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07)
마법은 괜히 배워서-308화(308/502)
# 308
마몬의 진화 1
“대단하십니다.”
셔틀은 입에 침을 바르고 마몬을 칭찬했다.
“뭐가?”
마몬은 다 알면서 무뚝뚝하게 반문했다. 그 주인에 그 소환수다.
오래 같이 붙어 있어서 그런지 성향도 비슷하다.
레 사장과 마몬은 칭찬에 약하다. 칭찬을 해주면 얼굴 표정에 그대로 다 드러난다.
그런데도 저렇게 뻔뻔한 반문이라니!
저건 또 한 번 칭찬하라는 뜻이다! 그것도 두루뭉술하게 하지 말고 직관적으로 딱! 칭찬을 해 줬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마몬 님은 7서클 마스터잖아요.”
“그렇지.”
“이미 충분하게 강하신데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너무 대단해요.”
“마법이라는 끝없는 학문을 추구하는 리치로서, 이 정도는 당연한 거지. 어찌 그걸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
어쭈구리. 조금 띄어 줬다고 어투도 바뀐다. 무슨 대종사와 같은 말투였다.
“헤헤헤, 그러니까요. 그래도 그렇게 면박을 받으면 화를 내기 마련이고, 그냥 치워 버릴 수도 있는데 몇 번이나 계속 찾아가잖아요. 보통 사람, 아니 리치 같으면 자존심 상해서라도 그렇게 못했을 거예요.”
마몬과 셔틀이 며칠째 노숙을 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마몬은 다섯 번이나 몬먹어도고의 고대 던전을 찾아갔다.
인간형 골램은 아예 문을 열지도 않았다. 초인종을 누를 때마다 신경질적으로 안 산다고 소리쳤다.
마몬은 화가 치밀어 올라서 고대 던전의 문을 부술 뻔했다. 그러나 참았다. 만약 문을 부수면 몬먹어도고의 비전을 물려받지 못할 것 같았다.
해서 분을 삼키며 좋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끝내는-
그 개놈의 인간형 골램이 마몬에게 소금을 뿌렸다.
“안 산다고!”
“이런 쓰벌! 골렘 너 뒤질래? 나 잡상인 아니라고!”
주인님의 소환수가 된 이후로 이렇게 화가 난 적은 처음이다.
별 거지 같은 인간형 골램이 자신을 무시한다.
“그냥 던전을 폭파시켜 버려?”
“참으세요. 몬먹어도고 님의 8서클 골램 소환술을 배워야 한다면서요. 괜히 욱해서 사고치지 마세요.”
셔틀이 뜯어말렸다.
“이게 갑질이구나. 개새끼.”
“그런가요? 아직 인간형 골램과 제대로 된 대화도 나눠 보지 못했는데.”
“갑질이야. 꼭! 그년 같아.”
“누구요?”
“조 에밀리.”
“조 에밀리요? 그게 누군데요?”
“아주 오래전 일이야. 내가 인간이었을 적의 일. 내 선배 마법사. 그년이 내 얼굴에 물을 뿌린 적이 있지. 아주 기분이 나빠서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잊어 먹지 않고 있어.”
“아, 듣기만 해도 자존심 상하네요.”
“지금 딱 그런 기분이야.”
“조금만 더 기다려 보죠.”
그렇게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은 노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후로 몇 번 더 던전을 찾아갔지만 인간형 골램의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다.
아예 푯말을 엄청 크게 붙여 놨다.
-리치 잡상인 출입금지! 초인종 누르면 신고하겠음.
헬 파이어를 발사하려는 리치 마몬을 셔틀은 간신히 뜯어말렸다.
만약 말리지 않았으면 몬먹어도고의 고대 던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우리들을 적대시 할까요?”
“꼭 우리한테만 그러는 건 아닌 것 같아.”
“그럼?”
“뭔가 사정이 있는 거겠지.”
“그럼…… 일단 기다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을까요?”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차라리 영지로 돌아갔다가 시간 좀 지난 뒤에 다시 오죠.”
“그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야. 그러나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지체돼. 지금도 드레이져는 강해지고 있다. 더 이상 뒤쳐질 수는 없어.”
리치 마몬은 드레이져를 향해서 라이벌 의식을 불태웠다.
꼭 주인님의 제1부하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때였다.
쿠쿠쿠쿠쿠쿵!
거대한 진동이 울렸다.
지진이 난 것처럼 산맥이 흔들렸다. 동시에 던전이 있는 방향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다.
“뭐꼬?”
셔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워낙 어두운 밤이라 던전이 있는 방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을 할 수가 없었다.
해서 해골병사들을 소환했다.
보통 발로 뛰어서 우편배달을 도맡는 해골병사였다.
덕분에 다른 해골병사들에 비해서 하체가 매우 발달했다. 오래 뛰기라면 그를 능가할 해골병사는 없었다.
“당장! 저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해 봐!”
셔틀이 명령을 내렸다.
-저, 저기…….
해골 병사가 백골 손으로 두개골을 긁으며 말했다.
-오늘 일과 끝난 거 아니었나요?
“뭐?”
-아무리 제가 소혼수지만…… 이건 좀 부당한 거 같아요. 전 월급도 없잖아요. 그러잖아도 너무 일이 많아서 힘든데, 퇴근 뒤에도 이렇게 부리시면…… 이러다가 소환수 노동조합이 알면 문제가 심각해지실 텐데.
소환수 노동조합? 뭐, 이런 엿 같은…….
기가 막힌 셔틀이었다.
“계약해지 하기 전에 당장 튀어 갔다 와!”
-아무리 그래도 계약해지를 빌미로 일을 시키시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거 갑질인 거 아시죠? 증거확보를 위해 녹음 좀 해야겠어요.
…….
가슴이 쿵 내려앉는 셔틀이었다.
아아, 나도 모르게 약자에게 강자의 힘을 행세했구나. 반성한다. 이러다가 청문회에 불려 가서 개망신을 당할지도 모른다.
“조, 조금 전의 말을 사과할게. 진심으로. 부탁 좀 들어줘. 지금 급해서 그래. 저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빨리 좀 알아봐 줘.”
-흐흠. 그래요? 그러면 할 수 없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집배원 해골병사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산 너머에 숨겨져 있는 고대 던전을 향해서 뛰어갔다.
그런 해골병사와 셔틀을 번갈아 바라본 마몬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셔틀이 왜 셔틀인지 알겠다.
불쌍한 놈.
도대체 6서클 네크로맨서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자신의 능력을 전혀 발휘할지 모른다. 소환수에게도 잡혀 사는 네크로맨서라니.
이러다가 소환수들에게 둘러싸여 다구리를 당할지도 모르겠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소환수에게 셔틀을 당하는 셔틀이라니.
* * *
김 사장은 하루 사이에 10킬로 이상이 빠진 것 같았다.
뭔가를 먹긴 했는데, 배가 부른 건지, 고픈 건지도 모르겠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의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어디 아픈 사람처럼 창백한 몰골이었고, 다리에도 힘이 풀려 연신 휘청거렸다.
길을 가던 누군가 쓰러지려던 그의 팔을 잡았다.
“괜찮으세요?”
“아, 네. 괜찮습니다.”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아, 정말 괜찮아요.”
“신전 구급대 불러 드릴까요?”
“아뇨, 진짜 괜찮습니다.”
김 사장은 고개를 흔들고는 도움을 준 사람의 팔을 떼어 냈다. 그리고는 휘청휘청 다시 걸어갔다. 김 사장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사내도 입맛을 다시면서 가던 길을 갔다.
그리고 김 사장의 뒤를 레기온이 느긋하게 뒤쫓고 있었다.
김 사장은 뒤를 돌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어차피 안 해도 죽고 해도 죽는다.
그렇다면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은 판에 판돈을 걸어야 한다.
그는 로즈가 운영하는 펍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아침이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레기온도 그의 뒤를 쫓았다.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얕게 휘파람을 불었다.
로즈는 확실히 사업수단이 있는 모양이다.
클럽의 대히트로 그녀는 돈방석에 앉았다.
솔직히 말하면 아버지가 운영하던 낡은 펍은 다른 누군가에게 넘겨도 상관이 없었다.
그런 그녀는 아직까지 펍을 운영하는 중이었다. 클럽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곳도 이곳이었다.
펍 밖에는 ‘아침 식사 됩니다.’라는 광고판이 붙어 있었다. 그게 나름 대박을 친 것이다.
아침을 안 주는 마누라가 생각보다 많다.
남편들은 혼자서 아침을 해 먹어야 했다. 특히 아침을 꼭 먹어야 힘을 내는 남편들이 많았다. 하지만 바쁜 아침에 꽤 많은 시간을 내서 아침을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도 로즈의 펍에서는 아침을 판다.
꽤 많은 사람들이 로즈의 펍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했다.
로즈의 펍 근처에는 똑같은 아침 식사 장사를 하는 식당들이 몇 개나 생겨났다.
김 사장이 식탁에 앉았다.
그의 앞에 한 여자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라일락이었다.
“여기 음식이 괜찮아. 왜 사람이 많은지 알겠어.”
“그, 그렇습니까.”
“킴, 왜 그렇게 땀을 흘려?”
“제, 제가요?”
“땀을 비 오듯이 흘리는데.”
“조, 조금 더워서.”
“덥긴. 그래, 꼬리도 잘 달고 왔네.”
라일락은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면서 레기온을 바라봤다. 그녀는 손을 흔들었다.
헤이, 오랜만이야.
레기온은 피식 웃었다.
그래, 너였구나. 오랜만이다.
항상 목에 걸린 가시처럼 남아 있던 것이 있었다. 사이클롭스의 던전에서 도망을 친 후 전혀 행방을 알 수 없었던 그녀.
확실히 말해서 라일락이 언제가 자신의 앞에 나타날 것이라 예상은 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깜짝 파티를 할 줄은 몰랐지만.
레기온은 김 사장의 옆에 털썩 앉았다.
“여, 영주님.”
대놓고 이렇게 모습을 드러낼 줄 몰랐던 김 사장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한다. 자신이 변절했다는 것을 라일락 주교가 알게 됐다. 그녀의 성격으로 보아서 자신을 쉽게 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갈아서 돼지우리의 던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이제 됐어. 넌 할 일을 다 했어. 그러니까 꺼져.”
라일락은 김 사장에게 손을 휘휘 저었다.
“저, 정말 가도 됩니까?”
“그럼.”
“고, 고맙습니다.”
김 사장은 라일락과 레기온을 한 번씩 쳐다봤다. 일단은 자리를 피하자. 이 둘 사이에 끼어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혀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용도폐기지.”
라일락은 맥주로 입안을 헹궜다.
그리고-
펑!
소리와 함께 김 사장의 머리가 폭발해서 사라졌다.
“으아아아악!”
“사, 사람이 죽었어!”
“경비병을 불러!”
힘찬 아침을 시작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기겁을 했다. 백주대낮에 거리 한복판에서 살인을 목격할 줄은 몰랐다.
“예나 지금이나 잔인하네.”
“원래 인생은 투쟁이야. 남을 밟고 올라가야만 하지. 너도 그렇게 살아왔을 텐데.”
“뭐, 그렇긴 하지만 너처럼 아무렇게나 사람을 죽이지는 않지.”
“하긴 너에 대해서 좀 알아봤지. 인덕이 많다고 소문이 자자하더군. 알렉산더 가문 역사상 가장 현명한 군주라나 뭐라나. 큭큭큭, 나 원 참. 한참 웃었다.”
“동감이야. 나도 내 소문 들으면 웃겨. 말이 안 되잖아.”
“흐흥. 그렇단 말이지.”
라일락은 손바닥으로 턱을 괴고 레기온을 바라봤다. 서로의 차가운 눈빛이 마주쳤다.
금방이라도 서로를 향해서 마법을 난사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내 부하들은 왜 습격을 한 거지?”
“겸사겸사.”
“겸사겸사?”
“그래, 돈도 필요하고. 너 엿도 먹여야 하고. 그렇게 많은 돈이 실린지 몰랐어. 50만 골드라니. 생각보다 훨씬 더 부자야.”
“잘했네. 제대로 엿 먹였어.”
“다행이네. 화가 엄청 났나 보네? 막 지금 나를 잡아서 찢어 죽이고 싶지?”
“지금부터 그럴 생각이야.”
“미안하지만 여기서 죽을 수는 없어.”
“아니 넌 여기서 뒈질 거야.”
“꽤 똘똘하다고 들었는데. 왜 이렇게 멍청하지. 내가 너한테 꼬리를 잡힌 것 같아? 아니야. 내가 널 불러낼 거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넌 나한테 손가락 하나 건들지 못 한다고.”
“헛소리.”
“그럼 해 봐. 여기서 마법을 난사해 보라고.”
라일락은 얇은 코트를 슬쩍 들었다. 안쪽에는 수십 개의 스크롤이 매달려 있었다. 하나같이 폭발 마법이 들어 있는 스크롤이었다.
“5서클 익스플로젼 마법이 담긴 스크롤 20개야. 폭발력이 얼마나 될 것 같아? 반경 100미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걸. 네가 사랑하는 영지민들이 떼죽음을 당하겠지. 자, 어떡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