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78)
마법은 괜히 배워서-379화(379/502)
# 379
광기의 병사들 2
내전을 종식시킬 최후의 전투다.
국왕군이든 공왕군이든 사활을 걸고 전투에 임해야만 했다.
아무리 자신만만하다고 하더라도 삐끗하는 순간 나락으로 빠진다.
나락을 뜻하는 것은 자신의 죽음이 아니다.
가문의 멸망이다.
부모와 자식 사돈에 팔촌까지 모조리 참수를 당한다.
그것은 병사들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옆집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끌려가서 목이 잘린다. 친하게 지냈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하는 이들도 대단히 많았다.
가축까지 모조리 죽임을 당하고 그 집은 불태워진다.
정말로 유능하여 사로잡힌 몇몇의 기사들이나 귀족들을 제외하고는 씨 몰살이다.
쉽게 말해서 이 전투에서 지는 쪽은 왕국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렇기에 내전이 무섭다.
외국의 침략보다 더 참혹하다.
단순히 약탈로 끝나는 것이 아니니까.
다시는 대항하지 못하게 갓 태어난 아기까지 몽땅 죽이니까.
사생결단이다.
그렇기에 무턱대고 적진에 함부로 뛰어들지 못한다. 최대한 탐색전을 벌이고 약한 곳이 있다 싶으면 그곳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그것이 최종전의 정석이다.
한데 적의 전체적인 전력을 알아보기 위해서 투입한 선발대가…….
미쳤다.
* * *
“중장보병 부대 격파! 경장보병 부대 격파! 전차대 격파!”
베이컨이 무거운 음성으로 승전보를 꺼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함성을 지르면서 좋아할 때가 아니었다.
적들이 방심했다는 것이 딱 봐도 느껴졌다.
만약 저들이 우리의 전력을 알아봤다면 결코 보병으로만 된 방위군을 형성하지 않았을 테니까.
우리를 막기 위해서는 적어도 저들이 히든카드인 인체 개조 기사들을 투입했어야 했다.
물론 저들이 이쪽의 전력에 대해서 알 턱이 없었다.
시진피 공작이나 바세라바밥조차 레기온 군의 전력을 모르는데 저들이 어찌 파악을 할까.
베이컨이 걱정하는 것은 저들이 최종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인체 개조 기사들을 자신들에게 대량으로 투입한 것이었다.
드레이져의 말을 그대로 생각한다면 5성급 기사가 700명이 넘는다는 뜻이다.
엄청난 전력이다.
베이컨이 생각하기에 왕국을 통틀어 단일 부대로서 가장 강력한 병력은 레기온 군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레기온 군이라고 하더라도 전원 5성을 넘는 기사들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
혹여 이곳에 다른 부대가 있으면 모를까.
지금 내전에 참전한 부대는 인간들로 이뤄진 부대가 유일했다.
약간의 차질만 생겨도 레기온 군은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그것을 걱정함이다.
베이컨은 주군인 레기온과 드레이져를 바라봤다.
저 둘은 그것까지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신나서 돌격!만 외치고 있었다.
다른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라스베가스의 미녀는 다 내꺼!”
“해상 도시 씨엠은 안 가! 마누라한테 파견 간다고 하고 라스베가스 갈 거야!”
정신 나갔다.
이런 전쟁터에서 외칠 소리들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부하들은 전원 눈이 뒤집혔다.
사기는 최고조!
그들의 머릿속은 이미 비키니를 입고 있는 쭉쭉빵빵의 미녀들이 가득한 해변에 가 있는 듯했다.
“후.”
파이어 폭스로 전방을 막았던 십여 명의 중장보병을 한 방에 날려 버린 베이컨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옆으로 피라니아가 바짝 붙었다.
“부대원들 이끌어야지. 왜 여기 와 있어.”
“할 말이 있어서요.”
“뭔데?”
“저희 마누라한테 대장님과 함께 라스베가스로 파견 간다고 얘기 좀 해 주세요.”
“뭐?”
“에이.”
피라니아가 베이컨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베이컨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멍한 얼굴로 피라니아를 바라봤다.
그의 눈은 반달로 휘어져 있었다.
제정신인가.
“아시면서.”
“뭘?”
“이거요?”
피라니아가 새끼손가락을 흔들었다.
“같이 가시죠.”
베이컨은 총각이다. 몇몇 여성들과 썸이 있기는 하지만 정식으로 사귀는 사람은 없었다.
전속 하인들 중에서 가장 빨리 결혼한 사람은 피라니아였다.
아이들도 무럭무럭 자라난다.
이 미친놈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꼭 얘기해 주십시오.”
“알았어.”
“약속입니다.”
“약속하지.”
“히히, 감사합니다.”
피라니아는 신나서 본대로 복귀했다.
그의 등을 보면서 베이컨은 맹세했다.
제수씨한테 있는 그대로 얘기를 해 줘야지. 이혼을 당하든 쫓겨나든 내가 알 바 아니다.
* * *
서른 명으로 이뤄진 마법병단이 레기온의 앞을 가로막았다.
마법병단의 수장인 굿바이는 레기온을 보면서 입술을 뒤틀었다.
상대는 꽤 실력이 있는 워록이다.
분명히 말해서 강하다.
하지만 전쟁은 혼자서 이길 수가 없다.
봐라!
벌써 힘이 빠져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레기온은 부하들에게 명령을 하다가 혀를 깨물었다. 적들의 공격은 마력 디펜스와 아이언 디펜스로 모조리 튕겨 내고 있었다.
혹여 그것들을 뚫고 들어오는 오러들이 간혹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오러는 레기온의 머리에 닿자마자 소멸된다. 공왕군의 기사들은 이 해괴한 상황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런 레기온도 혀를 깨물자 고통을 참지 못하고 허리를 숙였다.
“졸라…… 아파.”
하지만 마법 병단의 수장인 굿바이는 그런 레기온을 보면서 거의 모든 마나를 소진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저 워록은 마나를 채울 때까지 후방으로 빠질 것이다.
아군에 상당한 피해를 입힌 워록이다. 결코 도망치게 둘 수는 없었다.
“다른 놈들은 보지 마라. 오로지 저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워록만 노린다.”
굿바이의 명령에 마법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이지만 잘 싸웠다. 젊은 워록. 하나 자네의 운명은 여기까지다. 죽어라! 파이어 붐!”
“파이어 윌!”
“아이스 박스!”
“빙산의 일격!”
서른 명의 마법사들이 레기온을 향해서 동시에 마법을 난사했다.
혀를 깨물면 짜증이 난다.
평소에는 욕 한 번 하지 않던 사람도 혀를 깨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씨발’ 이라고 말한다.
자연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비슷한 예가 있다.
누군가 손가락으로 똥집을 했을 때, 당한 사람은 화를 낼까?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부터 터트린다. 엄청난 고통이 똥구멍부터 밀려오지만 당한 피해자는 웃고 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혀를 깨물어도 비슷하다.
착한 사람 쌍놈으로 만든다.
“아오오오!”
전투 중에 혀를 깨물었다.
상대가 엄청나게 강한 혀를 깨무는 즉시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해서 더 짜증 난다.
레기온은 머리 위로 날아오는 수십 발의 마법을 손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소멸시켰다.
공간 디펜스.
순간적으로 수십 미터 상공에 넓은 방어막을 형성하는 고대 마법이다.
절대적인 마법의 내성이 있지만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기껏해야 1~2초 남짓.
즉,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이기도 했다.
그런 마법을 레기온은 아무렇지도 않게 실현시켰다. 그리고 수십 발의 마법을 동시에 소멸시켜 버렸다.
노련한 마법사가 아니면 발견하기도 힘들었다.
적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공격 마법이 어떤 압도적인 힘에 의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원인을 알 수 없기에-
원인을 알 수 없으면-
인간은 공포를 느낀다.
에볼라 후작의 마법 병단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공격이 손 한 번에 휘두름에 따라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보고 두려움에 휩싸였다.
자신들은 한 명이 아니다.
마법 병단이다.
겨우 서른 명이지만 일개 여단에 필적할 정도로 막강한 화력을 지녔다.
“저, 저게 뭐야?”
“사, 상대는 근접 전투 마법사 워록이 아니란 말인가?”
부하들이 동요하는 것을 본 굿바이가 소리쳤다.
“조용! 저자는 바세라바밥이 아니다. 적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는 바세라바밥과 수호 마법 3인방이다. 하지만 생각을 해 봐라! 바세라바밥은 전투 마법사가 아니다. 전투력은 형편이 없다. 기껏해야 소규모의 부대에 버프만 줄 수 있을 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수호 마법 3인방도 아니다. 그들이 바세라바밥의 곁에서 떠나지는 않을 테니까. 즉! 저것은 속임수다. 혹은 마법 아이템으로 일시적으로 우리의 마력을 상쇄시킨 것뿐이다!”
“하, 하지만…….”
“하지만이고 뭐고! 계속 공격하라! 그럼 저 젊은 마법사의 가면이 벗겨질 테니까.”
마법 병단의 단장이 그렇게까지 말을 하는데 일개 단원들 입장에선 더 이상 토를 달 수 없었다.
“좋아! 다시 간다.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파이어 스톰!”
“킬 더 와이프!”
다시금 수십 발의 상급 공격 마법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최고점에 다다른 공격 마법은 레기온을 향해서 빠르게 떨어졌다.
레기온은 혀를 내밀어서 드레이져에게 보여 줬다.
“드레이져!”
“와이.”
“나 혀가 너무 아파.”
“피 나우.”
“피 나?”
“그렇수다. 지금 나한테 혀를 내밀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우.”
“내 이빨에 혀가 잘릴 뻔했다.”
“안 잘렸으면 됐잖수.”
“아아아! 짜증 나! 볼케이노!”
레기온은 주먹을 위로 쳐올렸다. 어마어마한 마력이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상식을 초월한 마력이다. 그의 전신을 휘감고 있던 마력이 점점 바깥으로 뻗어 나간다.
마법 병단이 쏘아 댄 마법들은 마력 디펜스와 부딪치면서 연속으로 폭발했다.
공간 디펜스처럼 완전히 소멸이 되지 않지만 레기온에게 옷자락 하나 건드리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점점 마법 병단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뭐, 저런 괴물이 다 있냐? 라는 표정들이었다.
하나, 그들은 자신들의 발밑에서 거대한 공포가 시작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아직 저 젊은 마법사와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중간에는 수천 명이 넘는 병력들이 벽 역할을 하면서 가로막았다.
저 젊은 마법사의 실력이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에게는 손가락 하나 건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무참하게 깨져 나가기 시작했다.
“어?”
마법 병단의 마법사들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발바닥이 뜨거웠다.
고개를 밑으로 내렸다. 그들이 신고 있는 신발이 지글지글 타고 있었다.
마법사들이 신고 있는 신발은 모두 고가의 아이템이다. 그런 신발이 갑작스럽게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놀라기는 이르다.
바닥이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이, 이건?”
풀과 흙으로 되어 있던 바닥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좌우로 흔들렸다.
푸식!
무엇인가 갈라진 바닥 사이로 튀어 올랐다.
붉고 뜨거운 그것이 무엇인지 모를 사람이 없었다.
“서, 설마 용암?”
“용암이야. 젠장. 진짜 용암이라고.”
“이, 이게 마법으로 가능한 거야? 이런 경지가 있단 말이야? 용암을 불러왔다고?”
푸화아아아아악!
놀랄 사이도 없이 용암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수백 미터 상공까지 쭉쭉 뻗어 나간 뒤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엄청나게 넓은 반경이다. 적어도 수백 미터 안에 있는 사람들은 용암의 비를 피하지 못할 듯했다.
용암을 뒤집어쓴 수백 명의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병사들보다 월등한 방어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만능은 아니다.
용암이 그들의 마력 디펜스를 한 방에 날려 버렸다. 그리고 룬어를 잔뜩 새긴 고급 방어구까지 순식간에 녹여 버린다. 놀란 기사들이 갑옷을 벗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이 손을 대는 순간…….
치이이이이익!
손에 불이 붙고 말았다.
한 번 붙은 불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으아아아아악!”
“사, 사람 살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이쪽 진영은 저 괴물과 같은 젊은 마법사에 의해서 완전히 무너졌다.
“다, 단장님!”
겁에 질린 단원들이 굿바이를 불렀다.
굿바이는 창백해진 얼굴로 단원들을 바라봤다. 그들의 눈빛과 마주쳤다.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도망쳐야 합니다.
알아. 안다고.
그런데 어디로?
굿바이는 자신의 발밑을 바라봤다. 적어도 50미터 이상의 바닥은 용암으로 덮여 있었다.
간신히 마법 무구로 버티고 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용암의 연못이 그들의 마법 무구조차 빠르게 녹였다.
“아아아! 젠장!”
무시무시한 용암은 마법 병단을 통째로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