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60)
마법은 괜히 배워서-361화(361/502)
# 361
방랑의 몬샌겨 1
중앙 5인회 주위에 서 있는 사람은 없었다.
모조리 드레이져와 맘마 유지로, 제임스와 500친위대, 레기온의 전속 하인들에게 제압을 당했다.
아무리 기습이었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다.
설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제압을 당한 기사들은 그렇게 느꼈다.
아쉽게도 바세라바밥과 시진피 공작을 제외한 중앙 5인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 이, 이, 천둥벌거숭이 같은 새끼! 그래! 네 무력이 강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뭐? 우리가 마음에 안 든다고 목을 베겠다고? 그럼 해 봐! 그럼 국왕파는 완전히 무너진다. 네놈은 자신의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왕국의 명줄을 끊어 놓는 것이냐!”
노머니 후작이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걸 그냥!”
드레이져가 저 성가신 입에 한 방을 먹이려다가 고개를 젓고 있는 바세라바밥을 보면서 손을 내렸다.
이래서 귀족들이 싫다.
평생 주군을 모시지 않은 것도 다 저런 귀족들의 아집 때문이었다.
그랬던 자신이 지금은 고위 귀족을 모시고 있다.
아! 지금은 고위 귀족이지만 처음 만났을 때는……. 정말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꼬맹이였는데.
세상에 귀족들이 모두 주인과 같다면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보게들. 우리끼리 내분을 일으키는 것만은 하지 말게나. 저들이 이 모습을 봤다면 얼씨구나 좋구나, 하면서 당장에 쳐들어왔을 것이네.”
바세라바밥이 중재했다.
“흠, 대현자님의 말씀에 동의하오. 그만하는 것이 좋을 듯하네만.”
시진피 공작도 수긍했다.
어쩌면 가장 자존심이 상하는 사람은 시진피 공작일지도 모른다.
나름 최고 전력의 기사들을 거느렸다고 생각을 했건만 너무도 어이가 없이 깨졌다.
시진피 공작은 무인이 아니다.
문인이다.
그의 눈으로 봐도 자신의 수하들은 드레이져보다 몇 수나 아래로 보였다.
도대체 뭐가 문제이기에 두 집단 사이에 실력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나는 것일까.
그것은 바세라바밥이 대신 의문점을 풀어 주었다.
“내가 봤던 레기온 백작과 드레이져는 상상을 초월하는 사지를 뚫고 나왔지요. 그 둘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들의 수하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제가 그 둘이서 본 드래곤을 쓰러트렸다고 말씀드렸죠?”
“그런 말씀을 들었던 기억은 납니다.”
“당신은 시큰둥했습니다. 알았다고만 했죠. 아마도 당신은 저들이 실력으로 쓰러트렸다고 믿지는 않았을 겁니다.”
“맞습니다. 본 드래곤은 절대적인 마법적 내성을 가진 최악의 몬스터입니다. 절대로 단둘이서 쓰러트릴 수 없는 존재예요. 당시에 성도에 있던 기사들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요. 마법 전단 역시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고 후퇴를 했었죠.”
“그래요. 당신은 그렇게 생각을 했기에 레기온 백작과 드레이져 둘이서 본 드래곤을 쓰러트렸다는 것을 믿지 않았죠. 대신 어떤 특별한 아이템이 본 드래곤을 쓰러트렸다고 생각을 했을 겁니다.”
“맞아요. 그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 둘이서 본 드래곤을 쓰러트렸다면요?”
“믿을 수 없게도?”
“믿을 수 없게도.”
“최소 7성급 마스터 전사 둘.”
“맞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7성급에 막 도달한 자와 7서급 마스터의 무력은 천지 차이다.
어찌 막 소드 마스터가 된 자와 그랜드 마스터가 되려는 자를 비교할 수가 있을까.
“굳이 그런 자들과 내분을 벌일 필요가 있을까요?”
시진피 공작은 곧바로 바세라바밥이 말한 뜻을 이해했다.
내분은 나중에.
우리는 최강의 전력을 얻었다. 그 전력을 써먹기 위해서는 절대로 싸워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바세라바밥의 중재에 응한 것이다.
“아니 공작 각하! 이건 저희 자존심의 문제입니다. 이렇게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맞아요. 저들로 인해서 군기가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할 것입니다.”
자존심이 상한 너클 후작과 노머니 후작이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소리쳤다.
“경고하겠네. 정말로 그만하지. 부하들이 보고 있어.”
쓰러졌던 부하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자신들이 쓰러졌던 사실보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서 치욕을 안겨 준 중앙 5인회에 대해서 못마땅해했다.
부하들의 시선을 느꼈는지 세 명의 후작들은 목소리를 낮췄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드레이져를 매섭게 노려봤다.
“그만들 하세. 곧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질 것이네. 우리끼리 이래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네.”
“알겠습니다. 공작 각하의 얼굴을 봐서 저희가 참도록 하지요.”
시진피 공작은 입술을 뒤틀었다.
저놈의 자존심이란.
자신이 없었다면 정말로 끝까지 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랬다면 시작도 하기 전에 양패구상.
국왕폐하가 자중지란이 일어난 이 모습을 봤다면 뒷목을 잡고 쓰러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네들도 그만했으면 좋겠네.”
시진피 공작이 드레이져를 보면서 말했다.
드레이져와 맘마 유지로, 제임스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쪽 고위 귀족분들이나 잘 다스리시죠.
“곧 작전 회의가 있을 것일세. 그때 부르겠네.”
시진피 공작의 말에 드레이져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레기온과 미백은 더욱 깊숙한 숲에 들어갔다.
환술이 펼쳐진 숲은 아니었다.
하지만 짙은 안개 때문에 위치를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나무들이 너무 높았다. 적어도 50미터 이상의 거목들.
거목들이 너무 높아서 햇볕이 들지 않은 곳도 많았다. 수풀이 우거진 곳은 밤과 낮도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크! 마크!
-왜 부르삼.
여긴 어디야?
-나도 모름.
네가 모르는 것도 있나?
-데이터에 없으면 모르는 것도 있음. 하지만 추정은 가능.
추정? 어딘데?
-다크 우드.
다크 우드? 뭐하는 곳이지? 난 왜 들어 본 적이 없을까.
-잊혀진 곳이기도 함. 왕국에서 가장 위험한 3곳. 북의 뒤셀르프 산맥, 서쪽의 악마의 숲, 남쪽의 혈의 사막. 그렇게 알려져 있지만 내가 보기에 더 위험한 곳은 이곳임. 다크 우드.
왜 그렇지?
-한곳에 정착하지를 않으니까.
레기온은 미간을 좁혔다.
마크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숲이 한곳에 정착을 하지 않는다고? 둥둥 떠다니기라도 해?
-날아다니는지, 떠다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곳에서만 나타난 적이 없음. 그러다 보니 다크 우드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지는 않음. 유령의 숲, 귀신의 숲, 혼의 숲, 영혼의 숲 등등.
그럼 이곳이 다크 우드라는 거야?
-그럴 확률이 8할.
근데 내가 왜 이곳에 있는 거지?
-지금부터 알아봐야 함. 다크 우드에 유래가 있음.
어떤?
-다크 우드는 뭔가 간절히 바라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 준다고 함.
내가 뭘 바랐는데? 난 욕심이 없는데.
마크는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라스베가스를 파산시킨 사람이다. 그것 때문에 자금이 몽땅 사라진 공왕이 심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내전을 일으켰다.
어쩌면?
가정이지만 레기온이 라스베가스를 파산시키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혹시 공왕파와 국왕파가 왕국의 앞날을 위해서 화친을 하고 화목을 도모하지 않았을까?
충분히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그것을 레기온이 기가 막히게 깼다.
그런 엄청난 일이 벌어졌지만 정작 본인은 잘 모르고 있다.
왜 내가 부하들을 이끌고 내전에 참가하는지 투덜거리기만 한다.
마크에게 손이 있다면 그 무신경함에 박수라도 쳐 주고 싶다.
-어쨌든 그런 유래가 있음.
레기온의 표정이 밝아진다.
그러니까 다크 우드에 사는 누군가 내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숲의 문을 열었다는 거지?
-즐겁수?
왜 안 즐겁겠냐. 소원을 빌 수 있는데.
-무슨 소원을 빌거임?
설마 세계 정복?
여친이다.
-여친?
그래, 역사상 가장 예쁜 여친을 만들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 거다.
-…….
정말 소박하다.
세상의 어떤 남자도 너와 같은 소원을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맘대로 하삼. 너님 인생이지. 내 인생인가. 아, 하는 김에 정관 수술도 풀어 달라고 하삼.
푸는 방법 아직도 못 구했냐?
-10년 뒤쯤에는 확실하게 품.
1년도 아니고 10년 뒤에?
-그러니 이참에 서비스로 그것도 풀어 달라고 하삼.
마크도 가끔 깜빡한다.
자신의 존재 유무를.
그는 레기온의 ‘씨’를 보호하기 위해서 보내졌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로 계속 가다가는 레기온은 씨가 없이 소설이 끝나고 만다.
이제는 정상적으로 되돌릴 때다.
레기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친도 사귀고…….
씨 없는 수박에서도 탈출이다.
그는 분위기가 매우 음침한 숲속이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이 모든 곳의 공기도 맑다.
무엇이 나쁠까.
자신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곳인데.
레기온과 같이 걷고 있던 미백은 걸음을 멈췄다.
무서워 죽겠다.
아까부터 혼잣말을 하더니 이제는 랄라랄라 춤을 춘다. 도대체 마크는 왜 자꾸 찾는 것일까.
귀신인가? 혹은 정령?
아니면 뭔가에 씌인 건가.
미백은 어서 빨리 계약 기간이 끝났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을 했다.
갑자기 과거가 생각난다.
아무도 인정을 해 주지 않던 성형 마법.
하지만 그는 그 마법으로 소위 대박을 쳤다. 덕분에 마탑에서 그는 꽤나 부유한 편에 속했다.
레기온에게 받은 돈으로 항구 도시 씨엠으로 향했다.
평생 해 보고 싶었던 것 다 해 봤다.
쭉쭉빵빵 수십 명의 여자들과 매일 파티를 벌였다. 돈을 물 쓰듯이 쓰면서 살았다.
그렇게 좋은 시절을 보냈는데…….
하필 레기온을 다시 만나는 바람에 제대로 인생이 꼬였다.
뭘 해도 불운만 닥친다.
미백은 아직도 어깨에 잔뜩 붙어 있는 저주의 정령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사장님.”
“응?”
“저기 뭔가 보이는데요.”
“뭐가?”
“모르겠어요. 아! 음식점 같습니다.”
“음식점?”
“네.”
흥얼거리면서 꽃잎을 뜯으면서 내 꺼, 니 꺼, 내 거, 니 꺼를 세던 레기온이 고개를 들었다.
미백의 말대로 그의 시야에 음식점이 보였다.
레기온이 생각해도 이 숲속과는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음식점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음식점은 둘째 치고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건물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배가 고픈데 잘됐네.”
“자, 잠시만요.”
“왜?”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이런 곳에 음식점이 있다는 것이 믿기십니까?”
“넌 안 믿겨?”
“…….”
“난 말이야. 인간의 능력을 믿어.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거든. 예전에 뒤셀르프 산맥에서 집을 파는 사람도 봤다니까.”
집을 파는 사람이 아니다. 집을 파는 드래곤이었다.
“그러니까 이런 곳에 음식점을 열고 파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야. 그거 알아?”
“뭘요?”
“요즘은 SNS 마법이 유행인 거?”
“알기야 압니다만.”
“거기 보면 맛집 탐방이 있어.”
“아.”
“여기도 맛집일 가능성이 있어. 그러니까 가서 한번 확인해 보자고.”
미백은 의심쩍은 눈으로 레기온과 음식점을 번갈아 봤다.
정말일까?
아무리 SNS 마법이 유행을 하면서 세상의 격차가 좁아졌다고 하지만 이런 곳까지 와서 음식을 먹는 미친놈들이 있을까?
미백은 레기온을 비롯한 선배들의 얼굴을 쭉 떠올렸다.
그런 미친놈이 영지에 널리고 널렸다.
그래, 어쩌면 정말 맛집일지도 모르겠다.
미백은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레기온의 뒷모습을 쫓아서 음식점으로 향했다.
그가 음식점으로 걸음을 옮기자 숲의 길이 점점 사라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