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53)
마법은 괜히 배워서-354화(354/502)
# 354
갑자기 삼국지 2
베이컨은 용병 선발에 대한 총책임을 맡았다.
하인인 자신이 별걸 다 한다고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일개 하인이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칼질 좀 하는 하인이다. 스물다섯 명 중에서 가장 강할 뿐이다.
그러니까 그때.
당시에 오크 여전사들에게 장가를 간 놈들은 우리처럼 죽지 살자 강해질 필요가 없었다.
걔들은 지금 다른 의미의 전사가 되었다.
육아의 전사.
걔들이 유모차에 애기를 태우고 놀러 오는 모습은 장엄해 보이기까지 했다.
사실 총각들인 우리들과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말은 대체로…….
“기저귀 싼 상점이 어디지?”
“요즘 분유 값이 올랐어. 생활비가 빠듯한데.”
“니 마누라는 바람 안 피냐? 우리 마누라는 요즘 낌새가 이상해. 옆집에 새로 장가온 젊은 남자를 보는 눈이 야릇해.”
이딴 대화가 주다.
전속하인들의 대화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 자식들은 아기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술도 끊었다. 도대체 언제 술을 먹냐고 했더니 무슨 술이냐고 한다. 그런 것 다 포기하고 산다고.
애기가 크면 그때 생각해 보겠다고.
아아!
이 불쌍한 놈들.
너희들의 인생은 어디 가고.
친했던 놈들이다.
지금도 친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화의 단절 때문인지 예전처럼 밤새 술을 마시면서 놀지 않는다.
그냥 잠깐 만나서 점심이나 한 끼 한다. 혹은 차나 한잔한다.
그게 다였다.
그건 그들의 인생이고.
나는 나의 인생을 산다.
주인님의 전속하인이지만 용병단 총책임자이기도 하다.
베이컨은 압둘 자바를 보았다.
“몸은 어때?”
“괜찮습니다. 사장님이 주신 결정인가요? 그거 하나 먹었더니…… 놀랍게도 몽땅 나았습니다. 신관들의 힐링보다 나아요.”
압둘 자바가 희죽 웃었다.
그는 다간다 Z에게 밟혀서 죽은 라일락과 맞붙어서 죽을 뻔했다.
거의 두 달 동안 생사를 헤맸다. 죽지 않은 것이 기적이다. 주인님의 결정이 아니었다면 반신불수가 됐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결정을 먹고 간신히 살아난 압둘 자바는 주인님에 대한 충성심이 하늘을 찌른다.
입만 열면 우리 사장님이다.
“애들은 쓸 만해?”
“어중이떠중이 다 모였습니다.”
“하긴…….”
다른 영지에 비해서 거의 2~3배나 비싸게 수당을 준다. 소문이 금방 퍼져서 짧은 기간임에도 용병들은 엄청나게 몰려들었다.
단순하게 수당만 높게 쳐 준 것이 아니었다.
승리 수당과 사망 수당까지 준다.
대체로 전투에 참가한 용병들의 평균 사망률은 20~30퍼센트였다.
용병들에게 전멸이란 말은 거의 없다. 그전에 항복을 하든지 무기를 버리고 도망간다.
그럼에도 정규직만큼이나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것은 그들의 수준이 그만큼 낮다는 것을 뜻했다.
수준이 높은 용병단은 비싸게 팔린다.
하지만 대다수가 지금처럼 돈 몇 푼에 팔려 다니다가 목숨을 잃는 일이 다반수였다.
항상 위험한 일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마약을 하는 자들 역시 상당수였다.
그렇다 보니 그들이 신처럼 신봉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돈뿐이었다.
돈이 되면 동료들도 팔아 버린다.
그러니 다른 영지보다 몇 배나 수당을 주는 이곳으로 몰려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나저나 꽤 많구만. 몇 명이나 모인 거야?”
“대략 1만 3천 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휘이~ 많네.”
“네, 용병단을 선별하는 데만 이틀은 걸릴 것 같습니다.”
“선별 테스트는 뭔가?”
“일단 전사는 겨루기입니다. 정규직 직원들이 상대할 겁니다. 상대가 1분만 버티면 됩니다. 궁사는 150미터밖에 있는 목표물을 10발 중에 7발을 맞히면 합격입니다. 마법사는 2서클 이상이면 무조건 합격. 외에도 특수능력이 있으면 받아들일 계획입니다.”
“고생이 많네.”
“많긴요.”
“속 썩이는 놈들은 없고?”
“왜 없겠습니까. 아시지 않습니까. 제정신을 가진 놈들은 몇 명 없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싹 다 물갈이해야 합니다.”
“자네도 용병이었잖아?”
“저희와는 또 다르네요.”
“하긴 자네와 비프의 용병단은 꽤 이름이 높았지.”
“긍지도 있었죠. 얘들은 그런 것이 별로 없어요.”
“그렇군. 아, 저기 또 싸움이 난 것 같은데.”
“어이쿠, 저런 저 새끼들 또 지랄이네.”
선별 테스트에서 또 사고가 난 모양이다. 멀리 있는 이곳에서도 치고받는 모습이 보인다.
압둘 자바는 눈살을 찌푸렸다.
본때를 보여 줘도 소용이 없었다.
혈기왕성한 것인지 마약을 하도 해서 대가리의 뇌가 녹아 버려서 그런지 모르겠다.
* * *
레기온과 라우젤은 용병들을 보기 위해서 선별 테스트가 펼쳐지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드레이져는 알카트라즈의 죄수들을 모아서 새롭게 부대를 창설했다.
500명 정도의 소규모 부대였지만 레기온이 봐도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었다.
새끼들이 싸가지도 없다.
레기온이 나타나자 ‘넌 뭐야?’라는 노골적인 눈빛으로 바라봤다.
드레이져가 ‘내 주인이야.’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한판 붙을 기세였다.
그렇다고 거기서 울컥하여 ‘야, 야, 너희들 나와.’라고 할 수는 없었다.
체면이 있지.
해서 드레이져는 그들을 끌고 산속으로 갔다. 최강의 부대를 만들어 온다나 뭐라나.
그러라고 했다.
갔다 와서 싸가지나 만들어 왔으면 좋겠다.
덕분에 레기온의 심기를 살짝 불편했다. 괜한 기분 나쁨이 응어리를 진 것처럼 길게 남아 있었다.
한 놈만 걸려 봐, 상태랄까.
“여기에서 용병 선발 테스트가 이뤄집니다.”
라우젤에 레기온의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그는 머리만 좋은 것이 아니다.
눈치도 빠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기억을 잃고 주워졌을 때는) 눈치가 조금 없었지만 서서히 후천적으로 생겨난 능력이었다.
주위에 괴물들이 가득하다.
뻑 하면 비명이 들리면서 오거들이 죄를 지은 자들을 입에 넣고 쭉쭉 빨았다.
한 번만 오거들의 입안에 들어갔던 온 자들은 개과천선한다.
하인이란 자들은 어떻고.
마법과 오러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휙휙 날아다닌다.
최고급 경공술이라는 허공 밟고 날아다니기. 고급 경공술 풀잎 밟고 뛰어다니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시전 한다.
라우젤은 과거를 잃었다.
과거를 잃었지만 이런 자들이 길거리에 쌓인 돌처럼 많지 않다는 것은 안다.
이 영지가 매우 이상하다.
저들에게 밉보이면 정말 큰일이 난다.
이곳에서 쫓겨나도 큰일이 벌어질 듯싶었다.
이런 영지기에 자신이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실제로도 그렇다.
영지에 침입했던 정보원들은 몽땅 잡혀서 탄광으로 갔으니까.
혹은 뒤셀르프 산맥에서 헤매다가 몬스터의 밥이 되었던지.
그렇게 라우젤은 후천적 눈치 보기 신공이 생겨났다.
국왕이 봤다면 뒷목을 잡고 쓰러졌을 일이었다.
“애들이 좀 시원찮네.”
“아무래도 급히 모은 용병들이니까요.”
“얘들 데리고 싸울 수 있겠어?”
“해 보는 데까지는 해 봐야죠. 혹시 오크 여전사 군단도 같이 갑니까?”
“아니. 우리만 가.”
“본 드래곤은요?”
“안 가.”
“오거 기사단은요?”
“안 간다니까.”
“정규직 병사만 가요?”
“전속하인들도 가.”
“인간들로만 이뤄진 부대네요.”
“뭐, 그렇지. 생각해 봐. 오크, 오거, 본 드래곤. 다 좋아. 전투력 만땅이지. 걔들의 전투력만 놓고 보면 거의 1만 군단에도 안 꿀릴걸. 하지만 그전에 우리가 어떤 취급을 받을까?”
“이단자 취급을 받겠죠.”
인간들에게 몬스터는 같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었다. 싸워서 이겨야 할 존재였다.
이곳 영지민들이야 오거나 오크들에게 익숙하지만 다른 곳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잘못하면 아군끼리 갈라질 위험이 있었다. 아니 농후하다.
해서 막강한 전투력을 보유했지만 그들은 예비전력으로 빼놔야 했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방어면에서는 탄탄하다.
자신이 없다고 하더라도 안심이 된다.
어떤 적들이 와도 혼비백산하고 말 것이다. 그 예로 포르세 후작이 있지 않던가.
아무 것도 모르고 영지에 침입을 하게 되면…….
가장 먼저 본 드래곤의 브레스로 샤워를 하게 될 것이다.
야인 포르세. 오크 여전사 군단의 수장.
본래는 아마데우스였지만 딸인 조나스에게 물려줬고 지금은 남편인 포르세가 지휘를 한다.
포르세는 조나스와 결혼을 하고 나서 엄청나게 강해졌다.
그의 팔에서 로켓 펀치를 발사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강해졌다.
뭐랄까.
해탈을 했다는 느낌이랄까.
그와 한판 붙을 때는 날카로운 도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하도 살벌해서 눈도 마주치기가 싫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가 있어도 없는 듯이 느껴질 정도였다.
뭐랄까.
자신을 버린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의 수양보다 깊다. 외면적인 무력으로는 내가 그보다 강할지도 모르지만 깊이 있는 수양만큼은 확실히 그가 위였다.
포르세는 7성급 마스터에 도달했다.
장담하건데 그에게 또 다른 깨달음이 온다면 8성급 기사가 되는 것도 꿈은 아니었다.
무슨 그랜드 마스터를 뽑기 하듯이 찍어 내는 기분마저 들었다.
이리 봐도 그랜드 마스터.
저리 봐도 그랜드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라는 위치가 전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용병들의 수준이 높아야겠군요. 패전은 용서가 안 되겠죠?”
“안 가 봐서 모르겠다만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확실해. 지면 어느 한쪽은 피의 숙청이야.”
“숙청은 3대를 멸하죠?”
“3대를 멸하지.”
“무섭네요. 그냥 중립을 지키시지 이번 내전에 왜 끼신 거예요?”
“내가 끼고 싶어서 꼈냐. 나도 중립을 바랐다고. 한데 모든 사람들이 나보고 국왕파라는데 어쩌냐. 바세라바밥 님도 그렇고. 페르시몬 백작도 그렇고. 당연히 나보고 왕국을 위해서 싸워야 한데.”
“줏대가 없는 건가요? 낙엽처럼 팔랑팔랑.”
“이봐. 그냥 영지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얘기해 주면 안 되겠나.”
“그러기에는 너무 깊숙이 발을 담근 느낌이라서요.”
“하긴…….”
레기온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지는 노을을 바라봤다.
또 겨울이 온다.
낙엽은 지고 날씨는 쌀쌀해지고 있었다.
본래 겨울에는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 전쟁을 일으킨 쪽이나 막아 내는 쪽이나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장마철에도 마찬가지고.
그럼에도 공왕이 내전을 밀어붙인 이유.
무력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겠지.
하지만 그 무력을 유지할 군자금은 바닥이 났고.
어쨌든 자신 때문에 이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에 대한 분노가 뼈에 사무쳤을 것이다.
그는 이번 겨울이 끝나기 전에 왕조를 바꾸려고 할 것이다.
그럼 더 이상 군자금에 대한 미련 같은 것은 없을 테니까.
왕조가 바뀌면.
내 목도 날아간다.
젠장.
내가 살고 싶으면 공왕의 목을 먼저 날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아아, 그냥 먹고살기도 힘든데 이런 일까지.
영지민들이여! 너희들은 알고 있는가?
영주는 괴롭다.
힘들다.
예쁜 여자 좀 소개시켜 줘서 나 좀 안식에 잠들게 해 주라.
퍽!
그때 누군가 레기온을 치고 지나갔다.
거의 드레이져만큼이나 덩치가 큰 사내였다. 그는 레기온과 부딪쳐서 나가떨어졌다.
자신의 덩치에 반밖에 안 되는 상대에게 부딪쳐서 넘어진 사내는 어이가 없는 얼굴로 레기온을 바라봤다.
검은 투구.
이 쌀쌀한 날에 벗고 있는 상의.
변태였다.
영지민들은 다 아는 영주의 차림세지만 용병들은 모른다.
그저 변태일 뿐이다.
“이런 쓰벌…….”
엉덩방아를 찧은 사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