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0)
마법은 괜히 배워서-30화(30/502)
# 30
내 이름을 말해 봐 2
-크아아아아아악(아파! 아파! 아파서 미치겠어)!
세피아는 머리를 잡고 마구 흔들었다.
쿵!
들고 있던 메이스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참을 수 없는지 양쪽 무릎도 꿇었다. 머리를 바닥에 쿵쿵 박는다. 몸을 뒤튼다. 이내 데굴데굴 굴렀다.
-쿠아아아아악!
소름이 끼칠 정도로 고통스러운 비명이었다.
“씨댕이가 지금 나한테 칼을 겨눈 거야? 밥 먹여 줘. 무기 만들어 줘. 따뜻한 잠자리 마련해 줘. 곧 짝도 찾아 줄 나한테 지금 칼을 겨눠? 아주 미쳤구나. 세피아. 아무리 정신지배를 당해도 해서 안 될 일과 해도 될 일을 구별 못해?”
-쿠아아앙악(죽여 버릴 테다! 레기온! 죽여 버릴 거야)!
“저 새끼가 제정신이 아니네. 누가 누굴 죽여? 지랄하고 앉아 있네. 조여라! 금고아! 조여라! 금고아! 팍팍 조여라! 금고아!”
-크카카카카카카카!
세피아는 미친 듯이 바닥을 굴렀다.
덕분에 목책의 상당 부분이 부서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피아가 고통으로 몸부림치기 전에 이미 병사들이 피신을 한 것이다.
세피아로 인해서 리치의 부하들도 영지를 지키는 병사들도 움직이지 못했다.
-크아아아아악!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세피아는 아예 머리를 바닥에 쿵쿵 박았다. 차라리 머리가 없어졌으면 하고 바랄 만큼 고통스러웠다. 그의 이마가 깨지고 피가 줄줄 흘렀지만 고통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지?
내가 왜!
내가 뭘 했다고!
세피아는 자신에게 고통을 준 레기온을 매섭게 노려봤다. 그를 노려보자 레기온이 ‘조여라! 금고아!’를 외쳤다.
-크카카카카칵!
세피아는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서 리치 마몬을 바라봤다.
그래, 저 자식이 나에게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렸어. 그래서 내가 고통을 당하고 있는 거야.
세피아는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다시 메이스를 들고 이번에는 리치 마몬을 향해서 달려갔다.
콰지지직! 콰지지직!
세피아의 앞을 가로막았던 언데드들이 박살이 나면서 흩어졌다.
-크카카카칵(다 네놈 때문이야)!
리치 마몬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오거를 보면서 기겁했다.
정신조종 능력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흑마법이다. 한 번 영혼이 검은색으로 물들면 자력으로 되돌아오지 못한다.
그런데 오거 따위가 자신의 흑마법을 뿌리친 것이다.
오히려 알렉산더 가문의 후예에게 가져야 할 증오가 자신에게 향했다.
그토록 알렉산더 가문의 후예가 무섭단 말인가.
리치 마몬은 분노했다.
“오거여! 나의 친우여! 우리 둘은 영혼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나를 위해서 저 남자를 죽여라! 저자가 우리를 지옥으로 이끌었다. 알렉산더 가문의 모든 남자를 죽여야만 우리가 산다!”
리치 마몬의 주문이 다시 한 번 세피아의 정신을 뒤흔들었다. 강력한 악의가 스펀지에 스며들듯이 세피아의 정신을 녹아내렸다.
조금씩 옅어졌던 눈동자의 붉은빛이 다시 강해진다. 진득한 살기가 뚝뚝 떨어졌다.
-크르르르르(빌어먹을 알렉산더 가문의 남자들).
세피아는 고개를 돌려서 레기온을 바라봤다.
레기온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는 짧게 자른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정말 짜증 난다는 표정이었다.
“쓰벌, 키우는 개도 집주인은 안 무는데. 저 새끼는 아예 두 눈을 뒤집고 살기를 풀풀 피우네. 딱 한 번만 말할게. 다섯 셀 동안 리치 잡아 와. 하나, 둘…….”
레기온의 말에 세피아는 멈칫거렸다.
약한 인간이다.
한입거리도 되지 않는다. 발로 밟으면 깩 소리도 내지 못하고 터져서 죽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뭐지?
저 인간을 보니까 몸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세피이였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된 것 같았다. 무서우면서도 죽이고 싶고, 죽이고 싶으면서도 뭔가 그립다.
“넷, 다섯, 네가 간이 부었어. 조여라, 금고아! 팍팍 조여라, 금고아!”
-크아아아아아악!
세피아는 머리를 잡고 쓰러졌다.
두개골에 누군가 못을 대고 망치로 두들기는 느낌이었다.
두개골이 양옆으로 쫙쫙 갈라지고 녹슨 못이 들어와 뇌를 헤집는 기분이었다.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세피아는 바닥을 구르면서 생각했다.
이건 모두 리치 때문이야. 저 자식이 자꾸 이상한 것을 시켜서 저 인간이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야.
세피아는 메이스를 잡고 리치 마몬에게 던졌다. 허공을 찢는 소리를 내면서 메이스가 날아갔다.
얼마나 속도가 빠른지 리치 마몬은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못했다.
꽈지지지직!
메이스는 리치 마몬이 타고 있던 마차를 완전히 박살 내 버렸다. 리치 마몬이 빠르게 플라이 마법을 실행하지 않았다면 뼈로 된 그의 육체가 박살이 났을지도 모른다.
리치 마몬은 세피아를 사납게 노려봤다.
“왜 나의 마법이 통하지 않지? 겨우 오거가 아닌가. 오거 따위가 내 흑마법을 이겨 낸다는 말인가!”
분노한 리치 마몬이 전력을 다해서 정신 마법을 세피아의 뇌리에 쏟아부었다.
-크크크크크(싫어)!
“뭐가 싫단 말이냐! 당장 내 말에 복종을 해라! 저 자식을 죽여야만 네가 산단 말이다!”
-크크크륵, 크르륵(저 형아가 더 무서워).
“뭐?”
리치 마몬이 멈칫거렸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세상에 오거가 무서워하는 존재가 있단 말인가? 설사 마왕이 와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오거가? 더군다나 능력이 굉장히 하찮아 보이는 저 알렉산더 가문의 소년이 무섭다고?
도저히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가라! 가서 놈을 죽여!”
-크르르르륵!
세피아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마치 스위치를 내려 버린 인공 기계물 같았다. 그렇게 움직이지 않던 세피아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리치 마몬을 보면서 말했다.
-크르르르르(아무래도……).
“아무래도?”
-크르륵, 크르르륵(해골인간, 네가 뒈져야 겠다).
결정을 내린 세피아는 리치 마몬을 향해서 강력한 주먹을 날렸다. 풍압만으로도 리치 마몬의 육체가 마구 뒤흔들렸다.
“크흑, 빌어먹을, 텔레포트!”
리치 마몬이 주문을 외웠고 그의 몸은 곧바로 사라졌다. 세피아의 주먹은 허공에 헛방망질을 하고 말았다.
-크르르르르.
세피아는 경계를 풀지 않으면서 주위를 살폈다.
이상했다. 아무리 살펴도 리치 마몬은 그의 눈에 띄지 않았다. 감각을 펼쳐 봐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레기온도 마찬가지였다.
“뭐야? 어디로 사라진 거야?”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해서 던전으로 되돌아갔음요.
“전열을 재정비해?”
-리치에겐 죽은 자만 있으면 얼마든지 군대를 만들어 낼 수 있삼.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해서 쳐들어올 것으로 예상. 마력에 한계가 있으니까 언데드의 숫자는 비슷. 하지만 정신세뇌를 당한 몬스터들은 다수. 적어도 300마리 이상의 언데드와 몬스터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음.
“큰일이잖아?”
-큰일임.
“그럼 어떡해야 하지?”
-리치의 생명의 그릇을 찾으삼.
“혹시 던전에 있는 거야?”
-그럴 확률 90퍼센트 이상.
“그걸 어떻게 찾지?”
-왜 그걸 나한테 물으삼? 님이 가서 찾으삼.
“나 혼자?”
-그럼 누구랑 가시게?
레기온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는 조나스를 보았다.
그녀에게 ‘이제 내가 리치를 처리하러 갈 거야. 솔직히 혼자 처리하긴 무리야. 그러니까 네가 리치를 막고 있어. 그동안 내가 생명의 그릇을 찾아서 깨트릴게.’라고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건 너무 비겁해 보인다.
그래, 혼자 가자. 까짓거. 던전에 보물을 많겠지?
-당근. 리치, 드래곤의 던전은 반드시 털어야 함. 그것들의 던전은 털라고 만들어진 것임.
정말?
-정말.
그렇단 말이지
레기온의 입에서 욕망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세피아를 보면서 외쳤다.
“세피아! 언데드나 오크 여전사가 한 마리라도 이곳에 침입하면 죽을 줄 알아!”
식겁한 세피아는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메이스를 휘둘렀다.
* * *
레기온은 숨을 죽이고 리치 마몬의 던전으로 숨어들었다.
덜컥.
그는 발밑에 돌을 찼다.
던전 안은 밀폐된 공간이기에 돌이 굴러가는 소리는 매우 크게 들렸다.
-이봐! 이봐! 너님, 지금 뭐하는 거임? 나 레기온이 생명의 그릇을 깨트리기 위해서 왔소이다! 라고 선전하는 거임?
나는 어쌔신이 아니라고. 잘 안 보이는 걸 어떡해.
-마법은 괜히 배웠음?
그래,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어쩔 수 없이 마법사의 길을 가게 됐어.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배운 마법이 뭐가 있어?
-엄청 많음.
지랄! 너 먹은 것도 없는데 1시간에 화장실 12번 가 봤어? 밤새도록 똥만 싸 봤냐고? 그게 무슨 마법이야.
-너님은 잘 모르지만 난 알고 있음.
뭘?
-덕분에 너님의 피와 혈관은 매우 투명해졌음. 막 태어났을 때의 깨끗함으로 돌아갔음. 지금 너님의 육체는 마법을 배우기에 최적의 상태가 되었음.
똥 많이 싸서?
-꼭 똥이라고 볼 순 없음. 몸속에 내재된 노폐물이라고 정정하겠음.
어쨌든 항문으로 나오니깐 똥이지.
-더럽게 자꾸 똥, 똥 할 것임? 애들도 아니고.
알았어. 그건 그렇다 치고 내가 배운 마법이 도대체 뭐가 있냐고? 성군의 자질? 그걸 어디다 쓰라고? 니미, 쓰벌, 불행력만 높아지고. 어떻게 생기는 마법이라는 게 죄다 쓰레기야. 왜 자꾸 날 힘들게 하는 거야.
-그러게 진작 착한 일 좀 하고 살지.
헐!
너 현실 세계로 한 번 나와라.
-와이?
나랑 한판 뜨자.
-머리 나쁜 사람 하고는 그런 것 안 함. 지능이 한 140쯤 되면 그때 생각해 보겠음.
지능 140?
-지능 140.
몸무게가 얼마나 될 것 같아?
-550킬로그램쯤 되지 않겠음. 1톤도 안 되네.
쓰벌, 죽으라는 거냐?
-열심히 운동하삼. 그럼 안 죽음.
좋아. 열심히 운동하지. 빌어먹을 마법사보다 기사가 되는 게 더 낫겠다. 잘하면 소드 마스터 되겠네. 제길. 여하튼 지금 내 마력은 얼마나 돼?
-3서클 초입까지 마력을 연동시킬 수 있음.
우와!
레기온은 갑자기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마력이 많이 늘었네. 마법공식만 익히면 3서클을 사용할 수 있다니.”
-나중에 대도시에 한 번 나갔다 오삼.
거기서 마법서를 사 오라고?
-없는 것보다 낫지 않겠음?
그래야겠네. 하아, 내 팔자야. 팔자에도 없는 마법을 익혀서 이게 무슨 꼴이람.
-그러게 말임. 기사가 됐으면 영지민이 보는 앞에서 리치와 멋지게 한판 붙을 수가 있었는데. 그럼 행운력도 오르고.
레기온은 뒷머리를 긁었다.
기사가 되기엔 이미 늦었다. 그렇다면 열심히 마나를 모아서 위대한 마법사가 되는 수밖에.
레기온은 좀 더 깊숙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초반에는 어두웠지만 안쪽으로 들어가자 야명석 덕분에 내부의 식별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
그리고 레기온의 입은 함지박처럼 벌어졌다.
온갖 금은보화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이 아닌가. 광산에 있는 미스릴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아 보였다.
-외치삼.
뭐라고?
-심봤다!
그래,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대박이다! 노다지야! 아하하하하!
“과연 그럴까.”
음산한 목소리가 던전 내부에서 울렸다. 울림이 너무 강해서 정확히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리치 마몬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저 보잘것없는 레기온에게 상당한 위화감을 느꼈다. 약하다. 몇 번이나 탐지 마법을 확인해도 레기온의 마력은 자신보다 한참이나 아래였다. 저 정도 실력의 마법사라면 100명이 몰려와도 자신에게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다.
그런데 뭘까.
이 불길한 기운은.
그렇기에 리치 마몬은 레기온을 경계하면서 선뜻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이름이 뭐야?”
레기온이 물었다.
“왜 묻지?”
리치 마몬이 되물었다.
“내가 아는 리치인가 해서.”
“큭큭큭, 너 같은 햇병아리가 날 어떻게 알아. 그런 일 없으니까 몰라도 된다.”
“나는 알렉산더 가문의 장자야. 그리고 현 영주지. 외동아들이기도 하고. 작은아버지와 사촌동생이 있기는 하지만 정통성을 가진 영주는 분명히 나라고. 나한테 볼일이 있는 것 아냐?”
리치 마몬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해골의 뻥 뚫린 안면에서 붉은빛이 감돌고 있었다. 로브를 입고 있지만 모든 것이 해골로 이뤄져 매우 음산했다.
“네가 알렉산더 가문의 장자라고?”
“왜 못 믿겠어?”
“못 믿겠다.”
리치 마몬은 잘라서 말했다.
그가 아는 알렉산더 가문은 엄청난 신체능력을 보유한 무가(武家).
자신을 봉인시킨 알렉산더 드 페신저만 하더라도 2미터가 훨씬 넘지 않던가. 그 자식 놈도 2미터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자식의 아버지도 2미터가 넘었다.
인간 집안이라기보다 작은 오거 집안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저놈은 고블린에 가까운 키 아닌가? 저런 놈이 알렉산더 가문의 장자라고? 120년 동안 열성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만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저 정도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레기온에게 가지고 있던 위화감이 싹 사라졌다. 두려움도 사라졌다.
저 버릇없는 꼬맹이는-
언데드로 만들어야겠다.
“갈기갈기 찢겨서 죽어라.”
리치 마몬의 명령과 함께 수많은 언데드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라? 이건 작전과 다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