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49)
마법은 괜히 배워서-350화(350/502)
# 350
무너지는 환상 2
레기온의 이름이 생긴 비화였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알고 있지 못하다.
레기온의 이름이 생긴 연유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은 현재 아무도 없었다.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던 레기온은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이 어떤 때인데 딴생각을 한단 말인가.
쥬신을 생각하면서 굿이라도 해도 모자를 판에.
“그런데 이 소설 언제까지 가는지 알아요?”
한방이 뜬금없는 질문을 한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라는 표정으로 레기온은 한방을 바라봤다.
“그냥 왠지 당신은 알 것 같아서.”
정확히 봤다.
안다.
왜 아냐고?
주인공이니까.
정신 나간 스토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레기온은 기획부터 스토리라인, 주조연급의 등장 순서까지 몽땅 파악했다.
“스포일러 하게 하지 마.”
“그냥 궁금해서 그래요. 이 스토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후, 하나 얘기해 줄까?”
“뭐요?”
한방은 눈을 반짝이면서 레기온을 바라봤다.
“본래 이 작품은 1,000회로 기획됐어.”
“…….”
미친 거 아냐?
이딴 게 왜 1,000회나 기획이 돼? 작가가 미치든지 출판사가 미쳤나.
“앞에 보면 수많은 떡밥들이 있어. 세계관 확장하려고 제국도 나오고 등등.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아벨라즈가의 형제들이라고 15권으로 기획이 됐는데 7권에서 마무리가 됐지.”
“그런데요?”
“500회 정도로 마무리가 될 것 같아.”
“왜요?”
“1,000회 갔다가는 작가 퇴출된다. 사라 코너처럼.”
“다 망했다는 소리네.”
“완전 망하지는 않았거든!”
“뭐, 여튼. 아쉽네. 생각보다 재밌던데.”
“너도 봤냐?”
“제 캐릭터 파악해야 하니까 봤어요.”
“넌 엑스트라야. 볼 필요가 없어.”
“그래도 캐릭터 파악은 해야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주조연급으로 뜰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래, 노력하는 너는 보니깐 그럴 것 같다. 봐, 대사도 엄청 많잖아. 진짜 엑스트라였으면 작가가 금방 죽였을 거야.”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럼 결말도 달라지겠네요?”
“아마도 달라지겠지.”
“대륙 정복을 하나요?”
“내가 아냐. 작가가 알겠지.”
“주인공이잖아요.”
“주인공이라도 해도 다 아는 것은 아냐. 안 가르쳐 줬어.”
“흠. 궁금한데. 이 정신 나간 스토리가 어떻게 끝날지.”
“야야, 작가가 가장 싫어하는 게 정신 나간 스토리라고 까는 거야. 그거 알아? 이거 사실 작가가 진지하게 시작한 거야.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거지.”
“진지한 스토리?”
“그래, 진지한 스토리.”
어딜 봐서?
“됐고. 스포일러는 그만. 이제 진지하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월급 받으려면 일해야지.”
“그래야죠.”
“어디까지 했지?”
“이름 때문에 제 운이 좋을 거라고요.”
“아. 그래. 넌 운이 좋을 거야.”
“네…….”
“다음 대사?”
“없어요.”
* * *
와아아아아아!
전혀 미지의 존재들이 우승을 다투고 있었다.
다섯 대의 마차가 맹렬히 달린다.
셔틀이 탄 마차는 쉬엄쉬엄 달린다.
그래도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요 몇 년간은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계속해서 같은 그룹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초반에는 강한 그들에 대해서 열광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경주는 정체됐다.
누가 우승을 할지 예상이 되지 재미가 확실히 떨어졌다. 그렇기에 배팅 금액도 더 이상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의외의 연속이다.
관중들은 쉬지 않고 기립 박수를 칠 만큼 열광적으로 여섯 대의 마차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셔틀은 느긋하다.
자신과 우승은 연관이 없다고 굳게 믿는다.
사실 살짝 불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다.
어쩐지 자꾸 순위가 당겨지는 것이 ‘혹시’라는 마음도 생겼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말이 안 된다. 네 대의 마차는 그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부서진 것은 네 대지만 운이 안 좋은 사건은 두 번 일어난 것뿐이었다.
저들에게는 악운의 연속.
나에게는 두 번의 행운.
딱 그뿐이었다.
더 이상 행운이 찾아오는 것은 확률적으로 매우 낮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이럇, 이럇. 자, 천천히 가자고.”
빨리 달려도 느리고 달려도 6등이다. 마차만 부서지지 않게 달리면 된다.
그런데…….
드드드드드드.
경기장 전체가 울리는 것 같았다.
너무 커다란 함성 때문에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울림이 있다.
“이봐, 안 울려?”
-느낌이 이상하우. 바닥 전체가 울리고 있수다.
유령마도 뭔가를 느낀 모양이다.
그렇다고 달리는 것은 멈추지 않는다.
두두두두두두.
울림은 계속된다.
앞에서 달리던 마차의 말이 겁을 먹고 트랙을 벗어났다.
“존슨! 존슨! 뭐하는 거야?”
마부가 급히 고삐를 당겼다.
말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간다. 그럼에도 겁을 먹은 말은 좌우로 요동을 치면서 마차를 다른 길로 이끌었다.
뭐야? 설마 엎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안 돼!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사장이 1등이 되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셔틀은 유령마에게 외쳤다.
“저 말이 트랙 안으로 들어오게 해!”
-엥? 왜? 경쟁자는 벗어나게 해야 하는 것 아니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좀 해라! 무슨 소환수들의 말이 이렇게 많냐?”
-말 함부로 하지 마슈. 이리도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있다우. 노동청에 고발해서 된 맛을 봐야 된장인지 알지.
“…….”
잊었다.
언제부터인가 저 잡것들이 나를 개무시 하고 있었다는 것을.
덕분에 내 성격은 더더욱 음침해져 버렸다.
어쩔 때는 팀장급 소환수들한테 삥도 뜯긴다. 담배를 사 오라고 시키기도 한다.
한동안 소환수들을 소환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영지에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
특히 해골병사들도 이뤄진 우편배달부라는 직업은 올 작업 중지였다.
실컷 할아범한테 욕만 직살나게 먹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소환수들을 소환했더니 하루 종일 욕만 한다.
개새끼들.
반드시 복수한다.
“닥치고 해! 다른 소환수로 교체하기 전에.”
-나 정규직이거든.
“언제부터 네가 정규직이야?”
-레기온 님하고 계약 맺었으면 정규직이지.
헐~ 이런 쌍.
레 사장을 믿고 이렇게 기고만장한 거였냐.
“잘 생각해 봐라. 레 사장님이 널 위하겠냐. 날 위하겠냐. 나만 있으면 유령마든 해골병사든 해골메이지든 해골전사들 해골궁사든 모두 소환이 가능한데. 누굴 위하겠냐?”
-…….
그제야 유령마가 흠칫거렸다.
유령마가 생각하기에도 자신보다는 셔틀의 이용용도가 훨씬 높아 보였다.
“이제 알겠냐? 너와 나의 가치는 이렇게 다르다. 그러니 다신 개기지 마. 정규직? 웃기고 있어. 나도 정규직이다. 따지고 보면 너보다 직급도 높아. 난 상관이라고.”
-그러니까…… 저 마차가 트랙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라고?
지능이 떨어지는 유령마 치고는 상황판단이 빠르다. 정규직으로 승급한 덕분일까.
사리분별 정도는 재빠르게 한다.
“그래. 서둘러.”
-알았다.
두 마리의 유령마들이 달린다.
조금 무리를 해서인지 마차가 심하게 삐걱삐걱 거린다.
하지만 유령마가 끄는 마차는 금방 트랙을 벗어나던 마차까지 도착할 수가 있었다.
유령마들은 트랙을 벗어나려던 말들을 들이받았다.
들이받힌 말과 마차는 반대편으로 튕겨져 벽과 부딪쳤다.
꽈지지지지직!
말은 튕겨지고 마차는 박살이 난다.
마부는 하늘로 튕겨져서 나뭇가지에 매달렸다.
-아아아! 마지막으로 달리고 있던 애플 모터스의 ‘폭풍의 유령마 팀’ 잔인합니다.
배틀이 인정이 된다고 하지만 저렇게 인정사정없이 밀어붙이다니요.
하마터면 마부가 큰 사고를 당할 뻔했습니다. 참고로 마부가 죽으면 그런 상황을 만든 상대방은 무조건 실격입니다. 폭풍의 유령마 팀.
지금까지 조용히 있었는데 드디어 기지개를 피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딱 봐도 잔혹무도!
폭풍의 유령마 팀의 살인 행진곡이 울립니다. 19세 미만의 게임이 벌어질 것 같으니 아이들과 동반 입장한 부모님은 아이들의 눈을 가려 주세요.
스피커를 통해서 사회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이가 없는 셔틀이었다.
이건 또 뭐란 말인가.
“너 이 새끼! 트랙에서 벗어나지 못하게만 하라고 했지. 벽으로 날려 버린 소리가 아니었잖아.”
-이쒸, 내 잘못 아니다. 뭐. 그 말이 겁을 먹어서 그렇게 된 거다.
유령마가 투덜거린다.
셔틀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제대로 말을 듣는 놈들이 하나도 없었다.
벌써 5위다.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아닐 거야.
아직 앞에 네 대의 마차가 남았잖아. 더 이상 운이 작용할 리가 없다고!
두두두두두!
이번에는 트랙 전체가 울렸다.
트랙이 아예 휘어진다. 두 대의 마차가 뒤틀리는 트랙 위에서 우왕좌왕하다가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두두두두두두두두!
꽤 큰 진동이었다.
“와아아아아. 어라?”
“이거 지진 아니야?”
“그러게. 지진 같은데.”
잠시나마 함성이 멈췄다.
지진은 자연재해다.
몬스터 따위의 습격과 비교를 할 수가 없다.
폭풍.
지진.
해일.
화산폭발.
왜인지 레기온.
사람들은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까마득한 자연의 힘 앞에 고개를 조아린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기도한다.
신이시여!
지금 사람들의 표정이 그러했다.
제발 지진이 아니기를…….
쿠쿠쿠쿠쿠쿠쿵!
경기장 전체가 들썩거렸다. 이곳저곳이 와르르 무너졌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들은 아이들을 안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한 번 사람들이 움직이자 다른 사람들도 우루루 따라나섰다.
서로 경쟁을 하듯이 출입구로 달려간다.
“일단 여기서 나가야 돼. 깔리면 다 죽어!”
“도망쳐야 돼!”
-모두 질서를 지켜 주십시오. 갑작스럽게 움직이시면 다치실 수 있습니다. 교양 있는 라스베가스의 시민답게 질서를 지켜주세요.
사회자가 차분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자제시켰다. 그렇지만 두려움이 퍼진 관중들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두두두두두-
이어지는 여진.
경기장의 중앙 부분이 와르르르르 무너졌다. 마치 싱크홀 같았다.
꽤 깊다.
깊이의 추정은 멀리서 봐서는 불가능하다.
다행히도 지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관중석에도 피해는 없었다.
오히려 관중들끼리 빨리 나가려고 밀치는 바람에 다치는 사람들만 속출했다.
셔틀의 앞에서 달리던 마차들은 무너진 트랙에 바퀴가 빠져서 망가졌다.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서.
터닝 로카트와 몬 스타는 결승선에서 50미터도 떨어지지 않았다.
마부가 마차에서 내려 응급처치를 한다. 부러진 바퀴만 갈면 된다.
이건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그들이 바퀴를 갈 때-
셔틀은 유유히 그들의 앞을 지나치고 있었다. 최대한 느리게.
“달려! 인마! 우승이라고! 우승! 어서 달려!”
셔틀은 슬쩍 레 사장이 앉아 있는 자리를 보았다. 설사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져도 레 사장은 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마권을 손에 쥐고 눈에 불을 켠 채 셔틀을 향해서 외치고 있었다.
우승이라고!
여기서 우승 못하면 넌 뒈진다고.
셔틀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래 뒈지나. 저래 뒈지나.
어차피 뒈지는 것은 매한가지인가.
셔틀은 모든 것을 포기했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끌려와서…….
그랑프리 대회에 참가까지 해서…….
우승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쟁쟁한 우승후보들을 다 제치고.
내 운일까?
그럴 리가 있나.
레 사장.
무섭다.
당신의 등에는 도대체 뭐가 붙어 있는 것인가.
“와아아아아아!”
돈에 눈이 뒤집힌 상당수의 관중들이 남아 있었다.
그들의 함성이 동시에 터졌다.
“쓰벌! 말도 안 돼!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어!”
“살다 살다 이런 어부지리는 처음 본다.”
“우승이…… 폭풍의 유령마라니…….”
“이건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거야!”
“무슨 교훈?”
“토끼와 거북이 교훈.”
“뭔 개소리야!”
정말 말도 안 되지만…….
셔틀이 모는 마차는 우승했다.
간신히 바퀴를 고친 터닝 로카트가 2등.
몬 스타가 3등이다.
“으아아아악! 미치겠어. 됐다고 됐어! 20,231배라고!”
“저도요!”
레기온과 한방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레기온을 잡아 오라는 삼청교육대 단장의 명령은 한방의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