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79)
마법은 괜히 배워서-380화(380/502)
# 380
죽은 자는 말이 없다 1
레기온의 정면이 뻥 뚫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상식을 초월한 그의 마법이 연이어 터지자 순식간에 백 단위, 천 단위의 병사들이 사라진다.
악을 써 가면서 싸우던 병사들은 그 압도적인 무력에 공포를 느껴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보는 레기온은 악마, 그 자체였다.
모든 병사들이 마법사를 두려워한다. 병사들이 마법사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대량 살상 마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기사와 마법사가 싸우면 기사가 유리하다’라는 것은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7살 꼬마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은 마법사와 기사와의 문제지 병사들에게는 통용이 되지 않는다.
마법 병단이 쏘아 대는 수십 발 혹은 수백 발의 공격 마법은 수백 명의 병사들은 흔적도 없이 증발시켜 버릴 수가 있었다. 마법을 피하기 위해서 넓게 퍼져 진군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해서 그것을 막기 위해 대포병 마법 전단도 필요했다.
하나!
지금처럼 혼자서 수백, 수천 명의 병사들을 날려 버리는 마법사는 본 적이 없었다.
단순히 병사들만 날려 버린 것이 아니다.
그의 앞을 가로막았던 기사들과 마법 병단도 모조리 사라졌다.
기사들과 마법 병단이 막을 수 없는데 병사들이 그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뒤쪽에서 기사들이 ‘도망치면 즉결 처분하겠다!’라고 외치면서 검을 휘둘렀지만 한 번 무너진 진열을 다시 세울 수는 없었다.
덕분에 레기온의 부하들도 아직까지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여기까지 다다를 수가 있었다.
“드레이져!”
레기온이 드레이져를 불렀다.
“여깄수다.”
“네 차례야.”
드레이져는 레기온을 보면서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눈빛이 호랑이처럼 형형하게 빛난다.
담력이 약한 사람은 그의 앞에 서지도 못한다.
“근질근질 했수다. 맡겨만 두슈.”
“방심하지 마라. 어떤 놈이 숨어 있을지 모르니까.”
“주인이나 방심하지 마슈. 나는 언제나 전력이우.”
“나도 언제나 전력으로 간다.”
“그럼 좀 이따 봅시다.”
“그러자고.”
그 말을 끝으로 드레이져가 말머리를 돌렸다. 그의 뒤를 쫓아서 500친위대와 3천의 용병들이 움직인다.
그들의 창끝이 향한 곳은 중앙군을 맡고 있는 에이즈 후작이었다.
레기온은 호흡을 골랐다.
마력이 넘쳐 난다고는 하지만 급작스럽게 최상급 마법을 연달아 사용했다.
제아무리 레기온이라고 하더라도 호흡이 거칠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착각하지 마라.
숨이 차다는 것이지 지쳐서 쓰러질 것 같다는 소리는 아니니까.
레기온의 시선이 주위를 쓱 훑는다. 주변의 적들은 모두 그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이 넘쳐 난다.
자신들이 그에게 덤벼서 살아날 수 있는 확률은 확률적으로 제로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포위망을 풀 수가 없었다.
곧 다른 기사들이나 마법 병단이 도착한다. 그렇게 믿으면서.
레기온은 어느 지점에서 시선이 멈췄다.
-전방 700미터 지점에서 가장 강력한 마력이 나오고 있음.
스캔을 마친 마크가 말했다.
근래 들어서 전투력 측정이라면 기가 막히게 잘한다. 레기온의 전투력과 상대의 전투력을 측정하여 몇 합 이내에 끝낼지도 추정한다.
지금도 그렇다.
마크가 가르쳐 준 최고급 마법 서너 방에 적들은 속절없이 쓰러졌다.
물론 적들이 레기온에 대해서 무지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레기온에 대해서 알고 나왔다면 이런 식으로 대응을 하지 않았을 테니까.
공식적으로 오늘이 레기온의 첫 출전인 셈이다. 그런 레기온이 첫 전투에서 에볼라 후작 군을 무너트렸다.
엄청난 전과가 아닐 수가 없었다.
물론 레기온은 그런 전과에 대해서 관심이 없지만.
“에볼라인가 뭔가 하는 놈인가?”
-아마도. 마력이 엄청나지만…… 매우 불순하고 불안전함. 흡사 폭발 직전에 폭탄 같음.
“본인도 알고 있을까?”
-아마도 모를 것이라고 판단. 나니까 저자의 마력을 판단하지 다른 사람들은 판단하지 못함. 굉장히 폭력적인 마력이라고 여길 것임.
“어차피 오래 못 산다면서. 고통을 받으면서 사느니 여기서 끝내 주는 편이 낫겠군.”
-방심하지 마셈. 상대는 마력의 벨트를 제거했음. 육체가 무너지지만 않으면 몇 배나 되는 힘을 발휘하는 것도 사실. 상대의 능력치로 봤을 때.
“봤을 때…….”
-순간적으로 8성급의 위력을 내는 것도 가능할 것임.
“흐흠.”
레기온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지.”
상대는 8성급의 무장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8성급의 위력을 낼 수가 있다, 라니.
8성급의 위력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몸소 겪어 보고 싶다.
레기온은 에볼라 후작이 있는 곳을 향해서 전력을 다해 말을 달렸다.
“영주님의 뒤를 쫓아라!”
전속 하인들과 병사들이 젖 먹던 힘을 다해서 레기온을 따라 붙었다.
* * *
에볼라 후작은 꼼작도 하지 않고 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있는 곳이 전장에 비해서 약간 높은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한눈에 볼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두 차례의 인체 개조를 통해서 7성급의 기사가 된 그가 전장에서 벗어나 지휘에만 전념할 수는 없었다.
맹수형 장수는 전장에 있어야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적의 선발대가 믿을 수 없이 강력합니다.”
마법사들에게 실시간으로 전황을 보고받고 있는 부관이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목이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만큼 에볼라 후작이 내뿜는 기세는 사납기 그지없었다.
“알고 있어. 전체적인 전황이 어떻게 되지?”
“적의 부대가 2개로 나눠졌다고 합니다.”
“나눠져?”
“네.”
“왜?”
“한 개의 부대가 중앙군에게로 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부관의 보고를 받은 에볼라 후작의 인상이 있는 대로 구겨졌다.
에이즈 후작이 이끌고 있는 중앙군은 바세라바밥과 너클 후작이 이끄는 부대와 정면으로 맞닥트렸다.
바세라바밥과 너클 후작이 이끄는 병력의 숫자가 근소하게 앞서지만 병사들의 질적 차이로 에이즈 후작이 약간의 우위에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종합하면 나를 치는 데는 겨우 2천 5백 명의 병사만 있으면 된다는 말인가?
에볼라 후작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다.
제정신이 아닌 이상 그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럼 우리 군에 피해를 입힐 만큼 입혔으니 후퇴를 하겠다는 말이겠지.
“존 윅…….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자군.”
에볼라 후작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는 부관에게 물었다.
“우리 군의 피해는 얼마나 되나?”
“1만이 넘습니다.”
“1만이라…….”
개전을 한 지 겨우 한두 시간밖에 흐르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입은 피해치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만큼 상대와 격렬하게 붙었다는 말일 수도 있고 혹은 양이 늑대를 만난 것처럼 속절없이 무너졌다는 말일 수도 있었다.
“적들의 예상 피해는?”
“그, 그것이…….”
“말하라.”
“파악하기로는…….”
“파악하기로는?”
“매우 경미하다고 합니다.”
경미도 아니고 매우 경미?
“그게 무슨 말이냐?”
“적의 부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돌파력이 강합니다.”
“당연히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놈들은 아군의 배 속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매우 경미’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나?”
“저, 저도 잘 모릅니다. 상황을 살피고 있는 마법사들에게 송신을 받은 대로 얘기한 것뿐입니다.”
“도대체가…….”
에볼라 후작은 매우 답답하다고 느껴졌다.
어떤 상황인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고 싶었다. 하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그의 작전은 이러했다.
먼저 선발대를 가볍게 처리한다. 그리고 국왕파의 좌군인 시진피 공작을 공략할 셈이었다.
왜 시진피 공작이 중앙군이 아니고 좌군인지는 알 수가 없다.
자신들의 화력이 모자란 것을 알고 있기에 어떤 꿍꿍이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지만 개의치는 않는다.
공왕군이 저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화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초전부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존 윅이라는 무장이 쓸 만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대단했던가?
정말 의외의 일이었다.
덕분에 발이 묶였다.
존 윅이 남은 부대를 이끌고 물러서면 자신은 남은 부대를 추스려야 했다.
그래야만 시진피 공작과 자웅을 겨룰 수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놈들을 그대로 둘 수는 없지.
“곧 놈들은 후퇴를 할 것이다.”
에볼라 후작이 부관에게 말했다.
“네.”
“그럼 우리는 기마병을 출동시켜서 놈들의 뒤를 친다. 다 잡지는 못해도 최대한의 피해를 입혀야 한다. 아군이 흘릴 피만큼 놈들도 흘리게 해 줘야지.”
“알겠습니다. 그리 전달하겠습니다.”
부관은 각 부대의 지휘관에게 에볼라 후작의 명령을 그대로 전달했다.
하지만 명령을 전달하던 부관의 안색이 점점 흑색으로 변해 간다.
“각하. 각하.”
“왜 그러느냐.”
“적들이 후퇴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냐?”
“후퇴를 하지 않고 본진에 접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본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에볼라 후작이었다. 본진이라 함은 이곳을 뜻한다.
그럼 존 윅이 겨우 2천 5백 명의 병사들을 이끌고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말인가.
약간의 성과를 보이더니 공에 눈이 어두워 미쳐서 날뛰는 것일까.
“놈들이……, 각하를 노리고 있다고 합니다.”
“나를?”
“그렇습니다.”
에볼라 후작은 콧방귀를 뀌었다. 정말 기가 차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
뭐랄까.
길을 가던 사자가 길을 가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하룻강아지가 허벅지를 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프지도 않고 따갑지도 않지만 어이가 없다고 해야 할까.
“죽음이 뭔지 모르는 놈들이구나. 좋아. 그렇게 죽는 것이 소원이라면 그대로 해 주어라. 전방의 문을 열라고 지휘관들에게 전하라.”
“그, 그것이…….”
“왜 그러느냐?”
“전방의 거의 모든 부대가 돌파를 당했습니다. 엄청난 속도로 이곳으로 접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속히 피하라는 연락이 계속해서 오고 있습니다.”
“피해?”
“그렇사옵니다. 각하는 좌군의 수장이옵니다. 만에 하나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안 되옵니다.”
“나 에볼라 후작이 애송이 한 놈에게 위협을 느껴서 피해?”
“제발 저희 가신들의 말을 허투루 듣지 말아 주십시오.”
“시끄럽다. 나를 알면서 그딴 소리를 지껄이느냐. 좋다. 존 윅인지 뭔지. 그 새끼를 내가 직접 박살 내겠다. 창과 방패를 가져오라!”
에볼라 후작의 서슬 퍼런 외침에 병사들이 덜덜 떨면서 마법이 붙은 창과 방패를 가져왔다.
수십 킬로그램이 넘게 나가지만 경량화 마법이 걸려 있어서 그렇게 무겁지는 않다.
에볼라 후작은 방패를 착용하고 창을 들자 가슴 밑바닥에서 뭔가가 쑥 하고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어서 적들과 마주하고 싶다.
나의 무력으로 적들을 모조리 도륙 내고 싶었다. 나의 무력에 심취한 아군의 함성을 듣고 싶다.
“친위대는 출격 준비를 하라!”
“하압!”
인체 개조에 성공한 에볼라 후작의 친위대가 4열로 늘어섰다.
전투 준비를 마치자 그들의 투기가 밑도 끝도 없이 높아졌다.
에볼라 후작과 친위대를 가까이서 본 병사들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래, 이분이 공왕 5대 무장 중에 한 명인 에볼라 후작이시다.
아군이 조금 밀린다고 해서 패할 리가 없었다.
에볼라 후작 각하께서 계신 한은.
“벽을 열라!”
에볼라 후작의 명령과 함께 병사들은 나무를 깎아서 설치했던 방어벽을 좌우로 밀었다. 밖을 지키던 병사들도 쫙 벌어졌다.
“전군! 진…….”
에볼라 후작이 ‘진군’을 외치려던 찰나였다.
갈라진 틈 사이로 누군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굉장히 잘생긴 미남자였다.
뭐야? 전령인가?
전령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멋진 외침을 막는다는 것은 용서가 되지 않는다.
잘생긴 사내는 엄청난 사지를 뚫고 왔는지 전신이 피로 뒤덮여 있었다.
그가 에볼라 후작에게 말했다.
“어이, 아저씨, 딱 보니 그쪽이 에볼라 후작인가 봐요.”
잘못 들었나?
어이, 아저씨? 딱 보니 그쪽이 에볼라 후작인가 봐요?
너무 어이가 없다 보니 대답할 말도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