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3)
마법은 괜히 배워서-33화(33/502)
# 33
마법을 배워라 1
-너님 운빨 우주 최강! 이런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는 확률로도 안 나와 있음. 더군다나 환수라니. 그것도 최강의 언데드 리치. 이제 너님은 마왕의 버금가는 악명을 떨칠 수 있음.
뭐? 뭔 개소리야?
-잘 생각해 보셈.
뭘 잘 생각해 봐.
-너님은 너님의 능력보다 월등한 두 마리의 몬스터를 얻었음. 하나는 지상최강의 포식 몬스터 오거, 다른 하나는 지상 최악의 살육 몬스터 리치.
듣고 보니 오싹오싹하다.
-이 두 마리를 데리고 다닌다고 생각을 해 보삼?
생각을 해 보라고.
레기온은 마크의 말대로 생각을 해 보았다. 자신은 콜드 스톰을 뿌린다. 그가 명령을 하면 강대한 마수인 세피아와 리치 마몬이 뛰쳐나가 적들을 해치운다.
캬! 아름답긴 하다!
-아름다운 것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아직 모르겠삼? 이건 정말 마왕성의 주인이나 할 짓임. 용사에게 퇴치당할 운명의.
마, 마왕?
겁나게 무슨 헛소리야. 내가 무슨 마왕성의 주인이야!
-세피아와 리치 마몬을 거느린 것만으로 충분히 그렇게 보임.
아아, 그렇구나. 마크의 말을 듣고 보니 또 그렇다. 아이 씨, 지능이 내려가서 더 깊게 생각을 못하겠다.
됐어!
-뭐가 됨?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고.
-왕국의 공적으로 몰릴지도 모르는데?
아닐 수도 있잖아. 그건 그때 가서. 지금은 승리의 기분이나 만끽했으면 좋겠는데.
-…….
마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제야 주인의 잠재력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성격 또한 마찬가지다.
분명히 단명을 할 운명인데, 이상하게 빗겨 나간다.
데이터 상으로는 알렉산더 가문 역사상 최고의 잠재력이 있긴 했다. 어쨌건 이게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아직 판단을 하긴 어렵지만…… 계획대로 조금씩 소용돌이가 그의 주인을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다.
* * *
영지에서 축제가 열렸다.
겨울이지만 개의치 않았다. 영주 레기온은 던전에서 획득한 재화를 풀어 모든 영주민들을 골고루 나눠 주었다. 최소한 올해 겨울에는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아니다. 이 정도 양이면 굶어 죽는 것이 아니라 겨울 내내 놀고먹어도 무방할 듯하다.
나는 정말 좋은 영주다.
레기온이 해골을 가지고 나타나서 ‘영주인 내가 리치를 잡았다. 이제 나는 리치 슬레이어다.’
라고 말했지만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 코딱지만큼 작은 영주가 혼자서 리치를 죽였다고?
큰일이다. 자꾸 헛소리를 한다.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영주님을 위해서 기도하자. 정신만이라도 돌아오라고.
오크들도 정신조종 마법에서 모두 풀려났다.
정신조종 마법은 의식을 송두리째 뺏는 것이 아니다.
조종을 하기 위해서 다른 감정을 심어 놓는 것이다. 해서 오크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생생하게 보고 느꼈다.
그들은 레기온와 영지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다.
“레기온, 너는 우리 오크 여전사들을 위해서 그토록 애를 썼는데. 우리가 비록 세뇌를 당했다고 하나 너를 배신했다. 배신의 대가는 죽음이다.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 부디 아무 죄도 없는 부족민들의 목숨만은 살려다오.”
아마데우스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했다.
그리고 단검을 빼내 자신의 목을 향해서 찔렀다. 그녀의 손을 막은 것은 제논이었다.
“안 됩니다.”
그는 아마데우스의 손에서 단검을 뺏은 후에 레기온에게 무릎을 꿇었다.
“레기온 아니 영주님, 아니 형님. 이제 형님으로 부를게. 미안, 형님으로 부르겠습니다. 제가 형님으로 부르는 것이 싫다면 영주님으로 부르겠습니다. 제발 저희 부부의 목숨만은 살려 주세요. 영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살겠습니다. 평생 노예처럼 살라 하시면 그렇게 하겠고. 평생 나타나지 않으시라고 한다면 따르겠습니다. 제발 저희의 목숨만큼은 살려 주세요.”
제논의 저런 모습.
정말 난감하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냥 죽어 버렸으면 했는데. 사랑에 눈이 멀면 저렇게 성격까지도 바뀌는 건가?
아니면 아마데우스가 그렇게 매력적인 여자인가?
흐메, 그건 아니라고 본다. 어쨌거나 뭐 사랑은 국경도 없고 종족도 초월한다고 하더니, 이제야 그 말뜻을 알아듣겠다.
제논을 쫓아서 사이콥과 네 명의 전사들도 무릎을 꿇었다. 엉엉 운다. 자신들이 잘못했다고.
아 놔. 뭐라고 해야 하는 거야?
다행히도 레기온의 난감함을 줄리안 준남작이 막아 주었다. 그가 끼어들더니 제논의 양팔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대단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뭐, 뭐라고 했느냐? 우리 부부?”
제논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아버지의 눈길을 피했다.
“다시 말을 해 보거라!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한 것이냐? 부부라니? 누구와 누가 부부라는 거냐?”
제논은 고개를 들어서 줄리안 준남작을 똑바로 바라봤다.
마음을 정한 모양이다. 그는 옆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아마데우스를 가리켰다.
“아버지.”
“그래.”
“며느리입니다.”
“며느리? 누가? 아, 아니 뭐가?”
줄리안 준남작의 휘청거렸다. 아마데우스는 그런 줄리안 준남작에게 깊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아버님.”
“아, 아, 아버님.”
오크에게 아버님이라니…….
줄리안 준남작은 뒷목을 잡고 쓰러졌다.
아아, 저러면 안 되는데.
레기온은 입술을 빼죽거렸다. 패링한테 목숨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도저히 목숨 내놔, 라고 말을 하기가 좀 그렇다. 그랬다가는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행운력이 다시 곤두박질칠 것만 같았다.
* * *
레기온은 잠에서 깨어났다.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어제도 지능을 2나 올렸다. 이제 다시 90. 꾸준히 운동을 했음에도 몸무게는 아직도 100킬로그램이다.
빌어먹을.
이놈의 살은 빼도빼도 끝이 없구나.
아침마다 출렁거리는 뱃살을 보는 것은 곤욕이다. 그나마 화장실이라도 안 가게 돼서 다행인가? 사실 그 스킬 하나만큼은 굉장히 편했다.
길게 하품을 하면서 아침 식사를 한다.
데카르슨 주방장이 그만 먹어, 돼지야, 라는 눈빛으로 눈치를 준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침을 먹지 않으면 속이 허해서 힘이 없다.
패인드를 탈탈 털어서 수금한 돈으로 저택은 수리했다.
패인드는 돈이 한 푼도 없어서 샬롬의 집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월세를 내는 조건으로.
남는 돈으로 실내 연무장도 지었다. 아이, 좋아라. 내 돈은 계속 쌓인다. 남의 돈으로 실내 연무장을 지으려니 기분도 좋다.
워낙 추운 지방이다 보니 실내 연무장은 필수였지만 레기온에게는 돈이 없어서 그동안 짓지 못했다. 선조들이 사용하던 실내 연무장은 작은아버지에게 뺏겼다.
사실 실내 연무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레기온이 그것을 이용할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무인이 될 것도 아닌데…….
실내 연무장은 2층 높이에 건물이었다. 꽤 넓다. 마법을 실전 사용하기 위해서 일부러 넓게 지은 것이다.
넓지만 겁네 춥다. 어째 야외보다 더 추운 것 같았다. 괜히 윗옷 벗었네.
레기온은 다시 옷을 입고 커다란 드럼통에 나무를 넣은 다음 불을 붙였다.
이제 좀 낫다.
“그럼 한 번 해 볼까?”
* * *
손과 발을 녹인 다음 소환수를 불렀다.
-소환수는 한 마리뿐입니다. 소환하겠습니까?
레기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공간이 열렸다.
소환된 리치 마몬은 굉장히 불편한 듯한 느낌을 팍팍 냈다. 얼굴이 해골로 되어 있어서 표정은 확인할 수가 없지만 분명히! 확실히! 니깟 게 내 주인이라고? 용납 못해, 라는 아우라를 물씬 풍겼다.
“왜 불렀수?”
자신은 젠틀맨이라고 생각하는 레기온의 표정이 금방 구겨졌다.
“왜 불렀수?”
“허! 이 어린 주인이 내 말투가 불편한갑네그려.”
리치 마몬이 바닥에 침을 찍 뱉을 듯한 포즈로 말했다.
“너 내 소환수인 거 알고는 있냐?”
“쓰벌, 나 원 더러워서. 내 팔자가 더럽다 보니깐 이젠 소환수까지 되긴 했는데……. 그래, 뭐 알겠어. 됐는데, 뭐? 내가 꼬마야, 너보다 백 년은 더 살았다. 그래서? 내가 네 쫄다구로 살아야 되냐? 어? 그래?”
열 받으면 입이 쩍 벌어진다더니, 지금 레기온이 그렇다.
이야, 우주최강 운빨이라고? 어딜 봐서?
주변에 나를 열 받게 하는 놈들 천지다.
작은아버지부터 시작해서 패링, 제논, 마크…… 이제는 느닷없이 소환수가 된 리치까지. 왜 쓸데없이 소환수가 돼서 나를 열 받게 만드는 건데.
정말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본다더니, 이거 온통 세상이 그 꼴이다. 왜 가만히 있는데 와서 시비를 거냐, 이 말이다.
-나는 시비 안 걸었음.
넌 입 닥쳐.
-예압.
“부른 이유가 없으면 나 돌아가도 되냐?”
“거기 스톱. 돌아가기만 해 봐.”
“헐! 어이! 거기 가짜 알렉산더 후예. 지금 내가 알로 보여? 그냥 잠자는 사자 건들지 말고 찌그러져 있어. 내가 소환수 됐다고 좆밥으로 보이나 본데. 나 리치야? 알아? 리치라고. 리치! 알겠어? 졸라 무서운 존재라고.”
리치가 레기온에게 다가왔다.
마몬의 신장은 190센티 정도. 무척 큰 키에 지면에서 둥실 떠올라 다가오는데 위압감이 엄청나다. 그런 리치 마몬은 레기온의 눈앞까지 다가와서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해골 눈에서 시퍼런 안광이 번들번들 거렸다.
“이제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내가 원하면 그때 불러. 네 마음대로 날 불러선 안 돼. 부르고 싶으면 정중하게 물어봐. 잠시 시간 좀 내주시겠습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그럼 별 일 없을 테니까, 알았어?”
레기온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바닥을 보고 연무장 천장을 바라봤다. 그래도 화가 안 풀린다. 패링 이후로 이 정도로 뚜껑 열리게 하는 개자식은 또 처음이네.
이런 후레자식이 내 소환수라고?
이딴 놈 소환수로 안 키워! 마크!
-…….
마크!
-…….
마크! 이 새꺄! 대답 안 해?
-너님이 입 닥치고 있으라고 명령했음.
……정말 너까지 뒷목을 잡게 만드는구나.
-경고! 경고! 혈압이 170까지 상승했습니다. 고혈압의 징조가 있습니다. 즉시, 심호흡을 하고 혈압을 낮추시길 바랍니다.
망막에서 붉은 문자가 몇 번이나 반복해서 올라왔다.
-심호흡, 심호흡.
“후우우우.”
그래, 심호흡
-무슨 일로 불렀삼?
저 말 더럽게 싸가지 없게 하는 리치 보이지?
-예압. 보고 있음.
저 새끼 소환수로 안 키울래. 그냥 없애 줘.
-…….
왜 대답이 없어?
-미안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함.
엥, 이건 또 무슨 개 같은 소리야?
-음, 간단하지만 최대한 복잡하게 설명하자면…… 너님은 리치의 영혼의 그릇을 해체시켰음.
아, 그래, 복잡하구나. 그런데?
-즉, 너님에겐 DNA라는 것과 분자, 혈액 등등이 있는데, 그 속에 리치 영혼이 섞이게 된 거임.
아 썅! 좀 쉽게 말해 봐! 그러니까, 뭐! 내 거 속에 저 후레자식이 섞여 있다는 말이야? 왜? 왜 그렇게 되는데?
-일단 빙고임. 간단하게 말하자면, 영혼의 그릇을 깔끔하게 해체를 시켜서 흡수했기 때문임. 황금을 해체하면 마나가 높아지고, 루비를 해체해서 화염 내구성을 높이고, 에르텔을 해체해서 단전을 형성시키고, 미스릴을 해체해서 지능을 높인 것과 같은 것임. 그건 님 거고, 영혼의 그릇을 해체해서 리치의 영혼이 너님의 것이 된 것은 다른 거라 생각함?
이걸 웃어야 돼. 울어야 돼.
저 개놈의 새끼 생명이 내 세포가 되었다고? 그럼 평생 저 쉐끼랑 같이 살아야 한다는 거야?
-아마도.
떼 버릴 방법은 없어?
-너님 죽으면.
아아아아! 레기온은 짧은 머리를 마구 긁었다.
야, 마크! 운 좋다며! 지상 최강의 운이라며! 내가 어딜 봐서 운이 좋냐. 예쁜 엘프도 아니고 왜 리치 따위와 평생 붙어 있어야 하는데!
레기온은 절규했다.
-걱정 마셈. 나도 있음.
아아아아! 레기온은 한 번 더 절규했다.
리치 마몬은 가만히 서서 팔짱을 낀 채 레기온을 바라봤다.
레기온과 리치 마몬의 눈이 마주쳤다.
리치 마몬은 뼈만 남은 손가락을 들어서 머리에 대고 빙빙 돌렸다. 주인, 미쳤니?
“후.”
화가 너무 나니까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진다.
머릿속이 깔끔하게 정리가 됐다. 그렇구나, 평생 같이 가야 하는 거구나. 평생…….
“마몬아.”
“마몬아? 꼬마야, 앞으로는 위대하신 마몬 님이라고 불러라. 더 이상 봐주는 건 없다.”
“아아, 그래. 확실히 알겠다. 위대하신 마몬 님. 저 확실하게 알겠습니다. 우리 둘이 평생 같이 가야 한다는데, 이런 상태면 제가 내일이라도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겠걸랑요.”
“그래서?”
레기온은 한숨을 내쉬면서 외쳤다.
“세피아.”
-크르르릉(응, 형아).
이름을 부르자마자 세피아는 연무장의 천으로 된 문을 열고 고개를 삐죽 내밀었다.
“시간 있어?”
-크르르릉(그럼, 그럼. 형아가 나랑 놀아 주려고)?
“게임 하나 하자.”
-크르르르릉, 크르릉(우와! 형아, 나 게임 완전 좋아해. 형아라 하는 게임이면 더 좋아. 무슨 게임인데)?
“해골 깨트리기 게임.”
레기온은 리치 마몬을 보면서 씨익 웃었다.
“너 내가 죽기 전엔 안 죽는다더라?”
리치 마몬은 레기온과 거대한 오거를 번갈아 가면서 바라봤다.
뼈로 된 등골에서 오싹한 한기가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