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13)
마법은 괜히 배워서-314화(314/502)
# 314
지금 맞으러 갑니다 2
드레이져는 지하공동을 빠져나왔다.
천장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지만 그냥 뚫고 나왔다. 제법 규모가 있는 던전 같았는데, 생각보다 깊진 않았다.
만약 고대 던전 같은 수십 미터 아래로 깊게 파여 있었다면, 아무리 드레이져라 해도 쉽게 빠져나오긴 어려웠을 것이다.
“아, 씨발. 이 여자 정말 보통 독한 여자가 아닐세.”
어지간해선 욕을 안 하려고 했는데, 이 여자에겐 정말 그러기 어렵다.
마지막 돌더미를 치워 나가는 그의 시야에 빠르게 멀어져 가는 라일락과 흑기사, 흑마법사, 완전무장을 한 인간형 골램들이 보였다.
그들의 움직이는 방향은 알렉산더 영지였다.
“야! 쯧쯧, 그쪽으로 가면 니네 정말 똥 된다. 그냥 여기서 나한테 죽는 게 나을걸!”
라일락은 대답하지 않았다.
힐끗 보더니 엄지로 자신의 목을 슥 그었다.
넌 죽었어, 라는 뜻일까? 아니면 주인이 죽는다는 뜻일까? 그것도 아니면 난 곧 죽을 거야, 라는 뜻일까?
분위기로 봐서 넌 죽었어, 라는 뜻인 것 같은데…….
이거 빨리 치우고 가서 죽이는 게 저년을 괴롭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놔두는 게 더 괴롭히는 걸까?
에라, 모르겠다.
지 운명이면 지가 선택하라지 뭐.
“야! 마지막으로 기회를 준다! 글루 가면 니네 정말 똥 돼! 그냥 여기서 나한테 잡히면 내가 적당히 패고 인계해 줄게!”
라일락은 대답하지 않고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도대체 누굴까. 저년에게 어이없는 정보를 줘서 인간 세상 최악의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게 만드는 사람은? 혹시 저년과 전생에 원수를 진 사람이 아닐까?
뭐가 됐든 명복이나 빌어 주자.
* * *
라일락은 전력으로 이동했다.
예상 밖의 피해가 발생했다. 드레이져의 전투력이 너무 강력했다. 모든 힘을 그에게 집중했음에도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다.
아니 그 와중에 도리어 골램을 잃었고, 흑전사들도 몇 명 죽었다.
그가 이 짧은 시간 동안 강해진 이유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놈은 사이클롭스와 마계 마수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안 된다! 이렇게 그 힘을 잃을 순 없어!
라일락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 상황을 타개할 가장 좋은 방법은 녀석의 약점을 잡아 협박하는 것이다.
그 녀석의 유일한 약점!
레기온!
“전원! 분산하여 빠르게 움직인다. 닥치는 대로 죽이고 레기온 백작은 생포해! 그놈을 잡아서 드레이져와 함께 산 채로 묻어 버리겠어!”
* * *
사립 레기온 중고등 아카데미.
애애애애애앵!
영지에 사이렌이 울렸다.
대피를 알리는 긴 사이렌 소리였다. 그것도 다섯 번의 반복! 매달 반복되는 교육으로 다섯 번 울리는 사이렌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영지 내 적의 침입. 무조건 대피소로 대피.
아카데미 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해골병사 2는 표정 없이-사실 백골이 표정을 짓긴 어렵다-사이렌을 바라봤다. 그리고 운동장을 바라봤다.
새롭게 영입된 전직 기사라는 체육선생이 서둘러 아이들을 아카데미 안쪽으로 인도했다. 훈련대로 학교 뒤쪽의 대피소로 아이들을 피신시킬 모양이다.
몇 번이나 반복된 교육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과 선생들은 허둥거리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학교 뒤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보안관 해골병사 2는 정문 관리소에서 나와 학교 대문을 닫았다.
그 순간 펑! 소리와 함께 철로 된 대문이 박살 났다. 충격파를 이기지 못한 해골 병사 2가 저만큼 나뒹굴었다.
“애들만큼 인질로서 가치 있는 건 없지. 이것들 잡으면 레기온 백작도 무릎 꿇고 살려 달라고 할 거다.”
흑기사 한 명과 흑마법사 한 명, 인간형 골램 열 기가 학교 내부로 들어왔다.
“카악, 퇫!”
흑기사는 투구를 반쯤 벗고 가래를 바닥에 뱉었다.
밖으로 나오던 수백 명의 아이들과 수십 명의 선생들이 걸음을 멈췄다.
“누구시오?”
아이들 앞으로 교장 선생인 라우젤이 나섰다.
그는 전직 왕세자(왕세자라는 위치를 직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 비록 기억을 잃었지만 위엄은 그대로 살아있었다.
그의 말 한 마디에 침입자들이 잠시 움찔거렸다.
“오! 목소리 멋진데? 그러는 넌 누구냐?”
“이곳 교장이오.”
“교장? 무슨 교장이 이렇게 어려?”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입니까?”
“…….”
흑기사는 이마를 긁적거렸다.
“너 쫌 재수 없다.”
“아이들이 보고 있습니다. 고운 말을 씁시다.”
“…….”
흑기사가 조금 당황했다. 이거 이놈 왠지 상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됐고 모두 이리 와. 밧줄로 묶을 거야. 반항하지 마. 어차피 니들은 그냥 협상에 쓸 인질이거든. 괜히 까불면 하나씩 죽인다! 곧 알게 되겠지만 이 영지는 이걸로 끝났어. 하지만 말 잘 들으면 니들은 살려 주지.”
“끝장?”
“그래, 끝장.”
“이 영지가 끝났다고요? 멀쩡해 보이는데?”
“자꾸 말장난할래. 곧 끝난다고! 야, 너 조용히 좀 해! 시체로 만들어서 정문에 걸어 놓기 전에.”
“아, 당신들이 이곳이 어딘지 몰라서 그러시는 것 같아, 제가 정중하게 요청하겠습니다.”
라우젤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냥 물러나시면 지금까지의 일은 없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무슨 소리야! 뭘 없던 것으로 해! 그리고 우리가 뭘 모른다는 거야? 아주 잘 알거든! 그 엄청나고 위대한 레기온 백작 각하가 다스리는 영지 아니야?”
“호오! 알고 계시는군요. 그럼 그분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시겠는데요?”
“당연하지. 아주 좋은 영주더군.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군주야. 하지만 말이야, 그게 바로 약점이거든. 우리 같은 거친 사람들에겐 너무 다루기 쉬운 약점 말이야.”
“아주 좋은 영주라는 말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잘못 알고 계시는 게 있네요.”
“뭐가?”
“음……. 우릴 잡으면 그가 우릴 도와주기 위해서 항복을 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당연하지!”
“……사실 그 부분이 좀 걱정이네요. 이거 인질이 되면…… 우리가 먼저 처맞을 것 같아서요. 우리 영주는 누군가 잡히거나 하는 걸 끔찍이 싫어하는 분이라……. 후우-! 대피 훈련의 강도가 더 심해지겠군요.”
그러자 아이들이 벌벌 떨었다.
“무엇보다! 그분…… 뒤끝이 좀 지저분한데…….”
“그건 또 뭔 개소리야?”
“당신들의 목적이 뭔지 알겠는데…… 안타깝지만 그건 실패할 거고, 무엇보다 이제 두 번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진 못하실 거예요. 정말 마음이 편치 않네요.”
“이 교장 미친 거 아냐?”
어이가 없는 흑기사였다.
아무래도 가장 먼저 목을 날려야 하는 사람은 혀만 나불거리는 저 교장 선생이여야 할 듯싶었다.
스렁-
그는 검을 뽑으면서 라우젤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차가운 손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등줄기가 오싹오싹 할 정도로 차가운 손이었다.
“뭐야?”
깜짝 놀란 흑기사는 뛰듯이 한 발 뒤로 물러나면서 어깨를 잡은 상대를 바라봤다.
해골이었다.
해골병사 2는 바닥에 떨어진 모자를 털어서 다시 머리에 쓰면서 말했다.
“영지령 2조 학교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학생들에게 위험을 가할 경우, 폭력을 동원하여 임의로 제압한 뒤 후 보고를 통해 조치를 한다.”
“이건 또 뭐야?”
흑기사는 어이가 없었다.
이것들이 쌍으로 미쳤나 보다. 이제는 저 젊은 교장이 나불거리는 것도 모자라 해골병사 따위가 자신에게 협박으로 들리는 말을 한다.
“치워 버려!”
흑기사는 흑마법사에게 명령했다.
고개를 끄덕인 흑마법사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가 캐스팅을 하자 양손에 검붉은 구체가 생겨났다. 그건 곧장 해골병사 2에게 날아갔다.
놀랍게도 해골병사 2는 허리에 차고 있던 몽둥이로 검붉은 구체를 반으로 쪼개 버렸다. 반으로 쪼개진 검붉은 구체가 양옆으로 튕기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아이들은 폭발소리에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황당한 흑기사와 흑마법사였다.
딱 봐도 최하급 언데드 해골병사였다. 느리고, 전투력도 약하다. 마력이 없는 일반병사들도 가장 만만하게 여기는 존재였다.
그런 해골병사가 3서클 공격마법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이게 말이 되나?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이젠 하다하다 해골병사 따위가 우리를 무시하네. 망할 해골 새끼, 아주 두 번 다시 못 일어나게 온몸의 뼈를 가루로 만들어 주마!”
흑기사는 검에 마력을 주입했다.
선명한 옅은 푸른색의 마력이 검에서 줄기줄기 흘러나왔다.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오러가 분명했다.
지극히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해골병사 2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해골병사의 표정이 있으면 그게 더 섬뜩한가?
어쨌든 그런 무표정한 해골병사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더 나빠지는 흑기사였다.
“가루가 되어라!”
흑기사가 앞으로 큰 걸음을 내딛었다.
“실례지만, 저는 이쯤에서 물러나야 할 것 같습니다.”
“헐! 뭔 소리야! 난 이제 시작인데!”
흑기사가 태연하게 뒷걸음질 치는 해골병사 2를 보며 허탈하게 소리쳤다.
“그분이 오셨거든요.”
“뭐? 그분?”
흑기사는 해골병사 2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대체 이 영지엔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할 만한 제대로 된 인간은 없는 걸까? 왜 이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이런 상황에서도 겁을 먹지 않는 것일까?
아이들의 환호성이 터진 건 그때였다.
“와아아아아!”
“세피아다!”
“세피아가 왔어!”
“세피아. 여기야. 여기 손 좀 흔들어 줘.”
겁을 잔뜩 먹고 있던 아이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커다란 환호성이었다.
쿵- 쿵- 쿵- 쿵.
학교의 운동장이 들썩거릴 만큼 커다란 진동이 느껴졌다.
흑기사와 흑마법사는 급히 진동의 진원지를 찾아서 고개를 돌렸다.
저건 또 뭐야?
수십 마리의 오거가 보기에도 섬뜩한 갑옷을 입고, 한 방이면 성벽도 부술 것 같은 무기를 어깨에 걸친 채 이쪽을 향해서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이 내뿜는 투기는 끔찍할 정도로 대단했다.
저들의 투기가 흑기사와 흑마법사들에게 그대로 투과된다. 흑기사들과 흑마법사는 마른침을 삼키면서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세피아! 여기 손 좀 흔들어 봐! 나야! 나!”
“언니보다 내가 세피아랑 친하다.”
-크르르릉(이놈의 인기는 어딜 가든 불꽃처럼 타오르는구만).
세피아는 어색한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레기온 영지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캐릭터는 영주인 레기온도 넘버 원 무력을 가진 그랜드 마스터 드레이져도 아니었다.
1위는 58퍼센트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세피아다.
2위는 공포의 절망의 제왕 리치 마몬. 그는 16퍼센트의 지지율을 얻었다.
3위는 10퍼센트의 지리를 받고 있는 본 드래곤이다. 근래 들어서 인기가 무섭게 치솟고 있었다.
외에도 우편배달부 해골이나 보안관 해골병사 2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
왜 아이들이 그들을 좋아하는지 어른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을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것은 확실했다.
-크르르릉(모두 눈 감고 있어. 내가 얼른 구해 줄게).
“와아아! 우리는 세피아를 믿어요.”
선생들도 세피아를 보자 안심한 눈치였다.
영지에 세피아보다 강자가 많지만, 가장 신뢰를 받는 것은 우습게도 그였다. 그를 보면 이상할 정도로 안심이 된다.
-크르르르릉(형아가 말했지).
세피아는 엄청나게 두껍고 무거운 메이스를 한 손으로 들면서 흑기사와 흑마법사들을 가리켰다.
-크르르르르르릉(어떤 새끼든 아이들을 위협하는 새끼들은, 일단 지옥을 경험하게 해 주라고).
“쓰벌! 뭐야! 우리 환상 마법에 걸렸나? 오거의 말을 알아듣고 있어!”
흑마법사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크르르르릉(모두 살아 있는 것을 후회하게 되리라)!
세피아가 침략자들을 향해서 달려 나갔다.
그의 뒤를 따라서 영지최강의 수호신 오거 기사단이 엄청난 속도로 따라붙었다.
“쏴! 저 오거 새끼들을 몽땅 쏴 죽여!”
흑기사가 외쳤다.
두두두두두두-
인간형 골램들도 움직였다. 그들은 등에서 마법진이 발동하면서 수십 발의 공격마법이 발사되었다. 강렬한 소리와 함께 오거들의 머리 위로 마구 떨어졌다.
콰콰콰콰콰콰쾅!
놀랍게도 오거의 머리 위로 희미한 방어막이 발생했다.
연속으로 떨어지는 폭격 마법은 오거들의 방어막을 뚫지 못하고 폭발했다.
“마법무구다!”
흑마법사가 경악에 차서 소리쳤다.
마법무구는 엄청나게 고가다. 특히 저것처럼 마력만 있으면 자동 발동하는 마법무구는 보통의 것보다 월등하게 비싸다.
더군다나 저들이 입고 있는 마법무구의 크기를 보라.
질량과 부피가 인간 기사들이 입고 있는 것보다 적어도 10배 이상 크다.
가격도 당연히 10배 이상일 것이다.
저 정도 수준의 방어 마법이라면, 어지간한 기사단의 수위 기사들보다 높은 수준이고, 그게 10배 이상의 돈이 들어갔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엄청난 돈지랄이다.
그런 돈지랄을 오거 전체에 하다니! 도대체 이곳 영주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돈지랄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쿠아아아아아아(거시기 잡고 반성이나 해라)!
오거들과 인간형 골램들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오거의 압도적인 위용은 인간형 골램들을 해일처럼 쓸어 가 버렸다.
그 장대한 광경을 목격한 아이들의 응원이 더욱 커졌다.
“우윳 빛깔 세피아!”
“우윳 빛깔 세피아!”
그것은 선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세피아는 어린아이들한테는 친절하지만 어른들에겐 그다지 친절하지 못했다. 술 마시다 보면 한 잔씩 뺏어 먹곤 하는데, 오거에게 한 잔은 인간에겐 10인분이 넘는다.
그래서 평판이 그닥 좋지 않지만…….
오늘 만큼은 그를 응원한다.
“가라! 세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