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63)
마법은 괜히 배워서-364화(364/502)
# 364
진격의 드레이져 2
레기온은 미백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손에서는 책을 놓지 못했다.
저 새끼, 그렇게 안 봤는데 겁나 야하다.
이건 소설이 아니다.
소설을 빙자한 변태 스토리를 쭉 써놓은 것에 불과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걸 나한테 건넸을까.
나한테 뭘 하라고?
따라 하라고?
이런 쓰레기는 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 보게 되는 이유가 뭘까.
레기온은 고개를 흔들었다.
마음에 마귀가 든다.
휘이 휘이 물러가라.
그때였다.
그들의 눈앞에 한 중년의 여성이 나타났다. 레기온조차 그녀를 감지하지 못했다.
중년이라고는 하지만 나이는 정확하게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굉장한 기품을 가진 여인이었다. 결코 시골에서 볼 수 없는 빛을 가졌다.
중년 여성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에이브레함이라고 해요.”
“에이브레함?”
“반가워요. 드디어 핏줄을 만나게 되네요.”
레기온은 미백을 보면서 말했다.
“너희 엄마냐?”
미백은 레기온을 보면서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레 사장, 미친 거 아냐?
-너다. 너!
마크가 소리쳤다.
나?
뭐가 나야?
-숲속의 마녀! 에이브레함. 네 할머니라고! 이 등신아!
이 새끼가 할머니면 할머니지. 왜 욕하고 지랄이야. 지랄……은? 뭐? 내 할머니?
깜짝 놀란 레기온은 중년의 여인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엄마랑 무척이나 닮았다.
하지만 엄마와는 조금 다르다.
그리고 무슨 할머니가 저렇게 젊어.
-아아아, 숲속의 마녀. 마녀라고는 불리지만 세상의 방관자 중에 한 명. 너님의 엄마를 낳은 이유는 데이터에 없음. 하지만 알렉산더 가문과 연관이 되어 있는 숲속의 마녀는 에이브레함이 유일함.
어이 씨, 알았어. 알았는데. 나 어쩌지? 너무 갑작스러워서.
막 울어야 돼?
-그런 연출 안 하면 안 됨?
그럼 할머니 손을 잡고 ‘곱게 늙으셨네요.’라고 해야 돼?
-정말 미친 거 아님. 그냥 자연스럽게 하삼. 자연스럽게.
알았어. 자연스럽게 하면 되잖아. 자꾸 소리 지르지 마라. 귀 아프다.
“큼큼. 할머니?”
에이브레함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녀 역시 별다른 말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레기온은 처음 뵙는 외할머니에게 고개를 숙였다. 반갑다는 생각보다 어색해서 미치겠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의 기억 속에는 외할머니란 존재가 아예 자리를 잡지 못했다.
“아버지와 엄마를 반반씩 닮았구나.”
에이브레함의 따뜻한 미소가 숲속으로 번지듯이 퍼져 나갔다.
놀랍게도 어둡던 숲이 환하게 변한다.
넝쿨이 사라지고 꽃이 핀다. 꽃향기가 레기온과 미백의 숨을 멎게 할 정도로 향기로웠다.
수백 마리의 나비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청량한 하늘이 보인다.
그 사이로 빛이 내려와 그들이 서 있는 자리를 비추었다.
레기온은 눈을 비볐다.
환각인가?
환각이 아니다. 환술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마법도 아니고.
도대체 이건 뭐지?
“이건 자연의 이치란다. 그러니 겁먹을 것 없느니라. 아니구나. 말을 잘못했다. 알렉산더 가문의 핏줄인 네가 겁을 먹을 리가 없겠구나.”
미백이 ‘미친 알렉산더 가문의 핏줄이죠.’라고 덧붙이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았다.
“그런데 제가 할머니를 우연히 만나게 된 건가요?”
“흐흠, 어떻게 생각하느냐?”
“우연은 아닌 것 같아요 이런 곳에서 만나기에는 정말 뜬금이 없잖아요.”
“겸사겸사 라고 해 두지. 너한테도 볼일이 있고. 나한테 볼일이 있는 사람도 있고.”
레기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할머니한테 볼일이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아까 그 못생긴 여자?
“그럼 저한테 무슨 일로.”
“너한테는 한 번 신호를 보낸 적이 있지.”
“할머니가 저에게요?”
“그래.”
“언제요?”
“네가 내 신호를 받지 않고 발로 차 버렸었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여기서 할 말은 아닌 듯하구나. 아무래도……. 그 아이가 찾아올 것 같기도 하고.”
계속 뜬구름 잡는 소리다.
내 지능이 아직도 100이하인가. 그건 아닌데. 왜 할머니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따라오너라. 처음으로 만난 손자인데 차 한잔은 대접해야지.”
할머니는 등을 돌려서 걷기 시작했다.
이럴 때 할머니가 겁나 빨리 뛰면 얼마나 놀랄까. 쫓아올 테면 쫓아와 봐! 이러면서.
막 풀 밟는 것 건너뛰고 휙휙 날아가지, 경공술을 펼쳐도 입이 떡 벌어질 것 같은데.
아쉽게도 할머니는 그런 놀라운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뒷짐을 쥐고 정원을 거니는 것처럼 한가롭게 숲속의 길을 걸을 뿐이다.
어라?
신기한 것은 있다.
햇빛이 할머니를 따라다니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다. 할머니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꽃이 핀다.
“사장님.”
“왜?”
“정말 할머니 맞습니까?”
“나도 몰라. 왜?”
“제가 보기에는 할머니라는 것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딱 봐도 40대 초반으로밖에 안 보이는데요.”
“그래서?”
“제가 찜해도 됩니까?”
“뭘 찜해?”
“사장님 할머니가 아니라면 제가…….”
아, 간만에 빡치게 한다.
이 새끼.
그냥 짐승으로 보인다.
좀 맞자.
* * *
바세라바밥은 세력이라는 것이 없다.
마탑 소속이기는 하지만 그곳은 정치적 성향을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해서 서로 간의 간섭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혹여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움직인다.
바세라바밥은 수호 마법 3인방과 시진피 공작의 진영에 머물러 있었다.
가장 안전하다기보다는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전략 회의는 시진피 공작의 막사에서 한다. 멀리 있으면 귀찮다.
일부러 시진피 공작 막사 옆에서 지내니 곧바로 회의에 참가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덕분에 참담함을 맛봐야 했다.
바세라바밥보다 서클은 낮지만 훨씬 강력한 공격력을 지닌 수호 마법 3인방이 아니었다면 그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화르르르르르르르!
진영 전체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군량미다! 군량미에 불이 붙었다!”
“불을 꺼라!”
아우성거리는 소리가 계속 귓가에 들려왔다.
“바세라바밥 님.”
오바로크가 바세라바밥을 바라봤다.
적들은 물러났다.
그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공황 상태에 빠진 아군이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놈들이 치고 빠지면서 던진 화염계 스크롤 때문에 수백 곳 이상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중에서는 군량미를 책임지는 부대도 있었던 모양이다.
군부대 중에서 가장 큰 책임을 가져야 할 곳 중에 하나가 군량미를 책임지는 수송 부대다.
먹을 것이 없으면 제아무리 뛰어난 전투 부대라고 하더라도 힘을 낼 수가 없었다.
가장 뛰어난 무장을 수송 부대의 책임자로 앉히는 것도 그런 연유였다.
“잠시만 기다리게.”
바세라바밥은 주문을 영창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하지만 내가 사면 덜 아프다.”
놀랍게도 하늘에서 광대한 빛이 생겨나 주둔지 전력으로 조금씩 떨어졌다.
그 광경이 너무 놀라워 입을 벌리고 구경만 하는 병사들도 있었다.
18만에 달하는 병사들이 순간적으로 이성을 차린다. 특히 뛰어난 심력을 가진 지휘관은 금방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왕국에 누구도 하지 못하는 기술이다.
레기온도 불가능하다. 레기온이라면 이런 마법을 펼쳤을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하지 말고 뺏어라. 어차피 사촌도 남. 너만 위해서 살아라.’
오로지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을 가진 바세라바밥만이 가능한 마법이었다.
평정심을 되찾은 병사들은 서둘러 불을 껐다. 시신을 안장하고 막사를 다시 지었다.
“다시 봐도 놀랍습니다.”
일을 마무리한 시진피 공작이 바세라바밥의 마법을 보면서 얕은 탄성을 내뱉었다.
시진피 공작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바세라바밥이었다.
다른 중앙 5인회의 3인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국왕에 대한 충성심을 찾기 어려웠다.
하이에나 같은 놈들이다.
그렇지만 내치기도 힘들었다.
그들이 가진 세력은 엄청나다.
셋 중에서 둘만 합쳐도 자신을 능가한다.
놈들이 보유한 기라성 같은 무장들의 숫자도 상당하다. 꼴도 보기 싫지만 정치적으로 어쩔 수 없이 같이 가야 할 놈들이었다.
하지만 바세라바밥은 아니었다.
그는 세력이 없어서 위화감도 없다.
국왕에 대한 충성심은 높다.
백성들을 위하는 마음도 크다.
더군다나 이 능력!
광대역 공격 마법을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버프가 있었다.
바세라바밥과는 결코 등을 질 수가 없었다.
“일은 어찌 됐습니까?”
시진피 공작을 발견한 바세라바밥이 물었다.
“안 좋습니다.”
“얼마나?”
“야습을 가한 놈들은 대략 천 명. 10개 조로 침투를 했더군요.”
“열 개 조나……. 그런데 저희 쪽에서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겁니까?”
“실전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습니다. 경계를 서지 않은 부대는 없습니다. 다만 발견하지 못했을 뿐.”
“으음. 그럼 피해는 얼마나 됩니까?”
“부대를 지휘하는 귀족들이 서른 명쯤 살해를 당했습니다.”
“서른 명이나?”
“네.”
바세라바밥의 눈살을 찌푸려졌다.
200명 중에서 서른 명이라면 엄청난 피해다. 특히 주군을 잃은 부대는 본대에서 이탈하려고 할 것이다. 주군 없이 전투를 치르는 것은 이유도 명분도 없으니까.
“대략 2만 명 정도가 빠져나갈 것 같습니다.”
“아아, 잡아 둘 수는 없습니까?”
“강제로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탈영병이 생길 것입니다. 다른 부대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것입니다. 차라리 내보내는 것이 낫습니다.”
“전투를 벌이기도 전에 2만이나 되는 병력을 잃게 되다니.”
“그나마 고위 귀족을 잃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백작 이상의 귀족들을 잃었다면 훨씬 손실을 각오해야 했을 겁니다.”
“아차! 레기온 백작의 병력은?”
바세라바밥은 레기온 군이 주둔하고 있는 주둔지를 바라봤다.
본대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보이지가 않았다.
다른 열 개의 부대를 잃어도 레기온 군은 잃지 말아야 한다, 라는 것이 바세라바밥의 생각이었다.
레기온과 드레이져는 그만한 저력이 있다.
물론 다른 귀족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다그닥, 다그닥.
그때 드레이져와 몇몇 부하들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어이구, 여긴 뭐야. 완전 난리네. 난리.”
드레이져는 패닉 상태에서 이제야 정신을 차린 본대의 병사들을 보면서 혀를 찼다.
그리고는 라우젤에게 고개를 돌려 엄지를 내밀었다.
“역시 주인이 임명한 군사요. 당신의 말을 듣자마자 이런 일이 발생할 줄이야. 선견지명이 있으시구려.”
라우젤은 빙그레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마땅히 했어야 할 일입니다. 겨우 이 정도 앞날을 예측하지 못해서야 어찌 군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나도 마찬가지지. 군사의 뜻을 헤아려 침입한 놈들을 단번에 잡았으니. 나의 무력과 당신의 지력을 합치니~!”
“천하 최강이라고 할 만하지요.”
“하하하! 그렇소!”
뒤에서 듣고 있던 맘마 유지로는 처음으로 주군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됐다.
꼴값 떤다.
자화자찬도 유분수지.
저렇게 재수 없게 지들 얼굴에 금칠을 하다니.
드레이져와 부하들이 말에서 내려 시진피 공작과 바세라바밥에게 다가갔다.
시진피 공작과 바세라바밥은 그들을 맞이하지 않았다.
귀신을 본 것처럼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절대로 못 잊는 얼굴이 그들 앞에 서 있었다.
“와, 왕세자 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