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77)
마법은 괜히 배워서-378화(378/502)
# 378
광기의 병사들
좌군의 수장 에볼라.
본래 6성급 장군인 그는 1차 인체 개조로 인해서 7성의 벽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2차 개조를 마친 그는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도 하지 못했다.
만약 곧바로 치러지는 전쟁만 아니었다면 실력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 뒤셀르프 산맥이라도 찾아가 몬스터들을 상대로 검을 휘둘렀을 것이다.
아쉽다는 생각은 없다.
그것보다 더 손맛이 좋은 것들을 베면 된다.
그는 맹수형 장수다.
앞장서서 적들을 도륙한다. 그것이 인생의 낙이다. 하루라도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
가장 싫어하는 자는 포르세 후작이었다.
비록 상관이지만 그 고결함이 싫었다.
무력과 지력을 모두 갖춘 것이 싫었다.
자신처럼 흙탕물에 발을 담그는 사람도 아니었다.
에볼라가 보기에 포르세 후작은 이쪽도 저쪽도 아니었다. 그래서 싫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사라졌다.
며칠 지나면 돌아오겠지 생각했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아직도 포르세 후작과 병사들은 실종 상태였다.
속이 시원했다.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었다.
이제…….
내가 왕이다.
에볼라 후작은 중앙군을 맡고 있는 에이즈 후작을 바라봤다.
세상 사람들은 그와 자신을 비슷하게 평가한다.
막강한 무력을 바탕으로 적을 씹어 먹는 무시무시한 무장들.
하지만 이제 평가는 바뀔 것이다.
그보다 내가 위다.
왕국 7대 강자?
다 꺼지라고 그래.
내가 왕국 최강이다.
에볼라는 비릿하게 웃으면서 점점 다가오고 있는 국왕군을 보았다.
“적군 1킬로미터까지 접근! 1진 방어 태세 취합니다!”
부관이 큰 소리로 말했다.
본래 전체 전력은 6:4 정도로 공왕군이 유리했다.
하지만 습격과 초반 전투에서 연이어 승리를 하면서 7:3 정도로 공왕군이 유리해졌다.
그리고 이쪽에는 히든카드가 있다.
인체 개조에 성공한 수백 명의 기사들이 눈을 벌겋게 뜨고 있었다.
뭐랄까.
인체 개조에 성공하면 인간을 조이고 있던 도덕적인 굴레에서 벗어난 느낌이 든다.
태초로 돌아간다.
사냥의 시대로.
그들 역시 자신이 느꼈던 것을 그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딱 보는 순간 야생 동물들을 접한 기분이었다.
다른 부하들은 본능적으로 겁을 먹고 그들에게 접근을 하지 못했다.
물론 국왕파도 눈치를 챘다.
인체 개조를 받은 국왕 5대 무장 중에서 말레리아와 100명의 기사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공왕파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가 없었다.
반면 국왕파는 기고만장하겠지.
아마도 자신들이 공왕파의 비밀 병기를 몽땅 파괴했다고 의기양양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저렇게 정신 나간 멧돼지처럼 전군 돌격을 외쳤겠지.
병신들…….
그들보다 몇 배나 되는 인체 개조 기사들이 남았다.
국왕파는 그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곧 알게 되겠지.
지옥을 보게 될 것이다.
“적들과 곧 1차 충돌이 벌어집니다.”
피식.
에볼라 후작은 입술을 뒤틀었다. 그의 표정에서 잔혹함이 떠올랐다.
소수의 선발대다.
겨우 5천 명 남짓이다.
저 인원으로는 1차 방어진도 돌파하지 못한다. 어쩌면 그대로 짓뭉개져서 전멸을 할 수도 있을 터.
하룻강아지 같은 새끼들.
“선발대는 누구라고 연락이 왔지?”
에볼라 후작이 부관에게 물었다.
“적의 선발대는 존 윅이라고 합니다.”
“존 윅?”
“네.”
“흠.”
들어 본 적이 있는 자다. 아마 시진피 공작의 최측근이었지. 꽤 탐이 나던 인물로 기억한다.
강경하고 충성도가 높은 인물로서 무력도 상당하다.
공왕 5대 무장에 비해서 중앙 5인회는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존 윅이라면 공왕파에 있었던 선발대의 부장 정도는 했을 것이다.
꽤 탐나는 친구지만 저 정도는 아니다.
“어차피 못 먹는 감이라면 터트려 버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부관은 부하들에게 명령하여 수기를 올렸다.
방어막을 형성하는 1진이 사리사(4~5미터 길이의 찌르는 보병용 창)를 앞으로 내밀었다.
“우와! 우와!”
공왕군은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다가오고 있는 적들의 선발대를 대비했다.
양측의 부대가 점점 다가온다.
거리는 겨우 100미터 남짓.
눈 깜짝할 사이에 닿을 거리였다.
“우와! 우와!”
방어막을 형성한 공왕군 역시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가장 선두에 선 보병들이 죽는 것은 공왕군이나 국왕군이나 마찬가지였다.
“충돌에 대비하라!”
각 조의 조장들이 크게 외쳤다.
두두두두두두!
순간!
쿠쿠쿠쿠쿠쿠쿵!
양 군이 크게 부딪쳤다.
“충돌했습니다!”
에볼라 후작의 부관이 있는 힘껏 외쳤다. 부관은 첫 출전이다.
군 생활을 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실제로 전투에 참가한 적은 처음이었다.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긴장이 없을 수는 없었다.
“긴장 풀라. 스머프.”
“아, 죄송합니다. 각하.”
“지켜보라. 우리 군의 강함을. 자네 생각보다 훨씬 대단할 것이니.”
“알겠습니다.”
부관 스머프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1진 방위군과 충돌한 적들의 선발대를 살폈다.
“어?”
뭔가 좀 이상하다.
1진의 방위군이 양옆으로 쫙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멀리서 보면 거인이 양손으로 잡고 찢어발기는 것 같았다.
“으아아아악!”
“뭐, 뭐야? 이것들은?”
“1진 붕괴합니다!”
“2진에 창병들은 뭐하는가? 어서 우리를 도와줘!”
그들의 처절한 비명이 에볼라 군 전체에 울렸다.
국왕군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전면전으로 치달은 것은 아니다.
워낙 많은 병력이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지금은 탐색전이다.
국왕군의 입장에서는 존 윅이라는 무장을 이용하여 인체 개조를 한 기사들의 전투력을 측정해 보려고 했을 것이다.
상대를 할 만하면 좋고.
위험하다 싶으면 존 윅이라는 무장만 탈출을 시키겠지.
에볼라 후작과 그의 부관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저게 뭐지?
가장 선두에서 적들의 돌격을 저지하던 1진의 방어군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1진의 방어군을 돌파한 선발대는 곧장 뒤에서 공격 준비를 하고 있던 중장보병들을 덮쳤다.
중장보병들은 아직 정확한 사태를 인지하지 못했다. 적들의 부대가 이곳까지 도달할지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의 목적은 적들의 기사들이다.
최대한으로 장갑을 두껍게 한 이유가 마나 블레이드를 막기 위해서였다.
한두 발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가 있다.
보병 중에서는 최강의 전력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런 그들의 시야가 갑자기 열렸다. 그들의 앞에 있던 보병 부대가 도미노처럼 와르르 무너진 것이다.
그리고 수천 명의 적들이 난입했다.
“어?” 라고 하는 순간-
순식간에 게임은 끝났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전원이 오러 블레이드를 날린다. 그들이 휩쓸고 지나가자 수백 명의 중장보병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중장보병들은 적들의 2진에게 짓밟혔다.
적의 2진도 전원 마나 블레이드를 날리고 있었다.
“어어어?”
기고만장했던 에볼라 후작의 얼굴이 점점 경악스럽게 변했다.
* * *
오늘도 레기온은 어김없이 사상 최강의 스태프를 들고 상대방을 때려눕혔다.
사상 최강의 스태프는 의식을 꺼 버렸다. 나는 에고가 있소, 라고 백날 외쳐 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식이 깨 있으면 아프기만 하다.
차라리 의식이 없는 편이 속 편하다.
보물을 손에 쥐어도 모르는 무식한 놈!
나와 같은 사상 최강의 스태프에게 이름도 붙이지 않고 타격용 무기로 쓰는 쓰벌 놈은 너밖에 없을 거다.
그가 욕을 하든 말든 레기온은 신나게 사상 최강의 스태프를 휘두른다.
그의 스태프에 맞은 적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 방에 쓰러진다.
“우와아아! 하룻강아지 같은 놈. 내가 목동의 위생 불량 상추다!”
빠악!
개고기는 사라졌다.
“크하하하하! 여기까지다! 내가 무단 횡단의 제왕 범칙금이다!”
빠아아악!
“거기까지. 더 이상 가지 못한다. 내가 음주 운전의 기사 무면허다!”
빠아악!
마지막 기사는 레기온이 아예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저 새끼 죽여!”
전방에서 백 명이 넘는 중장보병과 기사들이 레기온을 향해서 눈을 뒤집고 달려들었다.
레기온은 그들을 보면서 피식 웃으며 마법을 캐스팅한다.
“음주 운전은 다섯 배로 처벌!”
순간 하늘이 찢어지면서 수백 발의 화염이 지상을 향해서 쏟아져 내렸다.
멀리서 보면 와우! 감탄사를 내면서 장관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나 직접 당하는 이들에게 그것은 멋진 풍경이 아니었다. 한 발, 한 발이 5서클에 달하는 위력적인 유성 + 화염 마법이다.
그런 것이 수백 발.
쿠쿠쿠쿠쿠쿠쿵!
최소 반경 수백 미터 이상은 완전히 증발하여 사라졌다.
이곳은 잘 닦은 도로와 초원이 뒤섞여 있다.
성도 포만에서 방어를 쉽게 하기 위해서 반경 몇 킬로미터에 걸쳐서 나무는 모두 잘라 버렸다.
한데 그 모든 것이 분자 단위로 분해가 되면서 몽땅 사라지고 말았다.
보고서도 믿을 수가 없는 가공할 장면이었다.
100여 명의 중장보병과 기사들만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 10배 이상의 병력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사라졌다.
얼마나 무시무시한 장면인지 에볼라 후작들의 병사들은 함성을 지르는 것도 잊은 채 마른침을 삼키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만약 자신이 저곳에 있었다면?
추운 겨울도 아닌데 에볼라 후작들의 병사들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그들의 시선은 한곳에 닿았다.
이런 전장에서 투구도 쓰지 않고 미친 듯이 스태프를 휘두르는 남자.
멀리서 보기에도 엄청난 미남자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저 남자의 외모가 잘생겼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사신이다.
무지막지한 사신이 자신들 부대의 머리 위로 갑자기 뚝 하고 떨어졌다.
도대체 저 남자는 누구지?
“뭐여, 저것이?”
“뭐가?”
“지금 우리 영주님이 펼친 마법이여?”
“에이, 설마. 마몬 님이겠지.”
“마몬 님은 안 보이는디?”
“말도 안 돼. 영주님이 무슨 마법을 펼쳐?”
“마법사라는 말은 들은 것 같은디.”
“그래도 그렇지. 저런 마법은 마몬 님이 아니면 펼칠 수 없는 것 아냐?”
눈앞에서 펼쳐진 가공할 광경을 바라보면서 레기온 군의 병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드레이져와 전속 하인들은 레기온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함께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드레이져에게 충성을 맹세한 500친위대나 계약직 용병들은 레기온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사실 팀장급을 빼고는 정규직 병사들도 레기온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영지 최강자는 드레이져 혹은 마몬 혹은 세피아가 아닐까 생각한다.
본 드래곤이나 다간다 Z는 논외로 치고.
영지에 붙어 있는 날보다 외지로 떠도는 일이 더 많은 영주니 얼굴을 볼 기회조차 별로 없는 탓이었다.
그런데 그런 영주님이 느닷없이 선봉대에서 가장 선두에 서겠다고 말했다.
병사들은 불안했다.
체스로 치면 영주는 킹이다.
킹이 잡히면 게임은 끝났다. 그렇기에 킹은 항상 가장 뒤쪽에 몸을 숨기고 있어야 한다. 킹이 가장 선두에 서는 일은 없었다.
한데 영주는 선두에 섰다.
몇몇 병사들이 조장급들에게 말했다.
“압둘 자바 님.”
“왜?”
“영주님이 왜 선두에 서요? 이것 역시 작전인가요? 아니면 영주님과 닮은 다른 남자인가요?”
“작전?”
“네.”
“작전이라면 작전이겠네.”
“어떤 작전인데요?”
“초전박살 작전.”
“네?”
“영지 최강의 무장이 적의 선봉을 꺾는 것은 당연한 일이잖아.”
“이곳에 세피아 님은 없으니까 최강자는 드레이져 님이잖아요.”
“드레이져님…… 엄청나게 강하지.”
“엄청난 정도가 아니죠. 제가 봤을 때는 왕국 최강자가 아닐까 하는데요.”
“야, 야, 단정하지 마라. 왕국 내에 숨은 강자가 얼마나 많은데.”
“왕국에서 공식으로 인정한 왕국 7대 강자 중에 한 명이잖아요.”
“맞아. 예전에는 최소한 열 손가락 안에는 들었을 거야.”
“예전에는?”
“응, 예전에는. 지금은 장담하는데 세 손가락 안에 든다.”
“그럼 우리 영지에서 최강자는 드레이져 님이 맞네요.”
“그게……. 확신할 수는 없어.”
“왜요?”
“들은 말인데…….”
“어떤?”
“영주님이 마몬 님, 드레이져 님보다 더 강하다고 하더라.”
“에이, 말도 안 돼.”
병사들은 믿지 않았다.
믿지 않았는데…….
“또 터진다! 머리 숙여!”
그들의 머리 위로 영주가 소환한 수백 발의 유성이 스치듯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쿠쿠쿠쿠쿠쿵!
그들의 시야가 하얗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