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2)
마법은 괜히 배워서-32화(32/502)
# 32
황금 던전 2
이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레기온은 당연히 몰랐다.
그 동안 있는 대로 아는 척을 했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입에 달고 살았던 마크도 예상하지 못했다.
아이언 헤드 상위 스킬이 있는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아이언 아이즈 패시브 스킬.
혹시 아이언 노즈, 아이언 립, 아이언 퉁, 아이언 이얼 등등 모든 얼굴 부위가 강철로 바뀌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미래가 참담해진다.
자식이 내 머리를 보고 도대체 뭐라고 할까.
“저는 정말 아빠 머리가 자랑스러워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잖아요.”
아내가 내 머리를 만지면서,
“당신의 머리는 정말 사랑스러워요. 이렇게 단단하잖아요.”
정말 짜증 난다.
생각만 해도 미래가 끔찍하다.
하지만 이건 소꿉장난에 지나지 않는 상상이었다.
지금부터 벌어진 이 끔찍한 마법의 향연에 비교를 하자면.
이빨 꽉 깨물라고 하더니 왜 그런 줄 알겠다. 어금니를 깨물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밀려왔다.
눈에서. 눈알이 미치도록 뜨거웠다.
-파이어 볼 방출합니다.
놀랍게도 나의 눈에서 화염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쿠쿠쿠쿵!
쿠쿠쿠쿠쿠쿵!
레기온을 가장 가깝게 포위하고 있던 언데드가 폭발했다. 산산조각이 나면서 불길에 휩싸였다. 놈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바바바바바바바-
놀라운 연사속도였다.
레기온인 양손으로 사용하는 듀얼 파이어 볼보다 몇 배는 빠르다. 생각하고, 주문을 외우고, 마나를 마력으로 전환하고, 마력을 화염계 속성으로 다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었다.
생각과 동시에 화염계 속성으로 생성된다.
그 가공할 속도에 레기온조차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그리고 왜 아이언 아이즈 스킬인지 알 것 같았다. 눈동자가 강철처럼 내구성이 높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그의 눈동자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와우, 기관포 같음.
기관포가 뭐야? 으으윽, 눈알 뜨거워. 이러다 장님 되는 것은 아니겠지?
-아님, 보아하니 너님의 눈알은 공랭식임. 공기와 많이 마주치면 금방 식을 것임. 더군다나 지금은 겨울. 눈알이 파손되는 일은 결코 없다고 여겨짐.
아아아, 나는 점점 쓸모가 없어지는 느낌이야.
-왜 쓸모가 없음? 지금이야 말로 절체절명의 순간 아니었음? 아이언 아이즈 스킬이 발동될 때 너님의 종합전투력이 몇인 줄 앎?
알게 뭐야.
-1,960에 달함. 지금 너님의 공격력만 따지면 1,750이라는 소리임.
두두두두두두-
마크의 말대로 레기온의 눈에서 발사되는 화염구의 위력은 엄청났다. 화염구의 속사에 주변에 있던 언데드가 모조리 휩쓸렸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빠른 속사를 지향하는 만큼 마나가 빠지는 속도가 평상시보다 훨씬 빨랐다. 순식간에 단전이 텅텅 빈다.
더군다나 지금은 던전 안, 태양빛을 받을 수도 없다.
으아악! 마나가 딸려!
단전이 오줌보 옆에 있나 봐. 오줌보가 쪼그라드는 것 같아. 느낌이 이상해.
-정말 너님 바보임? 내가 정말 이렇게까지 말을 하고 싶진 않은데, 지능 낮아지니 생각도 없어짐? 어서 현질을 하셈.
맞다!
고개를 끄덕인 레기온은 금화를 마구 입안에 털어 넣었다.
-순도 99.7퍼센트의 황금이 해체됩니다. 단전의 마나가 50퍼센트 회복됩니다.
두두두두두!
레기온은 계속해서 황금으로 마나를 충전했고 눈동자에서 무한정으로 화염구가 발사됐다. 360도 주변을 초토화시킨다. 얼마나 발사되는 속도가 빠른지 언데드는 제대로 피하지도 못했다.
언데드는 순식간에 전멸했다.
“저, 저게 뭐야?”
기겁한 것은 리치 마몬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리치들의 비해서 그리 오랜 시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거기다 120년이나 봉인이 되어 있었지만, 마법 연구를 좀 게을리하기도 했지만.
“헐! 눈으로 불을 쏴? 그것도 연속으로?”
정말이지 저렇게 화염구가 미친 듯이 연사가 된다는 마법은 듣도 보도 못했다.
고작 1서클의 마법이지만 무섭도록 연사가 되니 파괴력이 엄청나다.
저 가짜 알렉산더 가문의 후예가 쏘아 대는 화염구가 슬슬 자신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가짜 알렉산더 놈!”
리치 마몬은 방어막을 펼쳤다.
쿠쿠쿵! 쿠쿠쿵!
수십 발의 화염구가 방어막에 와서 부딪쳤다. 화염구 따위는 결코 자신이 만든 방어막을 뚫지 못한다. 최소 4서클 이상의 파괴력을 지닌 마법이거나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할 줄 아는 기사만이 자신의 방어막을 뚫고 피해를 줄 수 있다.
그 정도로 수준 높은 기사나 마법사는 이곳에 없다.
그런데-
쿠쿠쿵! 쿠쿠쿠쿠쿵! 쿠쿠쿠쿠쿠쿠쿵!
리치 마몬은 자신이 만든 방어막에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레기온이라는 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구의 양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단발의 화염구는 결코 위협이 되지 못하지만…….
이 정도로 화염구가 많으니 얘기가 달라졌다.
쩌저저저저적-
충격을 이기지 못한 방어막에 금이 간다.
“이, 이럴 수가.”
리치 마몬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리치 마몬과 레기온은 사이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마크의 표현처럼 우주복을 입지 않고 지구에서 화성까지 다녀올 확률 정도의 차이. 그러나 상상을 초월하는 레기온의 화염구 연사속도가 리치 마몬을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쉽게 말해서 선수를 뺏기고 만 것이다.
그것도 제대로 된 공격이었다.
“망할…….”
만약 리치 마몬이 레기온의 특이한 마법을 알았더라면 결코 이런 식으로 대응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꽈지지직!
방어막이 산산조각 난다.
리치 마몬은 자신을 향해서 덮쳐 오는 엄청난 숫자의 화염구를 보면서 이미 사라진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빌어먹을, 저 사기꾼 새끼. 넌 도대체 누구야?”
리치 마몬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알렉산더 가문은 마법과는 거리가 먼 가문. 말도 안 되는 육체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무력을 쌓는 무가였다.
그런데 저 괴물은 뭐지?
겨우 저 따위 마나의 양으로-
겨우 저 따위 실력으로-
겨우 1서클의 공격마법으로-
왜 저렇게 강한 거야.
도대체 신은 무슨 생각으로 저런 돌연변이를 이 세상에 만들어 낸 거냐고! 혹시 나는 재물인 거야? 놈을 강해지기 위한 재물인 거냐고. 이봐, 신이 있다면 내 대답에 응답을 해 줘 봐!
신은 리치 마몬의 절규에 대답하지 않았다.
쿠쿠쿠쿠쿠쿠쿵!
대신 엄청난 숫자의 화염구의 그의 전신을 휩쓸고 지나쳤다.
* * *
“하악하악.”
레기온은 금화로 쌓인 바닥에 누운 채 숨을 헐떡거렸다.
던전 내부는 무척이나 조용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언데드가 내뿜는 사기에 질식을 할 것 같았는데. 언데드가 가진 모든 사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눈은 괜찮으삼?
마크가 물었다.
몰라, 아직 안 떠 봐서. 떴는데 안 보이면 어떡하냐?
-장님이 돼도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님.
고칠 수 있어?
-그건 아니고. 주변의 지형지물을 스캔하여 너님의 뇌에 다운로드를 해 주면 됨.
그럼 어떻게 되는데?
-눈이 보이지 않아도 보이는 것처럼 움직일 수가 있게 됨.
대단한데? 그럼 왕국 내에 모든 장님들을 고칠 수도 있겠네?
-가능은 함. 한 100년쯤 걸려서 문제지.
그렇게 오래 걸려?
-당연함. 초수퍼 울트라 컴퓨터의 데이터양을 16기가 아이큐 85가 처리한다고 생각해 보삼. 얼마나 버벅거리겠는가.
레기온은 골치가 아파 왔다.
울트라 컴퓨터? 16기가? 아이큐 85? 그건 다 뭐야?
-그런 것이 있삼. 깊게 들어가면 현재 너님의 지능으로는 따라가지 못함.
쓰벌, 맞다. 그놈의 지능 다시 85까지 떨어졌다.
이제는 크게 바라지 않는다. 예전처럼만 돌아갔으면 좋겠다. 99까지만.
레기온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눈을 떴다.
조금 전까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눈알이 뜨거웠다. 제발 별일이 없기를 바란다.
잠시 시야가 흐릿하더니 던전의 내부가 모두 보였다.
두 눈은 멀쩡했다.
“다, 다행이야.”
레기온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정말 쫄았다. 다른 것을 몰라도 두 눈이 보이지 않는 것만큼은 싫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인생이라니. 정말로 암담했다.
그는 엉덩이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치 마몬, 전방에서 50미터 거리에 있음. 종합전투력이 79까지 폭락한 상태. 회복되고 있음. 80, 81, 82. 완전 회복까지 7분 20초 남았음. 지금 당장 놈을 처치하지 못하면 굉장히 큰일이 발생할 수 있음.
“아이언 아이즈 스킬로 처리하면 안 될까?”
-바보임? 리치 마몬이 바보가 아닌 이상 1서클 공격마법에 두 번 당할 것 같음? 지금은 순전히 운이 좋아서 놈이 당한 것임. 다행히도…….
“다행히도 뭐?”
-놈이 가진 생명의 그릇이 발견됨.
“오호, 그래?”
-지금 당장 박살 내셈. 그럼 던전은 너님 거임. 여기 있는 모든 재화도. 너님 대박 난 거임. 내게 고마워하셈. 한순간에 부자 됐음. 좋겠네.
“생명의 그릇은 어디에 있지?”
-놈이 가지고 있던 다크 스태프.
레기온은 리치 마몬이 들고 다니던 다크 스태프를 찾았다. 그와는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걸음을 옮겨서 다크 스태프를 잡았다.
길이는 대략 1미터쯤 된다.
커다란 덩굴을 꼬아서 만든 스태프 같았다.
덩굴 끝에는 검붉은 보석이 둥둥 뜬 채로 사이한 기운을 흘리면서 홀로 빛을 내고 있었다.
“특이하네. 이게 놈의 생명의 그릇이야?”
-다크 스태프가 생명의 그릇이 아니라 저 보석이 생명의 그릇임. 던전 내부를 스캔했으니 잡아내기가 힘들지.
레기온은 다크 스태프 끝에 달려 있던 보석을 잡았다. 의외로 쉽게 떨어졌다.
“이걸 바닥에 던져서 깨트리면 된다 이거지.”
-그렇삼. 그럼 리치는 끝. 영원히 바이바이. 너님은 리치를 물리친 영웅이 됨.
리치 슬레이어라, 나쁘지 않은데.
레기온의 입술은 만족한 듯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왕국에서 가장 가치 있게 쳐 주는 3대 슬레이어가 있다.
먼저 드래곤 슬레이어. 드래곤을 사냥할 수 있는 인간이라니. 그런 인간이 있긴 있는 건가. 전설로만 전해지는데 한 번 봤으면 좋겠다.
이건 뻥이라고 간주하고 패스.
두 번째는 리치 슬레이어.
사실 이것도 뻥인 줄 알았는데 내가 해냈지, 그러니 거짓말은 아니다. 깁스와 어쌔신들에게 시켜서 왕국 전체에 소문을 내야겠다.
-북쪽에 있는 동토의 대지에서 리치가 부활했다. 리치는 1만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알렉산더 가문을 공격했다. 하지만 알렉산더 가문의 영주인 레기온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소수의 기사와 병사들을 이끌고 언데드 군단과 정면을 맞서 싸웠다. 7일 밤낮으로 싸운 가운데 리치와 언데드 군단을 쓰러트렸다. 그 영웅이 바로 알렉산더 가문의 레기온이다.
좋네.
레기온은 환하게 웃었다.
리치를 쓰러트린 것은 맞다. 세세한 내용은 누가 알까. 일단 이렇게 소문이 내면 왕국 전체에 퍼지겠지.
혹시 국왕께서 작위를 높여 주시지 않을까?
그럴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아무래도 레기온 ‘신격화’ 작업에 돌입해야겠다.
레기온은 검붉은 보석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단숨에 깨트려서 밟아 버리기 위함이었다.
“크흑.”
그때 그의 몸은 전기에 감전이 된 것처럼 부르르 떨렸다.
이, 이게 뭐야?
-이런 젠장, 그러게 허튼 생각 하지 말고 서둘러 놈의 보석을 박살 냈어야지!
으갸갸갸가! 졸라 아파! 어떡해?
-나보고 어쩌라고!
레기온은 부들부들 떨었다.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젠장, 아무리 그래도…… 내가 겨우 마법에 입문한 애송이에게 당할 것 같으냐.”
리치 마몬이 비틀거리면서 나타났다.
그의 로브 옆구리는 뻥 뚫려 있었다. 안쪽에서 부서진 뼈가 재생을 하고 있었다.
“산 채로 끝장을 내주지. 가짜 알렉산더의 후예여.”
리치 마몬은 해골 손을 들었다.
그의 손바닥에서 전기가 생겨났다. 꽤 높은 수준의 전격 마법이었다.
흐익, 저, 저 자식이 나를 전기로 태워 죽이려고 해! 어서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해 봐!
“죽어라! 라이트닝 블레이드!”
라이트닝 블레이드래. 4서클짜리 전격 마법이야. 망했어. 으아악! 난 죽을 거야.
-그래! 생각났어! 손에서 보석을 놔!
그리고?
-이빨로 잡아서 깨트려! 그럼 놈을 죽일 수 있삼!
아하!
번쩍! 리치 마몬의 손에서 전격 마법이 발사됐다. 전격의 칼날을 레기온이 있는 곳까지 순식간에 도달했다.
레기온은 손에서 검붉은 보석을 놓았다. 보석은 그의 입안으로 쏙 들어왔다.
이때 깨물었어야 하는데.
“캑캑캑!”
보석은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영혼의 보석을 해체합니다. 새로운 소환 마법이 생성되었습니다. 첫 번째 소환수가 생겨났습니다. 육성형 소환수입니다. 이름 리치 마몬, 하급 리치. 평균 종합전투력 2,970, 최대 종합전투력 6,770. 해골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그래도 제법 쓸 만하답니다. 애정으로 키우세요.
이, 이건 또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