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04)
마법은 괜히 배워서-305화(305/502)
# 305
진짜 나쁜 놈 1
네이팜과 동생들은 마른침을 삼키면서 드레이져의 압도적인 실력을 지켜봤다.
그를 처음 본 건 뱀파이어 왕국이었다.
당시에도 그의 무력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었다. 인간이 저렇게 강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독보적인 폭력이었다.
그렇긴 했는데…….
저렇게 강했었나?
이제는 대체 강하다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다.
지금의 드레이져는 마치 신이라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강했다.
그녀들 역시 실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S급 트레져 헌터의 별명은 딱지치기로 딴 것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드레이져의 무력에 전신이 무기력하게 덜덜 떨려 왔다.
그 개개인이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던 흑기사들과 흑법사들을 저렇게 파리 잡듯이 상대해도 되는 걸까?
“언니.”
하푼이 네이팜 옆에 딱 붙었다. 지친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강아지 같은 눈동자는 잔뜩 겁을 먹었다.
“응.”
“드레이져 님이 우리 편이라 다행이야.”
“동감.”
“그런데 저것은 왜 저렇게 한 걸까?”
“뭐?”
“양 갈래로 땋은 머리 있잖아.”
“응.”
“상대의 방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일부러 저런 걸까?”
“하푼.”
“응, 언니.”
“드레이져 님은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초고수야. 확신할 수는 없지만 7성급 마스터가 아닐까.”
“소드 마스터의 최고 수준?”
“아마도.”
“그렇구나. 그런 초고수를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우리한테는 행운이네.”
“그래, 그런 분의 생각을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어? 설마 그렇게 대단한 분이 상대방의 방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저런 머리 스타일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설마…… 저렇게 머리를 해야 강해지는 거 아닐까?”
“그럴지도…….”
하푼을 할 말을 잃었다.
저 머리를 해야만 강해질 수 있다면…… 사양이다. 차라리 안 강해지고 만다.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끝났네.”
무엇보다 가장 사악했던-
자신들을 가지고 놀았던 스톤 헤드교의 주교 마즐레가 겁네 처맞고 처참하게 쓰러졌다.
자신들이 아직까지 살아 있는 이유는 주교 마즐레의 변덕 덕분이었다.
스톤 헤드교의 신자들이 전력을 다했다면 자신들은 진작 잡혀서 놈들에게 온갖 나쁜 짓을 당했을 것이다.
만일이지만 그랬을 생각을 한다면 치가 떨린다.
그런 마즐레가…… 이제는 불쌍하다고 생각할 만큼 털리고 있었다.
아주 짧은 사이에 다섯 번쯤 기절했다가 깨어난다.
드레이져는 마즐레의 허벅지 사타구니 안쪽 근육을 한 손으로 잡고 꽉 쥐었다.
꽈지지직-
뭔가 찢어지는 소리가 난다.
“크아아아아악!”
기절했던 마즐레가 다시 깨어났다. 그의 눈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아직 초가을.
쌀쌀하지도 않은 날씨지만 마즐레는 이빨을 위아래도 딱딱 부딪치면서 심하게 떨었다.
그는 몇 번이나 드레이져에게 욕을 했다.
“네 이놈! 내가 누군지 아느냐!”
“이 개자식아! 반드시 널 죽이겠다. 부모, 형제, 친구, 아내, 애인, 자식을 찾아내서 모조리 껍질째 벗겨 버리겠다.”
“이대로 보내 주면 너를 모른 척해 주겠다.”
“한 번만…… 한 번만 용서를 해 주면 안 되겠나.”
“제발 그만. 부탁이다.”
“살려 주세요.”
“집에 노모가 계세요. 제가 돌아가지 않으면 노모가 어떻게 혼자 삽니까. 저희 스톤 헤드교 사정을 잘 모르시죠? 저희는 연금이 없어요. 능력이 없어서 일을 못하면 그냥 굶어 죽을 수밖에 없어요. 다시는 드레이져 님의 눈에 띠지 않을게요. 약속해요. 한 번만 살려 주세요.”
처절할 정도로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얄짤 없다.
지켜보던 대전자포 트레져 헌터들이 마즐레의 편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뭔가를 주절주절 떠들던 마즐레가 또 기절했다.
드레이져는 지체 없이 그의 사타구니를 꽉 잡았다.
유일한 청일점인 토마호크는 마즐레의 고통을 안다. 그는 꼭 자신이 고통을 당하는 것처럼 표정을 일그러트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못 보겠다.
꽈직!
달걀이 돌에 부딪쳐서 깨지는 소리가 났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마즐레의 처참한 비명이 뒤셀르프 산맥을 가득 메웠다.
그 소리는 이 상황을 전혀 보지 못한 수많은 수컷들이 아랫도리를 붙잡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게 만들 정도로 엄청났다.
“어이.”
드레이져가 대전자포 트레져 헌터들을 불렀다.
“네, 네?”
네이팜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이제 별다른 위험은 없을 거야. 이 길로 쭉 따라서 내려가. 그럼 오크 여전사 마을이 나올 거야.”
“오크 여전사 마을이요?”
“그래, 우리 주인 친구들이니까 너흴 보호해 줄 거야. 가서 그들에게 밥이라도 달라고 해.”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오크 마을의 오크들이 친구라고? 아직 레기온 영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어떤 분위기인지 전혀 짐작도 하지 못하는 트레져 헌터들이었다.
“오크 여전사 마을을 지나면 고블린 마을이 나와.”
“고, 고블린 마을이요?”
“응. 거긴 동맹이라기보다…… 주인을 신으로 떠받들고 있어. 1월 1일은 레기온 데이, 5월 8일은 레기온은 어버이 데이, 2월 13일은 레기온 발렌타인 데이. 11월 11일은 레기온 빼빼로 데이. 하여간 좀 이상한 놈들이야.”
“…….”
우리의 뇌가 이상해지겠다.
“그러니까 거기도 안심하고 지나치면 돼. 거기서 쭉 가면 주인의 영지가 나와. 아! 중간에 오거 기사단이 있거든. 걔들은 좀 돌아이이긴 한데…… 괜히 시비는 걸지 마. 그냥 말 걸면 주인의 손님이라고 해. 쓸데없이 덤비다가 사탕 놀이라도 당하면 피곤하니까, 너무 쫄지 말고 당당하게 해.”
“…….”
오거 기사단? 실제로 오거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
“어쨌든 난 간다.”
“같이 안 가십니까?”
드레이져의 얘기를 듣고 나니 겁이 덜컥 난다.
그러니까 드레이져의 말대로 하자면 오크, 고블린, 오거들을 지나쳐야 한다.
등골이 삐죽삐죽 선다.
사악한 광전사 오크, 흉악한 정글의 사냥꾼 고블린, 사상최악의 대형 몬스터 오거.
이게 그녀들의 이미지였다.
선뜻 ‘아, 그곳에 그런 애들이 있구나. 그냥 지나치자.’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따로 어딜 가십니까?”
“응. 재미난 일이 생겼거든.”
“물어봐도 됩니까?”
“별거 아니야.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소리가 뭔지 이제 알겠네. 쓰벌, 스톤 헤드교 새끼들. 감히 여기에 둥지를 까? 간도 크지. 여기가 어딘지 알고.”
“둥지를 까요?”
“응, 지부가 이곳에 생겼나 봐. 레기온 영지 내에.”
“아~”
드레이져의 말대로라면 정말 간도 크다. 아니 모르니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스톤 헤드교는 자신들이 레기온 백작과 아무런 접점이 없다고 생각할 테니까.
“놈들과 좀 놀다 갈게.”
“위, 위험하지 않을까요?”
드레이져는 네이팜을 보면서 금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누구? 나를 걱정하는 거야? 아니면 스톤 헤드교를 걱정하는 거야?”
“그거야 드레이져 님이죠.”
“그건 고마운 일이군. 그런데 내 걱정은 안 해도 돼.”
드레이져는 다시 금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웃는 모습도 정말 살벌하다.
새삼…… 깨달았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일이 레 사장님과 드레이져에 대한 걱정이라는 것을.
* * *
레기온 영지에서 가장 남부의 신규 마을.
사실 예전엔 거의 사람이 살지 않았던 황무지였는데, 외지인들이 모여들며 금세 하나의 마을로 자라났다.
너무 급하게 만들어진 탓에 아직 치안이나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렇기에 사건사고가 많은 곳이기도 했다.
해서 요즘엔 가장 많은 경비병들이 배치된 곳이기도 했다.
특히 위치의 특성상 여행객이나 상인들이 많았고, 그 탓에 유흥문화도 가장 크게 발달된 지역이기도 했다.
“여깁니다.”
레기온과 전속하인들이 작은 술집 앞에 섰다.
레기온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한눈에 보기에도 퇴폐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 베이컨! 잘 지냈어? 오호! 이 사람은 누구야?”
앞을 막고 있던 사내가 상체를 흐느적거리며 레기온을 가리켰다.
레기온은 그의 손가락을 잡아서 분지르려다 말았다.
“야, 이 미친놈아! 우리 영주님이야.”
베이컨이 기겁하며 그의 손가락을 잡고 밑으로 내렸다.
“요! 영주?”
“그래, 영주님이라고!”
“이야, 특이한 모습이네. 옷 벗고 투구는 왜 쓴 거지? 수도에서 유행하는 패션인가?”
녀석이 흐릿한 눈빛으로 레기온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만하라고 했다.”
베이컨이 녀석을 손목을 움켜잡았다.
손목의 통증과 베이컨의 살기를 접한 뒤에야 그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빠르게 깨달았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예의를 차리지 못했습니다.”
그제야 한숨을 놓는 베이컨이었다.
우리의 주인님은 마음이 너무 넓다. 다른 귀족이었다면 먼저 이 자식을 감옥에 처넣었을 텐데.
“그런데 무슨 일로?”
“사장 있지?”
“네, 있습니다.”
“잠깐 나오라고 그래.”
“지금 손님이 있어서, 조금 바쁘신 걸로…… 조금만 기다리시죠.”
순간 ‘빡’ 소리와 함께 사내는 나뒹굴었다.
코뼈가 함몰됐다. 폭포수처럼 코피가 콸콸 쏟아져 나왔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사내는 아픈 것도 몰랐다. 주저앉은 채 멍하니 자신의 얼굴을 친 베이컨을 바라봤다.
그는 당황과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어, 베이컨, 너…….”
그가 따지려고 입을 여는 순간-
꽈직!
베이컨의 구둣발이 사내의 입속에 박혔다.
옥수수가 털리듯이 하얀색 이빨이 모조리 부러져서 사방으로 튀었다.
“이 새끼가 미쳤나. 우리에겐 막 대해도 되지만, 감히 우리 주인님의 말을 무시해? 네가 뒈지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나!”
베이컨의 장난스러웠던 눈빛이 사라졌다.
그래도 몇 달 친하게 지냈으니 가능하면 말로 하려고 했건만, 분위기 파악을 못 하고 기어오른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더니, 딱 그 꼴이다.
“사장, 당장 튀어나오라고 해라.”
그 순간 삐끼들이 우루루 몰려나왔다.
“뭐야? 어떤 새끼가 난장을 피는 거야!”
눈빛은 흉흉했고, 손에는 모두 단검 하나씩을 들고 있었다.
놈들은 튀어나오자마자 건들거리며 전속하인들과 눈을 마주쳤다. 익숙한 놈들이다. 툭 하면 떼로 몰려와서 술을 진탕 마시던 고객들. 자주 오는 단골이고 매너도 좋은 꽤 훌륭한 고객들이었는데…….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삐끼 중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베이컨을 보면서 짐승처럼 낮게 으르렁거렸다.
베이컨은 슬쩍 주인을 바라봤다.
주인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투구 속에 표정이 감춰져 있지만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손에 잡힐 듯 선했다.
화났다.
베이컨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사장 나오라고 그래.”
“뭐? 당신 갑자기 왜 이래! 지금까지 잘…….”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베이컨의 주먹이 쭉 뻗어 나갔다.
빠각!
상대의 안면은 해머에 맞은 것처럼 완전히 뭉개졌다.
덩치가 2미터에 가까웠던 상대는 10여 미터나 날아가 나뒹굴었다.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몰려나왔던 삐끼들은 입을 떡 벌린 채 기절한 형님과 베이컨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봤다.
“너희들 바로 대가리 박고, 너 막내. 너는 들어가서 사장 나오라고 그래. 뒈지기 싫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