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70)
마법은 괜히 배워서-371화(371/502)
# 371
창밖에 비친 그대 모습 1
에이브레함은 멀어져 가는 몬샌겨와 레기온을 바라봤다. 레기온은 그녀의 손을 잡고 ‘할머니, 꼭 저희 영지로 놀러 오세요. 약속이에요. 알았죠?’ 라는 귀여운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레기온.
참 잘 자랐다.
속을 뒤집는 말을 자주 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귀여웠다.
핏줄은 속일 수가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에이브레함은 뒷짐을 쥐고 하늘에 뜬 별을 바라봤다. 별자리가 뒤숭숭하다.
그다지 좋지 않은 일들이 대륙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본래 너희 둘은 3년 뒤에나 만났어야 했다. 하나 출판사 사장의 농간으로 훨씬 이른 시간에 만나게 됐다. 과연 이것이 좋은 일로 끝날지. 나쁘게 끝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게 됐구나. 너희들이 힘을 합쳐 이 난세를 헤쳐 나갔으면 하는 마음뿐이구나.”
쿠쿠쿠쿠쿵!
다크 우드 저쪽 끝에서 또다시 폭발이 일어났다.
레기온과 몬샌겨가 다시 한판 붙은 모양이다.
차라리 완전히 다른 길로 가든지. 왜 같은 길로 가면서 쉬지 않고 싸우는지 모르겠다.
“그래,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으니.”
에이브레함은 다크 우드의 생문을 열었다. 이제 몬샌겨와 레기온은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이제는 내 차례인가.”
에이브레함은 천천히 뒤를 돌았다. 레기온과 몬샌겨를 바라보던 온화했던 눈빛은 사라지고 없었다.
차갑고 냉정하다.
그녀가 허공을 바라보자 강제로 포탈이 생성되고 있었다. 공간을 무지막지한 마력으로 찢고 검은 머릿결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할망구! 내 육신을 내놔!”
* * *
드레이져와 맘마 유지로, 제이슨, 베이컨, 로또, 조낸, 풉, 피라니아가 함께 움직였다.
전원이 6성급 이상의 전사들이다.
베이컨과 로또, 조낸, 풉과 피라니아는 5서클의 마법도 함께 사용한다.
레기온 군에서 가장 강한 무장들이라 할 수 있었다. 드레이져 친위대나 전속 하인들, 압둘 자바, 비프와 라이스도 강하기는 했지만 누구를 만나도 ‘압도적’이라고 말을 할 수 있는 정도는 안 된다.
이번 목표는 공왕군 중에서도 핵심 인물들의 수급을 취하는 일이다.
어설픈 실력자들을 데려가서 희생을 늘릴 필요는 없었다.
한마디로 쥐도 새도 모르게 일을 끝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정예 무장들로만 구성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은 전원이 풀잎을 밟고 날 듯이 뛰기를 시전하고 있었다.
다른 기사들이 봤다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일이다. 한 명도 아니고 전원이 초상승의 경지에 있는 경공술을 펼치고 있으니까.
누구 하나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잠깐 스톱.”
달리던 드레이져가 거짓말처럼 멈췄다.
맘마 유지로는 상체가 살짝 흔들리면서 멈췄고 제이슨과 베이컨은 한두 발 정도가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앞서 나갔다. 로또와 조낸, 풉과 피라니아는 몇 미터는 앞으로 튕겨졌다.
가장 멀리 지나친 자들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여기서 실력 차이가 난 것이다.
단순한 경공술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체적인 육체의 밸런스를 제어하지 못한다는 뜻이니까.
“또 나타났다.”
“또요?”
맘마 유지로가 미간을 좁혔다.
“생각보다 탈주병들이 많네요.”
어둠 속에서-
베이컨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방향을 보면서 혀를 찼다.
“300명 정도네요.”
풉이 말했다.
“정확히는 321명. 보아하니 귀족이 껴 있다. 사병들은 모두 버리고 수족들만 데리고 공왕군에 투항하려는 모양이다.”
베이컨이 대답했다.
풉은 뒷머리를 긁었다.
베이컨과 실력 차이가 뚜렷하다. 달빛, 별빛 하나 보이지 않는 이런 어둠 속에서도 저들의 모습을 상세하게 볼 수가 있다니.
“베이컨.”
“네, 드레이져 님.”
“애들 데리고 가서 조용히 타일러. 어서 들어가서 주무시라고.”
“죽이면 안 되죠?”
“뭐 하러 죽여. 조용히 들어가서 잠을 잘 건데.”
“후, 알겠습니다.”
드레이져의 뜻은 명확하다.
죽이면 너도 죽을 줄 알아. 그 정도 실력밖에 안 돼? 라는 뜻이었다.
까라면 까야지. 자신이 무슨 힘이 있나.
베이컨은 부하들을 데리고 어둠 속을 질주했다. 놀랍게도 그들의 뛰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이쪽에도 있구만.”
“쟤들도 처리하고 갑니까?”
“그래야지. 저들이 자리를 비우면 다른 병력들이 동요한다. 그냥 부대 내에 붙어 있는 것이 좋아. 최소한 내일 이후로는 탈영병이 나오지 않을 테니까.”
드레이져는 이번 작전에 성공할 자신이 있는 것이다.
자신만만한 드레이져를 보면서 맘마 유지로와 제이슨은 피식 웃었다.
역시 주군이다.
주군과 함께 있으면 어떤 불가능한 일도 없을 것만 같았다.
“가자고.”
드레이져의 육신이 소리도 없이 스르륵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리도 없이 움직이지만 속도는 마차보다 빠르다. 가공할 속도였다.
맘마 유지로와 제이슨이 이를 악물고 드레이져의 뒤를 따른다.
그들은 몰래 탈영을 하던 어떤 이름 모를 귀족을 덮쳤다.
* * *
“젠장, 이래서 줄을 잘 타야 한다고 그토록 아버지한테 말씀 드렸는데. 안 그래?”
미들핑거 자작은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 평지를 달렸다. 전장을 길게 돌아서 간다.
그럼에도 전장에서 있었던 피비린내는 가시지 않은 듯했다.
역한 피 냄새가 그의 폐부를 찢는 것 같았다.
미들핑거 자작과 300명의 친위대는 그의 가문의 전부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의 가문은 이번 내전에서 사병들까지 포함하여 1천 2백여 명을 끌고 참전했다.
하지만 가글 후작이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보면서 깨달았다.
우리는 결코 공왕군을 이기지 못한다.
전신이라 불리는 포르세 후작이 없음에도 완벽하게 강하다.
공왕 5대 무장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대단했다.
그토록 무섭게 느껴졌던 가글 후작은 제대로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
해서 미들핑거 자작은 곧바로 마음을 뒤집었다.
이곳에 있다가 가문이 멸족하느니 차라리 늦게라도 공왕파에 들어가자.
가서 공왕께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자.
최소한 자작 작위는 유지하게 해 줄 것이다.
미들핑거 자작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였다.
“돌아가.”
“으응?”
미들핑거 자작 옆으로 누군가 같이 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미들핑거 자작은 자신의 옆에서 누가 뛰고 있다는 것 자체를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조금 전까지 부관 존밥이 같이 뛰고 있었다. 그가 쥐도 새도 없이 사라졌다.
미들핑거 자작은 급히 걸음을 멈췄다. 그가 멈추면서 뒤에서 뛰던 다른 기사들도 뛰던 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지금은 짙은 어둠이 깔린 밤이었다.
손을 내밀어도 손등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지금 그들은 탈영을 하는 중이라 어떤 마법적 도구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앞에서 멈추자 뒤에서 그대로 들이받고 말았다.
300명이 넘는 무장들이 한꺼번에 뒤엉켜서 자빠지는 웃지 못 할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아이고, 나 죽어.”
“크흑. 뭐야.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으윽, 야, 내 다리. 누가 내 다리를 밟고 있어.”
멀쩡한 사람은 미들핑거 자작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서 부하들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어둠 속을 지그시 응시하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가 있었다.
미들핑거 자작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멀뚱멀뚱 서 있었다.
어이가 없기는 베이컨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이런 오합지졸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냥 놀라게 했다고 300명이 한꺼번에 뒤엉키다니.
이건 싸워 보기도 전에 이긴 셈이다.
이들이 적이었다면 대살육이 시작됐을 것이다.
“어이.”
베이컨은 멍하니 서 있는 미들핑거 자작을 불렀다. 아직도 혼이 나갔는지 미들핑거 자작은 반응이 없었다.
“귀족한테 이러면 나 목 잘리는 것 아냐. 우리 주인님 같지 않아서 귀족들은 나 같은 평민들 목을 댕겅댕겅 잘라 버리는데.”
“누가 누구의 목을 잘라요?”
“귀족들이 나의 목을.”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우리는 서민이잖아요.”
“그러니까 말이야.”
“드레이져 님이 실드 쳐 줄 거예요.”
“그 양반도 서민인데.”
“아차. 그럼 주인님이 실드 쳐 주겠죠.”
“그렇지? 전속 하인들은 우리뿐인데 목이 날아가게 두지 않겠지?”
“그럼요. 우리가 사라지면 주인님께서는 꽤나 불편할걸요.”
“좋아. 그럼 주인님 믿고 마음껏 가자.”
베이컨은 미들핑거 자작의 뺨을 세차게 두 대 때렸다.
미들핑거 자작의 정신이 돌아오는 모양이다. 그는 두 대 맞았을 뿐이지만 어금니가 부러졌다.
아주 제대로 맞았다.
“그래도 정신 못 차리네.”
베이컨은 미들 자작의 멱살을 잡았다. 다시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미들핑거 자작의 고개가 팍팍 돌아갔다.
코가 깨지고 고막이 나갔다.
이빨은 두 개나 더 부러졌다.
미들핑거 자작은 태어나서 이렇게 강력한 따귀를 맞아 본 적이 없었다.
부하들이 한꺼번에 뒤엉켜서 쓰러졌다는 것도 머릿속에서 날아갔다.
지금은 오로지 자신의 안위뿐이었다.
“사, 살려 주세요.”
미들핑거는 겁에 잔뜩 질려서 빌었다.
상대가 누구인가는 나중 일이었다. 이곳은 국왕군의 진지도 아니었다.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느껴졌다. 그렇기에 상대에 대해서 더욱 겁이 났다.
“아프냐?”
“네?”
“아프냐고.”
“네, 조, 조금 아픕니다.”
“그래, 나도 도망쳐서 나도 아프다.”
“네?”
“좋은 말로 할 때 돌아가라. 돌아가서 안 싸워도 돼. 그러니까 그냥 네 자리에만 있어.”
“그게 무슨?”
“내가 널 지켜보고 있다. 또 도망칠 생각을 하면 너뿐만 아니라 가문까지 끝장을 내주마. 개 한 마리 남김없이 쓸어버릴 거야.”
여기서 마법 검을 보여 줬으면 연출이 진짜 멋질 텐데. 아쉽게도 그럴 수는 없었다.
국왕군뿐만 아니라 공왕군도 사방에 CCTV 마법을 발동 중이었다.
지금이야 너무 어두워서 정확한 사태 파악을 하기는 어렵지만 마법 검과 같이 눈에 잘 띄는 기술을 사용하면 저들의 경계가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있었다.
괜히 연출 한 번 멋지게 했다가 내 무덤을 팔 수는 없었다.
“누, 누구십니까?”
“나는 시진피 공작 각하의 척살조다.”
“처, 척살조!”
그딴 것 없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은 모른다. 그냥 일단 지르고 보는 거다.
“그래, 넌 딱 걸렸어. 그러니까 돌아가서 쥐 죽은 듯이 있어. 다시 한 번 도망치다가 잡히면 네 부모와 자식들이 뒷감당을 해야 할 거야. 알았냐?”
“아, 알겠습니다.”
미들핑거 자작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그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왔던 길로 돌아갔다.
베이컨은 시간을 확인했다.
탈영병들을 잡아서 돌려보내는 데 2시간을 허비했다. 하지만 이들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국왕군의 기세가 꺾이는 것은 둘째 치고 저들이 성문을 두드려서 항복을 하면 드레이져가 침투하기 어려워진다.
그들이 침투하기 위해서는 아주 조용해야 한다.
지금처럼 달빛 하나 보이지 않는 밤이면 더 좋고.
“드레이져 님은 어디 계십니까?”
조낸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물었다.
아무리 봐도 자신의 능력으로는 드레이져를 찾을 수가 없었다.
“성벽으로 오래.”
“성벽으로요?”
“응, 손가락으로 그렇게 표시하네. 곧장 성벽을 뛰어넘으래. 못 넘는 새끼는 적군의 손보다 자신 손에 죽을 줄 알래.”
“그, 그렇군요. 차라리 적군의 손에 죽는 것이 행복할 수도 있겠네요.”
조낸과 풉, 피라니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영지에서도 성질 더럽기로 유명한 드레이져. 그가 작정하고 훈련을 시키면 확실히 강해진다.
그리고 인성이 마비되고 만다.
그의 비위를 건드려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어이 씨, 곧바로 안 따라붙으면 각오하란다.”
베이컨이 식겁해서 말했다.
조낸은 자신이 낫다고 생각했다.
드레이져가 어둠 속에서 베이컨을 갈구고 있다. 적어도 2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으로 추정이 된다.
실력이 너무 좋아도 갈굼을 당하는 것이다.
차라리 조금 실력이 낮아서 갈굼을 당하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조낸은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야! 빨리 뛰래!”
놀란 베이컨은 곧장 풀잎 밟고 날듯이 뛰기를 시전했다.
그의 뒤를 전속 하인들이 질세라 따라붙는다.
“야! 빨리 뛰어! 어이 씨, 드레이져 님이 성벽을 넘는다. 우왓! 피라니아. 너 가리켰어.”
“나? 나를 왜?”
“빠졌대.”
“빠졌다고? 뭐가?”
“나도 몰라. 그냥 빠졌대. 빨리 뛰어라. 지옥 구경 가고 싶지 않으면.”
적의 수뇌부를 치는 것보다 드레이져의 명령을 이행하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전속 하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