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51)
마법은 괜히 배워서-352화(352/502)
# 352
공왕의 광기 2
레기온은 금의환향했다.
이미 영지에는 소문이 쫙 퍼졌다.
-우리 영주님께서 전 재산을 걸고 도박을 했데.
-영주자리까지 내놓고 도박을 했다던데.
-제정신이 아니군.
-제정신이 아니지.
-그런데 마지막에 셔틀이 1등을 하면서 배당금 2만 배를 받았데.
-2만 배? 그게 말이 돼? 그런데 얼마나 걸었는데?
-1만 골드를 걸었다고 하더구만.
-1만 골드의 배당금 2만 배면 얼마야?
-2억 골드가 넘지.
-허, 허걱! 2억 골드? 그게 돈이 존재하긴 하는 거야?
-덕분에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는 파산을 했다고 하더구만. 자금 쪽에 있는 그쪽 공무원들은 몽땅 영주님의 부하들로 물갈이가 됐다고 하더구만.
-아하, 그럼 수십 명이 넘는 공무원들이 갑자기 떠난 것이 바로 그 일 때문이었나?
-맞아. 정말 우리 영주님이지만 난 사람이야.
둘만 모이면 레기온 얘기였다.
하나같이 레기온을 칭찬하기에 바빴다. 설사 자신들에게는 1브론즈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냥 자신들의 일처럼 기뻐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펍의 주인 로즈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정말 놀라울 따름이네요.”
마누라가 돈을 잘 벌어서 셔터맨을 하는 히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영주님이 이렇게 단숨에 크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그러니까요. 패링인지 뭔지 그 새끼가 영주님을 핍박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영지가 거대해질지는 몰랐는데.”
“시골 변방의 영주가 아니야. 백작이라고. 이곳은 영주님의 직할령이고. 놀랍다. 이곳이 직할령이 될 줄이야. 인구만 하더라도 100배는 불어난 것 같네.”
로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소한 마을 광장은 거의 도시급으로 변모했다.
영주가 조그맣던 시절 마을에서는 단 하나밖에 없던 로즈의 펍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펍의 숫자가 50개를 넘어간다.
펍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인형 뽑기 가게도 성행한다. 외에도 별의별 가게들이 유행을 하고 있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거리다.
불이 있는 곳은 나방이 날아든다. 나방은 조직폭력배다.
하지만 이곳에는 조직폭력배가 없었다.
세피아가 시간이 날 때면 술을 마시러 온다.
전속하인들도 시간이 날 때면 술을 마시러 온다.
1천 명으로 늘어난 정규직 병사들도 비번일 때면 술을 마시러 온다.
단 한 명만 나타나도 조직폭력배는 전멸이다.
실제로 그런 적이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 흘러온 서른 명의 조직폭력배들. 그들은 소문으로 이 지역의 중심이 로즈의 법이라는 것을 들었다.
그들은 다짜고짜 이곳으로 쳐들어와서 로즈를 협박했다.
“자릿세 내놔. 우리가 지켜 줄게.”
로즈는 웃기지도 않았다.
누가 누굴 지켜 준다고?
“왜 웃냐? 쌍년아! 우리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들인 줄 알아?”
로즈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뒤편에서 누비라와 술을 마시던 세피아를 가리켰다.
두 마리의 거대한 오거를 본 조직폭력배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몇몇은 세피아와 누비라의 살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오줌을 질렸다.
-크르릉(그냥 따라올래? 시체가 될래).
왜인지 조직폭력배들은 오거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그날 이후 서른 명의 조직폭력배들은 영지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탄광으로 끌려갔다고 하던데.
탄광은 ‘인성 개발원’이라고 불리고 있다.
최저 1년.
최장 30년이다.
초창기에 영주님을 습격했던 사병들은 아직도 그곳에서 열심히 곡괭이질을 하고 있다고 한다.
중간 중간 잡혀 간 다른 범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곳은 굉장히 무서운 곳인 듯했다.
1년만 살아도 인간이 완전히 달라져서 나온다.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사람이 된다.
하지만 불이 있으니 나방은 계속 꼬인다. 이후에도 다섯 번의 조직폭력배들이 더 나타났고 모두 탄광으로 끌려갔다.
광산들이 상당히 많아서 전부 분산배치가 됐다고 한다.
이후로 조직폭력배는 영지에서 사라졌다.
간혹 술을 많이 마신 자들이 행패를 부리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 준다.
살인, 강도, 강간은 극해로 추방한다.
상인들은 극해에 누가 사는지 안다.
그곳에는 뱀파이어 왕국이 있다.
뱀파이어 왕국에 산 사람을 보낸다?
무슨 뜻인지 다들 알 것이다.
해서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지옥으로 가는 것보다 끔찍한 일을 당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레기온 영지는 범죄율 0퍼센트 도전한다.
얼마나 살기 좋은 마을인가.
그런데 영주께서 2억 골드나 벌어 온단다.
어찌 좋이 않을 수가 있으랴.
* * *
축제가 벌어졌다.
레기온은 곳간을 아낌없이 열었다.
영지민 전체에게 상여금을 지급했다.
전원 5골드씩.
왕국 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이 5골드다. 레기온 영지는 그것보다 조금 높아서 7골드 정도가 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거의 한달 월급에 준하는 상여금이 영지민 전체에게 지급이 된다고 하니 어찌 기쁘지 않을 소냐!
“에하라! 디야! 풍악을 울려라! 영주님 만세!”
“영주님 만세!”
축제는 3일 밤낮으로 벌어졌다.
덕분에 다음 해에 아이들 출생률이 또 높아졌다고 한다.
레기온도 간만에 평화를 맛보고 있었다.
그동안 묵혀 두었던 아일랜드 산 위스키를 꺼냈다. 외지에 나가 있으면 이놈의 아이랜드 산 위스키가 어찌나 마시고 싶던지.
레기온은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한 다음, 창문을 열었다.
그의 저택은 마을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에 광장의 조그맣게 보인다.
해가 지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시끌벅적하다. 웃음소리가 한꺼번에 뭉쳐서 여기까지 들리는 듯했다.
레기온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면서 위스키를 마셨다.
그러다가 드레이져와 미즈셋이 떠오른다.
그들의 떠오르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 새끼들이 튄 것이다.
미즈셋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드레이져도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남은 것은 미백뿐이었다.
미백이 조심스럽게 와서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떠난다고 전해 달랍니다.’라고 말했다.
걔들이 왜 톡 꼈는지 안 봐도 뻔하다.
공왕의 비자금을 못 털었으니까.
그래도 화가 나지는 않는다.
화내면 쫌생이게.
2억 골드를 날로 먹었는데.
모르긴 몰라도 지금쯤 공왕은 뒷목을 잡고 쓰러졌을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신이 참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컸지.
넌 꺼져.
간만에 회상 신을 껴 넣었는데.
-알겠삼. 계속 회상하삼.
마크가 잠잠해졌다.
젠장, 다시 감정을 잡으려니 잘 안 된다.
음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신이 참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공왕과 자신을 연결시키지도 못했다. 말 그대로 까마득한 존재였으니까.
이런 작은 시골의 영주가 평생 공왕을 만날 수나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공왕과 당당하게 얼굴을 마주 볼 정도로는 성장했다.
조금 우쭐해진다.
똑똑-
누군가 노크를 한다.
“후 아유?”
-후 하유는 무슨. 저예요. 헤이즐러. 들어가도 되나요?
“어, 들어와.”
메이드 장 헤이즐러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우리의 착한 헤이즐러. 어서 시집을 가야 할 텐데. 저 얼굴로는 무리나. 몸매는 괜찮은데 얼굴이 오크니.
아니야. 요즘 오크들은 너무 예뻐. 참 이상한 일이야.
“야동 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요.”
레기온의 표정이 팍 일그러진다.
딱 한 번 걸렸다.
동영상 마법무구를 백화점에서 샀을 때. 정말 부푼 마음으로 몰래 문을 잠그고 봤다.
잠겼는지 알았는데.
안 잠겼던 모양이다.
헤이즐러가 방청소를 하러 들어온 것이다. 그녀는 노크를 했다고 말했다.
동영상에 집중하느라 그녀가 들어오는지 몰랐던 것이다.
딱 걸렸다.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얼마나 쪽팔렸는지.
“그런 것 안 보거든. 그땐 궁금해서 딱 한 번 본 것뿐이야.”
“누가 뭐래요? 성인 남성이 야동 보는 것 가지고. 여친도 없으신데 그런 거라도 봐야죠.”
처녀가 못하는 소리가 없다.
“근데 왜?”
“아차, 페르시몬 백작 각하가 왔어요.”
“잉? 그 양반이 왜?”
페르시몬 백작은 요양을 마치고 영지로 돌아갔다. 그는 자신에게 엄청난 고마움을 느낀다.
당연하다.
그의 지능을 복귀시켜 준 것이 나니까.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페르시몬 백작은 드레이져의 사제가 아니던가.
드레이져는 내 부하고.
하여간 족보가 이상하게 꼬였다.
하긴 족보가 꼬인 것으로 치면 조나스가 최고지.
조나스의 남편인 포르세는 아버지인 제논보다 나이가 많다.
제논은 내 사촌동생.
그들이 같이 모였을 때 감도는 어색함이 어떨지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서먹서먹한 정도가 아닐 것이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터진다.
“모르겠어요. 안색이 그다지 좋지 않던데요.”
“알았어. 내려가 볼게. 근데 퇴근 안 해?”
“이제 하려고요.”
“혼자 퇴근해?”
“그럼 혼자 퇴근하지. 누구랑 해요.”
“사귀는 사람은 없어?”
“노 코멘트. 영주님, 그건 사생활이랍니다.”
“이상하다. 들은 얘기가 있는데.”
“무슨 얘기를 들었건 제 입에서 나온 말만 사실이랍니다.”
“알았어. 어서 퇴근해. 오늘이 축제 마지막 날이라고. 가서 즐겨야지.”
“그렇지 않아도 그러려고요. 다른 메이드들은 이미 모두 그곳에 가 있어요. 올 라이트한데요.”
“좋겠다.”
“영주님도 같이 가시던지요.”
“됐어. 난 클럽 분위기는 잘 안 맞더라고.”
“그래요? 세피아 님은 되게 잘 놀던데.”
“세피아가?”
“네.”
레기온은 눈살을 찌푸렸다.
오거들이 클럽에서 떼로 몰려들어 부비부비를 춘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따로 없었다.
아차, 그나저나 그지네스는 영화를 잘 촬영하고 있나?
레기온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촬영은 성도 포만에서 한창 진행 중이었다.
내 돈을 쪽쪽 빨아먹고 탱자탱자 놀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매니저라도 한 명 붙여 놓을 것을 그랬다.
백작이 되니 일이 너무 많다. 생각할 것도 너무 많다.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자꾸 까먹는다. 해서 요즘은 메모를 하는 습관을 들였다.
마크 이 새끼는 물어보지 않으면 안 가르쳐 준다. 해서 익힌 습관이었다.
“세피아 보면 클럽 그만 다니라고 그래. 조만간 실력이 얼마나 늘었나 확인해 본다고.”
“후후, 알았어요. 그럼 퇴근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응, 헤이즐러도.”
레기온은 남은 위스키를 홀짝 마셨다. 캬, 소리가 절로 나온다. 위스키 병의 병뚜껑을 닫았다.
오늘은 두 잔을 더 마실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날이 아닌 모양이다.
* * *
“어라? 하인츠 자작?”
“오랜만입니다. 레기온 백작 각하.”
하인츠가 레기온을 보고서는 군례를 올렸다.
예전에 봤을 때는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탈모도 생겼었는데 지금은 괜찮은 모양이다.
“어떻게 됐어?”
“덕분에 5서클의 벽을 깼습니다. 늦게나마 감사드립니다.”
“오, 축하해. 그럼 지금은?”
“6서클 마스터에 도달했습니다.”
“벌써?”
“천재 마법사 마몬 님이 남긴 저서 덕분이지요.”
“다행이네. 6서클 마스터라니.”
“저도 늦었지만 백작 승급 축하드립니다.”
“흐흐, 고마워.”
레기온은 환하게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그의 앞에 앉은 페르시몬 백작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큰 그늘이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
본능적으로 뭔가 일이 터졌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혹시…….”
“혹시 뭐?”
“보증 서 달라고 하면 죄송하지만 거절합니다. 보증으로 집안 날려 먹는 사람 많이 봐서요.”
“그런 것 아니거든.”
페르시몬 백작의 인상이 팍 구겨졌다.
레기온의 느닷없는 멘탈 공격에 하인츠는 터지려는 웃음을 가까스로 막았다.
“그럼 무슨 일이세요? 이 먼 길을.”
“큰일이 터졌으니까.”
“큰일?”
“그래. 공왕이…….”
“공왕이 뭐요?”
“성도 포만을 집어삼켰다.”
엥? 이건 또 무슨 소리?
“내전이 발발했다는 소리다.”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