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38)
마법은 괜히 배워서-339화(339/502)
# 339
알카트라즈의 반란 2
“사이비맨?”
8성급, 8서클의 절대적인 위치에 올랐다고 하더라도 신은 아니다.
정신 줄 딴 곳에 놓고 있으면 옆에 누가 가까이 와도 모른다.
쥬신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밤 몰래 혼자 집중에서 야동을 보고 있노라면 옆에 누가 와도 모를 것이다.
지금 레기온이 그랬다.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다가 사이비맨이 옆에 다가오는지도 몰랐다.
물론 그가 살기를 피웠더라면 본능이 단박에 경고를 보냈을 테지만.
“오랜만일세. 레기온.”
“네, 오랜만이네요. 근데 여기서 뭐해요?”
“할 일이 있어서. 그런 자네는 여기서 뭐하는가?”
“저도 할 일이 있어서요.”
레기온과 사이비맨은 사이가 나쁘지 않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좋다고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너무 의외의 장소에서, 너무 의외적인 만남을 가지다 보니 경계하는 마음이 생겼다.
레기온은 영지에 있어야 정상이고 사이비맨은 마탑에 있어야 정상이니까.
“정말 무슨 일이세요.”
“알카트라즈라고 아나?”
“알죠.”
모를 리가 있나.
“내 제자가 그곳에 갇혀 있다고 연락이 왔네. 자네도 그것 때문에 온 것이 아닌가?”
아! 맞다.
사이비맨이 미즈셋의 사부였지. 이렇게 돈독한 사제지간이었나?
“뭐, 겸사겸사.”
“나도 겸사겸사라네.”
“어떤 겸사겸사입니까?”
“자네는?”
서로가 응시를 한 채 속마음을 꺼내 놓지 않는다. 간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단지 장소가 바뀌었을 뿐인데 마음의 벽이 생긴 것 같았다. 하긴, 위험천만한 곳이니까.
레기온은 자신이 먼저 패를 까기로 했다. 사이비맨이 노숙자 꼴을 하고 돈을 다 잃었다고 해서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그는 마탑에서도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다. 있는 그대로 봤다가는 큰 코를 다친다. 심계만 따자지면 굉장히 깊은 축에 속한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메리트가 된다.
“이곳에 공왕의 비자금이 조성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미즈셋이 먼저 공왕의 비자금을 털려고 했고요. 해서 도움 좀 받으려고 합니다.”
“호오.”
“표정이 왜 그래요?”
“걸리면 사형이구만. 그런 엄청난 비밀을 이렇게 막 털어놔도 되나?”
“그러니까요. 내가 미쳤나 보네요. 사이비맨은 왜 이곳에 있는 겁니까?”
“미즈셋과 연락을 주고받나?”
“부하직원이 알카트라즈로 넘어갔어요. 같이 나올 겁니다.”
“흐음.”
“왜요?”
“그래서 그랬구만.”
“뭐가요?”
“곧 나온다고 하더군.”
“나와요?”
“나도 몇 번이나 접촉을 했지. 하지만 할 일이 있다고 저 지옥과 같은 곳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거야. 그래서 무슨 일인가 궁금했지. 그런데 갑자기 나온다는 거야. 아주 크게 일을 벌일 테니까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아주 크게 일을 벌인다고요?”
“그렇다네.”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죠?”
“자네도 모르는 걸 낸들 아나. 내 제자지만 심계는 나보다 두 수는 위에 있네.”
“그럼 지금은 왜 이곳에 있는 거예요?”
“이곳은 지하조직 삼청교육대가 운영하는 카지노지.”
“알고 있어요.”
“그럼 알고 있겠구만. 자네도 단순하게 이곳에 게임하러 온 것은 아니겠지.”
얼굴이 갑자기 화끈거린다.
맞다. 그냥 사기 도박하러 왔다. 백작이란 고위 귀족이 돼서 사기도박을 하러 왔다고 하니까 뭔가 없어 보인다. 전설적 도둑 오션스 일레븐 전기를 읽으면 굉장히 멋있던데 왜 나는 그런 폼이 안 나올까.
“내심을 찔린 분위기로군. 백작으로 승급까지 했는데 분위기 관리 좀 해야겠어. 아직 멀었구만.”
“아, 뭐.”
이 아저씨 대단한데.
투구 때문에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분위기만 보고 표정을 알아맞히다니.
조금 이상한 느낌도 든다. 이 아저씨 사기 치는 것 아냐? 이름대로 나한테 사기 치는 것 아냐?
“그래, 분위기로 보아하니 자네도 알고 있는 모양이군. 이곳이 공왕의 또 다른 비자금이 있다는 곳이라는 것을…….”
뭐? 진짜?
깜짝 놀랐지만 이번에는 최대한 감정을 자제한다.
“현금은 그랑프리 경기장 밑, 던전을 개조하여 만든 곳에 보관이 되어 있지. 그곳이 위험한 이유는 복잡한 미로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미즈셋만 있으면 문제가 없어. 미로를 머릿속에 외우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하지만 이곳은 그곳과 좀 달라.”
어떻게 다른데요? 라고 묻고 싶었다.
“그렇죠. 다르죠.”
궁금하지만 그냥 아는 체를 하고 맞장구를 쳐 준다.
“맞아. 다르지. 이곳은 공왕의 또 다른 비자금 창고. 현금 대신 고가의 아이템과 미술품이 가득하지. 당장 현금으로 환산을 해도 수백만 골드는 넘을 거야.”
허거거걱! 수백만 골드? 이곳에 그렇게 많은 아이템과 미술품이 잠들어 있었어? 수백만 골드를 호가한다면 드래곤의 레어 부럽지 않다. 적어도 수백 개의 아이템이 잠들어 있을 테니까.
그런 중요한 정보도 모르고 있었다니.
“아까 해골병사들을 불러내던 네크로맨서 자네 부하지?”
“맞습니다.”
“아주 유능하구만. 그렇게 수백 마리씩 떼로 해골병사들을 불러내는 네크로맨서는 본 적이 없어.”
순간!
쿠쿠쿠쿠쿵!
건물 전체가 휘청거렸다. 엄청난 크기의 본 히드라가 소환돼서 지하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었다. 본 히드라를 잡기 위해서 수십 명의 조직원들이 투입이 됐지만 쉽사리 접근을 하지 못했다.
마력석이 파괴되면서 셔틀은 마력을 되찾았다. 마력이 낮은 자들을 상대하기에 셔틀의 소환술만큼 용이한 것은 없다. 계속해서 부활하는 해골병사들과 훨씬 강력한 팀장급 해골들이 조직원들을 다구리 놓고 있었다.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셔틀은 저주까지 조직원 전체가 걸어 버렸다.
능력이 반 이하로 줄어든 조직원들로서는 도저히 셔틀을 막아 낼 수가 없었다.
그러자 3성급 이상의 능력을 가진 조직원들이 나타났다. 모두 방랑기사 출신으로 돈만 주면 무엇이든 하는 주군을 모시지 않는 기사들이었다.
마나 블레이드를 사용할 줄 아는 방랑기사들이라 조금 다르다. 그들의 마나 블레이드를 직격으로 맞은 해골병사들이 ‘어이구, 나 죽네. 노인공경도 하지 않는 쓰레기들!’이라는 말로 방랑기사들의 멘탈의 큰 타격을 입히고서 장렬하게 산화했다.
쓰러졌던 해골병사들이 다시 살아나면서 외쳤다.
“작년에 왔던 해골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얼씨구씨구 돌아간다. 절씨구씨구 돌아간다.”
“씨파, 뭐야? 해골들이 이상한 말을 해!”
방랑기사들은 당황하면서 뒤로 밀려났다.
그럴 때 본 히드라가 소환이 됐다. 본 히드라는 해골병사들과 차원이 다른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
본래 레기온 영지에서 정력제로 양식이 되는 히드라지만, 보통 인간들한테는 가장 무서운 몬스터 중에 하나였다. 거대한 덩치에 불사에 가까운 생명력, 무엇이든 으그러트리는 이빨의 압축력은 마력을 가진 기사라고 하더라도 단숨에 찍어 눌러 죽일 수가 있었다.
본 히드라가 소환이 되자 지하는 그렇지 않아도 아수라장이 됐던 지하 카지노는 초토화가 됐다.
그럼에도 삼청교육대의 조직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무조건 몰아내야 돼! 지하로 내려 보내서는 안 돼!”
그들은 사력을 다해서 해골병사들과 본 히드라를 막아 냈다.
그들은 도망치지 못한다.
도망쳐서 지하금고를 털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3대가 멸족한다. 그냥 죽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사지가 찢겨 죽는 꼴을 당하고 만다. 부모와 자식들이 죽는 모습을 봐야만 한다.
그것을 알기에 조직원들은 목숨을 걸고 버텼다. 차라리 여기서 죽는 것이 낫다.
최소한 가족들은 그런 꼴을 당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막무가내로 밀려오는 해골병사들과 본 히드라의 압도적인 전력 앞에 조직원들은 하나, 둘씩 무릎을 꿇고 있었다.
“자, 자네 부하 덕분에 우리에게 기회가 생겼구만. 가세.”
“어디로요?”
“어디긴 어디야. 지하금고지.”
광물을 얻기 위해서 눈이 벌게져 있지만 아이템도 그에 못 지않게 중요하다.
광물은 특수능력과 신체능력을 업그레이드시켜 준다. 하지만 더 빠르게 능력치를 높여 주는 것은 아이템이었다.
사상최강의 스태프만 봐도 그렇다. 잡기만 하면 무지막지한 마나를 소비한다. 대신 상상을 초월하는 마력을 높여 준다. 사상최강의 스태프를 사용하면 8서클 최강의 마법도 시전이 가능했다.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이템이다.
세상은 넓고 기적의 아이템은 얼마든지 있다.
“가죠.”
“앞장서겠네. 서포트 부탁하네.”
“오케바리.”
레기온은 본의 아니게 공왕의 근본부터 무너트리기 시작했다.
* * *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던 맘마 유지로의 안색이 점점 안 좋아진다.
분명이 타격을 입었는데…….
분명히 손에 감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물에 담근 스펀지 속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역시 7성급의 무투가다. 일반인들과 감각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예민했다.
딱 한 방에 이상한 느낌을 받았을 때부터 뭔가 안 좋게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역시! 알카트라즈의 제왕!”
“저 거만하게 생긴 드레이져의 면상을 날려 버려요!”
죄수들이 격렬할 정도로 맘마 유지로는 응원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조용하게 응시만 하고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들은 저울 위에 드레이져와 맘마 유지로를 놓고 재고 있었다.
어느 한편을 들었다가 반대편이 이기는 날에는 자신들에게 어떤 후폭풍이 올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해서 결과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그것이 그들의 불문율이었다.
죄수들이 보기에 확실한 승기를 잡은 사람은 맘마 유지로였다.
드레이져의 무릎이 풀렸다. 휘청거리면서 연신 뒤로 밀려난다. 체력을 다했는지 내려간 팔도 들지 못했다. 연신 입에서는 피를 토해 낸다.
맘마 유지로가 유리하다가 아니었다.
맘마 유지로가 이긴다.
그렇기에 마음을 정한 죄수들은 미친 듯이 맘마 유지로를 응원했다. 그래야 내일 편하게 잠을 잘 수가 있다. 여기서 드레이져를 응원했다가는 저 깊은 바다 어딘가에 던져져서 상어와 소꿉놀이라도 해야 한다.
퍽! 퍽! 퍽! 퍽! 퍽! 퍽!
맘아 유지로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드레이져의 전신을 강타했다.
초당 열 발 이상의 주먹이 드레이져의 전신을 꿰뚫는다.
1분이면 수백 발이 넘는 주먹이 드레이져의 육체를 두들긴다.
완전 무방비 상태니 진작 목숨을 잃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퍽! 퍽! 퍽! 퍽! 퍽! 퍽! 퍽!
적어도 30분 이상 드레이져를 두들겼다.
드레이져는 계속해서 ‘으윽! 굉장한 주먹이군. 목숨이라도 구걸해야 하나. 그만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내뱉을 뿐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누가 봐도 이상하다.
죄수들의 열광적인 응원도 점차 줄어들었다.
“드레이져가 타격을 입긴 입는 거야?”
“모, 모르겠는데.”
“아무리 봐도 이상하잖아. 맘마 유지로의 주먹을 저렇게 맞고 살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래, 대부분이 한 방에 나가떨어지지.”
“맞아. 지금쯤이면 피떡이 돼서 실려 갔어야 한다고. 저 봐. 말로 안 돼. 때리는 맘마 유지로가 지치고 있어. 산소결핍이야. 얼굴이 파랗게 변했어.”
죄수들의 표정도 점점 나빠졌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되는 일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엄청난 타격력을 보여 주던 맘마 유지로의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양동이에 담은 물을 바닥에 뿌린 것처럼 흥건했다.
장시간 무호흡으로 타격을 시전 하느라 얼굴이 새파랗다.
“허억, 허억.”
이내 거친 숨을 튀어나왔다.
완전히 전세가 역전이 됐다.
그제야 드레이져가 가드를 올리고 있던 양손을 내렸다.
“휴유, 꽤 힘들구만.”
“뭐야? 도대체 넌 뭐야? 마력을 사용하지도 않았어. 마력 디펜스도 없고 방어막도 펼치지 못해. 어떤 스킬로 시전 불가능. 어떻게! 어떻게 내 주먹을 견딜 수가 있는 거지?”
“약하니까.”
“내 주먹이 약하다고?”
“그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흐음. 혹시 바키라고 알아?”
“바키?”
“그래, 전설의 무투가 바키.”
드레이져는 희죽 웃었다. 그가 바키의 무공서를 발견한 것은 주인의 서고에서였다.
설마…….
바키가 주인의 선조였을 줄이야.
알렉산더 드 바키.
왕의 마누라를 건드려서 가문을 저 변방으로 쫓겨나게 만든 장본인.
사상최강의 무투가.
드레이져는 그 남자의 무예를 공짜로 섭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