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81)
마법은 괜히 배워서-382화(382/502)
# 382
공왕의 저력 1
성벽 위에서 진행 상황을 지켜보던 공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잔혹하고 냉정하지만 그렇다고 담이 작은 것은 아니다.
왕의 자리를 노리는 자답게 비상한 두뇌와 호랑이의 간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긴장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만에 하나라도 오늘 전투에서 패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
사내로 태어나서 한 번쯤은 정상에 서 보고 싶은 것이 사내의 웅심이다.
그 형태가 어떤 것이 된다 할지라도.
하나 자신의 그 욕망에 아내와 자식들까지 동참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왕이 되고 싶다. 그러니 따라와라.
아내는 변방의 작은 귀족의 딸이다. 그래서 그런지 말수가 적고 애교도 없었다.
콘티넌트 공왕은 그런 조용한 아내의 면이 마음에 들었다. 다른 여자들처럼 자신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바짝 붙어서 온갖 아양을 떨지 않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편했다.
자신이 밖에서 무엇을 하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떤 여자를 품에 안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줄 알고 20년을 살았다.
그런 아내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이렇게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신은 위대한 분이시지요. 하나 당신의 인생에 저와 자식까지 태우려고 하지 마십시오. 돕겠습니다. 돕겠습니다만 저와 당신의 자식들은 소유물이 아닙니다.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인격체입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가문도 자식도 부하들도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때였다.
이제 막 10살이 넘은 장남과 8살인 차남이 제 엄마의 곁에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께 뭐라 하시면 저희들은 어머니 편을 들겠습니다, 라고 눈빛으로 말한다.
하하하!
그래, 맞다.
우리는 가족이지만 너희들은 내 소유물이 아니다. 모든 것이 내 소유물이 아니다.
서로 더불어 가면서 살아가는 것뿐.
이후로 공왕은 내면적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언제나 힘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던 그였지만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꽤 많이 바뀐 것이다.
때로는 회유하고 때로는 같이 어울리고 때로는 진심을 털어놓기도 하고.
덕분에 그의 곁에는 예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기라성 같은 인재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그럼에도…….
불안하다.
어제는 혈뇨를 봤다.
신관의 말로는 병은 아니란다.
병이 아닌데 어찌 혈뇨를 눌 수 있을까.
전투가 벌어지고 불길함은 더욱 커졌다.
작전 참모들의 예상은 아군의 승리가 8할 이상이라고 했다.
한데 모든 작전 참모들의 예상을 깨고 좌익을 맡은 에볼라 후작이 초장부터 깨져 나갔다.
에볼라 후작.
공왕군에서 사라진 포르세 후작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무장 중에 한 명이다.
그가 이끄는 3만 병력이 1/6밖에 되지 않는 적에 의해서 무참하게 박살이 나고 만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적은 2개의 부대로 갈라져 바세라바밥이 이끄는 병력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에이즈 후작의 후방까지 노렸다.
“에볼라 후작의 전사가 확인됐습니다.”
트럼프 공작이 공왕에게 보고했다.
“보고 있소.”
공왕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가라앉히면서 대답했다. 8할의 확률로 승리한다면서?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라는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전체적인 상황은?”
“좌군이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습니다. 좌군의 생존자들을 중앙군이 흡수를 해야 하는데 적군의 벽에 의해서 막혔습니다. 성문을 열고 그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지만 그랬다가는 적들에게 꼬리를 잡힐 수가 있습니다.”
“중앙군은?”
“상황을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초반에는 분명 에이즈 후작이 유리했습니다만……. 저 무장이 에이즈 후작의 후방을 공격한 이후로 전황이 변했습니다. 에이즈 후작의 무장들이 속수무책으로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저 이상하게 생긴 무장은 누구요?”
트럼프 공작은 멀리서도 눈에 띠는 양 갈래 머리를 딴 무장을 가리켰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엄청난 무력을 발산하는 무장이었다.
그에게 어떤 상대라고 하더라도 두 번째 공격이란 없었다.
딱 한 방에 모조리 반으로 갈라진다.
“저, 저런.”
이곳저곳에서 탄식이 터졌다.
조금 전에 양 갈래 머리를 딴 무장의 앞을 사요나라라는 무장이 앞을 가로막았다.
사요나라는 이도류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5성급의 기사였다.
두 자루의 검에서 뿜어 대는 두 가지 색의 오러는 예술의 경지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던 기사다.
그런 사요나라가…….
단 일격에 말과 함께 반으로 쪼개졌다.
수십 명의 기사들이 저 사내의 일격을 한 번도 막아 내지 못했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하다.
얼마나 강한지 짐작도 가지 않을 정도였다.
“저자의 정체가 확인됐습니다.”
“누구요?”
“드레이져라고 합니다.”
“드레이져?”
“그렇습니다. 왕국 7대 강자 중의 하나지요. 이런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명불허전이군요.”
왕국 7대 강자라는 말에 공왕은 얕은 탄식과 같은 신음을 흘렸다.
같은 왕국 7대 강자였던 포르세 후작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빌어먹을 새끼.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욕이 절로 나왔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다.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히도 우군은 우리 군이 유리합니다. 인플레인자 백작과 사스 백작이 잘해 주고 있습니다.”
“좌군이 전멸했으니……. 전체적인 상황은 우리가 불리하군.”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더 피해를 입기 전에 그들을 출격시켜.”
“그들을 말씀이십니까?”
“그래. 더 이상 감추고 있을 필요는 없지. 분명 적들도 그들에 대해서 알고 있을 것이야. 어떤 식으로든 방비를 하고 있을 것이야. 하지만 저들의 예상보다 그들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보여 주시오.”
“알겠습니다.”
트럼프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700명이 넘는 5성급 기사들이 한꺼번에 투입이 된다면 이 빌어먹을 상황은 반드시 뒤엎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트럼프 공작이었다.
* * *
레기온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어졌다.
놈들의 전투력이 예상치보다 훨씬 높다. 아니 높은 정도가 아니라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수백 명이 한꺼번에 휘두르는 오러 블레이드라니. 어떤 부대의 접근도 불허한다.
좌군을 깨끗하게 밀어 버린 레기온 군은 드레이져와 합류하여 중앙군을 가운데부터 반으로 쪼개 버릴 생각이었다.
두 개로 나눠진 적의 부대를 바세라바밥과 함께 각개격파로 날려 버릴 생각이었다.
그때 인체 개조 기사들이 나타났다.
지금쯤 나타나리라 예상했다.
레기온은 자신들의 전력이면 저들과 자웅을 겨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인정한다.
과신이었다.
그토록 굴려 왔던 정규직 병사들도 간신히 저들의 공격을 막아 낼 정도였다.
순식간에 수십 명이 넘는 정규직 병사들이 도륙을 당했다.
그보다 더 심한 것은 이번에 합류한 계약직 용병들이었다.
그들은 휘둘러지는 수백 개의 오러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떼죽음을 당했다.
“계약직과 정규직 병사들은 뒤로 물러나! 긴급 명령이다! 전원 뒤로 물러나라!”
레기온이 확성기 마법을 펼쳤다.
병사들의 머리 위로 레기온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얼마나 목소리가 큰지 말들이 소스라치게 놀라서 병사들을 떨어트리기도 했다.
“베이컨!”
“예, 주인님.”
“5성급 이상의 무장들만 모아라.”
“알겠습니다.”
베이컨은 급히 계약직 용병들과 정규직 병사들을 뒤로 물리고 최정예의 무장들만 추렸다.
전속 하인들을 비롯하여 정규직 병사들의 조장급까지 합해서 마흔 다섯 명밖에 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일개 영지에서 마흔 다섯 명의 5성급 무장들이 있을 수 없는 전력이다.
기사단장급의 무장들이 마흔 다섯 명이나 있다는 소리니까.
더군다나 드레이져와 그의 친위대를 합한 숫자도 아니었다.
저들까지 합하면 훨씬 전력이 높아진다.
한마디로 상상 초월.
상급 무장들의 질로만 따진다면 국왕군 전체와 겨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 그들이지만 지금은 꽤나 위험한 위기에 처했다.
인체 개조 기사들이 집요하게 자신들을 노리고 있는 탓이었다.
아마도 좌군을 전멸시키고 중앙군의 존속까지 위험하게 만든 레기온 군을 처음으로 토벌해야 할 적으로 인식한 모양이었다.
그래, 올바른 생각이다.
이쪽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고.
“베이컨!”
“예, 주인님.”
“너희 진형은 짤 줄 알지?”
“네, 라우젤 교장 선생한테 배웠습니다.”
영지에는 개인적으로 강한 무리들이 엄청나게 많다.
훗날 이런 말이 생겼다고 한다.
해상 도시 씨엠에서 미모 자랑을 하지 말고.
라스베가스에서 도박 자랑하지 말고.
페르시몬 백작 영지에서 돈 자랑하지 말고.
레기온 백작 영지에서 주먹 자랑하지 말라고.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
하다못해 생선 가게 아저씨도 무술 유단자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단점이 있었다.
개인적인 무가 너무 강력한 나머지 융합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정확히 말해서 그들은 집단전이라는 것을 제대로 몰랐다.
왜냐고?
교관이 마몬과 드레이져와 세피아다.
그들이 무슨 집단전인가.
그들이 가르치는 것은 ‘강해져라. 그것만이 구원이요. 살 길이다.’인 것뿐인데.
하늘이 도왔는지 라우젤이 그들에게 집단전을 가르쳤다.
라우젤은 자신이 누구인지만 빼고 모든 것을 안다. 영지민들은 그를 가리켜 신이 내린 약초꾼이라 칭송했다.
라우젤이 전속 하인들과 정규직 병사들을 가르친 덕분에 그들이 전쟁터에서도 선전을 할 수 있던 것이다.
“돌격 형태로!”
베이컨이 외쳤다.
마흔다섯 명의 무장들이 다이아몬드 형태로 진형을 짰다.
그들의 꼭짓점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레기온이었다. 베이컨과 부하들은 그에게 위험하니 진의 가운데로 오세요, 라고 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말을 해 봤자 들을 사람도 아니지 않은가.
“준비 됐나?”
레기온은 전방을 주시하면서 외쳤다.
겨우 몇 백 미터 앞에서 인체 개조 기사들이 엄청난 속도로 말을 몰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불과 몇 초 뒤면 도착한다.
그나마 정규직 병사들과 계약직 병사들을 후방으로 물려 다른 부대와 합류시킨 것은 다행이다. 그들은 다른 병사들에 비해서 월등히 강하다.
특히 정규직 병사들은 기사에 비견될 정도로 강했다. 하나 오러를 마구잡이로 뿜어 대는 인체 개조 기사들을 당해 낼 정도는 아니었다.
이곳에서 정규직 병사들을 잃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첫 번째 격돌에서 꽤 많은 사상자가 나왔지만…….
참고가 됐다.
“전원! 전력을 다한다.”
“예!”
“돌격.”
레기온이 고삐를 당겼다. 그의 말이 엉거주춤 달리기 시작한다.
여전히 기마술은 어설프지만 꽤 이름이 있는 전마인 듯했다.
주인의 생각을 읽었는지 빠르게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의 뒤를 마흔다섯 명의 무장들이 바짝 붙었다.
“오러!”
“오러러러어!”
레기온의 스태프에서 오러가 흘러나왔다.
스태프에서 마력이 아닌 오러가 흘러나오는 광경은 무척이나 생소한 것임이 분명하다.
하나 누구도 그것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의 주인은 레기온이니까.
레기온이니까 모든 것이 허락된다.
마흔다섯 개의 검에서 형형색색의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그 기세가 엄청나다.
결코 인체 개조 기사들이 내뿜은 오러 블레이드에 비해 낮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레기온과 베이컨, 로또와 조낸, 풉, 피라니아를 제외하고는 저들과 비슷한 실력이다.
머릿수에 밀려서 순식간에 난도질을 당할 위험이 있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죽으라면 죽는다.
그것이 하인 된 자의 의무가 아니던가.
“크하하하하! 모조리 죽여 주마!”
인체 개조 기사들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1차 격돌에서 큰 이득을 얻은 그들은 의기양양하다. 눈빛에서 엄청난 광기를 내뿜고 있었다.
레기온도 안다.
지금 저들과 충돌하면 부하들 중에서 반수 이상은 날아가리라는 것을.
얼마나 아까운 인재들인가.
저들을 겨우 이런 곳에서 소모시킬 마음은 발톱의 때만큼도 없었다.
그러니 네가 좀 고생을 해야겠다. 어차피 죽지도 않잖아.
그렇지. 마몬?
“나와라. 마몬. 나와서 저들의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들어 버려!”
비장의 한 수가 발동한다.
끼이이이이이익!
레기온의 머리 위로 커다란 아공간이 생겨났다. 붉은 아공간은 마구 회오리를 치듯이 회전했다.
그 아공간에서 무시무시한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던 인체 개조 병사들의 눈매가 실룩거린다.
정면에서 이런 불길한 기운이 자신들을 향해서 쏟아져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사술이다. 현혹되지 말고 놈들의 머리를 쳐라!”
아니다.
사술이 아니다.
아공간에서…….
쿠아아아아아앙!
마몬이 모는 거대한 본 드래곤이 아가리를 벌리고 불쑥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