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26)
마법은 괜히 배워서-327화(327/502)
# 327
교도소를 털어라 3
세피아는 양손으로 턱을 괴고서 결정을 보았다.
지금까지 형아가 줬던 결정과는 사뭇 다르다. 일단 크기가 다른 것보다 크다. 그리고 결정 옆에 뭔가가 오돌오돌 나 있었다. 손가락으로 만져 보니 꽤 따갑다.
형아에게 아무런 소리도 없이 받았다면 분명 불량 결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형아는 이 결정을 가져오면서 심히 비틀거렸다.
얼굴은 창백했고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사상 최대의 강적과 사투를 벌이다가 간신히 쓰러트린 듯한 모습이었다.
-크르릉(형아아)!
놀란 세피아는 앞으로 풀썩 쓰러지는 레기온을 받았다. 그는 세피아의 손바닥을 피면서 결정을 넘겨주었다.
-크르르릉(이건)?
“내가 목숨을 걸고 건진 결정이야(레기온은 죽다 살아났다. 이제껏 말만 산고의 고통이었지 실제로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다. 다시는 결정을 낳고 싶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을 생각이 나지 않더군. 이건 네가 가져.”
-크르르릉(형아. 이 귀중한 것을 왜 내게……).
“너니까. 내 동생은 너잖아. 그러니까 너에게 주는 것이 맞아.”
-크르르릉(형아……).
세피아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태어나서 가장 잘한 것은 형아와 밤나무 아래에서 의형제 결의를 맺었다는 것이다. 밤나무 아래. 하필 과부들이 가장 좋아하는 냄새가 풍기는 계절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형아는 그렇게 갔다.
이것은 형아가 남겨 준 결정이다.
쉽게 해체를 시킬 수는 없었다. 형아는 꼭 나보고 해체를 시켜야 한다고 그랬지만…… 어쩐지 껄끄럽다. 해체를 시켜서는 안 될 것만 같은 느낌이 쎄하게 들었다.
-크르르릉(어쩌지).
버리지는 않는다.
결정은 개개인의 능력치를 높여 주는 희귀한 아이템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이런 아이템을 하나라도 얻기 위해서 목숨을 건다.
그러나 형아는 마음이 너무 넓어서 이런 결정을 자신과 부하들에게 막 뿌렸다.
덕분에 결정을 먹은 모든 자들의 능력치가 대폭 상승했다.
힘들게 훈련을 안 하고 결정 하나 먹고 강해지는 기쁨이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뭘까.
이 찜찜함은.
-크르르릉(오빠, 뭐해)?
세피아보단 작지만 근육으로 터질 것 같은 오거가 나타났다. 세피아와 다른 점은 신장과 가슴 가리개, 세피아가 선물로 준 귀걸이였다.
암컷 누비라였다.
세피아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최강의 오거 전사이기도 하다. 오거답지 않은 엄청나게 빠른 몸놀림으로 홀로 트윈 헤드 오거나 포 암 오거까지도 잡아 낼 수 있을 정도였다.
트윈 헤드 오거나 포 암 오거는 보통 일반 오거보다 2~5배 이상의 전투능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 오거들을 홀로 상대할 수 있는 오거가 바로 누비라였다.
트윈 헤드 오거와 포 암 오거의 피를 뒤집어쓴 채 살벌하게 웃고 있는 누비라를 보면서 세피아는 반했다.
정말 강하다.
저런 암컷과 결혼해서 애를 낳으면 도대체 얼마나 강한 오거가 태어날까.
해서 곧바로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크르르릉(나는 뒤셀르프 산맥 최강의 오거인 세피아라고 한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살게 해 주마. 나와 결혼을 해 주라).
누비라는 잠시 놀란 듯하더니 싱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크르르릉(좋아. 대신 나와 싸워서 이기면. 나는 나보다 약한 수컷하고는 못 살아).
-크르릉(암컷이라서 때리고 싶지 않은데).
-크르릉(나한테 쥐어 터진 수컷들은 다들 똑같은 소리를 했지. 수컷이라고 폼만 잡을 줄 알았지. 내실이 없어).
-크르르릉(나는 좀 다를걸).
-크르르릉(그거야 겪어 보면 알겠지).
그렇게 두 괴물의 천지개벽할 전투가 시작됐다.
세피아와 누비라는 3일 밤낮으로 싸웠다. 오거답게 지치지도 않는 체력이었다. 그들이 싸웠던 산봉우리의 반이 날아갈 정도였다. 그곳에 터전을 잡았던 몬스터와 야생동물이 모두 도망쳤다.
그들은 도망치면서 생각했다.
저 괴물 오거 때문에 못살겠다. 왜 맨날 여기 와서 난리야. 난리는.
몇몇 야생동물은 아예 고향을 등지겠다는 마음으로 세피아와 누비라를 보면서 바닥에 침을 뱉었다. 에이, 썅.
서로의 얼굴을 못 알아볼 정도로 사투를 벌였다.
주먹 한 방에 커다란 바위도 부수는 그들이 완력이다. 그런 주먹이 서로의 안면을 수백 방, 수천 방을 날렸다.
3일이 지나고 아침 해가 뜰 때쯤에 그들은 싸움을 멈췄다.
-크르릉(꽤 강하네. 그래 결혼해).
-크르릉(고마워. 평생 행복하게 해 줄게).
-크르릉(믿어 볼게).
그렇게 그들은 결혼을 약속했다.
그렇다고 곧바로 결혼식을 올리지는 않았다. 누비라가 1년은 사귀어 봐야 한다고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냥 곧바로 결혼해서 후회하는 오거들이 엄청 많다고.
암컷은 새끼를 낳으면 경력단절이 된다. 배가 나오고 살이 찐다. 사냥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해서 수컷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요즘 암컷들은 그것이 싫었다.
해서 자주적으로 새끼를 낳지 않고 맞벌이는 하는 오거들도 많아졌다.
누비라는 그런 진취적인 사상을 가진 젊은 오거였다.
-크르르릉(아, 이것 좀 보고 있어).
-크르릉(그게 뭔데)?
-크르릉(먹으면 강해지는 보석).
-크르릉(엥? 그런 게 있어)?
-크르릉(응, 그런 게 있어).
-크르릉(어디서 난 거야)?
-크르릉(형아가 준 거야).
-크르릉(아, 영주님이. 영주님이 준 거라면 되게 신기한 거겠다. 그지)?
누비라는 결정을 보면서 눈을 반짝였다.
나 주라. 그럼 결혼을 앞당겨 줄게, 라는 눈빛이었다. 역시 암컷은 보석이라면 환장을 한다.
그냥 안 된다고 할까? 형아가 준 소중한 결정인데. 아냐, 그랬다가는 파혼을 당할지도 몰라. 최소한 1년은 누비라의 비위를 맞춰 줘야 돼.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면 그때 내 마음대로 해야지.
마음을 먹은 세피아는 결정을 손에 쥐고 누비라에게 내밀었다.
-크르릉(이게 뭐야)?
앙큼한 것! 다 알면서 세침때기는.
-크르릉(가져).
-크르릉(응, 가지라고)?
-크르르릉(응, 선물이야).
-크르르릉(영주님이 선물로 준 거라면서).
-크르르릉(괜찮아. 나한테 준 거니까. 아마 너한테 선물로 가려고 이렇게 돌아서 왔나 봐).
-크르릉(진짜 나 가져도 돼)?
-크르릉(응, 간직하고 싶으면 그래도 되고. 삼켜도 돼. 그럼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거야).
-크르릉(신기한 경험)?
-크르릉(응, 결코 해 볼 수 없는 신기한 경험).
본래 이 결정을 받으면 목걸이로 하고 다니려고 그랬다.
그런데 신기한 경험이라니.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해서 정말 삼켜도 되냐고 물었다. 몇 번이나. 세피아는 괜찮으니 삼키라고 말했다.
-크르릉(그럼 진짜 삼킨다).
-그르릉(그렇게 하라니까).
-크르르릉(알았어).
누비라는 심호흡을 하고서는 결정을 꿀꺽 삼켰다.
잠시 기다려 봤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뭔가가 아랫배 속에서부터 불끈불끈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굉장히 느낌이었다.
이윽고 그 느낌은 뇌리를 쾅! 하고 관통했다.
-최초의 보석 ‘라일락은 억울해’가 해체됩니다.
뭐, 뭐야? 어디서 나는 소리야?
이내 귀에서 위위위위윙! 뭔가 갈리는 소리가 울렸다.
이내-
-패시브 스킬 ‘라일락의 독설’이 생성되었습니다. 당신은 언제 어디서든 독설을 날릴 수가 있게 됐습니다. 독설은 상대의 정신력을 심각하게 깎아 먹습니다. 상대방의 내력을 알게 되면 전력의 50퍼센트 이하로 끌어 내릴 수도 있습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할 수 있습니다.
누비라의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대부분의 오거들이 그렇지만 그녀도 언변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한데!
오거가 독설로 상대방의 의식을 K0 시킨다? 이것만큼 짜릿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녀는 자신을 멍하기 쳐다보고 있는 남자친구를 보았다.
스킬을 써먹어 보고 싶다. 비록 나를 사랑하는 남자친구지만.
오거 최강의 전사니까 생각만큼 타격을 입지는 않겠지.
좋아.
-크르릉(존만아)!
누비라의 독설이 시작됐다.
세피아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변해 갔다.
.
.
.
.
세피아는 누비라를 때렸다.
* * *
레기온과 드레이져, 셔틀은 라스베가스 3구역 경비대 앞에 서 있었다.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의 경비대답게 규모가 엄청나다.
4층 규모의 경비대의 앞에는 말과 마차만 백여 대가 동시에 주차를 할 수가 있었다.
이 정도면 거의 대대급이다.
경비대는 단순하게 경비만 하는 것이 아니다.
경무대, 방범대, 일반 경비대, 타격대, 교통대, 형사대, 수사대, 정보대, 보안대로 나뉜다. 그만큼 하는 일들이 많은 것이다.
도시에는 이런 대대급의 경비대가 여섯 개나 있었다. 그리고 지역마다 경비 지부가 따로 있었다.
셔틀은 레기온과 드레이져의 눈치를 보았다. 이 미친 인간들이 정말로 할 셈인가.
아무리 봐도 제정신이 아니다.
하긴 처음 봤을 때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지금 제정신을 차리라고 하는 것도 우습긴 하다.
호랑이 굴에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잖아. 나만이라도 이성을 유지해야 돼. 나만이라도.
셔틀은 자신의 뺨을 몇 번이나 때리면서 흩어지려는 정신을 다잡았다.
“정말 합니까?”
드레이져가 레기온에게 물었다.
“그래, 어차피 해야 할 일이었잖아. 조금 시간이 앞당겨진 것뿐이지.”
“알았수다. 미즈셋과 직원들, 미백을 데리고 나오면 되는 것 아뇨.”
“그래. 조용히 데리고 나와야 돼. 최소한 공왕의 비자금을 터는 날까지는 아무도 몰라야 돼.”
“알았수다.”
D-데이는 정해졌다.
전국 마차들의 왕 중 왕을 정하는 그랑프리 대회 날이었다. 그날은 왕국에서 도박 좀 한다는 뭐든 도박사들이 모인다. 도박사들뿐만이 아니었다. 돈 좀 있는 사람들, 귀족들도 모두 이곳에 모여서 그랑프리를 즐겼다.
어마어마한 인파가 이 거대한 거리를 가득 메울 것이다.
왕국 3대 축제 중에 하나라는 말은 결코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경비대의 초비상이 걸리는 날이다.
가장 경비가 삼엄하면서도 의외로 허술한 날이기도 했다.
레기온은 그날 고대 던전에 숨겨진 비자금에 대한 경비가 그다지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셔틀이 물었다.
“왜요?”
레기온은 대답했다.
“느낌이 그래.”
젠장. 그냥 모 아니면 도구만.
해서 며칠 안에 대도로 변한 미즈셋과 부하직원들을 불러와야 했다. 그들과 함께라면 비자금을 훔칠 가능성이 꽤 높으니까.
왜 그들이 대도가 됐는지 묻는 것은 나중 일이었다.
일단 일 안 하고 월급 꼬박꼬박 가져갔으면 벌로 탄광에 집어넣고 만다. 새로 발굴된 탄광의 이름이 뭐였더라. 아오지였던가.
아오지 탄광.
왜인지 모르지만 듣기만 해도 엄청나게 살벌하다.
“그럼 갑니다.”
“잘 갔다 와.”
드레이져는 손을 쓱 흔들고는 앞장서서 걸었다. 등에서 패황의 이빨을 잡고 꺼냈다. 무기를 들자 그의 전신에서 엄청난 투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의 투기를 정면으로 맞은 경비대 앞의 경비초소의 경비대원들이 기겁을 한다. 그들은 깜짝 놀라서 검을 빼 들고 드레이져에게 겨눴다.
“뭐, 뭐냐? 넌 뭐야?”
경비대원들이 물었다.
“남자 화장실 어디야?”
드레이져는 패황의 이빨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가공할 오러가 경비초소를 반으로 쪼개 버렸다.
쿠쿠쿠쿠쿵!
놀라운 위력이다.
완전히 반으로 갈라진 경비초소 안에는 초소장이 점심을 먹다가 놀라서 포크를 떨어트렸다.
입에서 음식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바지도 축축하게 젖는다. 초소장의 모든 물건들이 반으로 쪼개져 있었다. 만약 3센티만 옆으로 맞았어도 초소장은 초소처럼 반으로 쪼개졌을 것이다.
드레이져는 멈추지 않고 성큼성큼 경비대 안으로 진입했다.
애애애애애앵!
동시에 경비대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