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7)
마법은 괜히 배워서-37화(37/502)
# 37
본의 아니게 수련 2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말은 참말이었다.
“여, 여기가 정말로 히든 던전인가?”
레기온은 반쯤 무너진 작은 동굴의 입구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입구의 크기는 겨우 1미터 80센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알렉산더 가문의 남자들이라면 들어가기가 결코 쉽지 않을 사이즈다.
이게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키가 작은 레기온이 들어가기엔 딱 알맞은 사이즈이긴 하다.
레기온은 몸에 묻은 흙먼지는 털었다.
며칠째 패링 이 자식과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었다.
그 자식이 눈이 벌게져서 가는 곳곳마다 ‘영주, 내 지도 내놔!’라고 외치는 바람에 자다가도 벌떡벌떡 몇 번씩이나 일어났다.
하나 이곳이 어디인가?
몬스터들의 천국 뒤셀르프 산맥이다.
그 멍청한 놈이 하도 ‘영주, 내 지도 내놔!’라고 외친 덕분에 몬스터들도 짜증이 났던 모양이다. 수백 마리의 코볼트가 패링을 습격했다.
덕분에 그 자식들은 이곳에서 도망을 쳐야 했다.
그제야 레기온은 한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놈들이 기겁을 해서 쫓겨났으니 당분간은 자신을 쫓아서 쫓아오지는 못할 것이다.
-히든 던전 맞삼. 안에서 비상식적인 에너지가 검출됨.
“비상식적인?”
비상식적이라는 말을 듣자 레기온은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떨었다. 마크 이놈을 만난 뒤로 상식적인 일을 만난 적이 있었나?
그런데 이 앞에 또 비상식적인 것이 있다고?
-매우 비상식적인 에너지임.
“그게 뭔데?”
-못 들었음? 매우 비상식적인 에너지라니까.
“그러니까 그 비상식적인 에너지가 뭐냐고?
-하아, 이해가 안 됨? 비상식적인 에너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이곳에선 존재해선 안 되는, 또는 있어서는 안 되는, 생전 처음 보는 등등의 말로도 표현할 수가 있는데.
“쓰벌, 그러니까 너도 모른다는 거잖아.”
레기온은 어이가 없었다. 그냥 잘 모르다고 하면 되지. 꼭 어디서 유식한 척을 하려고.
-모르는 것과 비상식과는 다름.
“됐고. 그래서 들어가, 말아?”
-나도 모름. 너님이 선택하삼.
“망할 놈. 지금까지 얼마나 고생했는데 안 들어갈 수도 없고. 당연히 가야지. 세피아.”
-크르르릉(넹, 형아).
“여기긴 입구가 좁아서 너는 못 들어가니까. 음, 어떡하지. 아, 아마존 오크족이 어디 있는지 알지?”
-크르르릉(알고 있다. 그 맛있게 보이는 놈들).
“안 돼. 안 돼. 걔들이 비록 핫도그처럼 맛있게 보일지 모르지만 먹는 게 아니야. 먹으면 큰일 나.”
세피아가 아마존 오크족을 잡아먹었다가는 미스릴 광산이 날아간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크르르를(배고픈데).
“걔들한테 밥 달라고 해.”
-크릉, 크릉, 크르릉(그래도 돼)?
“그래도 돼. 대신 개들을 잡아먹어서는 안 돼. 때리지도 마. 발로 밟지도 마. 그냥 한 번 노려보고 먹을 것 가져와, 하면 다 알아서 할 거야.”
-크르릉, 크르릉(알았다. 형아, 형아 말대로 하겠다. 그럼 여기 좁은 구멍에 들어갔다 언제 오나? 형아, 없으면 난 심심한데).
“기다리고 있어. 며칠 내로 올 테니까.”
-크릉, 크르르릉(알았다. 형아, 나는 형아를 오크족 마을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고개를 끄덕인 레기온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히든 던전을 향해서 걸음을 옮겼다.
* * *
“어이 씨, 겁나게.”
-어라, 외부와 차단이 됐음. 와이파이가 안 터짐.
레기온이 히든 던전에 들어가자마자 입구가 닫혔다.
“무슨 소리야? 왜 차단돼?”
레기온이 급히 손으로 그곳을 만져 봤지만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커다란 빈 공간만이 그곳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섣불리 안으로 들어가기도 어려웠다.
너무 어두웠다. 여하튼 뒤로는 갈 수 없으니 결국 앞으로 가긴 가야 하는데…….
“그런데 와이파이가 뭐야?”
-헐~ 그것도 모르삼?
“모르겠는데.”
-너님이 소환수인 리치 마몬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함?
“정신적 감응?”
-맞삼. 그게 바로 와이파이임. 한데 여기서는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음. 해서 너님은 강력한 우군 중에 한 명인 리치 마몬을 소환하지 못함.
“뭐, 뭐야? 그럼 나 혼자 여기를 뚫고 나가야 한단 말이야?”
-아쉽게도 그렇데 됐삼. 고로 너님은 매우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됨.
“망했다.”
레기온은 조금은 길어진 머리카락을 잡고 뜯었다.
세피아를 오크족 마을에 돌려보내고 히든 던전에 들어올 수 있던 이유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세피아만큼이나 강력한 몬스터, 리치 마몬을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으니까.
리치 마몬을 소환할 수 없다면…….
레기온은 빈털터리다.
믿을 것은 이 단단한 머리밖에 없다. 그리고 1서클 공격마법.
-어라.
“왜? 또.”
-스캔이 먹통.
“엥, 그럼 어떡해?”
-…….
이 새끼도 생각을 하나?
-이제 너님도 혼자 클 때가 됐음.
“야, 이 새꺄! 하필 그때가 왜 지금이냐고!”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리셈. 인공지능의 특수능력이 몽땅 먹통임.
“그럼 남은 것은 네 나불거리는 입밖에 없는 거냐?”
-그거라도 있는 게 어디임. 너님보다 머리 좋은 인공지능이 옆에 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지. 그냥 너님이 뭘 하든 말든 가만히 있음? 그걸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음.
망할 놈. 아주 말로는 이길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레기온은 홀로 어두운 동굴을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너무 어두워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손바닥에 화염구를 소환시켰다.
어느 정도 시야는 확보됐는데…… 손바닥이 조금 뜨겁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고-
동굴의 끝에 다다랐다. 달빛이 보인다. 차가운 공기가 밀려와 답답했던 레기온의 폐부를 넓혀 주었다.
밀폐된 공간은 어떤 대담한 사람이라도 신경 세포를 날카롭게 한다.
레기온은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동굴 밖으로 나갔다.
그 순간-
레기온뿐만 아니라 마크도 눈치채지 못했다. 거대한 무엇인가가 그의 단단한 머리 위로 떨어졌고-
레기온은 반으로 쪼개졌다.
* * *
“으아아아악!”
레기온은 벌떡 일어났다.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등줄기는 오싹오싹하다. 그는 손을 들어서 머리를 만져 봤다.
멀쩡하다.
분명 머리가 반으로 쪼개졌는데…….
두개골이 반으로 쪼개지는 느낌도 생생했다. 생애 처음 당해 보는 고통이었다. 아주 짧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 전신을 휘감았었다.
레기온은 이마에 땀을 손등을 닦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아주 어두웠다.
여기가 어디지?
충격 때문인지 정신이 맑지 못했다. 아직 상황 파악이 정확하게 되지 않는 레기온이었다.
-여긴 너님이 히든 던전에 들어섰던 곳의 입구임.
아, 너도 살아 있었냐.
-너님이 죽으면 나도 끝장임. 너님이 산 덕분에 나도 살았음. 정말 죽는 줄 알았음.
그지? 나도 죽는 줄 알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확인할 수 없음요.
그게 무슨 소리야?
-너님이 당하기 직전 자동으로 촬영되던 동영상이 삭제되었음. 분석불가.
동영상이 뭐야?
-재생, 반복 마법이라고 생각하시면 됨.
아, 그렇구나. 근데 그게 안 된다고?
-그렇삼. 마치 그 일이 없었던 것처럼.
그게 말이 돼? 기억은 생생한데.
-비슷한 경우의 데이터를 찾았음. 대략 2만 1천 가지의 경우의 수가 나옴.
됐다. 2만 1천 가지……. 확실한 거만 말을 해 주라. 그런데 왜 내가 히든 던전 입구에 와 있지?
-너님이 이곳에 와 있을 경우의 수는 10만 8천 가지로.
야.
-넹.
닥쳐. 그놈의 경우의 수. 정신 사나워.
-예압.
레기온은 다시 동굴을 걸어갔다.
한 번 와 봤던 길이라 훨씬 수월하게 나아갈 수 있었다. 손바닥에 화염구를 소환해서 빠르게 걸었다.
처음 왔을 때보다 걷는 시간이 훨씬 단축됐다.
동굴의 끝이 보인다. 희미한 달빛이 노래하듯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레기온은 걸음을 빨리했다. 그리고 그가 동굴 밖으로 나갔을 때-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레기온의 머리 위로 뭔가가 떨어진 것이다. 레기온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서 그 뭔가를 바라봤다.
거대한 도끼였다.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크기를 가진. 도끼의 크기가 오거만큼이나 컸다.
이렇게 큰 도끼를 애초에 피할 수는 없었다.
쾅!
레기온의 전신이 짓뭉개졌다.
* * *
“으아아아아악!”
레기온은 비명을 지르면서 깨어났다.
처음 깨어났을 때보다 훨씬 많은 식은땀을 흘렸다. 전신은 푹 고운 닭처럼 흐물흐물했다. 손가락 하나 까닥거릴 힘이 없었다. 전신이 찢기는 느낌이 너무도 생생했다.
도대체 이게 뭐야?
레기온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너님 큰일 났음요.
뭐가?
-나는 이해했음. 이건 타임루프임, 알겠음? 너님은 지금 타임루프에 빠졌음.
타임루프가 뭔데?
-동일한 공간, 시간을 끝없이 반복하는 것을 뜻함.
도, 동일한 공간과 시간을 끝없이 반복한다고?
-넹.
이런 쓰벌. 지금 그게 ‘넹’ 하면서 귀엽게 대답할 때냐!
-그럼 어쩔. 흑흑흑, 너님 좆 됐음. 어떡함. 이제 끝장임. 너님은 영원히 이곳에 있어야 함. 젠장, 나도 마찬가지네. 엉엉엉, 다 너님 잘못임. 내가 뭘 잘못해서 이래야 됨?
할 말이 없었다. 이 새끼 대체 뭐야. 어쨌건 황당하긴 한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야!
-예압.
히든 던전은 안 위험하다면서. 위험하지는 않지만 진귀한 아이템이 가득 있을 거라면서.
-…….
어이, 말 좀 해 보시지. 이 상황을 어떡할 건지.
-…… 쿨……. 드르렁…….
장난하냐.
* * *
레기온은 눈을 떴다.
다시 히든 던전 앞이었다. 그는 길게 하품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꽤 오래 누워 있었는지 허리가 아프다. 손등으로 허리를 토닥거렸다.
아깝다.
-아까비.
정말 아까웠다.
이번에는 여신족 여왕을 꼬셔서 침대까지 끌어들였는데. 젠장, 어떻게 알았는지 여신족 여왕의 남편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여신족 헤라.
날 사랑한다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을 했는데…….
“잘 오셨어요.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저자가 저를 강제로 이곳까지 끌고 왔어요. 흑흑. 제 힘으로는 도저히 당할 수가 없었어요.”
이래서 여자의 눈물을 믿어서는 안 된다.
-너님 바보임? 이 여자 종합전투력이 18,800임. 꼬실 여자가 따로 있지.
잠시 만요. 아직 당신 마누라와 동침을 하기 전입니다, 라고 외치기도 전에 바깥쪽에서 남편에 달려들었다.
“이놈! 내 마누라를 탐하다니!”
덕분에 2천 번 하고도 8백 99번째 죽임을 당했다.
이번에 다시 도전을 해 봐야겠다.
이제껏 도전을 해서 쓰러트리지 못한 여자는 없으니까. 사실 이건 비밀인데…… 내가 이곳에 뿌린 씨가 약 천 번은 되는 것 같다.
아쉽게도 몽땅 리셋이 되는 바람에 자식들을 보지 못했지만.
가장 오래 살았을 때는…….
몇 년이더라.
한 천 년쯤 살았다. 뭐 좀 한다고 이것저것 하면서 오갔는데, 그때는 운이 좀 몇 개 겹쳐서 제법 끝의 끝까지 갔던 모양이다. 어쨌건 경험을 해 본 것에서 그 정도는 거의 최후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어떤 검정 도마뱀 한 마리와 사투를 벌였었다.
지가 드래곤이라고 지껄이긴 했는데…….
처음엔 그냥 큰 도마뱀인 줄 알았는데, 정말 드래곤이 맞긴 한 모양이었다. 그 자식과 한 2백 번쯤 사투를 벌였다. 2백 번쯤 사투를 벌이니, 나중에는 그놈과 비등하게 싸울 수 있게 되더니, 3백 번쯤 되었을 때는 놈을 죽일 수가 있었다.
덕분에 놈의 드래곤 하트를 빼내서 먹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살진 못했다.
그래도 1천 년이나 살았으니 그게 어디냐.
솔직히 수명대로 끝까지 살면 내가 살던 세계로 돌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하아, 도대체 무슨 수를 써야만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제는 내가 살았던 세상이 가물가물할 지경이다.
뭐, 어쨌든 벌써 3천여 번이나 이 짓을 했으니, 또 뭘 해야 하는지 레기온은 정확히 잘 알고 있었다. 가장 귀찮은 것은 또 성장을 해야 한다는 것.
아, 귀찮아. 넌 안 귀찮냐?
-뭐 난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음요. 근데 너님은 정말 애늙은이 다 된 듯.
아아, 여기서 화염구 쏘면 편하긴 한데…….
그것도 귀찮아서, 레기온은 그냥 걸음을 조금 늦추다가, 기어이 멈춰 섰다. 잠시 뒤 그의 앞에서 거대한 도끼가 쿵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다.
레기온은 손으로 풀풀 날리는 먼지를 헤치면서 밖으로 나갔다.
“야! 그렇게 나가면 어떻게 해!”
도끼를 든 거대한 거인이 어이가 없다는 투로 레기온을 바라봤다.
소개할게. 얘는 거인족이야. 이름이 뭐더라?
-타란타스.
아, 맞다. 오래간만에 들어 보는 이름이야. 타란타스야. 애는 셋이고, 마누라 몰래 바람을 피다가 걸려서 도망치듯이 이번 전쟁에 지원해서 참여하게 된 거래. 예전에 친해져서 한 번 물어본 적이 있어.
그리고-
레기온은 정면을 바라봤다.
동굴 밖, 상상을 초월하는 전쟁이 전개되고 있었다.
지금은 한창 라그나로크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