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65)
마법은 괜히 배워서-366화(366/502)
# 366
밥 잘 사 주는 예쁜 할머니 2
레기온의 머리는 팽팽 돌아간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가 있을까.
물론 범인이 상상도 못하는 돈이 있다. 왕국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내던 라스베가스가 통째로 수십 년간 그의 손에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건 그거고.
그것보다 광석과 함께 잃은 자그마한 돈이 더 가슴을 쓰리게 했다.
뭐랄까.
손 밑에 찔린 가시와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다시는 보지 못할 것과 같았던 광석이 눈앞에 보인 것이다.
아바타늄이라고 했던가.
시장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최소로 잡아도 10만 골드다.
10만 골드.
두 개가 한꺼번에 들어왔으니 20만 골드.
흐흐흐.
여기서 하나 더!
아바타늄 속에 뭔가 희귀한 물질이 있다. 이것이라면 더욱더 높은 가치가 있지 않을까.
“손자야. 내 말을 듣고 있니?”
“듣고 있죠. 그거 엄청 비싼 거라고.”
에이브레함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손자의 눈이 뒤집혔다.
그녀는 세상의 방관자다.
그렇다고 아예 손자에게서 눈을 떼고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손자는 이상한 능력으로 세상을 헤집어 놓고 있었다.
어쩌면 세상을 방관해야 했을 자신의 능력을 이어받은 딸과 알렉산더 가문의 능력을 이어받은 사위의 모든 것을 물려받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돈을 너무 밝힌다.
지금 가지고 있는 돈도 너무 많다. 그와 부하들이 평생 도박으로 써도 다 쓰지 못할 정도로 많았다.
그럼에도 또다시 돈 욕심을 부린다.
왜일까.
이유가 있을 텐데.
“이건 보통 광석이 아니다.”
“알죠. 아바타늄이라고, 부르는 것이 값인 광석이죠.”
“아바타늄은 맞는데 그런 용도로 쓰는 광석이 아니다.”
“알죠. 특별한 능력이 붙은 광석이라는 것도. 엄청난 희소가치가 있다는 것을.”
“야! 이 새꺄! 내 말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
화가 치밀어 오른 에이브레함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지르고 말았다.
러브 체어와 황금 부엉이, 눈부신 천장 조명등이 놀라서 에이브레함을 바라봤다.
이제껏 한 번도 이렇게 이성을 잃은 에이브레함을 본 적이 없었던 그들이었다.
아차!
에이브레함은 잠시 호흡을 골랐다.
레기온의 성격에 대해서 파악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코코와 와일드는 레기온의 영지에 상당 기간 머무르면서 정보를 모았다.
그중에서 8할이 손자에 관한 것이었다.
코코와 와일드는 수백 장의 리포트를 만들었지만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고 했다.
-잘못 건들면 울화병으로 죽을 수가 있음. 아예 상종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이 상책.
아아!
이제야 그 뜻을 알겠다.
이건 딸의 성격이 아니다.
아무래도 지랄 맞은 알렉산더 가문의 혈통인 듯했다.
문득 사위가 생각난다.
집까지 찾아와서 수백 년간 묵혔던 만드라고라의 술을 혼자서 다 처먹었던 뻔뻔함을.
그것도 모자라 세상에서 몇 알밖에 남지 않은 자이언트 콩나무를 안주로 먹었던 기억을!
그래 놓고 죄송하다는 말 대신 사위인데 그 정도는 해 줘야죠, 씨암탉을 먹은 것도 아니라고 말했던 주둥이를!
도대체 그런 자식이 뭐가 좋다고!
그 애비의 그 아들이다.
참자.
그때도 참았는데 지금이야 못 참을까.
“이건 봉인이다.”
“봉인이요?”
“그래.”
“무슨 봉인이요?”
“흑룡의 육신.”
“이잉.”
레기온은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그동안 좀 잊을 만했는데 또다시 흑룡인지 나부랭인지가 튀어나왔다.
“흑룡이 부활하고 있는 것을 아느냐?”
“그런가요?”
“이것으로 흑룡의 힘을 약하게 할 수가 있다.”
“어떻게요?”
“네가 가장 잘하는 것이 있지 않느냐.”
레기온은 의심쩍은 눈으로 에이브레함을 바라봤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는 뜻이었다.
“이놈들이 꽤 오랫동안 너를 지켜봤다.”
에이브레함은 코코와 와일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개들은 간지럽다는 듯이 반달눈을 하고는 에이브레함의 손에 볼을 비볐다.
-우리는 봤지.
코코가 말했다.
아오! 깜짝이야.
“아니 개가 말을?”
“너희 영지에는 오거나 고블린, 본 드래곤과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느냐.”
“걔들과 개가 같아요?”
“다를 것은 또 무어냐.”
“아이 씨, 개가 말하면 이상하다고요.”
에이브레함은 어이가 없어서 레기온은 한동안 쳐다봤다. 일부러 저러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뇌 구조가 잘못된 것일까.
-개라고 무시하지 말라고. 우리는 다 봤으니까.
“뭘?”
-네 결정…….
결정이란 말이 나오자 레기온은 입을 다물었다. 그것은 아무도 모르고 있는 혼자만의 비밀이었다.
절대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된다.
그걸 아는 순간 자신은 역적이 되고 말 테니까. 이제는 누구도 결정을 공손하게 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똥꼬…….
“하지 마!”
-닦지도 않은 결정을 사람들에게…….
“하지 말라고!”
-싫다는 사람들의 입에 마구…….
“잘못했어. 원하는 게 뭐야?”
-손자면 할머니의 말 좀 들어라. 부모님한테 효도도 하지 못했는데 할머니한테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
“알았어. 효도할게. 좋아요. 내 할머니라고 치고. 어떤 효도를 받고 싶으세요.”
“하아…….”
에이브레함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사천리로 진행이 될 것 같았던 얘기는 조금도 진전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울화가 쌓였다.
“머리가 아파서 나 좀 쉬겠다.”
“갑자기요?”
“너무 오랜만에 말을 많이 해서. 대신 부탁 하나만 들어주겠니?”
“좋아요. 효도해야죠.”
“곧 나에게 용건이 있는 사람이 올 거야.”
“그런데요?”
“그를 상대해 줘.”
“어떤 정보도 없이요?”
“그래. 내가 쉴 동안만.”
“좋아요. 까짓것.”
레기온은 자신 있게 말했다.
실력이라면 정말로 자신이 있다. 설사 9서클의 초수퍼 마법사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지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한숨을 길게 내쉰 에이브레함은 방으로 들어갔다. 본래 손자와의 일이 끝나면 그녀와의 일도 끝내려고 했다.
자신에게 응어리졌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손자를 만나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더 살아야겠다.
너희들끼리 치고받든 말든 마음대로 하려무나.
* * *
아침이 밝았다.
놀랍게도 공왕파가 성문을 열고 나왔다.
성도 포만은 왕국에서 가장 완벽한 성벽을 구축했다. 한 왕국의 수도이기에 천혜의 요새는 아니었지만 대신 진법과 함정들이 엄청나게 배치가 되어 있었다.
성도 포만에 완벽한 성벽은 10년 이상 공부를 하지 않은 기문술사가 아니면 제대로 고치기도 힘들었다.
해서 왕국의 어떤 왕도 성도 포만을 버리고 도망을 친 적이 없었다.
최후의 보루가 성도 포만인 셈이다.
그런 완벽한 성벽을 포기하고 공왕파가 먼저 선공에 나선 것이다.
국왕파도 부랴부랴 진을 세웠다.
“상대는 누구고 얼마나 많은 적들이 앞으로 나선 겁니까?”
귀족들이 시진피 공작에게 모여들었다.
시진피 공작이 문관이네 뭐네 말들은 많지만 총사령관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들을 규합할 사람은 시진피 공작 한 명뿐이었다. 그가 쓰러지면 대체할 만한 마땅한 인재가 없다는 것이 국왕파의 최대 난제였다.
“좌군은 말레리아 백작, 우군은 사스 백작으로 보이오. 중앙군은 인플레인자 백작이고.”
“으음.”
귀족들이 얕은 신음을 흘렸다.
공왕이 자랑하는 무력집단이 있다.
국왕파로서는 그다지 달가운 존재들이 아니지만 왕국의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든든한 무장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공왕 5대 무력집단.
에볼라 후작.
에이즈 후작.
사스 백작.
말레리아 백작.
인플레인자 백작.
군단장급의 능력을 갖춘 자들이 바로 5대 무력집단이었다. 본래 이들의 수장은 포르세 후작이었으나 지금은 행방이 묘연하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공왕에게 밉보여서 팽을 당했다고 하지만 믿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리 밉보였다고 하더라도 최강의 무력과 최강의 병력을 가진 포르세 후작을 내칠 바보는 아니었다.
왕국 7대 강자는 개별적으로 무의 극의를 본 자들이다.
이들 다섯 명은 왕국 7대 강자와 같은 수준이 아니다.
실력 면으로 봐서는 한참이나 모자라다.
하지만!
집단전을 놓고 비교를 하면 평가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들은 왕국 7대 강자를 가리켜 이렇게 얘기한다.
“대련에서는 내가 그들을 이기지 못한다. 하지만 전쟁이라면 얘기는 달라지지. 그들은 결코 우리를 이기지 못해.”
그만큼 집단전에서는 왕국 최강이라고 자부하는 이들이었다.
공왕으로 치면 숨겨 놓았던 비수다.
그런 비수가 대놓고 진을 치고 유혹을 한다.
한판 붙자! 라고.
“도대체 뭘까요? 저들이 지키는 성은 저희로서는 결코 넘기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들이 밖으로 나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저들은 전력의 7할을 버렸어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너클 후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은 시진피 공작도 마찬가지였다.
바세라바밥도 마찬가지고.
귀족들은 머리만 굴릴 뿐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저희가 먼저 치죠.”
가글 후작이 자신 있게 소리쳤다.
“먼저 치자고? 빤히 보이는 함정인데 말인가.”
“저들의 숫자는 겨우 3만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에게 같은 숫자의 병력을 맡겨 주십시오. 반나절 안에 사스와 말레리아, 인플레인자의 목을 거둬서 오겠습니다.”
시진피 공작은 양군의 형세를 머릿속에 그렸다.
저들은 성을 나왔다.
여차하면 도주할 수 있는 거리기는 하다. 하지만 밖으로 나온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다.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교전이 불가피했다.
상성을 생각해 보자.
셋 모두 덕장은 아니다.
그렇다고 에볼라 후작처럼 맹수형 장수도 아니었다. 에볼라 후작이 직접 군을 이끌고 나왔다면 최소한 반나절은 생각해 봤을 것이다.
에볼라 군에게 한 번 잘못 걸리면 남녀노소, 가축도 남지 않고 죽임을 당하니까.
다행히도 그 밑의 장수들인 사스, 말레리아, 인플레인자는 지능형 장수에 가까웠다.
상대방의 반응을 보고서 판단을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4만을 붙여 주겠소.”
마음을 굳힌 시진피 공작이 말했다.
4만이라는 말을 듣자 가글 후작의 눈이 번뜩였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만약 위험하다 싶으면 반드시 되돌아오시오.”
“하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에볼라 후작과 같은 맹수형 장수! 머리만 굴려 대는 저놈들은 결코 저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가글 후작이 호기롭게 외쳤다.
“알겠소. 승리를 기원하는 잔을 받으시오.”
시진피 후작이 그에게 잔을 따라서 건넸다.
가글 후작은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잔은 놈들의 피로 대신하겠습니다. 곧 돌아올 테니 염려치 마십시오.”
“무운을 빌겠습니다.”
가글 후작은 4만의 병력을 이끌고 전장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는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사망자 2만 3천 명.
가글 후작 외 귀족 32명 사망.
가글 후작의 친위 기사단 전멸.
귀족의 친위 기사단 대다수가 전멸.
기마군단 전멸.
기동력이 떨어지는 후방 부대만이 간신히 살아나서 본대로 복귀했다.
같은 민족이지만 유래가 없는 사상 최악의 살상극이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까지도 귀족들은 에이, 설마 나는 아니겠지, 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제 야습은 재수가 없어서 그랬던 것이야, 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보라!
피로 물든 대지를.
수많은 시체들이 대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대패한 국왕군은 그곳을 얼씬도 하지 못했다.
반면 공왕군은 국왕군을 비웃으면서 시체들이 입고 있던 장비들을 모두 벗겨 냈다.
간혹 큰 상처를 입고도 죽지 않은 자들도 있었지만 공왕군은 가차 없이 부상을 입은 그들의 가슴에 칼을 꽂았다.
아직 15만에 달하는 병사가 남아 있었다.
귀족들도 충분하다.
그러나 웃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노을이 진다.
노을 위로 수천 마리가 넘는 까마귀 떼들이 내려와 시체들을 집어삼켰다.
국왕군은 그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리고 뼈저리게 느낀다.
이것이 전쟁.
진짜 죽고 죽이는 전쟁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