도 아닌 것이 리치 마몬과 셔틀에게 말했다.
“잡상인 출입금지라는 팻말 못 봤수?”
* * *
과거를 버린 남자.
포르세는 낭떠러지에서 뒤셀르프 산맥을 바라보고 있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숲과 산맥 위로 붉은 노을이 길게 비친다.
펄럭펄럭-
그의 사라진 왼팔 소매가 바람에 흩날렸다.
포르세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 왼팔이 남아 있는 것처럼 욱신욱신 거린다.
“참나.”
기가 막혀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살다가 이런 일을 겪을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는 손바닥을 펼쳤다. 귀족치고는 엄청나게 거친 손바닥이다.
당연하다.
후작에 오른 뒤에도 검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으니까. 어떤 일이 있어도 수련을 멈춘 적이 없었다.
맨 처음 세상에 출도 하던 때가 떠오른다.
아마도 레기온 백작과 비슷한 나이 때였을 것이다. 당시 자신은 왕국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변방의 귀족.
그것도 작위를 물려받지 못하는 차남. 기껏해야 실력 좀 있으면 왕실 근위대 소속의 기사나 될 것이다, 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실력으로 왕국을 뒤집었다.
넥 하우스 왕국과의 전투에서 몇 번이나 기적의 역전극을 펼치기도 했다.
남들은 꿈도 꾸지 못할 초고속 승급을 이뤘다.
그랬었다.
주군으로 모시기로 맹세한 공왕을 제외하면, 어떤 인물에게도 무릎을 꿇지 않았다.
그런 내가…….
아주 대차게 맞았다.
“믿을 수가 없군.”
기사에게 한쪽 팔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다.
그걸 누가 모르냐?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개처럼 맞을 줄이야.
레기온 백작.
놀랍게도 그는 가늠하지 못할 만큼 엄청난 실력자였다.
실력이 엄청나게 뛰어난 자인데, 싸우는 것도 겁나 얍삽하다. 꼭 없어진 왼팔 방향으로 돌면서, 잔기술을 계속 퍼부었다.
워낙 빠르고 강력한 주먹이기에-
포르세는 도저히 방어를 할 수가 없었다.
자존심이 상해서 패배를 인정할 수가 없었다. 얼굴이 엉망이 된 채로 악에 받쳐서 전력을 퍼부었다.
그런데 정말 치사하게 한 번을 맞상대 해 주지 않았다.
자신이 공격을 시작하면 범위에서 슬쩍 물러나 피하다가, 공격이 멈출 즈음에 또 왼쪽으로 다가와 반격한다.
살다살다 이렇게 치사한 새끼 처음이다.
그래서 정말 장대하게 맞았다.
아, 사람이 이렇게까지 맞을 수가 있는 거구나. 포르세는 맞으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어떻게 발가락 끝에서 머리끝까지 빈 곳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때릴 수가 있는 걸까? 정말이지…… 사람 때리는 것만 연구한 새끼 같았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이 맞아 본 적은 처음이었다.
사부님한테도 이렇게 차이가 나게 맞아 본 적이 없는데.
맞다가 몇 번이나 기절했다. 세피아인니 뭔지 이 개놈의 오거가 내 뺨을 핥아서 깨어났다.
입맛을 다시는 놈의 모습을 보면서 기겁했다.
다시 레기온 백작과 대결을 청했는데…….
나쁜 새끼가 때린데 또 때린다.
아마 열 번쯤 기절하지 않았을까 한다. 세어 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무슨 수를 써도 레기온 백작에게는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너무 현격한 차이가 나다 보니 억울한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제야 이 괴물과 같은 영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것 같았다.
영주가 괴물이다.
괴물의 주위에 괴물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이런 엄청난 괴물이 뒤셀르프 산맥의 깊은 곳에서 숨을 죽이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후우-! 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 걸까?”
주머니 속에 송곳이라 하였다.
지금이야 저렇게 노닥거리고 있지만 세상이 그를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머리도 다친 거예요? 혼자서 뭘 그렇게 중얼거려요?”
아, 씨파. 깜짝이야.
여기서 누군가 말을 시킬 줄은 몰랐다.
깜짝 놀란 포르세는 뒤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노을에 비쳐서 아름답게 빛을 내고 있는 레기온이 서 있었다.
아름답지만 저 얍실거리면서 쪼개는 면상을 보니 어떻게든 한 대는 때려 주고 싶다.
다시 울컥하는 포르세였다.
* * *
포르세는 미심쩍은 눈으로 레기온을 바라봤다.
그가 싫지는 않지만 가까이 하기에는 꺼려진다. 더군다나 뭔가를 들고 있다.
그다지 레기온 백작을 겪어 보지 않았지만, 어떤 성격인지는 대충 알 것 같다.
시큰둥하면서도 남들에게 꽤나 호의를 베푼다.
그리고 티 내는 것을 좋아한다. 겁나 티를 내서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걸 알아주지 않으면 계속 옆에서 깐죽거리다가, 그래도 모르면…… 그때부턴 폭력을 동반한다.
어쨌든 저렇게 이마에 착한 일을 했다고 직접 써 붙이고 다니는 것 같은 사람은 처음 본다.
레기온은 커다란 상자를 포르세에게 건넸다.
포르세는 주변을 살폈다.
분명 동영상 마법이 촬영되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나는 실의에 빠진 포르세에게 선물과 용기를 줬다.’ 이런 식으로 영지민들에게 자랑질을 하겠지. 안 봐도 뻔하다.
“이게 뭔가?”
“뭐, 저번 일도 있고 해서…… 죄송한 마음에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선물?”
“네.”
“흐음.”
포르세는 다시 주위를 살폈다.
의형제인 세피아가 어딘가에 숨어서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보이지 않는다. 설마 세피아가 하이딩 마법이라도 사용할 줄 아는 것일까?
포르세는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나갔다.
세피아와 말이 통하는 것을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가 마력을 사용하는 것도 그럴 수가 있다고 치자. 마법무구를 사용하는 것도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제껏 주술사가 있는 아인들을 제외하고는 마법을 사용하는 몬스터는 발견된 적이 없다.
-크르르릉(아, 겁나 귀찮아).
슬프게도 포르세의 생각은 틀렸다.
그들과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세피아는 특별히 제작한 하이딩 마법 반지를 사용하여 몸을 감추고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
“분명히 도움이 되실 겁니다.”
“왜 나한테 이런 호의를 베풀지?”
포르세는 눈빛을 차갑게 빛냈다. 아무리 레기온 백작에게 개 털렸다고 하더라도 성격이 갑자기 변하진 않는 법이다.
셔틀인가 하는 놈처럼…….
허리를 25도쯤 굽히고, 양손을 비비면서 레기온 백작의 곁에 딱 붙어 있을 수는 없잖은가?
그럴 바엔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고 말겠다.
“내가 불쌍해서?”
포르세는 말을 이었다.
“아니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가?”
“저는 조나스 친구예요.”
“그런데?”
“당신과 사이가 안 좋으면 조나스와 계속 친구로 지낼 수가 없잖아요. 우리 옛일을 잊고 우리 사이좋게 지내요.”
레기온이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개새끼, 옛일이라고? 옛일은 잊자고? 죽다 살아날 만큼 두들겨 패 놓고, 그게 할 말이냐?
포르세는 미간을 좁혔다.
“상자부터 뜯어 보세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상자를 뜯어서 바닥에 내팽개치고 발로 마구 밟을까, 라고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랬다가는 저 성질 더러운 레기온이 무슨 짓을 할지 경험하지 않아도 알겠다.
꿀꺽.
다시 열 번씩 기절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할 수 없이 포르세는 상자를 뜯었다.
그의 눈이 반짝였다. 안에는 강철로 된 팔이 들어 있었다.
“이건 뭔가?”
“비데 아시죠?”
“얘기는 들었네.”
조나스가 비데와 룰루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열변을 토했다. 그들은 왕국 최고의 대장장이라고. 아니 대륙 최고의 대장장이라고.
포르세는 콧방귀를 끼면서도 맞장구를 쳐 줬다.
그래도 이제는 안사람이니까. 아니 안오크인가. 어감이 그다지 좋지 않다. 안오크라니.
어쨌든 말이 되지 않는다.
왕국 최고의 실력을 가진 대장장이가 왜 이곳에 있단 말인가. 훨씬 대우가 좋은 다른 영지로 가지.
역시 포르세는 모른다.
최고의 대장장이뿐만 아니라 최고의 요리사도 이곳에서 무명소졸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가 만든 인공 팔입니다.”
레기온은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인공 팔?”
“네. 한 번 착용해 보세요. 생활하는 데 굉장히 유용할 겁니다.”
“의지대로 움직일 수가 있나?”
“아마도요.”
포르세는 강철 팔을 장착했다.
마력을 발동하자 놀랍게도 신경이 되살아나면서 강철 팔이 움직였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의지대로 움직인다. 이물감은 분명히 남아 있었으나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느낌은 아니었다.
강철로 되어 있어서 엄청나게 무거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무게도 오른팔과 거의 균형을 맞췄다.
몸의 중심이 한쪽으로 기울 일은 없었다. 강철로 보이지만 다른 금속으로 만든 것이 확실했다.
놀라웠다.
“허!”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온다. 이거야말로 신의 기술이 아닌가 싶다.
“괜찮으세요?”
“괜찮다마다. 이건 정말 놀랍군.”
레기온에게 남아 있던 편견이 조금은 사라졌다. 물론 이것 역시 대놓고 자랑을 하겠지만 인정해 준다.
고마운 것은 고마운 것이니까.
“뭐 보통 생활은 완전히 할 수 있고, 다른 것도 하나 있죠.”
“다른 것?”
“그건 마법무구예요. 단순하게 단단하기만 한 것이 아니죠. 꽤 많은 마법이 숨겨져 있습니다. 자, 이건 사용설명서. 이건 품질 보증서. 메이드 인 레기온을 꼭 확인해 주시고요.”
“메, 메이드 인 레기온?”
“네, 유사품에 주의해 주세요. 그리고 만약 위험하다고 싶으면 시동어를 외치세요. 가장 심혈을 기울인 기능이죠.”
“시동어?”
“네, 굉장히 특별한 무기지요.”
“뭐라고?”
“로켓 펀치.”
“뭔 펀치?”
“로켓 펀치!”
“로켓 펀치?”
장난하나!
그 순간 강철 팔이 발사가 됐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팔은 하이딩 마법을 사용해서 동영상을 찍던 세피아의 뒤통수를 때려서 기절시켰다. 그리고 날아갔던 팔은 천천히 되돌아와서 포르세의 팔꿈치에 장착이 되었다.
“뭐, 뭐야? 이건?”
너무 놀라서 턱이 빠질 것 같은 포르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