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03)
마법은 괜히 배워서-304화(304/502)
# 304
라일락 꽃향기 맡으며 2
어우야!
역시 상인들이다.
세상에서 진짜 중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정보길드보다 대상인을 찾으라는 말이 있다.
결코 허투루 상대할 자들이 아니다.
와이번 월드는 이제 막 삽을 펐다. 대부분의 일꾼들이 어떤 일에 동원됐는지도 모른다.
레기온의 주변 사람들만 아는 극비사항이었다.
영지민들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을 일면 인식도 없는 외부인이 그 사실에 대해서 알고 오다니.
짝짝짝!
박수 쳐 주겠다.
상인들 짱!
“진짜라면?”
“성공확률이 어떨까요?”
“반반이지.”
와이번 월드에 대해서 알고 왔다면 어차피 나에 대한 사전조사는 끝났겠지. 그렇다면 굳이 감출 필요도 없다는 게 레기온의 생각이었다.
어차피 상인.
뭘 주고받을지 일단 듣고 결정하자.
“와이번 월드라니! 듣기만 해도 놀랐습니다. 세상 누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100년 뒤에라도 누군가 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당연히 위험은 있겠지요. 하지만 너무도 매력적인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성공 확률이 반반이라니! 저도 같은 배를 타고 싶군요.”
젊은 남자는 매력적으로 웃었다. 담배 한번 펴 보지 않은 듯한 하얀 이였다.
“같은 배?”
“네, 제 재산 중 절반을 투자할 생각입니다. 그만한 규모의 사업이라면 아무리 백작님이라도 자금이 좀 부족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흐음, 글쎄. 누가 걱정할 만큼은 아닌데?”
“백만 골드.”
“백만?”
“네, 선투자 백만입니다.”
레기온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백만? 생각보다 통이 작은데? 내가 페르시몬 백작에게서 훔쳐 먹은 것만 해도 50만 가치고, 그래서 페르시몬 백작에게 팔아먹은 결정만 해도 200만인데, 고작 100만?
“그걸론 어렵지 않을까?”
“네? 백만이 선투자…….”
“가서 백만으로 와이번 한 마리 데려와 봐. 그러면 내가 받아 주지.”
“…….”
이제 갓 백작이 된 사람이 백만이라는 돈에 꿈쩍도 하지 않다니……. 도대체 이 백작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
등쳐가 실컷을 바라봤다.
실컷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도 잘 몰라요.
“이백만.”
“싫어.”
“삼백…….”
“싫다니까.”
“고작 일차 투자입니다.”
등쳐가 나직하게 말했다. 물론 와이번 월드가 제대로 완성된다면 그 가치는 수억 골드, 아니…… 수십억 골드에 이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완성을 했을 때의 이야기!
지금은 위험이 너무 크다.
“대체 얼마를 원하시는 겁니까!”
레기온은 그를 빤히 쳐다봤다. 투구 안쪽으로 비웃는 모습이 명백하게 느껴졌다.
레기온이 물었다.
“와이번의 가치가 얼마일까?”
“……그, 글쎄요?”
“와이번 한 마리가 영지 하나를 박살 냈을 때, 그 영지의 손해는 얼마 정도나 될까?”
“……글쎄요. 이십만? 삼십? 오십만?”
“야 대상인. 그것도 모르면서 거래하자고 온 거야? 너 나랑 장난치냐? 아니면 나 등쳐 먹으러 온 거야?”
레기온이 실컷을 보며 와이번의 가치를 물었다.
“온전한 와이번의 가치는, 온전한 사체만 손에 넣어도 비늘이 최소 10만, 발톱이 5만, 눈알이 3만, 콩팥이 2만, 간이 2만, 고기가 총 10만인데, 누벼누벼 님은 세 배 정도 됩니다. 거기에 뼈를 포함하면 약 10만이 더 포함되죠.”
레기온이 등쳐를 향해 턱짓을 했다.
“들었냐?”
“…….”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와이번의 수는 최소 50마리. 그냥 그놈들 잡아다가 가죽만 벗겨도 네가 말한 돈의 열 배는 벌겠다.”
“…….”
“그러니까 꺼져.”
“배, 백작님……. 제 욕심이 과했던 것 같습니다. 아니, 제가 이 사업을 너무 작게 본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좋은 제안을 제가 만들면 안 될까요?”
“그래? 그럼 한 번 해 봐. 시간을 얼마나 줘야 해?”
“닷새, 아니…… 나흘이면 충분합니다.”
“알았어. 기다리도록 하지.”
레기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등쳐가 일어나서 레기온, 실컷과 악수를 하고 집무실을 나갔다. 그때 누군가 그를 밀치고 들어왔다.
등쳐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크, 큰일 났습니다.”
집무실로 뛰어 들어온 비프의 얼굴색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 * *
레기온은 투구를 벗었다.
어지간해서 투구를 벗는 일이 없는 그였다. 그런 그가 자발적으로 투구를 벗었다.
어떤 감정도 읽어 내기 힘든 표정이었다.
너무 딱딱해서 무생물이 표정을 대신한 것 같았다.
레기온의 눈앞에는 흰 천으로 덮인 사망자들이 있었다.
사망자의 숫자는 모두 일 곱. 중상자도 네 명이나 된다. 네 명 중에 과연 몇 명이나 살아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신전에서 신관들이 달려 나와 사력을 다해서 힐링을 퍼붓고 있었지만, 네 명의 상처는 너무 깊었다.
“중상자 중에는 압둘 자바도 있습니다.”
비프가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면서 말했다.
“이런 짓을 한 놈이 누구지?”
“흑전사들이라고 합니다.”
“흑전사?”
흑전사와 연관이 있는 자들은 스톤 헤드교뿐이다.
“알려 온 사람은?”
“마트 알바생이 했습니다. 그가 모든 상황을 지켜봤다고 하더군요.”
“상대의 숫자는?”
“무서워서 잘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만……. 대략 쉰 명 이상이라고 합니다.”
“쉰? 우린 열하나. 왜 그 새끼들 시체는 없지?”
“독을 써서 녹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정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황금마차는 아직 어디로 갔는지 확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추적마법장치를 떼어 버린 것 같습니다.”
“황금마차라…… 중요하지. 중요한데…….”
레기온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진다.
놀랍게도 그의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으면서 서리가 피어올랐다.
“내 부하들의 목숨 정도는 아니지.”
레기온은 비프와 부하들을 돌아봤다. 전원의 살기가 명확하게 느껴졌다.
같이 훈련을 받고 웃고 울던 동료 일곱 명이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었다. 중상자들도 언제 목숨을 잃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 분노가 지금 가슴 한쪽에 커다랗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레기온 백작의 이름으로 명한다. 근래 새롭게 들어온 영지민들 다 뒤져.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몽땅 잡아들여. 반항하는 새끼는 조져도 좋아. 죽이지만 말고.”
* * *
주교 마즐레는 뒷걸음질을 쳤다.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어설픈 비명이 새어 나왔다. 그가 동원한 상급 흑법사와 흑전사는 모두 스무 명. 이 정도 전력이면 7성급 기사도 상대하고 남는다.
실제로 오랜 시간 동안 5성급 전사와 마법사로 7성급 기사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어렵지만 충분히 묶어 둘 수 있었고, 그사이 자신이 나서면 7성이라고 해도 버티지 못한다.
스톤 헤드교은 500년간 허송세월을 보낸 것이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
저 괴물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퍼퍼퍼퍼펑!
드레이져의 주변에서 연속적으로 마법이 폭발했다.
5서클 전격마법과 화염마법이 계속해서 터진다. 그 응집력이 어지간한 기사단에게도 치명상을 줄 만큼 강력했다.
그럼에도 드레이져에겐 어떤 타격도 입히지 못했다.
아니 조금의 지체도 시키지 못했다.
“후아아압!”
드레이져는 패왕의 이빨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지진이 난 것처럼 바닥이 쫙쫙 갈라진다. 갈라지는 틈 사이로 오러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
흑기사들이 오러 광기에 잡혀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나방 같았다.
쩌쩌저저적!
흑색으로 된 마법 양산형 갑옷들이 찢겨진다. 이내 충격파를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면서 흩어졌다.
“크어어억!”
고통은 견디지 못한 그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혈관이 툭툭 터지면서 핏물이 배어 나왔다.
쾅!
드레이져가 바닥을 강하게 구르자-
오러 광기에 잡혔던 흑기사들은 먼지처럼 먼지로 변해서 사라졌다.
순식간에 마지막 흑기사까지 쓰러졌다.
이제 남은 것은 그들을 지휘하던 주교 마즐레 한 명뿐.
“도대체 넌 뭐냐고!”
마즐레는 악에 받쳐서 소리를 질렀다.
자신이 이런 꼴로 덜덜 떨고 있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다 잡았는데!
저것들을 잡아서 흑룡의 돌을 빼앗은 다음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가지고 놀 생각이었다.
그랬는데 저 머리를 양 갈래로 딴 미친 새끼가 나타나서 모든 것을 망쳐 놨다.
“나 누군지 몰라?”
드레이져는 입술을 뒤틀면서 피식 웃었다.
“네가 누군데!”
“모르면서 시비를 걸어?”
“시비? 시비는 네가 걸었잖아!”
“웃기네! 나는 그냥 있었거든. 니들이 얘들 괴롭혔다며. 그럼 사과하고 돌아갈 것이지, 왜 쓸데없이 덤비고 그래? 어쨌든 이제 뒈질 목숨이라 가르쳐 주긴 싫지만, 그냥 가면 짜증 날 거 아냐? 황천길 가는데 이름 알고 가면 후회는 덜 되겠지. 내 이름은 드레이져다.”
“드레이져…… 드레이져…… 크레이지 드레이져?”
“빙고.”
드레이져는 웃으면서 마즐레에게 다가갔다.
마즐레는 점점 뒤로 물러났다. 스톤 헤드교는 대륙의 모든 강자들에 대해서 파악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왕국 7대 강자에 대해서도 안다.
근래 들어서 가장 유명한 자는 돈데크만이었다. 스톤 헤드교에서 콕 짚어 쫓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강한지 아직도 놈을 잡지 못했다.
교단 내부에서는 놈을 특A급 위험인물로 지정했다.
포르세 후작도 매우 위험한 인물이다. 냉혈한인데다가 세력도 막강하다. 그 역시 특A급 위험인물이다.
크레이지 드레이져.
그는 엄청 강하지만 세력이 없다. 겨우 남작의 작위를 가진 자의 밑에 들어가 뒤치다꺼리만 한다.
해서 교단에서는 그다지 그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위험도는 D급이다.
흑기사 열에 흑마법사 다섯이면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다는 보고서도 작성이 됐다.
그런데…….
“정말 드레이져가 맞나?”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
마즐레는 품 안에서 얇은 종이를 꺼냈다. 왕국 7대 강자에 대한 신상명세서였다.
가장 뒤에 드레이져에 대한 정보도 적혀 있었다.
초상화도 있다. 엄청난 미남이다.
아무리 막 그렸다고 해도…… 저 얼굴은 아니다. 더해서 머리까지 양 갈래로 따지는 않는다.
“맞다고.”
“거짓말 하지 마! 넌 드레이져가 아니야! 정체를 밝혀라!”
“뭐, 이런. 맞다니까.”
“거짓말!”
“아, 믿지 마. 이 새꺄.”
드레이져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달려들었다.
마즐레는 연속으로 공격마법을 펼쳤다. 어두운 하늘에서 한줄기 섬광이 떨어졌고, 사방에서 바람이 칼날이 되어 날아갔으며, 땅이 바짝 일어나 드레이져를 찌그러뜨렸다.
그 모든 공격이 드레이져의 거칠게 휘두르는 도끼 두어 번에 사라졌다.
어느새 마즐레 앞에 당도한 드레이져!
“죽어! 이 괴물아!”
마즐레는 스태프를 내리쳤다. 경도가 약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냥 살기 위해서 후려쳤다.
빠각!
손맛이 난다.
씨발…….
내 손 찢어지는 손맛이구나.
그럼 그렇지.
스태프는 반으로 쪼개져서 허공을 날았다.
마즐레는 날아가는 스태프를 보고 정면을 바라봤다. 무시무시한 면상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가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야, 일단 한 대 맞자. 어금니 꽉 깨물어.”
그와 함께 마즐레는 의식을 잃었다.
주먹 딱 한 대 맞았을 뿐인데 영혼이 송두리째 뽑혀 나간 것 같았다.
드레이져는 콧방귀를 끼고는 마즐레가 바닥에 떨어트린 신상명세서를 주웠다.
왕국 7대 강자에 대해서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다른 놈들은 관심이 없고.
그는 맨 마지막 장을 펼쳤다. 자신이 초상화를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게 뭐야. 실물이 훨씬 낫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