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24)
마법은 괜히 배워서-325화(325/502)
# 325
교도서를 털어라 1
계약서는 하나 더 작성이 되었다.
이번 모든 일은 레기온 백작이 9할의 수수료를 가진다.
그에 도움을 준 5서클 마법사 미백은 1할을 갖는다. 이 사실에 대해서 절대 불만을 품어서는 안 되며, 만약 불만이 있으면 레기온 백작령에 속한 법원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미백은 계약서를 던져 버릴 뻔했다.
하지만 뭔가 느껴서 관두었다.
그의 목에 두 마리의 중급 저주의 정령이 붙어 있음을 본능으로 느낀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뭔가 이상한 놈들이 나한테 붙어 있다. 그것은 쥐도 새도 모르게 자신을 지옥으로 끌고 갈 수도 있었다.
그래도!
억울했다.
아니 왕국 법원도 아니고 레기온 백작의 백작령이라니. 법관이 미치지 않고서야 자신의 손을 들어 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어쩔 것인가?
“왜? 빠질래?”
“아, 아니요.”
“그런 억울한 표정 짓지 좀 마라. 이거 너한테 아주 유리한 계약이야. 1할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거머쥘 돈을 생각하라고.”
뭐, 저런?
위험부담은 생각 안 하니?
미백은 기가 찼다. 저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공왕의 비자금을 털다가 걸리면?
그냥 죽는 것으로 안 끝난다. 백작은 고위 귀족이다. 그렇다고 공왕에 준할 것은 아니었다. 공왕의 전력을 다하면 제아무리 백작이라고 하더라도 목은 어렵지 않게 날릴 수가 있었다.
백작도 그러한데 자신은?
공론화도 되지 못하고 저 시골 어딘가 공동묘지에 산 채로 묻히겠지.
“좋게 좋게 생각하자고.”
레기온은 기분이 좋은지 미백의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마른 몸이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손가락의 기운은 장난 아니었다. 엄지로 살짝 어깨를 주물렀을 뿐인데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 들어왔다.
하마터면 비명을 지르고 바닥에 나뒹굴 뻔했다.
“그동안 단련을 전혀 하지 않았구만. 이 어깨 굳은 것봐. 자, 내가 풀어 줄게. 그럼 우리 한 번 잘 해 보자고. 브라더!”
니미! 브라더는 무슨!
으악! 아파! 아파! 그만하라고 이 새꺄!
“지금 미백이 사장님께 새끼라고 욕을 한 것 같습니다.”
셔틀이 일러바친다.
미백은 셔틀을 노려봤다. 저 새끼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잡네.
셔틀은 아주 오래간만에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미백을 바라봤다.
뭐, 어쩌라고?
셔틀은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밑에서 위로 상대를 올려다본다. 작은 키 때문이 아니었다. 어렸을 적부터 그렇게 커 온 성정 때문이다. 물론 소심한 성격도 한몫을 했다.
레기온 백작의 부하직원으로 계약을 한 다음에는 그런 성격이 더 심해졌다.
주변에 대단한 인물들이 너무 많았다.
6서클의 네크로맨서? 그딴 게 무슨 소용일까.
사장님, 드레이져, 마몬, 세피아, 오거 군단, 한 명의 무사로 돌아온 포르세, 그의 아내 조나스, 오크 기사단, 마법과 오러를 동시에 사용하는 전속하인들.
한 명도 제대로 이기지 못하겠다.
숨은 강자들이 득실득실 거리는 무서운 영지였다.
하다못해 정규직 병사에게도 졌다. 얼마 전에 큰 부상을 입고 가까스로 깨어난 압둘 자바라는 팀장급 병사가 있다.
일개 병사니까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소환된 해골병사들이 그를 뜯어말렸다.
-미쳤수? 팀장급이요. 팀장급. 병사지만 오러를 남발한다고. 저기 보이쇼? 우와! 오러가 수십 미터까지 날아가. 우왁! 바위가 반으로 쪼개졌어. 저게 아직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한 팀장급 실력이오!
“나, 나는 6서클 네크로맨서잖아. 쟤들은 5성급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주인 앞에 5성급 기사나 전사가 있으면 쉽게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소. 주인은 소환술이나 저주를 잘 쓰지 워록처럼 근접전에 강하지는 않잖아요. 좀 까불지 말고 있으라고요.
소환된 해골병사들까지 그럴 판이다.
당연히 셔틀은 더욱더 의기소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셔틀은 본능적인 느낌으로 미백이 자신과 같은 동류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저 새끼보다는 내가 좀 낫다, 라는 것도 알았다.
미백도 그것을 느낀 모양이다. 그는 셔틀을 바라보다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쓰벌, 어째 인생이 점점 뒤로 후퇴하는 것 같다.
그렇게 레기온과 일행들은 그랑프리 경기장을 찾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이 거대한 경기장 밑에 공왕의 비자금이 있다고?”
레기온은 눈앞에서 엄청난 속도로 질주를 하고 있는 열 대의 마차를 보면서 말했다.
“말씀 낮추십시오. 주변에 삼청교육대 놈들이 쫙 깔려 있습니다. 혹시 모를 음해 세력들을 미리 축출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저도 모르고 내뱉은 말이 씨가 됐거든요.”
“괜찮아. 음소거 방벽을 쳐 놨어.”
“네?”
미백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떤 방벽도 느껴지지 않았다. 손을 휘휘 저어도 마찬가지였다. 손에 걸리는 것은 없었다. 그렇다고 소리가 차단이 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주변에 마법이 펼쳐져 있다고?
“그렇게 움직이는 게 더 의심스러워 보인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라고. 자연스럽게. 우리 말소리를 사람들에게 안 들려. 혹시 들린다고 하더라도 녹음된 다른 소리가 들릴 거야.”
“그게 가능합니까?”
“응.”
“몇 서클 마법입니까? 소리를 섞을 수가 있다니…… 저는 처음 접해 보는 마법입니다.”
“나도 성형 마법 못해.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그다지 어려운 마법도 아니고. 배우고 싶으면 이번 일 끝나고 영지로 와. 가르쳐 줄게.”
“아, 알겠습니다.”
스승도 아닌데 마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화통한 건가.
하긴 지금껏 지켜본 레기온의 성격은 일반인들과 다르다. 남들은 꽁꽁 감춰 두고 싶어 하는 일들도 그에게는 별것 아닌 것이 된다.
생각보다 훨씬 큰 남자였다.
바세라바밥 님은 이 남자에게서 그런 면을 본 것일까.
미백은 모른다. 이 남자의 본직이 다크 로드라는 것을. 과거에는 과거 대륙 침공의 선봉장에 섰던 절대 악이었다.
그럼에도 레기온에게서 절대 악의 기운을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시 물을게. 이곳에 공왕의 비자금이 있단 말이지?”
“맞습니다. 이 경기장 지하에 공왕의 비자금이 잠들어 있습니다.”
“황금으로 치면 마차 100대도 더 되겠는걸.”
“1억 골드라면 1,000대는 필요할 겁니다.”
“공왕이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이유를 알겠네. 군자금이 이렇게 많으니 어디 가서 쫄 필요가 없지.”
레기온은 경기장 입구에서 사 온 사탕을 입에 물고서 피식 웃었다.
“얼마 전에 100골드 전표가 나왔습니다. 수표와 다르게 추적이 불가능하지요.”
“아하. 무게는 황금에 비해서 1/100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무슨 소리인지 아시겠죠?”
“마차 10대에서 100대 분량이면 된다?”
“예.”
그래도 많다. 아무래도 마몬이 거주하는 아공간을 좀 빌려야겠다. 좁다고 난리치던데. 일단 치우라고 해 놓고 돈으로 꽉꽉 구겨 넣어야지. 그 자식 때문에 5만 골드 이상을 손해 봤는데 며칠만 아공간에서 짐 좀 빼라고 하는 것 가지고 삐지지는 않겠지.
아니다. 마몬은 삐졌다.
실제로 엄청난 값어치가 있는 그의 수많은 보물을 레기온 저택 으슥한 곳으로 옮겨야만 했다. 혼자서 하지 못해 셔틀의 해골병사들이 대량으로 동원했다.
아공간은 습기가 없어서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공간에 있는 보물들은 발견된 당시의 그 모습 그대로 보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밖으로 나오면서 산소를 만나는 순간 부식이 시작된다.
그것이 서글픈 마몬이었다.
그렇다고 지은 죄가 있으니 짐 좀 빼랬다고 집주인과 멱살을 잡고 싸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들어가서 현금을 빼내 오는 일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면 9서클의 마법사가 와도 불가능합니다.”
“왜?”
“본래 이곳은 고대 던전 위에 세워진 도시니까요. 즉, 이 밑은 고대 던전이라는 소리입니다. 방어력은 압도적! 당시의 마법을 그대로 재현시켰습니다. 군대가 와도 불가능합니다. 만에 하나 턴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거대한 던전이 한꺼번에 무너질 테니까요. 9서클의 마법사라고 하더라도 수십만 톤이 넘는 흙더미를 버틸 수 있을까요? 설사 버틴다고 하더라도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으음, 그건 문제네.”
그 외에도 정말 방비가 잘 되어 있는 곳이다.
수많은 방어마법과 잘 훈련된 기사들, 병력들이 철저하게 감시를 하고 있었다.
단순하게 싸움 잘하는 마법으로는 결코 뚫을 수가 없는 곳이다.
설사 뚫고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그 많은 돈을 훔쳐서 나올 수가 없다.
있다면 단 하나!
아무도 모르게 들어갔다가 돈만 훔쳐서 나와야 한다.
“자넨 어떻게 저곳에서 물건을 훔치려고 했지? 동료들을 믿고?”
“저희는 불가능합니다.”
“그럼?”
“전설적인 대도를 영입하려고 했습니다.”
“전설적인 대도?”
“네, 그가 이곳 감옥에 갇혀 있거든요.”
“전설적인 대도가 감옥에 갇혀?”
“네, 알카트라즈 감옥이라고 아십니까?”
아무리 세상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온 알카트라즈 감옥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본래는 타이탄 족이 수감되었던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범, 흉악범들을 가둬 놓는 곳이었다. 들어갈 수는 있어도 다신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랜드 마스터조차 그곳에 갇히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사실 아직 갇혔던 7성급 마스터도 없다는 것이, 마케팅의 농간이긴 하다.
어쨌든 그곳에서 나올 방법은 단 하나뿐이라고 했다.
형량을 마치는 것.
“그곳에 갇힌 대도를 영입한다고?”
레기온은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네.”
“무슨 수로?”
“탈옥을 시켜야죠.”
“…….”
레기온은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이 새끼를 족치자. 그래서 주먹을 꽉 쥐고 죽탱이를 날리려는데 미백이 소리쳤다.
“내부인! 내부인을 꼬셨습니다!”
레기온은 피식 웃었다. 지금껏 그런 시도를 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백만 골드 주기로 했습니다.”
“…….”
“얼마?”
“백만 골드요. 모른 척 하는 조건으로.”
풋내기가 아니라 미친 건가.
백만 골드라고? 하도 백만, 천만, 억을 들었더니 이제 잘 감도 오지 않는다.
백만 골드가 얼마나 많은 돈인지.
예전 남작의 영지라면…… 한 50년쯤 먹여 살릴 수 있는 자금이다.
그런 돈을 떡하니 내놓겠다는 미백이 대단한 것인지, 미친 것인지 잘 구별이 오지 않았다.
만약 그 돈을 못 구하면 어쩔 것인가?
교도관이 신고라도 하게 된다면 몽땅 죽음을 면치 못할 텐데.
아, 벌써 다 죽었나.
그 엄청난 돈을 들여서 영입하려는 대도는 누구일까. 자신도 한 번쯤을 들어 봤겠지.
탐나는 인재라면 거금을 들여서라도 영입을 하고 싶다. 잘 꼬셔서 월에 50골드 정도로 하자. 그래, 그게 좋겠다. 정말 괜찮은 놈이면 빼내기 전에 계약서부터 써야지.
세상은 넓고-
가지고 싶은 광물은 많으니까.
“그 대도가 누구지?”
“그들은 한 명을 뜻하지 않습니다. 팀이죠.”
“팀이야?”
“네.”
“몇 명인데?”
“여섯 명입니다.”
“적당한 숫자군.”
“그런데 대도라는 놈들이 왜 감옥에 갇힌 거야?”
“공왕의 비자금을 건드렸습니다. 한 번 실패한 거죠.”
“뭐야. 실패한 자들을 다시 끌어들인다고?”
“네, 유일하게 중앙까지 닿은 인물들입니다. 돈도 쓸어 담았습니다. 하지만 빠져나오다가 아슬아슬하게 잡힌 모양입니다. 내부를 그들만큼 자세히 알고 있는 자들은 없습니다.”
“음, 공왕이 살려 뒀어?”
“그들의 실력이 아까워서 살려 뒀다고 합니다. 지금도 꾸준히 자신의 밑에서 일을 하라며 영입제안을 하는 모양입니다.”
“하긴 그 정도 실력자들이라면 그럴 수 있지. 그래서, 그놈들이 누군데?”
“생각보다 유명한 자들은 아닙니다. 저도 이곳에 대한 정보를 캐내다가 우연히 알게 됐거든요.”
“그래서 누구냐고?”
“미즈셋이라고…… 못 들어보셨을 겁니다. 꽤 뚱뚱한 여자로 그녀가 대모죠. 그가 돌보는 다섯 명의 난장이, 아, 편의상 난장이입니다. 덩치들은 커요. 지능이 좀 떨어지는 난장이들이 있는데 실력들이 대단합니다. 그 머리로 어떻게 그런 무력을 익혔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레기온은 대답하지 못했다.
잘못 들었나.
왜 여기서 미즈셋의 이름이 나와.
그러고 보니 미즈셋과 그 일당의 모습을 본 적이 꽤 오래되긴 했다.
에이, 설마 그래도 이건 좀 이상하잖아.
아무리 정신 나간 작가라도 스토리가 너무 산으로 가는 것 아닌가?
이거 잘 하면, 프로즌 브레이크나 아니면 유주얼 서스펙트로 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절름발이가 범인은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