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66)
마법은 괜히 배워서-367화(367/502)
# 367
저주의 비밀 1
레기온 군의 주둔지.
드레이져를 비롯하여 많은 병사들이 참혹한 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레기온 군은 이번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도착 첫날 드레이져가 화끈한 쇼를 보여 준 덕분에 레기온 군과 함께하길 바라는 고위 귀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드레이져의 놀라운 무용!
그의 부하들 역시 상식을 초월한 전투력을 지녔다.
귀족들은 자신보다 우월한 전투 능력을 가진 그들과 함께 작전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
드레이져의 개차반 같은 성격으로 봤을 때 자신들의 주도권을 아예 뺏길 위험도 있었다.
그렇기에 사망한 가글 후작은 레기온 군을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다행인 것은 레기온 군의 유일한 우군이라고 할 수 있는 페르시몬 백작도 이번 전투에서 빠진 것이다.
제아무리 페르시몬 백작이라고 하더라도 악랄한 놈들의 함정에 걸렸다면 무사히 빠져나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페르시몬 백작은 드레이져의 사제다.
드레이져는 페르시몬 백작의 죽음을 지켜볼 수 없었을 것이고 혼자서라도 구하러 갔을 것이 뻔하다. 당연히 레기온 군도 그의 뒤를 따랐을 테고.
설혹 페르시몬 백작을 구출했다고 하더라도 양군은 큰 희생을 치렀을 터였다.
죽은 자들은 불쌍하지만…….
페르시몬과 드레이져의 입장에서는 운이 좋았다.
“봤습니까? 사형.”
페르시몬 백작이 드레이져에게 다가왔다.
둘은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페르시몬 백작과 레기온 백작의 사이가 나쁘지 않은 것이지 페르시몬 백작과 드레이져의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페르시몬 백작과 드레이져의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들의 대사형 때문에 모든 것이 뒤엉켰다. 만나 봤자 안 좋은 기억만 떠오른다.
그렇기에 둘은 서로를 가까이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한 무리의 수장이다.
아차 하는 순간 수만 명의 목숨이 날아간다. 병사들의 목숨만 날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딸린 식솔들까지 망가지게 된다.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그렇기에 지금은 개인적인 감정은 잠시 접어 두기로 했다.
드레이져는 페르시몬 백작을 바라봤다.
페르시몬 백작의 수족이라고 할 수 있는 하인츠 자작이 경계의 눈빛으로 따라붙고 있었다.
“괜찮아. 물러나 있게.”
“알겠습니다.”
하인츠 자작은 토를 달지 않았다.
6서클에 도달한 자신과 6성급 마스터인 페르시몬 백작이 힘을 합쳐도 드레이져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아니 도망도 치지 못한다.
드레이져가 중앙 5인회의 기사들을 묵사발 낼 때 확실하게 느꼈다.
그 가공할 마력은 자신과 같은 마법사 10명이 붙어도 넘지 못한다는 것을.
세상에는 드레이져가 7성급 전사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하인츠는 조심스럽게 예측을 해 본다. 그는 7성의 벽을 깨고 8성에 도달한 것이 아닐까 하고.
8성.
인간의 힘이 닿을 수 있는 최고의 경지다.
그랜드 마스터.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단어였다.
정말로 드레이져가 그랜드 마스터일까.
만약 그렇다면…….
살아생전 그랜드 마스터를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해 본다.
우리가 그랜드 마스터를 보유했다면.
적이 그것을 모르고 있다면.
우리가 이길 확률이 얼마나 올라갈까?
55퍼센트?
아니 65퍼센트?
어쩌면 80퍼센트?
하지만 오늘 벌어진 참혹한 전장의 비극을 보고는 그 생각을 접었다.
전쟁은 그랜드 마스터 한 명이 하는 것이 아니다.
말에서 내린 페르시몬 백작은 안장에서 술을 꺼냈다. 그리고는 드레이져에게 한잔을 권한다.
“웬 술이냐?”
“사형제끼리 술 한잔 나눠 본 적이 없잖수.”
“네가 나랑 마시기 싫어했지.”
“나이 어린 사형을 모시고 싶지 않았으니까. 더군다나 내가 사형보다 5년이나 먼저 사부님을 모셨잖수.”
“입대 순으로 계급 다는 것은 아니잖아. 백인장도 있고, 천인장도 있고, 기사들도 있고. 장교들도 있잖아.”
“그러게 말이유. 그때는 어려서 그걸 몰랐수. 그래, 대사형은 만나 봤수?”
“대사형은 무슨. 개새끼지.”
“본 적은 있수?”
“한 번.”
“어떻수?”
“괴물이더만.”
“역시……. 방도가 없는 거유?”
“없긴 왜 없어.”
페르시몬 백작의 두 눈이 반짝였다.
대사형은 그들에게 부모와 같았던 사부를 죽였다. 그냥 죽인 것이 아니었다. 사부의 정기를 몽땅 갈취해 갔다.
덕분에 사부는 1년 동안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숨만 쉬다가 죽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드레이져와 페르시몬 백작은 피눈물을 흘렸었다.
문제는 그들이 대사형에게 복수할 힘이 없다는 것.
그때도 대단한 대사형이었지만 사부를 죽이고 산을 떠날 때는 거의 괴물이 되어 있었다.
드레이져는 손바닥을 펼쳤다.
“뭐유?”
“이런 거야.”
손바닥에서 뭔가 튀어 나갔다.
그러나 코앞에서 튀어 나간 뭔가를 페르시몬 백작은 발견하지 못했다.
순간 저기 어디선가 ‘크악!’ 비명 소리가 들렸다.
페르시몬 백작이 재빨리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적어도 500미터 이상.
“뭐, 뭡니까?”
“보면 몰라?”
“설마……. 설마……. 무형의 오러를 자유자재로 날릴 수 있게 된 거요? 그게 가능하오?”
“보면 알잖아.”
“그랜드 마스터. 사형은 그랜드 마스터였구나.”
페르시몬 백작이 덜덜 떨었다.
상상 이상의 경지를 눈앞에서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범인이 최고가의 보석을 눈앞에서 보고도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그랜드 마스터란 단어에서 주는 감흥은 엄청났다.
둘째 사형은…….
상상 초월의 괴물이 되어서 나타났다.
“사형이라면 대사형을 꼭 잡을 수 있을 것이오.”
“장담은 못해.”
“대사형도 둘째 사형과 같은 경지요?”
“아마도. 혹은 더 높은 경지?”
“그런 경지가 있기는 있소?”
“나야 모르지. 가 본 적이 없으니까.”
“대사형은 신이라도 된단 말이오?”
“역시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설사 내가 패한다고 해도 걱정은 되지 않아.”
페르시몬 백작은 무슨 소리냐는 눈빛으로 드레이져를 바라봤다.
“내 위에는 더한 괴물이 있잖아.”
“누구요?”
“내 위에 한 명밖에 더 있어?”
“레기온 백작?”
“그래.”
“자, 잠깐만……. 레기온 백작이 사형보다 더 강하다고요?”
“눈치도 못 챘나?”
“무슨 눈치를 채요. 아니 무슨 인간이 그렇게 빨리 강해질 수 있어요? 그도 그럼 그랜드 마스터입니까?”
“그랜드 마스터에 8서클 마법까지 사용한다.”
“…….”
페르시몬 백작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한 영지에 그랜드 마스터가 둘?
이런 사기성 짙은 영지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내 주인도 대사형이라면 이를 박박 갈고 있으니까.”
“그, 그래요?”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페르시몬 백작은 말을 더듬거렸다.
“그러니 우리가 할 것은……. 어떻게 하면 저 자식들한테 제대로 한 방 먹여 줄까 깊게 고민을 하는 거야. 대사형은 나중 문제라고.”
드레이져는 저 멀리 보이는 높고 거대한 성벽을 가리켰다.
그곳은 거대한 괴물처럼 커다란 아가리를 벌리고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늘 보니까 놈들의 전투력이 엄청나던데……. 방도가 있겠습니까?”
“방도?”
“네.”
“방도야 만들면 있는 거지.”
드레이져는 울고 있는 까마귀들을 향해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을 받은 까마귀들이 깜짝 놀라 방향을 털어서 선회했다.
수천 마리가 넘는 까마귀들이지만 아무도 드레이져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 * *
미백은 몬샌겨를 발견했다.
진짜 다시 봐도 미치도록 아름답다. 이번에 주소라도 따야지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미백은 자리에서 일어나 몬샌겨에게 다가갔다.
“헤이, 아가씨. 헤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다시 만났네. 여긴 무슨 일이야? 혹시 나한테 관심이 있어서 뒤를 쫓아온 것은 아니겠지?”
말과 함께-
쾅!
미백은 코를 붙잡고 수십 미터를 날아서 콩나무 벽에 부딪쳤다.
“크윽.”
미백은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었다. 코뼈가 부러졌다. 엄청난 양의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손바닥에 피가 흥건하다.
보통은 여기서 분노한다.
욕을 하면서 상대에게 덤벼든다.
하지만 미백은 보통 남자가 아니었다.
굉장히 어지러운 척을 한다. 그러더니 옆으로 쓰러졌다. 코에서 피가 줄줄 흐르지만 내버려 둔다.
충분히 힐링 마법의 사용이 가능했지만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
최대한 진짜 기절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죽은 사람처럼 오인하면 더 좋고.
미백은 딱 한 방에 상대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달았다.
미백과 셔틀.
둘의 공통된 특징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는 것이다.
둘 모두 대단히 뛰어난 마법사지만 하도 만나는 사람들보다 상상 초월의 능력을 발휘하다 보니 눈치만 늘었다.
지금도 그렇다.
그냥 죽은 척을 해야 오래 산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저벅저벅.
몬샌겨는 계속 걸어갔다.
콩나무 목조 저택에서 나온 레기온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잠깐 스톱.”
몬샌겨가 걸음을 멈췄다.
자신에게 한 번도 흑심을 보여 준 적이 없는 남자였다. 지금도 똑같다.
저기서 죽은 척하고 있는 놈이랑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죽이고 싶지는 않다.
“비켜.”
“아, 미안하지만 안 돼.”
“안 비키면 죽어.”
“비키지도 않을 것이고 죽지도 않을 것이야. 그러니까 그냥 돌아가.”
“250년이다.”
“응?”
“250년간 이곳을 찾아서 헤맸다.”
“아, 제가 조금 버릇이 없어서요. 말투는 높여 드리겠습니다. 할머니.”
“…….”
몬샌겨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평생 들어 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할머니.
이건 뭐지?
멘탈 마법인가?
생각보다 충격이 심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할머니. 저희 할머니랑 친구세요?”
할머니, 저희 할머니랑 친구세요?
“내가 왜 할머니야!”
“250년 동안 친구를 찾아서 헤맸다면서요.”
“누가 내 친구래?”
“그 나이가 되면 서로 돕고 살지 않나요? 등도 긁어 주면서. 그러니까 친구죠.”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지?
몇 마디 주고받지도 않았는데 머릿속이 하얗게 된 느낌이었다.
마력도 아닌데.
정령도 아닌데.
뭐지 이 자식은.
뭐랄까.
말로 사람의 복장을 뒤집어 놓을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
“됐어. 그년을 만나러 왔다.”
“할머니 피곤하시대요. 내일 오시면 안 돼요?”
“내일이면! 다크 우드의 문이 닫힌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곳으로 데리고 와.”
“아이 참. 이거 곤란하네. 처음으로 효도를 하려고 했는데. 어지간하면 참으시죠. 제가 차 한잔 대접할게요.”
몬샌겨의 두 눈이 싸늘하게 변한다. 이런 허접한 놈의 말장난에 잠시 놀아난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래, 정말 그년의 손자라면…….
내 한을 그대로 쏟아부어 주지.
네년의 손자를 갈기갈기 찢어서 먹어 버리겠다.
“나와라! 지옥 마수.”
몬샌겨의 소환술이 발동한다.
놀랍게도 하늘과 숲의 바닥을 뚫고 수백 마리가 넘는 초강력 지옥 마수들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크기도 외모도 각양각색이다.
최대 50미터에서부터 작게는 50센티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지옥 마수가 나타났다.
그것들이 뿜어 대는 마기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에이브레함에게 생명을 부여받은 창조물들이 겁을 먹고 후다닥 숨어 버렸다.
그럼에도-
레기온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이것 참. 어떡하나. 나도 소환술이라면 조금 하는데. 나와라. 리치 마몬!”
명령과 함께 아공간이 벌어졌다.
아공간 안에서 어마어마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쿠오오오오오-
심연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피어가 마구 진동을 한다.
이내!
푸화아아악!
본 드래곤이 아공간을 찢고 가공할 육신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