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33)
마법은 괜히 배워서-334화(334/502)
# 334
남자의 변신은 무죄 2
레기온은 마권을 꾸깃꾸깃 쥐었다.
네 번째 경기도 끝났다.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다. 그는 분명히 봤다. 셔틀의 마차를 다른 두 대의 마치가 가로막는 것을.
경주 중에 방어와 공격은 엄연한 권리지만.
저렇게 대놓고 짜고 치는 것까지 권리인 것은 아니다.
‘이 새끼들이 판을 조작해?’
레기온은 분노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덕분에 2위로 치고 올려가려던 셔틀은 5위로 떨어져 패자부활전만 남기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마차에서 내린 셔틀이 침울하게 말했다. 이번엔 2천 골드를 건다고 했으니까 지랄발광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외로 레기온은 덤덤한 모습이었다.
저번에는 머리털을 다 뽑아 버린다고 난리를 쳤는데.
왜일까?
어쩐지 더 불안해진다.
셔틀은 눈동자를 위아래로 굴리면서 레기온을 바라봤다.
사장은 의자에 앉은 채 다리를 까닥까닥 거렸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매는 섬뜩하다.
누굴 생각하는지 몰라도…….
명복을 빌어 주자.
아멘.
“괜찮아.”
레기온은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셔틀을 바라보면서 손을 저었다.
아오, 괜찮다면서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지 마세요.
“죄송합니다.”
무조건 빌어야지.
“괜찮다니까 그러네. 이번 경주는 네 잘못이 아니야. 그렇지 스티브?”
“네, 저희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느꼈을 겁니다.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제기해 온 문제입니다. 경주가 조작되지 않았냐! 이것 보십시오.”
스티브 죽소는 경기장 위에서 촬영된 동영상을 허공에 펼쳤다.
두 대의 마치가 치고 올라가던 셔틀의 마차를 가로막고 있었다. 셔틀이 살짝 속도를 늦춘 다음 옆으로 빠져나가려고 한다.
감탄이 나올 법한 실력이었다.
이토록 짧은 시간에 이 정도의 기술을 익힌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셔틀은 마차 조종에 제법 뛰어난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앞을 가로막았던 마차들이 다시 셔틀을 옆으로 밀었다.
여기까지는 애매하다.
앞에서 달리던 마차가 뒤에서 쫓아오는 상대를 막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쳤다고 그냥 가세요, 제가 도로를 잘 닦아 놨어요, 할 미친 경주용 마차는 없었다.
그럼에도 두 대의 마치는 집요하게 뒤에서 따라오는 마차들을 막아섰다.
마치 첫 번째, 두 번째 마차를 보호하려는 듯이. 그들은 자신들이 1, 2등 안에 들려는 마음이 없어 보였다.
결정적인 증거가 잡혔다.
1, 2등 안에 들지 못했던 기수들이 웃으면서 1, 2등으로 통과한 기수들과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그랑프리 예선전에서 탈락한 기수들이 무릎을 꿇고 좌절하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의심이 가네.”
“저들의 뒤를 캐 볼 생각입니다.”
“어떻게?”
“정보길드에 의뢰를 해야겠죠.”
“좋은 생각은 아니야.”
“네?”
“좋은 생각은 아니라고.”
“무슨 말씀이신지?”
스티브 죽소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증거를 잡아서 언론에 알리는 게 최선 아닌가? 그러면 경비대에서 조사에 착수하게 될 테고 경기를 조작한 조직들은 일망타진 되지 않을까.
“아마 다 한통속일걸.”
“한통속이요?”
“그래.”
레기온은 자신의 부하라고 할 수 있는 깁스와 에먼을 떠올렸다. 그들은 남들이 보기에 정보길드이지만 사조직이나 다름이 없었다.
레기온은 깁스에게는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다.
대신 깁스는 영지 곳곳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추려서 레기온에게 가져다준다.
에먼도 그렇다.
만약 에먼이 ‘라일락’에 대한 정보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그는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또한 에먼은 조작된 정보를 라일락에게 알려 줬다. 덕분에 그녀는 레기온에 대해서 상당히 잘못된 정보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어중간한 귀족이 아니다.
왕국을 삼키려는 야심을 가진 공왕의 영지다. 왕국의 절반을 손에 쥐고 있는 인물의 영지라는 뜻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영지에서 활약하는 정보길드를 가만히 내버려둘까? 어림도 없는 소리다 악의적으로 영지민들을 장악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장치가 바로 정보조작이다.
만약 공왕이 경기에 관여를 하고 있다면, 정보길드를 찾아가서는 안 된다. 지금은 누구도 우리에게 신경을 쓰지 않지만, 찾아가서 의뢰를 하는 순간 괜히 내 무덤은 내가 파는 꼴이 되고 만다.
“그럼 어떡할까요?”
스토브 잡스가 불안한 눈빛으로 물었다.
“여긴 라스베가스잖아.”
“그렇죠.”
“잃은 만큼 따기 좋은 곳이지.”
“…….”
그건 아니다. 잃은 만큼 돈을 더 잃는 사람들이 압도적인 숫자로 많다. 이곳에서 일확천금을 손에 쥐는 사람들은 아주 극소수였다.
기껏해야 만 명 중에 한 명?
그럼에도 도박꾼들은 그 만 명 중에 한 명이 자신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정정당당하게.”
“정정당당하게?”
“그래, 정정당당하게 크게 한판 벌이자.”
레기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투구를 벗었다. 최초공개다. 셔틀을 제외하고는 그의 얼굴을 본 사람은 이곳에서 아무도 없었다.
그가 투구를 벗자-
-데스트니!
스티브 죽소를 비롯하여 모두가 넋이 빠진 얼굴로 레기온을 바라봤다.
레 사장의 멋진 몸매로 보아 얼굴을 못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흉측한 얼굴 때문에 악착같이 몸매로도 멋지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니구나.
그들의 투자자인 레 사장의 외모는 신이 내렸다. 멀리서 봐도 광채가 번쩍번쩍 빛이 낸다.
남자들이 봐도 넋이 나갈 정도였다.
여자가 보면?
저렇게 된다.
서포터 중 한 명인 도도해가 쓰러졌다. 눈빛에서 맹렬하게 하트가 타올랐다. 당장이라도 레 사장을 습격할 것만 같았다.
안 돼!
그렇게 둘 수는 없어.
스티브 죽소는 도도해의 눈을 가렸다.
“보지 마. 마계의 외모를 가진 사장님이다. 왜 투구를 쓰고 다니는 알겠어.”
그제야 도도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 레 사장이 보이지 않자 미치도록 뛰던 가슴이 진정이 된다.
이제야 레 사장이 투구를 쓰고 다닌 이유를 알겠다.
저 압도적인 외모를 감추기 위해서 투구를 쓰고 다닌 것이다.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신이 내린 얼굴.
레기온이 가진 최강의 패시브 스킬 중에 하나인 ‘멋짐 폭발’의 효능이 무궁무진하게 발휘가 되고 있었다.
예전에는 조금 잘생긴 패시브 스킬이었다.
하지만 마력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멋짐 폭발’의 효능도 높아지고 있었다.
조금 잘생긴-잘생긴-많이 잘생긴-미치도록 잘생긴- 경국지색-천계의 신과 맞먹도록 잘생긴, 으로 진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 잘생겨서 표현하기 짜증 난다.
레기온은 그들을 보면서 씨익 웃었다.
“그만들 봐. 더 보고 싶으면 돈을 내든지.”
아아! 잠시 잊었다.
졸라 재수가 없는 성격이라는 것을.
* * *
드레이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을 보면서 겁을 먹지 않는 인물들은 오랜만에 본다.
겁이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마력을 느끼지 못해서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들의 실력을 믿는 것일까?
무엇이 됐든 마음에 든다.
이제껏 만난 무리들 중에서 영지에 미친 것들을 제외하고는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자신을 깔아 보는 저 눈빛들을 웃으면서 참고 넘길 정도로 드레이져는 마음이 넓지 않았다.
저벅저벅.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그림자가 엄청나게 거대하다. 이내 가로등이 그를 비쳤다.
“와우.”
드레이져는 휘파람을 불었다. 이제껏 저렇게 덩치가 큰 인간은 처음 본다.
인간이 저렇게 커도 되는 것인가?
거의 3미터에 달한 만큼 크다. 보통 2미터가 넘는 사람들은 움직임이 느리고 말랐다. 그래서 열중에 아홉은 크기만 할 뿐 별 볼 일이 없다.
하지만 간혹 근육이 육체자신의 육체적인 능력을 완전히 활용하는 자들이 나타난다.
그런 자들은 강력한 전사가 된다.
눈앞의 이 거인처럼.
재미있는 것은 정제된 기운보다 야생의 느낌이 훨씬 강하다는 것이다.
부리부리한 눈과 넘치는 투기.
석양에 비친 거대한 불곰을 보는 듯했다.
“네가 드레이져인가?”
사내가 말했다. 목소리도 외모만큼이나 걸걸하다. 목구멍이 두꺼워서 그런지 발음이 정확하게 들리지도 않을 지경이다.
“그런데.”
“나는 알카트라즈 서열 5위 표도르라고 한다.”
“그런데?”
드레이져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알카트라즈의 왕이라는 유지로는 어디 가고 다른 놈이 나타난다는 말인가.
꼴에 왕이라고 부하를 보낸 건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듣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군. 조금 실망스러운데…….”
표도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에서 드레이져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다. 칼밥을 먹고사는 인물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 압도적인 무력과 존재감!
그런데 눈앞의 이 남자는 생긴 것만 조금 괴팍할 뿐,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네가 온 이유는?”
드레이져가 물었다.
“별것 아니야. 네가 왕국 7대 강자라고는 하지만 그건 밖에서의 일. 이곳에는 이곳의 규칙이 있다.”
“그래서?”
“실력 한 번 볼까?”
표도르가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완전히 그의 모습이 드러났다. 팔과 다리의 근력이 드레이져를 넘어섰다. 팔뚝 하나가 성인 남성의 몸통만큼 두꺼웠다.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도 숨통이 막힌다.
“우와! 간만에 표도르가 실력발휘를 하겠는걸.”
“츠츠,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니 제아무리 드레이져라고 하더라도 표도르한테는 이기지 못해.”
“당연하지. 그래도 드레이져잖아. 5분은 견디지 않을까.”
“5분은 너무 길어. 1분. 1분도 버티기 어려울걸.”
죄수들이 수근거렸다.
누구도 드레이져가 표도르를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쾅!
그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 표도르가! 일격필살의 무력을 자랑하는 표도르가!
딱 한 대를 맞고 10여 미터를 날아갔다.
꿈틀꿈틀.
이빨이 왕창 나간 표도르가 바닥에 쓰러진 채 벌레처럼 꿈틀거렸다.
의식이 이미 어디론가 사라졌다.
“마, 말도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