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21)
마법은 괜히 배워서-322화(322/502)
# 322
주연배우 레기온 2
깁스는 뿌듯한 표정으로 레기온을 바라봤다.
참으로 대견하다. 처음 봤을 때는 예쁘장하고 눈에 독기만 가득했던 꼬마 영주님이었는데.
지금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당시에는 영주님과 패링의 다툼이 극에 달했던 때였다. 정말로 살벌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영주를 죽이려던 패링.
영주님은 사력을 다해서 버텼다.
패링은 작은 아버지인 줄리안 준남자과 사촌동생인 제논과의 사이도 갈라놓았다.
그때는 영지가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
이런 변방의 작은 영지에서 그토록 치열한 암투가 쉴 새 없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놀랍게도(당시에는 아무도 안 믿었지만) 승자는 영주님이었다.
현재 패링은 실종상태다.
죽었을 것 같지만 장담은 하지 못한다. 패링은 보통 독종이 아니니까. 어딘가 살아서 영주님을 해코지하기 위해서 이를 갈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걱정은 하지 않는다.
당시에 꼬마였던 영주님과 지금의 영주님은 하늘과 땅 차이니까.
설사 패링이 군대를 끌고 온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영주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영주님을 각성할 계기를 준 것이 패링이 아닐까 한다.
-내 밑으로 들어와. 그럼 너희는 살려 주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던 영주님.
배포가 큰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일까. 깁스는 온몸에 깁스를 할 만큼 처맞고 레기온의 밑으로 들어갔다.
아직 성년도 되지 않는 나이에 단신으로 어쌔신 길드(지금은 정보 길드지만)를 찾아가 담판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라고 자위하면서.
부하들은 미쳤다면서 반이나 그의 곁을 떠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을 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그는 레기온 영지에서 가장 큰 길드의 수장이다.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예전에는 3성급 기사만 봐도 오줌을 지릴 정도로 쫄았는데, 지금은 3성급 자유기사들을 고용할 정도다.
모두-
영주님 덕분이다.
검은 피부에 투구를 쓰고, 항상 옷도 벗고 다니는 변태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영주님은 나에게 최고의 주군이다.
“여, 깁스.”
‘조금 쉬었다 합시다.’라는 감독의 말이 떨어졌고 레기온이 깁스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깁스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레기온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레기온 옆에 드레이져가 따라왔다.
황금빛 머릿결, 양 갈래도 딴 머리스타일, 웃을 때 드러나는 황금 이빨.
인상 더럽기는 인류 최강이다.
놀라운 것은 인상만 더러운 것이 아니었다. 무력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깁스의 정보력에 의하면 드레이져는 분명히 7성의 벽을 깼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7성의 벽을 깬다는 말은 그랜드 마스터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소드 마스터는 기사들의 꿈이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운이 따라 주지 않으면 결코 손에 닿을 수 없는 경지다.
그런 소드 마스터의 꿈이 바로 그랜드 마스터다.
소드 마스터가 된다고 하더라도 극소수만이 그랜드 마스터라는 신이 허락한 경지에 닿는다.
그런데…….
드레이져가 그랜드 마스터가 됐다고?
아주 재밌는 상황이다.
왕국 7대 강자.
크레이지 드레이져가 한낱 시골 영주에게 무릎을 꿇은 상황이니까.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영주는 사상최강의 부하를 수족으로 두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이후로도 입이 벌어지는 일이 많았다.
최근에는 왕국 7대 강자 중에 한 명인 포르세 후작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아니, 그건 그럴 수 있다 치고, 갑자기 재혼하더니 오크 기사단의 단장이 되었다.
이건 무슨 배신한 백마법사 사루만도 아니고…….
반지원정대라도 찍어야 할까? 2화는 두 개의 탑, 3화는 왕의 귀환. 호빗이 반지를 가지고 여행을 하는……. 아아, 영감이 떠오른다.
“드레이져 님도 안녕하십니까.”
깁스는 웃으면서 드레이져에게 80도로 인사를 했다.
“여, 오랜만이야.”
“네. 건강해 보이십니다.”
“나야 뭐 항상 똑같지. 그럼 얘기들 나누슈. 나는 밥이라도 먹고 오겠수다.”
“데카르슨한테 가?”
“그 친구 밥이 대륙 최고 아니유.”
“도시락 하나만 가져다주라. 나도 배고프다.”
“알겠수다. 그럼 좀 있다 봅시다.”
어쩐 일인지 드레이져는 투덜투덜 거리지 않고 산길을 휙휙 내려갔다. 그냥 걷는 것 같은데 엄청나게 빠르다. 앗, 하는 사이에 벌써 저만큼 내려갔다.
깁스는 눈을 비볐다.
마법을 보는 것인지, 착각에 빠진 것인지 모르겠다.
“뭘 그렇게 놀란 표정을 짓고 그래. 풀잎 밟으면 빨라져, 기술 몰라?”
“그런 기술도 있습니까?”
“응, 별거 아냐. 그냥 누구나 다 사용할 수 있는 평범한 기술이지.”
“영주님 눈에는 그의 기술이 보이십니까?”
깁스는 정보길드 수장.
그러나 한 가지 사실만은 확인하지 못했다. 영주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디.
대략 5서클~6서클 사이가 아닐까 한다.
그것도 엄청나게 높게 쳐준 것이다. 그 이상 성장했다는 것은 솔직히 말이 되지 않으니까.
제아무리 천재라고 하더라도 그토록 빨리 성장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깁스는 물은 것이다.
“저 정도는 보이지.”
“와! 정말 대단하십니다. 조금 전에 쓰신 마법도…… 이펙트가 죽이더군요. 어떻게 7서클 마법처럼 보이게 그러십니까?”
마법사들끼리는 결코 묻지 않는 금기어다. 자신의 실력을 감추는 것도 살아남는 방편의 하나였다. 그런 실례를 무릅쓴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자신의 정보가 맞다.
5~6서클 사이.
“그런데.”
예상외의 답변이 튀어나왔다.
“그렇죠. 사용 못하죠…… 네?”
“그 정도야 뭐. 근데 그걸 왜 물어?”
“저, 정말 7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까?”
“아까 못 봤어? 파이어 토네이도. 그거 7서클 마법이야. 그게 뭐 대수라고.”
“아아아.”
깁스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뭐냐, 이 괴물은.
영주의 탈을 쓰고 알맹이는 바뀐 외계의 종족이 아닐까. 아니면 마계의 군주가 영주님의 모습을 하고 있던지.
7서클이 저 나이에 가능하기는 한 건가?
천재, 초천재, 초초천재라고 해도 불가능하겠다.
툭툭-
깁스가 조금은 멍청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을 때 뭔가가 그의 어깨를 건드렸다. 깁스는 고개를 들려서 자신의 어깨를 두드린 상대를 보았다.
쓰벌.
기절할 뻔했네.
산처럼 거대한 본 드래곤이 어깨를 두드리면서 자신에게는 왜 아는 체를 하지 않냐는 듯 고개를 들이밀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영주님의 충실한 하인인 정보길드의 수장 깁스라고 합니다. 성함이?”
-크르르릉.
“그딴 것은 없다고요? 나는 이름 없는 무사 같은 존재.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하늘을 누빈다고요?
미치겠다.
다 알아듣겠다. 영지의 폭군 세피아도 그렇지만 이젠 본 드래곤의 말까지 알아듣다니, 이젠 놀랍지도 않다.
“알겠습니다. 그럼 본 드래곤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크르르릉.
본 드래곤이 영입됐다는 사실은 알았다. 하지만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보기는 처음이다.
아, 정말 적응하기 어려운 광경이다.
세피아도 그렇고, 본 드래곤도 그렇고.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몬스터들인데, 도대체 아이들은 이 괴물들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깁스의 아들도 그렇다.
그의 아들은 세피아 딱지, 세피아 팽이, 세피아 카드 등등을 모은다. 그런 것을 보면 상인들도 참 약삭빠르다.
요즘은 본 드래곤 시리즈를 모으는 것 같던데.
“그런데 무슨 일이야?”
레기온이 물었다.
“아, 네. 명령하신 그 남자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그 남자?”
“미백이라는 마법사 말입니다.”
“아! 미백!”
지금은 유일한 희망이다.
성형마법도 못하게 됐으니 오로지 그가 만든 화장품만이 자신의 피부를 하얗게 만들어 줄 수 있다.
“도대체 어디에 있던 거야?”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에 있었습니다.”
“라스베가스?”
“네.”
깁스는 이번 일에 꽤 많은 돈과 직원들을 동원했다.
그럼에도 미백을 찾기란 쉽지가 않았다. 해서 처음부터 다시 되짚어 가기로 했다.
미백은 마탑 출신의 마법사.
어느 날, 갑자기 짐을 싸 들고 야반도주를 했다. 왜 야반도주를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로지 본인만 알 뿐이다. 그런 사람이 가면 어디에 갔을까?
부하들의 의견이 세 군데로 모아졌다.
하나는 성도. 다른 하나는 타국. 그리고 마지막으로 항구도시 씨엠이었다.
미백은 그중 다행히 씨엠에 있었다.
출산율 1위의 도시.
가장 많은 짝이 생기지만 가장 많은 이혼부부가 생기기도 하는 곳.
행복지수 1위에 비례해서 불륜 1위라는 불명예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미백은 그곳에서 뽕을 뽑는 중이었다.
매일 파티에, 매일 여친을 바꿨다. 최고 수준의 몸매를 가진 여친을 거의 매일 바꿨다고 보면 된다.
한 번에 수천 골드가 드는 선상파티도 쉬지 않고 벌였다.
본인이 참석하지 않아도 그냥 선상파티를 연다. 여자들은 그런 미백을 보기 위해서 꿀을 찾는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그다지 잘생기지도 않은 미백이 그토록 인기가 많은 이유? 당연히 돈 때문이다.
그러던 미백이 변장한 모습으로 라스베가스에서 발견이 됐다.
깁스가 파악한 바로는 미백이 어떤 조직과 손을 잡고 모종의 일을 꾸미고 있었다. 꽤 위험해 보였다.
“그냥 데리고 오지 그랬어?”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왜?”
“미백이란 남자는 라스베가스를 다스리는 지하조직에게 잡혀 있습니다.”
“지하조직? 참…… 별스럽기도 하다.”
“지하조직이지만…… 누군가의 비호를 받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누구의 비호를 받고 있는데?”
“공왕.”
“잉?”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쾌락을 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그곳을 지배하는 자는 공왕입니다.”
“으음.”
그제야 레기온은 미간을 좁혔다. 내 땅인데, 공왕의 영향력이 있는 장소가 있었어?
더욱이 개인적으로 부담스러운 존재들이 몇몇 있다.
공왕.
대주교.
트레비아 공작과 같은 종자들이다.
그나마 제국과는 아직 얽히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들은 단순히 무력으로 쓰러트릴 수가 없는 자들이다.
특히 근래 들어서는 공왕이 가장 부담스럽다. 그가 자신의 존재를 눈치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얽히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피부를 원래대로 돌려놔야 하니…….
미백을 찾으러 가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