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29)
마법은 괜히 배워서-330화(330/502)
# 330
지옥 속으로 3
“그러니까…… 말은 저걸로 대신하겠다는 겁니까?”
스티브 죽소는 소환된 유령마들을 보면서 기겁을 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이제껏 누구도 유령마가 마차를 끌고 달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스티브 죽소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왜 안 돼?”
“잘 모르겠어요. 이봐, 유령말로 마차를 끌면 안 된다는 조항도 있나?”
“그런 조항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한 번도 말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끄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요. 그리고 유령마는 말보다 느리잖아요.”
“그렇다는군요.”
일반적인 상식이다.
유령마는 말보다 느리다. 대신 지구력은 무한에 가깝다. 체력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유령마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일단 유령마를 타면 엉덩이가 엄청나게 아프다.
승차감은 형편이 없었다.
어떤 안락한 의자를 깔아도 마찬가지였다. 엉덩이를 칼로 베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무엇보다 유령마를 소환할 정도의 네크로맨서도 없다.
하지만 레기온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직원이 셔틀이고, 셔틀은 네크로맨서다. 원래 세 마리를 소환할 수 있는데, 이젠 네 마리를 소환할 정도로 실력도 늘었다. 즉, 월급 주고 얼마든지 유령마를 소환할 수 있는데, 왜 돈을 주고 말을 또 산다는 말인가.
“괜찮아. 속도 강화 마법을 걸면 돼.”
“그건 안 됩니다.”
“안 돼?”
“네, 어떤 마법 장치도 안 됩니다. 제품을 판매할 때 마법장치를 다는 것은 제조사 마음입니다만, 경주를 할 때는 어떤 마법적 장치도 불허됩니다. 오로지 말과 마차의 능력만으로 경주를 펼쳐야 합니다. 그러니까 유령마는 불리합니다.”
“좋아. 한 번 해 보자고. 그랑프리 예선은 어떻게 되지? 한 번만 지면 떨어지는 데스 매치인가?”
“아닙니다. 1차 예선은 열 팀이 네 번 맞붙습니다. 그중에서 1등은 10점, 2등은 9점. 이런 식이죠. 합산하여 2팀을 선별합니다. 그렇게 모두 열 팀이 그랑프리에 직행합니다.”
“직행?”
“네, 남은 팀들끼리 원게임으로 한 번 더 붙습니다. 전부 한꺼번에 뛰죠. 그중에서 딱 한 팀만 구제가 됩니다. 해서 전부 11팀이 그랑프리 결승에서 맞붙게 됩니다.”
“그렇군.”
레기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골똘히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실전이 필요해.”
“네?”
스티브 죽소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령마를 가장 잘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은…… 셔틀 너겠지?”
“네?”
이번에는 셔틀이 대답했다.
그는 레 사장을 보면서 시선이 마구 흔들렸다.
불길한 기운이 그의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정수리를 향해 저주의 정령이 낫을 내리찍는 것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
“네가 마차를 몰아라.”
“네에?”
“네에?”
셔틀과 서포트들이 동시에 경악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아무리 투자자지만 이건 월권행위다. 마부는 정해져 있었다. 그걸 갑자기 어찌 바꾼다는 말인가.
“유명마는 이 남자가 가장 잘 알아. 이렇게 보여도 6서클 네크로맨서니까.”
“네에에?”
이젠 놀랄 힘도 없다.
이 왕따같이 생긴 남자가 6서클이라고?
스티브 죽소를 비롯하여 서포터들은 한 번도 6서클 이상의 마법사를 본적이 없었다.
대다수가 1~3서클 마법사이고 간혹 보는 4.5서클 마법사들은 인간 말종들이었다.
그 잘난 체를 도저히 역겨워서 들어주기가 힘들었다.
고개는 풀로 굳힌 것처럼 빳빳하다. 세상 누구에게도 절대 고개를 숙일 것 같지 않았다.
하도 재수가 없어서 스티브 죽소는 마법사들만 보면 바닥에 침을 뱉고 다른 길로 돌아간다.
그런데 눈앞에 이런 왕따 같은 남자가 6서클 네크로맨서라니. 따지고 보면 스티브 죽소와 서포트들은 당장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
“에이, 왜 이러십니까. 사장님은 8서클 마법사시잖아요. 겨우 6서클 가지고. 부끄럽습니다.”
“괜찮아. 6서클도 충분히 가치 있어. 그렇게 기죽을 필요 없어.”
레기온은 셔틀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아직 멀었습니다. 사장님의 높고 높은 8서클 마법이야말고 진정 신이 내린 능력이니까요.”
“…….”
스티브 죽소와 서포트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럼 그렇지.
6서클? 그래, 그것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뭐? 8서클?
이것들이 어디서 구라를 까고 있어.
백작의 신분이 아니었다면 이것들을 보면서 바닥에 가래침을 뱉고 소금을 뿌린 후에 내쫓았을 것이다.
마법사들의 허세는 어째 다들 재수가 없냐.
* * *
소형 노 젓는 배 한 대가 알카트라즈 감옥에 도착했다.
알카트라즈는 사방이 바다로 막혀 있다. 육지와의 거리는 겨우 1.2킬로미터. 작정하고 수영을 하면 못할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바다 한가운데는 거센 소용돌이가 돌고 있었다.
길을 아는 어부가 아니면 소용돌이에 순식간에 휘말려 죽고 만다.
간혹 멋모르고 사랑놀이를 하던 젊은이들을 태운 오리배가 이곳으로 흘러 들어와 소용돌이에 휘말리곤 한다. 일단 한 번 빠지면 노련한 뱃사람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그만큼 위험한 곳이다.
천연의 요새이자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감옥이 바로 알카트라즈다.
“내려…… 주세요.”
교도관은 죄인들을 보면서 말했다.
죄인들에게 인정사정없이 몽둥이를 휘두르는 교도관이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죄인 중에 왕국 7대 강자 중에 한 명인 ‘크레이지 드레이져’가 끼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죄목은 ‘공공기물 파손’이다.
돈만 물어 주면 된다.
한데 그 돈이라는 것이 엄청났다. 경비대를 통째로 쪼개 놨다고 한다.
당연히 천문한적인(일반인이 보기에) 돈이 필요했다.
그래도 경비대 서장은 크레이지 드레이져를 감옥에 보내고 싶지 않아 했다. 그곳에 보내면 어쩐지 잠자리가 뒤숭숭할 것만 같았다.
해서 드레이져에게 제안을 했다.
“건물 부순 값은 나중에 돈이 되시면 천천히 갚으셔도 됩니다. 뭐, 죽은 사람도 없고. 다친 사람은…… 뭐. 침 바르면 낫습니다.”
“닥쳐. 감옥으로 보내 줘.”
“왜 자꾸 감옥으로 가시려고 합니까. 그곳은 생각보다 그다지 살기가 좋은 곳이 아닙니다.”
“화장실이 완비되어 있는 방으로 줘.”
“네?”
“내 조건은 그것뿐이야.”
“혹시 그곳에서 누군가를 탈옥시키려는 것은 아니겠죠?”
“헐!”
이 새끼, 눈치 겁나 빠르다.
드레이져는 깜짝 놀랐다.
“여, 여, 영화, 영화 찍냐. 스토리가 엉망이야. 내가 왜 그런 짓을 해.”
드레이져는 오랜만에 목소리가 떨리는 걸 느꼈다.
경비대 서장은 한숨을 내뱉었다.
‘네, 그래 보여요. 왜 자진해서 감옥에 가려는 거예요? 이거 너무 의심스럽잖아요. 드레이져 님이 사고 치면 제 목이 날아간다고요. 제발 그냥 가세요.’라고 빌었다.
하지만 드레이져는 그의 작은 소망을 들어줄 마음이 없었다.
“네가 죽으면 나는 감옥에 갈까?”
드레이져가 서늘한 눈빛으로 서장을 응시했다. 서장은 등줄기가 오싹오싹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깟 마력석으로 나를 봉인할 수 있을 것 같나?”
드레이져가 양쪽 팔을 당겼다. 그러자 경비대에서 가장 비싼 마력봉인석이 힘없이 뜯겨졌다.
5서클 마법사, 5성급 기사들의 마력을 봉인할 수 있는 마력석인데.
역시 크레이지 드레이져에겐 택도 없구나.
“가세요.”
“응?”
“가시라고요. 감옥.”
“으음, 고맙군.”
“대신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뭘?”
“가서 탈옥을 하든 뭘 하든 괜찮습니다.”
제정신인가. 죄수한테 탈옥을 해도 괜찮다고 말을 하네.
“사람만 죽이지 말아 주십시오. 사람 죽으면 꽤 많은 직원들 밥줄이 끊깁니다.”
“흐흠, 알았어. 죽이지는 않을게.”
드레이져는 황금 이빨을 드러내면서 환하게 웃었다.
서장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어째 단 하루 사이에 10년은 늙어 버린 것 같았다.
그렇게 드레이져는 알카트라즈 섬에 도착한 것이다.
이미 교도관은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본토에서 ‘크레이지 드레이져 수감. 성질 건드리지 말 것.’이라고 귀띔을 받았다.
왕국에서 크레이지 드레이져에 대한 이름을 모르는 간첩이다.
교도관은 최대한 조심해서 드레이져를 영접(?)했다.
작은 선착장에 내린 죄수들은 모두 다섯 명.
하나같이 온몸에 문신을 가득 그린 흉악범들이었다. 사람 한두 번은 죽여 본 듯한 눈빛들이다.
“어이, 형씨. 덩치가 꽤 좋구만.”
2미터에 가까운 사내 한 명이 드레이져에게 다가왔다.
팔뚝도 드레이져만큼 두껍다. 팔뚝에는 ‘동영상 반납’이라는 외국어가 적혀 있었다. 이국적인 글씨라 문신을 한 모양이지만 읽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드레이져는 슬쩍 사내를 바라봤다.
“여기가 어딘 줄 알아? 알카트라즈. 악인들의 천국. 안에는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잔뜩 산다고 하더군. 성급으로 나눌 수 없는 그런 괴물들이. 이곳에서 왕을 차지하면 밖의 세상으로 나갈 필요가 없데. 안이 천국이고 왕국인데 무엇하러 밖에 나가냐는 말이지. 어둠의 실력자들은 한 번쯤 꼭 들르는 곳이지.”
금시초문이다.
알카트라즈의 그런 비화가 있었나.
그런데…… 너 나 알아? 왜 반말하고 지랄이실까?
“내 밑으로 들어와. 약간의 보호비만 주면 돼. 한 달에 한 번씩. 엉덩이만 빌려주면 되거든. 흐흐흐, 그 정도면 아주 싸게 먹히는 거야.”
사내는 자신의 아랫도리를 노골적으로 주무르면서 야비한 미소를 지었다.
교도관은 깜짝 놀랐다.
그는 입을 다물고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저 미친 새끼가 뭐라는 거야. 크레이지 드레이져 앞에서. 제정신인가?
그는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드레이져가 너무 무서워서 함부로 나설 수도 없었다.
같은 배를 타고 오는 동안 긴장을 해서인지 똥도 마렵다.
“오늘 밤은…… 어이 형씨. 형씨가 좋겠네. 첫 번째로 찜했어.”
사내는 손가락으로 드레이져의 가슴을 찍었다.
드레이져는 물끄러미 사내를 보았다.
이름도 알 필요가 없는 찌끄래기다. 귀찮아서 어지간하면 상대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착한 사람 매를 들게 하는구나.
드레이져는 사내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져다 댔다.
“오호호호, 이봐, 형씨. 형씨도 그쪽이야? 처음부터 너무 노골적인데. 이봐, 교도관 아저씨, 잠깐만 저쪽 보고 있어 줄래. 금방 끝날 테니…… 어?”
사내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엄청난 압력이 그의 전신을 짓눌렀다.
“어어어어?”
목이 뒤틀린다.
단순하게 드레이져의 머리에 밀릴 뿐인데.
뿌드드득-
목이 뒤틀리고 허리가 뒤틀린다.
이내 양쪽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사내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뚜둑!
뚜두두두두둑!
앗! 하는 순간 사내는 이불처럼 접혔다.
이미 눈은 뒤집혔다. 숨을 헐떡이지 않았다면 죽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경악!
교도관은 이런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예측을 했다.
하지만 다른 죄수들은 꿈에도 몰랐다. 단순히 이마로 눌러서 2미터에 달하는 거구를 샌드위치 만들어 버리다니.
사내는 목뼈와 허리가 모조리 탈골이 돼서 문어처럼 흐느적거렸다.
“뭐, 뭐야? 이 괴물은?”
죄수들은 오금을 저리면서 드레이져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 앞으로는 알카트라즈의 거대한 위용을 뽐내고 있는 감옥이 겹쳐졌다.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죄수들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깔았다.
알카트라즈 교도소와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자는 드레이져 한 명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