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83)
마법은 괜히 배워서-384화(384/502)
# 384
악몽의 시작 1
“아, 뭐야. 너?”
인체 개조 기사들을 쑥대밭으로 만든 레기온의 앞을 누군가가 가로막았다.
베이컨과 부하들은 겁도 없이, 라는 생각을 했다가 주인의 앞을 가로막은 여인의 미모에 넋을 잃었다.
영지에는 미녀가 많다.
왜인지 모르지만 이상하게 미녀가 많다. 추운 지역에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원주민들의 피부는 하얗고 투명했다.
해상 도시 씨엠의 구릿빛 피부를 가진 여인들과는 사뭇 달랐다.
하지만 그런 모든 여인들을 다 합쳐도 주인의 앞을 가로막은 여인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혹여 날개를 잃은 천사가 이곳에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주인님, 뭡니까? 저 여인은? 천사입니까?”
베이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보면 몰라?”
레기온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정말로 천사입니까?”
“천사 같은 소리 하네. 저렇게 못생긴 천사도 봤냐.”
“야! 너 나한테 한 번만 더 못생겼다고 해 봐. 아주 입을 찢어 버린다.”
화가 치밀어 오른 몬샌겨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심히 후회를 하는 중이었다. 저 빌어먹을 자식을 다시 만날 줄 알았다면 이번 의뢰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다.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포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옥과 인간계를 잇는 포탈의 유지비가 엄청나게 든다. 한 달에 거의 10만 골드씩 들어가는 셈이니 상상 초월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뿐이랴.
항상 대기를 하고 있는 지옥마수들 월급 줘야지, 마나 공급해 줘야지, 식사비 줘야지, 상여금도 줘야지.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었다.
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허리가 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괜히 그들과 계약을 했다고 속으로 후회를 하기도 했다.
물론 지옥으로 돌아가면 만사가 다 해결된다.
외모만 찾으면 지옥으로 돌아가 다신 인간계에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녀는 이곳에 남았다.
저주를 풀 수 있는 약도 먹지 않았다.
왜일까.
인간계에 미련이 남아 있는 것일까.
그녀는 레기온을 보고야 알았다.
전생에 복수를 하여라, 라는 지옥신의 계시였다.
저 오만불손한 면상 봐라.
전혀 얼굴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주먹이 나가는 입술이다.
“와! 화를 내는 것도 예쁘네요. 주인님과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예전부터.”
“예전부터요? 저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요.”
“야, 내가 전생의 일까지 너희들한테 보고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
“전생이요?”
“그래, 전생.”
부하들은 두 눈을 껌벅껌벅하며 주인을 바라봤다. 주인이 해괴망측한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전생을 기억한다고?
그게 가능하냐고 묻고 싶지도 않다.
단지 믿고 싶어도 믿어지지가 않을 뿐이다.
“그때 알던 여자야.”
“…….”
베이컨이 비틀거렸다.
주인과 얘기를 하다 보면 자꾸 어지럼증이 온다. 누가 들으면 주인은 미쳤다고 할 것이다.
아니면 허언증을 가졌다고 하든지.
문제는 주인의 말의 98퍼센트가 진실이라는 것이다.
즉, 저 여자는 진짜로 주인과 전생부터 알던 사이라는 것이다.
“아, 그리고 쟤한테 관심 두지 마.”
“왜요?”
주인과 전생부터 관계가 있다는 사실에 이미 흥미가 싹 사라졌다.
오히려 그런 주인의 말에 흥미가 생겼다.
“쟤 지금 직업이 뭐라고 하더라. 아, 방랑의 몬샌겨로 불린다고 하던가.”
“방랑의 몬샌겨요?”
“응.”
순간 모두의 두 눈이 휘둥그렇게 변했다.
유일무이.
왕국 7대 강자 중에서 유일한 홍일점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방랑의 몬샌겨였다.
이름이 몬샌겨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별칭이겠지.
얼마나 못생겼으면 별호가 몬샌겨일까.
왕국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자들은 다름 아닌 왕국 7대 강자들이었다.
드레이져는 초상화를 그려서 코팅해 만든 책받침까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포르세 후작은 엄지를 내밀고 ‘사랑해요, 혀키스’라는 광고도 찍었다.
절정의 인기를 자랑하는 왕국 7대 강자는 돈데크만이었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한창 그가 활동할 당시에는 10만의 돈데크만 팬클럽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대부분의 왕국 7대 강자들이 그렇게 인기가 많은데 왜 유일한 홍일점인 방랑의 몬샌겨는 인기가 없을까.
바로 외모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몬샌겨가 예뻤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인기를 얻었을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한데!
직접 본 몬샌겨는 전혀 못생기지 않았다. 너무 예뻐서 눈을 떼기도 어려웠다.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몬샌겨에게 저딴 별칭을 붙였는지 모르겠다.
“별칭 아냐. 내 본명이다!”
몬샌겨가 매서운 눈으로 베이컨을 바라봤다. 이것들이 외모 지적 질을 하는 것도 열 받는데 이름 가지고 놀리다니.
본래 지옥에서 몬샌겨는 ‘아름답고 고귀하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인간계로 오자 이름의 뜻이 완전히 바뀌었다.
몬샌겨라고 왜 모를까.
그럼에도 이름을 바꾸지 않은 이유는 지옥여왕이라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야, 니들 가서 드레이져나 도와줘라.”
레기온은 베이컨에게 손을 휘휘 저었다.
“주인님은요?”
“저년 하고 마무리를 져야겠다.”
“죽이실 건가요?”
레기온은 물끄러미 베이컨을 바라봤다. 이 새끼는 나를 도대체 뭐로 보는 거야?
“그냥 혼 좀 내서 보낼 거다.”
“아아, 알겠습니다.”
“네가 왜 안심을 하고 그러냐.”
“제가요?”
“응, 방금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잖아.”
“그럴 리가요. 잘못 보셨습니다.”
레기온은 미간을 좁혔다. 코앞에서 봤는데 시치미를 뗀다. 영지로 돌아가면 유격 훈련을 다시 실시하리라. 앞에 ‘지옥’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어쨌든 가 봐.”
“호위병을 붙이겠습니다.”
“누가 누구의 호위를 붙여. 됐어. 가 봐.”
“실언을 했습니다. 호의가 아니라 대신 죽을 부하를 붙이겠습니다. 주인님은 소중하니까요.”
“야, 나 대신 죽으면 꿈자리 사납다. 됐으니까 가 봐. 곧바로 쫓아갈 테니까.”
“알겠습니다. 몸조심하십시오.”
“걱정 마라.”
베이컨과 부하들은 말 머리를 돌렸다. 주인과 마몬 덕분에 막강한 전투력을 뽐내던 인체 개조 기사들을 짧은 시간 안에 쓸어버릴 수가 있었다.
인체 개조 기사들은 자신들에게 신경을 쓸 여유조차 없었다.
눈앞에서 거대한 본 드래곤과 강철 골램을 상대해야지 그들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가장 어렵다고 여겨지던 그들을 큰 손실 없이 끝장을 낼 수가 있었다.
-쿠오오오오!
중앙군을 향해서 서서히 움직이는 본 드래곤의 피어가 전장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공왕군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것은 두 번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확실히 승기는 이쪽으로 넘어왔다.
그렇기에 주인도 안심하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전원이 남아서 주인을 지키고 싶다. 안 되면 서너 명이라도.
하지만 자신들의 말을 들을 주인이 아니었다.
특히 전투에 관한 일에서는.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베이컨과 부하들은 말 머리를 돌려서 드레이져에게 향했다.
“자, 방해꾼이 모두 사라졌네. 그래서 뭐 하려고? 나를 진짜 죽이려고?”
레기온은 양손을 털면서 말했다.
그런 그의 행동조차 밉살스러운 몬샌겨였다.
적어도…….
다리몽둥이 하나쯤은 부러트려 놓고 말리라.
저 자식 때문에 전생에 화병으로 몇 번이나 죽을 뻔했었다.
그 복수를 이곳에서 풀리라!
“지옥 화염!”
몬샌겨의 주변으로 7개의 구멍이 생겨났다. 엄청나게 깊은 구멍인 듯했다. 구멍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가 너무도 깊고 소름이 끼쳤다.
고오오오오오!
강렬한 불기둥이 일곱 개의 구멍에서 솟구쳤다. 불기둥은 수백 미터 상공까지 치솟았다.
쭉쭉 뻗어 나온 불기둥은 맹렬하게 회전을 하면서 불의 회오리가 되었다.
쿠쿠쿠쿠쿠쿠!
불의 회오리는 주변에 있던 모든 것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한 번 불의 회오리에 빨려 들어간 것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재가 되어서 사라졌다.
흐메!
레기온은 자신도 모르게 딸꾹질을 했다.
저년이 작심을 한 모양이다.
일곱 개의 불기둥은 레기온이 가진 어떤 화염계 마법보다도 강력했다.
“쉽게 죽지 마라. 빌어먹을 전 남편.”
“아아아, 신이시여. 왜 다시 태어나도 전 이렇게 불행하나이까.”
“닥쳐! 불행한 것은 나야!”
* * *
가을 햇살이 가장 따갑던 정오가 지났다.
이미 해는 지고 있었다. 멀리 붉은 노을이 전장을 가득 비추었다.
하나 전투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절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누구 하나 검을 놓지 않는다.
누구 하나 ‘그만’ 이라고 외치지 않았다.
병사들도 안다.
이 싸움에서 승리하는 자만이 모든 것을 갖는다. 패자는 어떤 용서도 받지 못한다.
그러나 변수가 발생했다.
양 군을 합쳐서 사망자는 대략 10여만 명. 세 명 중에 한 명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서로가 서로의 생명력을 조금씩 갉아먹으면서 양패구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때 죽은 동료들이 되살아난 것이다.
언데드.
대륙에는 수많은 몬스터들이 있지만 인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가 언데드였다.
그들은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를 파고든다.
어둠과 피.
해서 훨씬 포악하고 사나운 몬스터들보다 언데드를 훨씬 두려워했다.
그런 존재가…….
자그마치 10만 마리나 되살아난 것이다.
역사상 이렇게 많이 죽은 자가 되살아났다는 전례는 없었다.
흑마법사가 언데드를 사육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의 조종 범위를 벗어나는 죽은 자들은 결코 되살리지 않았다.
언데드는 인간을 증오한다.
증오할 뿐만 아니라 철저하게 파괴하여 자신의 동족으로 만든다.
한 번 언데드가 되면 영혼은 영원히 구천을 떠돌게 된다. 환생은 불가능해진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신관은 그렇게 설파를 했다.
해서 인간들은 언데드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더 컸다.
그런 언데드가 10만 마리.
언데드가 가장 강력할 때는 만월이 뜨는 날이다.
더 강력할 때는 만월이 뜨는 전장에서였다. 죽음은 언데드를 강하게 한다.
그리고 그 죽음은 이곳에 만연해 있었다.
-크르르르릉.
10만의 언데드가 무차별적으로 공왕군과 국왕군을 동시에 습격하기 시작했다.
* * *
공왕은 급히 코네리와 베리모어를 찾았다. 그들은 첨탑 위에 앉아서 느긋하게 늦은 점심을 먹으며 지옥으로 변해 버린 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공왕은 자신의 호위 기사들에게 기다리라고 한 다음, 첨탑까지 올라갔다.
“너희들! 무슨 짓이냐!”
공왕은 코네리와 베리모어를 보자마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
깜짝 놀란 베리모어는 도시락을 떨어트렸다. 도시락이 첨탑 벽에 몇 번 부딪치더니 보이지도 않는 곳으로 사라졌다.
“아, 아깝다. 편의점에서 산 데카르슨 한정판 스페셜 메뉴인데.”
베리모어는 혀를 찼다.
아무도 모르고 있는 사실 하나.
레기온은 자신의 영지에 편의점을 차렸다. 영지의 특성상 24시간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였다.
편의점이 백화점 옆에 있으면 매출은 서너 배로 오른다.
그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자칭 대상인 등쳐가 전국적으로 편의점을 개설한 것이다.
편의점은 성도 포만에도 있다.
특히 가장 유명한 상품은 드래곤 요리사라고 불리는 데카르슨의 음식이었다.
그는 자신이 전생에 백종X 라고 말을 했지만 그가 누군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쨌든 그가 만든 음식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등쳐는 데카르슨과 독점 계약을 맺었고 둘 모두 돈을 쓸어 모으고 있는 중이었다.
베리모어가 산 편의점 도시락도 데카르슨이 발명한 ‘엄마 손 9첩 반상’이었다.
그녀가 인생 통틀어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이기도 했다.
엄마 손 9첩 반상을 먹을 때면 고난과 시련도 잠시 이겨 낼 수가 있을 것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다 먹지도 못한 그런 도시락이 저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뭐예요! 예의 없게!”
짜증이 솟구친 베리모어는 공왕을 향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예의가 없어? 예의가? 이런 쓰벌 것들이! 지금 저 난장판을 만들어 놓고 예의를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