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87)
마법은 괜히 배워서-388화(388/502)
# 388
내전 종식 1
“이보슈. 교장 선생,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은데요.”
라우젤의 호위를 맡은 셔틀이 계속해서 투덜거렸다. 사실 그는 이번 전투에 참가하기가 싫었다.
그는 레기온에게 강력하게 어필했다.
“저는 평화주의자예요! 사람 죽이는 전쟁 따위는 결코 참가할 수 없습니다.”
레기온은 콧방귀를 뀌었다.
“아~ 그러셔. 평화주의자?”
“네, 평화주의자. 제가 가장 사랑하는 새가 비둘기입니다. 펄럭펄럭.”
“지랄하고 앉아 있네. 내가 모를 줄 알고?”
“뭘 말씀이십니까?”
“너, 이 새끼.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 안 나?”
셔틀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안 나는데요.”
“이 새끼가 오리발이네. 니가 음주 운전하는 새끼야? 정치인이야? 뭐가 기억 안 나! 다 나면서.”
“지, 진짜 안 나는데요.”
“내 눈을 보고 얘기해.”
“진짠데…….”
셔틀은 레기온과 눈을 마주쳤다. 하지만 묘하게 시선이 엇갈렸다.
“너 네크로맨서가 된 이유가 뭐야?”
“그냥 제 적성에 잘 맞아서.”
“지랄하고 앉아 있네. 이게 진짜. 너 왕따시킨 마을 사람들 몽땅 전멸시키려고 했잖아.”
“제, 제가 언제요.”
“네가 살던 그 어두침침한 던전에서 마을 사람들의 초상화 걸어 놓고 이 새끼는 어떻게 죽이고, 이 새끼는 어떻게 죽이고, 칼로 얼굴 막 찍어 놓고. 다 봤거든?”
“아아, 다 보셨구나.”
셔틀은 절망했다.
레 사장이 쳐들어왔을 때 재빨리 커튼을 쳐 놓기는 했는데 다 본 모양이다.
다 글렀다.
“그런 네가 평화를 사랑해? 언제부터?”
“어제부터요.”
“그냥 전투에 참가하고 싶지 않은 거잖아.”
“전 싸움 못해요.”
“내가 싸움하래? 소환수들 있잖아. 해골 병사들, 해골 궁수들, 해골 마법사들. 꽤 쓸 만하더만.”
“요즘 걔들 제 말 잘 안 들어요. 저번에도 걔들이 술 마시면 제 뒷담화 까는 것 봤다니까요.”
“…….”
이때는 레기온도 할 말을 잃었다.
소환수들한테도 왕따를 당하는 소환자라니. 조금 안쓰럽다.
“네가 기가 약해서 그래.”
“제가요?”
“그래. 내가 장담하는데 남자답게 전쟁을 겪어 봐. 그럼 어지간한 일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담력을 가지게 돼. 그럼 소환수들도 너를 무시하지 못할걸.”
“그, 그럴까요?”
“내가 장담하지. 그리고 너 혼자 베이컨이나 드레이져와 함께 싸우라는 것이 아니야. 교장 선생 있지?”
“네. 라우젤 교장 선생요.”
“걔가 이번에 군사로 함께 동행할 거거든.”
“아, 그래요?”
“군사가 나가서 칼질하는 것 본 적 있냐?”
“잘 모르겠는데요. 전쟁을 겪어 보질 않아서.”
“그럼 이걸 봐봐.”
레기온은 자신이 읽던 ‘킹덤’이라는 책을 셔틀의 손에 쥐어 주었다.
“이건 뭔가요?”
“군사학 개론을 쉽게 풀어놓은 책이야.”
“전 삼국지 읽었는데.”
“삼국지는 글자가 빽빽하잖아. 출정 날짜 다가오는데 언제 다 읽어. 그냥 그거 읽어. 읽기 편해.”
셔틀은 책장을 폈다. 그림으로 되어 있었다. 흡입력이 충분하다.
“오, 그림책!”
“훨씬 읽기 편하지?”
“네.”
“그거 읽으면 어지간한 군사는 될 수 있어.”
“정말인가요?”
셔틀은 의심쩍은 눈빛으로 레기온을 바라봤다. 이런 그림책을 읽고 군사가 된다면 대륙에는 군사가 썩어 넘쳐날 만큼 많지 않을까.
“그렇다니까. 이건 비밀인데. 내가 졸라 짱 세거든.”
비밀이 아니다.
레기온을 아는 자라면 다 아는 사실 아닌가.
탈 인간화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다 그 책 읽고 이렇게 된 거야.”
“그, 그런가요.”
“그렇다니까. 어쨌든 네가 군사 호위야. 직접 전투에 참여할 일은 없다는 말씀.”
“그건 다행이네요.”
그렇게 셔틀의 참전이 결정되었다.
한창 전투가 벌어진 상황에서도 6서클의 네크로맨서 셔틀이 등장하지 않았던 이유다.
그는 꽁꽁 숨어서 자신의 임무만 충실히 했다.
이렇게 내전이 종식되길 바라면서.
그런데 그가 호위하던 라우젤 교장 선생이 뜬금없이 성도 포만으로 잠입을 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갑작스러운 언데드 군단의 습격에 의해서 전장은 엉망진창이 됐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전혀 구별이 가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적이었던 공왕군과 함께 언데드에 맞서서 싸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라우젤은 생각했다.
언데드 군단을 불러온 시전자가 있다.
그를 잡아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잡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잡아야지.
내가 잡아서 영웅이 돼야겠다.
이번 내전을 종식시킨 영웅 라우젤.
작위도 받을 수 있겠지.
혹시 백작의 작위도?
우왓!
레기온 백작이과 동급이 되는 거야? 오호! 그럼 레기온 백작은 나한테 반말하지 못하겠네.
희희낙락한 라우젤은 호위 법사인 셔틀을 데리고 성내로 잠입한 것이다.
이미 해는 졌다.
성 밖은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압도적으로 밀리던 인간들은 레기온 백작의 비밀 병기 투입으로 인해서 전황을 180도 완전히 뒤집었다.
그럼에도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은 이유는 언데드의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아침은 돼야 상황이 정리가 될 듯싶었다.
계속해서 부활하는 언데드도 상당했지만 몇몇 와이번들이 영지에서 떠 온 성수로 폭격을 하는 바람에 그들의 육체는 흐느적거리는 슬라임처럼 녹아내렸다.
확실히 전황은 유리하지만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다.
특히 발악을 하는 상급 언데드들의 의해서 병사들은 떼죽음을 피할 수가 없었다.
저것들을 멈추기 위해서는 시전자의 죽음이 필수였다.
“그런데 언데드 군단을 불러온 시전자가 누군지 알고 있는 겁니까?”
“모르죠.”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요?”
“적은 모든 상황을 한눈에 보고 있어요. 그렇다면 어디서 봐야 할까요?”
갑자기 스무고개냐. 그걸 내가 왜 맞춰야 하는데?
셔틀은 눈살을 찌푸렸다.
“글쎄요.”
“생각 좀 해 봐요.”
“높은 곳?”
“정답.”
“아하. 그럼 이곳에서 가장 높은 곳은?”
“본래 성문 위겠지만 언데드 때문에 너무 위험해졌죠. 그렇다면 언데드에게 피해가 없고 가장 높은 곳은?”
“첨탑?”
“정답!”
“우왓! 나 천재인가 봐. 그럼 지금 첨탑으로 가는 건가요?”
“정답!”
“이야홋!”
주먹을 불끈 쥐던 셔틀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조금만 생각을 해 봐도 그 앞에 얼마나 많은 호위 병력이 있을지 상상이 간다.
그런 곳을 단 두 명이서 간다고? 제정신인가.
“셔틀 님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해골 궁수들 소환 가능하죠?”
“가능하죠.”
“걔들 활 잘 쏘죠?”
“잘 쏘죠. 인간으로 치면 3성급은 되니까. 그중에서 스나이퍼 해골 궁수도 있어요. 좀 싸가지가 없어서 그렇지. 백발백중.”
“오호!”
스나이퍼 해골 궁수라니.
정말 레기온 영지에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
“적들의 호위 기사들도 꽤 될 것 같으니까 모두 소환해 주세요.”
“모두요?”
“얼마나 소환할 수 있는데요?”
“200마리쯤?”
“헉, 그렇게나 많이.”
“뭐, 영지에 있다 보니깐 저도 모르게 실력이 늘어납디다. 특히 마몬 님과 함께 있다 보면.”
“좋은 현상이네요. 그럼 상급 소환수들만 소환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셔틀은 3성급, 3서클 이상의 실력을 지닌 해골 궁수, 해골 마법사, 해골 검사들만 소환했다.
“쓰벌, 자고 있으니까 깨우지 말라고 했잖수.”
“아이 씨, 아름다운 여자 해골을 만나는 좋은 꿈꾸고 있었는데.”
소환된 해골들이 모두 셔틀에게 한마디씩을 한다. 어떤 해골은 셔틀의 어깨에 손을 얹고 ‘이걸 확 쌔려 불라.’라고 협박을 일삼기도 했다.
“내, 내가 부른 게 아니고. 군사께서 부르신 거야.”
셔틀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군사가?”
“그래. 군사한테 함부로 하면 너희들 큰일 난다.”
해골들도 군사라는 말에 자세를 풀었다. 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는 다름 아닌 마몬이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라도 리치 마몬의 존재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리치 마몬이 가장 무서워하는 자는 영주인 레기온이었다.
막말로 레기온이 저 해골들 쓰레기야. 치워 버려, 라고 리치 마몬에게 명령을 한다면 그날로 자신들의 목숨은 끝이었다.
그런 레기온이 아끼는 자가 바로 군사 혹은 교장 선생 라우젤이었다.
해골들은 헤헤 웃으면서 손바닥을 비비며 라우젤에게 말했다.
“무슨 일로 저희들을…….”
그런 해골들과 셔틀을 보면서 어이가 없는 라우젤이었다.
정말…….
셔틀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개명이라도 해 보라고 건의를 해 봐야겠다.
저런 인생을 사는 것이 어쩌면 ‘셔틀’이라는 이름 때문이 아닐까, 라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 본다.
“저기 첨탑 보이죠?”
“보입니다만.”
“그곳에 적들이 얼마나 있나?”
“야, 야. 정찰 해골 앞으로 나와서 확인해 봐.”
해골들 중에서도 서열이 있는 모양이다. 한 놈이 명령을 내리자 눈에 망원경이 달린 해골이 앞으로 나와서 첨탑의 주변을 살폈다.
“동영상으로 봤던 공왕 하고……. 호위 기사 서른 명. 처음 보는 남녀 한 쌍이 있는데요.”
해골 대장이 라우젤을 바라봤다.
“그렇다는데요?”
“공왕이 있어?”
“네.”
라우젤의 얼굴에서 화색이 돌았다.
체스로 치면 공왕은 왕이다.
저자만 잡으면 체크 메이트였다.
전쟁은 끝난다.
그의 머릿속에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라우젤’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칩시다.”
“저희 전력으로요?”
“다른 놈들을 상대할 필요는 없어요. 공왕만 잡읍시다. 그럼 끝. 당신들도 승급할 수 있을지 몰라요.”
“저희들이 승급을 한다고요?”
“해골 검사는 데스 나이트로 해골 마법사는 데스 메이지로 해골 궁수는 데스 아처로 승급하는 것 아닌가요?”
“맞긴 맞는데. 한 100년쯤 다크 에너지를 모아야 하는데. 한데 인간들은 다크 에너지를 싫어해요.”
“공왕을 잡으면 가능해요.”
“정말요?”
“그럼요. 공왕을 잡았는데 그 정도 허락을 구하지 못할까요.”
무표정한 해골이 반색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숙원은 승급이다.
데스 나이트, 데스 메이지, 데스 아처가 된다면 독립적인 개체가 된다.
불사체에 가까운 몸이 되어서 어지간해서는 죽지도 않는다.
언데드계의 최강자가 리치라면 데스 나이트, 데스 메이지, 데스 아처는 그 바로 아래 단계쯤 되겠다.
해골 병사들의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좋아. 들었지. 우리가 저자를 잡으면 승급을 할 수가 있단다.”
“우오오! 예에에! 승급이다!”
“쓰벌, 열심히 살다 보니까 이런 기회가 다 오네. 해 보자. 까짓것!”
해골 병사들의 의욕이 활활 불타올랐다.
“좋아! 가장 강해 보이는 놈들은 스나이퍼가 날려 버리고 궁수들이 2차로 공격을 감행한다. 남은 놈들은 우리 검사들한테 맡기고!”
“이야야! 좋아. 가자!”
해골들은 신이 났다.
해골 스나이퍼가 바닥에 누워서 공왕과 호위 기사들을 겨냥했다.
해골 스나이퍼가 발사한 퀘렐의 화살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공왕의 곁에 있던 호위 기사의 두개골을 꿰뚫었다. 엄청난 피가 공왕의 얼굴을 가득 적셨다.
공왕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 것이 해골 스나이퍼의 눈에 똑똑히 보였다.
“좋았어. 전원 공격!”
해골 병사들의 의욕적인 목소리가 성벽 위에서 멀리멀리 퍼져 나갔다.